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26
“크아악!”
노인은 피할 틈도 없이 금빛 선뢰에 직격당했고 피를 왈칵 토했다.
“선력! 이건 선력이다!”
마침내 이 금빛이 무엇인지 기억해낸 노인의 눈이 두려움으로 떨렸다.
한편 한제는 체내의 부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목숨을 건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이번에는 왼쪽 눈에서 이글거리던 화염을 쏘아냈다. 화염은 곧장 노파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컥!”
금빛 화염에 휩싸인 채 피를 토해내며 다급하게 후퇴하는 노파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허나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화염의 위력보다도 회색 옷의 노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서, 선력?”
심각한 부상을 감수해가며 세 사람을 빠르게 물리친 한제는 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분계고산!”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거대한 우산대의 허상이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 하늘이 녹아들며 파란 우산이 완성됐다. 그리고 그 우산이 허상으로 나타난 그때, 불바다가 일어나 우산을 감싸며 분계고산의 위엄을 드러냈다.
온 세상을 불살라버릴 듯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펼쳐진 분계고산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늘을 감싼 화염은 사방을 불사르며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화염 아래 세상은 왜곡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흩어질 것만 같았다. 짙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불바다를 따라 퍼져 나갔다.
화염 때문에 한제에게 접근하기 힘들어진 세 사람의 표정이 급변했다. 거대한 우산에서 발산된 화염에 엄청난 위기감이 느껴졌다. 허상의 상태라 여기서 죽는다 해도 본체는 살아남겠지만 큰 부상까지 막을 수는 없기에 세 사람은 다급하게 후퇴했다.
“과연 봉계의 지존이로군! 두 번째 단계인 수준으로도 저런 신통술을 발휘하다니!”
회색 옷의 노인이 진중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대의 봉계 지존을 죽일 때에도 꽤나 고생을 했지. 한데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이번 봉계 지존도 쉽지 않겠어.”
흑의의 노파는 살기가 번득이는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면서도 재빨리 몸을 물렸다.
사실 분계고산은 이 계(界)의 신통술이 아니고 한제는 아직 완벽히 깨닫지 못한 상태였기에 어마어마한 생기를 소모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뿜어져 나오는 불바다가 모두 그의 생기를 대가로 만들어진 것으로 한제는 빠르게 늙어갔다. 하지만 두 눈에서 번득이는 한기는 오히려 더욱 짙어져갔다.
“도망치고 싶은가? 아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를 죽이려 한 대가가 고작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지 마라!”
한제는 낮게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생기를 방출했고 그러자 분계고산의 화염은 더욱 짙어졌다.
백의의 사내는 뒤로 물러나면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빛나던 그의 미간에는 눈꽃 문양이 드러났다.
그 순간 한기가 이 세상을 감싸듯 나타나 불바다에 대항했다. 동시에 사내는 오른손으로 미간을 힘껏 움켜쥐어 미간의 눈꽃 문양을 뽑아냈다.
그는 불바다를 내뿜고 있는 고산을 향해 문양을 곧장 내던졌다.
“내 수명을 도로 삼고 얼음과 눈의 혼을 하늘로 삼으며 냉기를 촉매로 삼는다. 빙봉만고(氷封萬古)!”
수명을 뽑아낸 탓인지 방금 전까지 청년이었다가 이제 중년 사내가 된 그는 나머지 두 사람보다 신분이 높아 태고 오존에 버금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수명까지 바쳐가며 쏟은 공격에 온 세상의 기색이 변했다.
우물 같았던 세상의 잔잔한 수면으로 이루어진 바닥은 한기에 쩌적 하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중앙부터 시작된 빙결은 눈 깜짝할 사이 사방으로 확산되어 온 수면을 완전한 빙판으로 바꾸어 버렸다.
거대한 빙판에서는 하얀색의 서늘한 기운이 발산되어 곧장 솟아오르며 불바다에 대항했다.
꽈르릉!
하늘이 진동했고 분계고산 위로 폭이 수십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눈꽃 문양이 나타났다. 그 순간, 하늘 역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제 천지가 모두 얼음으로 봉해진 상태였고 심지어 눈꽃도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눈꽃들은 중년 사내의 포효에 따라 일제히 분계고산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르릉!
눈발은 분계고산에서 뿜어져 나온 불바다의 열기에 순식간에 녹아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얼어붙은 수면에서 발산된 어마어마한 한기 역시 하늘에서 흘러나온 한기와 융합해 고산을 향해 돌진했다.
쩌적!
