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3
이 옥패를 쥔 순간, 한제는 자신의 머릿속에 뭔가가 하나 늘어난 것을 느꼈다. 그는 이 전류가 어떤 공격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주인을 알아보려는 작용을 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한제는 금번이 뭔지도 단박에 파악하게 됐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그는 곧 쓴웃음을 지었다.
머릿속에 차오른 무언가에는 금번의 용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도 특수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금번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단 하나의 재료는 필수적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묵간석(墨間石)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에는 묵간석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 돌은 어느 천체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천체를 품은 하늘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고대 신으로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 그저 하늘을 가로지르기만 하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른 정보에는 지도 한 장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고대 신의 신식의 바다 안에는 수많은 묵간석이 존재하며 각각의 돈오자는 그곳에서 한 개의 묵간석을 얻을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묵간석을 얻은 후 곧장 금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제작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그 위에 999,999개의 금제를 각인시키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금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정보에는 금번의 작용에 대한 것은 담기지 않았으나, 고대 신이 준 법보라면 결코 약한 위력을 가진 법보일 리는 없었다. 만약 그 위력이 약하다 해도 이 옥패와 돈오자의 신분을 얻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육욕마군과 고왕 등이 알았다면 절대 그리 급하게 소용돌이를 뚫고 들어가지 않고 천천히 절차를 밟아 돈오자의 칭호를 얻었을 터였다.
“나 이전에 돈오자의 칭호를 얻은 사람은 세 명이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한제의 머릿속에 퍼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관문의 모든 것을 깨달은 뒤 돈오자라는 칭호와 옥패를 얻었다면 그렇다면 첫 번째 관문에서도 임무를 완수했을 때 보물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참 고민하던 한제는 불귀로 비석에 적혀 있던 그 글귀를 떠올려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사람은 일찍이 첫 번째 관문에 있던 거대한 회오리바람 속의 마수를 굴복시켰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첫 번째 관문에서의 임무였는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한제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그 마수를 죽일 능력은 없었다.
그때, 그 거인의 몸은 번쩍 피어오른 빛과 함께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두 개의 공도 거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펑-!
곧이어 빛의 공은 빛으로 흩어지더니 다시 산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각각의 빛들은 다시 금제들로 변했고 금산은 차차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보라색 번개로 이루어진 공이 산 정상의 소용돌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강력한 흡입력이 소용돌이에서 뿜어져 나왔고 한제의 몸은 그 힘에 이끌려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한제가 다시 소용돌이에서 나왔을 때 그는 마치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선경에 이르러 있었다. 온 들에 향초가 가득했고 사방에서는 진한 영기가 피어올랐다.
멀지 않은 곳에는 둥그런 호수가 하나 있었는데 그 한쪽에는 3층짜리 보탑(寶塔)이 세워져 있었다. 그 탑에서는 일곱 빛깔의 광채가 번쩍였다.
한제는 소용돌이 밖으로 나온 순간 신식을 펼쳐 사방을 살핀 후에야 신중하게 걸음을 옮겼다.
탁탁.
그와 동시에 그는 저물대를 두드려 검은색 독검을 꺼내 주위를 경계했다.
한제는 육욕마군과 고왕이 자신에게 엄청난 한을 품고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이 두 번째 관문을 빠져나간 것은 3년 전의 일이었지만 이곳에서 한제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제는 만약 자신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면 반드시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복수했을 것이었다.
이동하는 내내 한제의 두 눈이 번득였다. 신식을 펼쳐 사방을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제는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호수에 있는 탑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보탑에는 어떤 금제도 걸려 있지 않았다.
몸을 훌쩍 날려 빠르게 앞으로 날아가던 한제는 호숫가에 멈추었다. 그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허이국 마혼이 곧장 모습을 드러냈다. 마혼은 밖으로 나온 기쁨에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제를 본 순간 표정이 살짝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제는 머리가 모두 하얗게 세어 있었고 눈은 속을 꿰뚫어볼 듯 날카로웠다. 허이국 마혼은 그를 보자마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은 어떻게 또 이리 강해진 거지? 이렇게 가다가는 평생 이 녀석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어.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도 가망이 없을 거야.’
이전에는 극의 신식을 펼칠 때에만 두려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상대의 신식이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겁이 났다. 이를 통해 지난 13년 동안 금제에 대한 한제의 조예가 엄청난 수준에 이르게 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제는 오른손으로 호수를 가리켰다. 마혼은 그런 한제에게 뭐라고 따지려다가 그의 두 눈을 보고 심장이 저 아래로 쿵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얌전히 호수 쪽으로 날아갔다. 물론 속으로는 심한 욕설을 연거푸 늘어놓았다.
