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83
한제는 싸늘한 눈으로 진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전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봉계의 진이 계속해서 번득이더니 나머지 진령들도 나타났다. 하지만 진령들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태고 성신의 우주에서 뻗어 나온 기이한 힘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에 그대로 뽑혀 나왔다.
쿠르르.
봉계의 진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진 안에서 태어나 오랜 세월 살아온 혼 역시 거대한 손에 그대로 뽑혀나갔다. 그 혼에는 형태가 없었지만 계외의 모든 수련자들은 그것에서 풍기는 노회한 기운만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한데 혼을 뽑아낸 거대한 손은 혼의 위력을 견뎌낼 수 없는 듯 수십 척 정도 올라간 상태에서 허약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계외 태고 성신에서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더니 기이한 힘으로 형성된 거대한 손을 옆으로 쫙 찢어버렸다.
쿠르릉!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 있던 거대한 혼에도 한 줄기 틈이 생겨났다. 동시에 봉계의 진에도 한 줄기 균열이 일어났다.
균열이 나타나자 봉계의 진은 우뚝 멈추었고 그 순간 거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그 말이 울려 퍼진 순간, 다섯 개의 진령에 저항하고 있던 다섯 개의 법보가 동시에 경련을 일으켰다.
★ ★ ★
태고 성신 어딘가의 균열 속에 있는 산꼭대기.
궁궐 복장 차림의 부인이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휘둘렀다.
“폭발!”
★ ★ ★
남사족 남산 위.
바닥에 꽂힌 뒤꽂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남몽도존도 오른손을 들어 결인을 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폭발!”
★ ★ ★
태고 성신 서쪽 끝.
얼음으로 봉인된 아홉 개의 수련성 위의 동자는 오른손을 들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폭발!”
★ ★ ★
태고 성신의 또 다른 균열 속. 대륙 위에 앉아 있던 적의의 여인은 덤덤한 얼굴로 외쳤다.
“폭발!”
★ ★ ★
봉계의 진 밖.
장존회 천벌전 안에서도 낮은 기합과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발!”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는 다섯 개의 법보가 봉계의 진 안에서 일제히 폭발했다.
꽈르릉!
혼백까지 날려버릴 법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봉계의 진에 생겨난 균열 안으로 밀고 들어갔고 균열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균열이 벌어진 순간, 계외의 수련자 9만 명은 하나같이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낮은 기합을 넣었다.
“계내의 미물들을 굴복시켜라!”
“계내의 모든 것을 강탈하라!”
동적자는 잔인한 눈빛을 번득이며 순식간에 봉계의 진에 난 균열로 돌진했다. 그의 뒤로 남조상인과 화작족 선조도 살기를 뿜어내며 빠르게 달려들었다. 광기 어린 9만 명의 수련자들이 뒤를 이었다.
수많은 수련자들이 마치 밀물처럼 봉계의 진을 무너뜨리며 밀려들었다. 그들에게서 피어오른 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반격
눈 깜짝할 사이, 수만 명의 계외 수련자가 계내로 진입했다.
한데 그들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냉랭한 눈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백의의 수련자였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공격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는 봉계의 진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뭔가 의아함을 느꼈다. 그 안에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신의 추측이 옳은지 확인될 때까지는 공격하지 않고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그때, 돌연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균열이 일어난 봉계의 진에서 옥패가 하나 떠오른 것이다. 그 옥패에서는 한제에게 익숙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오직 한 사람, 바로 봉계 지존만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이었다.
옥패가 나타난 순간 하늘을 쪼갤 듯 거대한 허상의 도끼도 나타났다. 이미 계외의 수련자 9만여 명의 절반 정도가 계내로 진입한 상태였다.
허상의 도끼는 나타나자마자 아래에서 몰려들고 있는 수련자들을 향해 거세게 휘둘러졌다.
쾅!
짧지만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전방의 수련자들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피할 틈도 없이 도끼에 부딪힌 그들의 육신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원신 역시 흩어져 버렸다.
한 번의 공격으로 5천여 명의 수련자를 소멸시킨 도끼가 눈 깜짝할 사이 다시 한번 공격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동적자와 화작족 선조, 남조상인은 표정이 급변하디니 곧장 도끼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속도를 높여! 어서 진입하라!”
“우리가 저 도끼를 막을 테니 얼른 들어와!”
봉계의 진 근처에 있던 천벌전의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노인은 눈 깜짝할 사이 거대한 도끼 앞에 이르렀다.
한데 그때, 진에서 나타난 옥패가 빛을 번득이더니 부드러운 빛으로 그 노인을 감쌌다. 그러자 노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옥패의 기운에서 익숙함을 느낄 무렵 그의 머릿속에서는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봉계의 지존, 이 미친 늙은이! 스스로를 진에 녹여 넣은 것이냐!’
그 순간, 한제의 두 눈이 살기로 번득였다. 바로 이 순간이 그가 추측하고 기다리던 일이었다. 이에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진의 균열로 막 진입한 계외의 수련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던 그때, 한제의 손짓에 따라 천만 개의 검기가 달려들었다. 뒤이어 까마득히 많은 금제 낙인이 따라붙었다.
한제가 신식을 통해 명령을 내리자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영동상인과 주진은 도끼를 저지하려는 동적자 등에게 돌진했다.
한제는 왼쪽 눈으로 아홉 색깔의 화염 폭풍을 이글이글 태워 올리며 허상의 화염을 퍼뜨렸다. 이에 그의 시야에 비친 계외 수련자들의 짙은 감정에서는 허상의 화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타올라라, 허상의 화염!”
한제는 동시에 오른쪽 눈으로 번개 문양을 번득였다. 그러자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튀어나간 번개 문양이 허공에서 끊임없이 확대되었고 주위로는 아홉 갈래의 천둥번개가 회전하며 막 계내로 진입하는 계외의 수련자들에게 꽂혔다.
“끄아아!”
“크악!”
“사, 살려줘!”
순식간에 1천여 명이 허상의 화염에 불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 순간 허공에 숨어 있던 붉은 검이 튀어나와 그들의 머리를 베어버리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찢어질 듯한 비명이 운해성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한제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호랑이처럼 거침이 없었다.
허나 이런 식으로는 적들을 모두 물리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더욱 흥분하게 할 뿐이었다. 실제로 허상의 화염에 타오르던 수련자들은 자폭을 하기도 했다.
콰르릉!
자폭의 파멸적인 기운이 확산되었다. 한제는 아직 고신의 육신을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피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이한제다! 저자를 죽이면 곧장 태고 성신 순위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감히 혼자서 우리에게 맞서려 들다니, 죽어라!”
수만 명의 계외 수련자들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곧장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