불바다는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에 봉인됐고 우산 역시 콰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얼음 조각이 되어버렸다. 거대한 우산 아래로는 녹아내렸다가 금세 얼어붙은 수많은 고드름이 늘어진 채 서늘한 빛을 발했다.
중년 사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도망치던 두 사람도 멈춰 섰다.
한데 바로 그때,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오른손으로 얼음에 봉인된 우산을 가리키는 한편 체내의 생기를 아낌없이 바쳤다. 그러자 분계고산에서 먹먹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중년 사내의 표정이 또다시 급변했다. 나머지 두 노인 또한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금 달아나기 시작했다.
펑!
봉인된 우산이 불바다를 뿜어내자 얼음은 결국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늘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과 땅에 서 있던 얼음 기둥도 무너져 내렸고 강력한 불바다의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으로 저 멀리 도망치고 있던 흑의의 노파를 가리켰다. 그의 손짓에 고산을 뒤덮고 있던 얼음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한 줄기 화염이 쏘아져 나갔다.
“헛!”
노파는 기겁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화염이 먼저 그녀를 삼켜버렸다.
“끄아아아!”
불바다에 휩쓸린 노파는 비참한 비명을 남긴 채 사라졌다.
★ ★ ★
태고 성신의 검은 누각. 그 안의 대전 옆 우물 근처에는 몇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중 흑의를 입은 노파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우물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우물 안에는 좀 전까지 봉계의 지존과 혈투를 벌이던 세상이 비쳤다.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든 그녀는 대전 안 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변명을 해보십시오!”
“아직 때가 아니다. 그 녀석, 뭔가를 가지고 있어.”
노쇠한 목소리가 대전 안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흑의의 노파는 말없이 다시 우물을 바라보았다.
★ ★ ★
흑의의 노파를 처리한 한제는 다시 한 번 손짓을 했다. 그러자 화염은 두 갈래로 나뉘어 회색 옷의 노인과 백의의 사내를 향해 각기 달려들었다.
“감히 나를 해하려 하다니!”
용 같은 화염이 달려들자 회색 옷의 노인은 급변한 얼굴로 얼른 결인을 그린 뒤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주위로 대량의 노란 빛이 나타나 모래층이 되어 그를 겹겹이 감쌌고 이내 화염에 그대로 휩쓸렸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바다가 지나간 자리에는 모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이 떠 있었다. 쩌적 소리와 함께 수많은 균열로 뒤덮인 모래 공은 곧이어 그대로 부서졌는데 그 안쪽에는 기이한 노인이 있었다.
“쿨럭! 크으…”
피를 토해낸 노인의 온몸은 비쩍 말라 있었다. 중상을 입은 노인은 다시금 달려드는 불바다를 보고 기겁하더니 옥패를 하나 꺼내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옥패가 산산조각 나면서 그의 모습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 ★ ★
태고 성신 누각의 대전. 노파 옆에 앉아 있던 회색 옷의 노인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가에 흐른 피를 닦아냈다.
“그자를 얕잡아 봤어.”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와중에 우물 속 한제는 다시 한 번 손짓을 했다. 그러자 분계고산에서 갈라져 나온 마지막 한 줄기의 불바다가 백의의 사내를 휘감았다.
★ ★ ★
불바다에 휩싸인 순간, 백의의 중년 사내는 온몸을 대량의 얼음층으로 감쌌다.
퍼펑! 펑! 콰르릉!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사이 중년 사내의 몸을 감싼 얼음층은 끊임없이 녹아내렸다가 다시 응집되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뒤로 떠밀린 사내는 수십만 척이나 밀려났다. 그의 몸을 층층이 감싼 얼음층은 화염을 붙들어 매는 하나의 봉인이 되어 있었다.
그 무렵, 한제는 퍽 늙어 있었다. 분계고산을 사용하는 데 너무 많은 생기를 바쳤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분계고산으로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하지도 못했을 테지만 큰 손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의 생기가 점점 약해지면서 분계고산 역시 위력이 흩어지려 했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였다. 그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죽으면 어떠한가! 이미 수련에는 이골이 나고 치가 떨리던 참이다. 죽기 전에 하나라도 더 죽이면 그만이지!”
머리가 산발이 된 한제는 얼음으로 봉인된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미처 사내 앞에 이르기도 전에 한제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백의의 사내를 감싼 거대한 얼음 상공에서 걸어 나온 여인 때문이었다. 생김새는 흐릿했지만 두 눈에는 서늘한 빛이 또렷했다.
여인은 고운 손을 들더니 다섯 손가락을 쫙 펼쳐 앞으로 뻗었다.
“오장선도(五臟仙道), 그 첫 번째. 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