‘꼭 기억해두겠다. 기다려라. 이 몸이 많은 영혼들을 삼키고 용맹한 동생들을 많이 거느리게 되는 날, 반드시 네 놈을 처리해줄 것이다!’
속으로나마 욕을 지껄이고 나자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 마혼은 곧장 호수 안으로 들어가 그 안을 탐색했다.
한제는 허이국 마혼의 몸에 남겨둔 신식을 통해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호수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한참의 탐색 끝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몸을 날려 호수 중앙에 있는 보탑으로 향했다. 허이국 마혼 또한 호수에서 빠져나와 한제의 뒤를 따랐다.
보탑 앞에 이른 한제는 이번에도 마혼을 먼저 들여보내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안으로 들어섰다.
세 개의 층으로 나뉜 탑의 1층에는 아홉 개의 공간이 있었는데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보상이 있던 곳인 듯했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지나면서 남은 게 없는 모양이었다.
2층으로 올라간 한제는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그곳에는 동서남북 네 개의 방위에 놓인 네 개의 공간이 있었는데 이곳 역시 텅 비어 있었다. 3층에는 역시 텅 빈 하나의 공간과 이곳을 떠도는 소용돌이만이 있었다.
하지만 한제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첫 번째 관문과 불귀로에서 보았던 누군가가 남긴 글귀를 떠올렸다. 두 번째 관문에서는 그 사람이 남긴 글을 볼 수 없었지만 한제는 그 사람이 자신에 앞선 세 명의 돈오자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했다.
한제는 곧장 보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층에 있던 네 공간 중 한곳에서 이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글자체로 적혀 있는 글을 찾아냈다.
이 보탑에 들어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이 칸에 있는 것뿐이다. 고대 신의 땅이라더니 약간 실망이다.
거만하고 호기로운 말투였다.
세 번째 관문
한제는 다시 3층으로 올라가 세 번째 관문으로 향하는 소용돌이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하며 체내의 영력이 최고조에 달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저물대에 법보들을 정리하고 난 뒤에야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허이국 마혼을 보고 소용돌이를 가리켰다.
마혼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또 욕을 중얼거렸지만 순순히 명을 따랐다.
“으악!”
하지만 소용돌이에 닿은 순간, 마혼은 비명을 내질렀다. 몸에서는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고 얼른 뒤로 물러난 그는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한제는 작은 마수 한 마리를 꺼내 소용돌이 쪽으로 내던졌다. 작은 마수는 어떤 문제도 없이 곧장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만 두 번째 마혼을 통한 그 작은 마수와의 연결이 곧장 끊어졌을 뿐이었다.
한제는 고민에 빠졌다. 이곳의 소용돌이는 1천 년 전 육욕마군 등이 헐레벌떡 도망치게 만들었던 그 세 번째 관문으로 통하는 곳이었다. 단목극의 말에 의하면 세 번째 관문은 사주술을 쓸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또한 눈앞의 소용돌이는 어디든 마음대로 오가던 마혼마저 진입이 불가한 곳으로 그 원신(元神)을 손상시켰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작은 마수도 그 안으로 들어간 뒤로는 곧장 실종됐으며 연결마저 끊겨 버렸다. 이 세 번째 관문은 굉장히 위험한 곳인 것 같았다.
한제는 한참 고민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용돌이 밖에 서서 오른손을 그 안쪽으로 천천히 뻗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손을 통해 곧장 느껴졌다. 하지만 허이국 마혼이 느꼈던 것 같은 통증은 전혀 없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두 말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소용돌이로부터 밖으로 나온 순간, 한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신식의 바다 안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고 붉은 번개가 번쩍거렸다. 한제의 통제에도 따르지 않고 두 눈에서 붉은 번개가 쏘아져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 여기는… 소멸의 공간이잖아!”
한제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끝없는 허무의 땅이 펼쳐져 있었다. 때때로 기이한 모양의 거대한 돌이 천천히 부유하듯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신식의 파동들이 있는 듯 없는 듯 퍼져나갔다.
한제의 입꼬리에 냉소가 걸렸다. 만약 그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은 운 때문이고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은 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세 번째 관문은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노니는 듯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저물대를 두드리자 허이국 마혼과 두 번째 마혼이 동시에 나타났다. 두 마혼은 멍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 뒤 뭔가 깨달은 듯 점점 희색을 띄었다. 이곳에서 두 마혼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두 마혼을 보낸 뒤 한제는 오른손을 살짝 움직여 허공을 쥐었다. 순간, 깜짝 놀란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허공에서 전해져왔다. 그러더니 곧이어 한 줄기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를 피어올린 것은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달린 한 마리의 유혼(遊魂)이었다.
허공 속에 숨어 있던 이 유혼은 몰래 한제를 공격하려 했건만 뜻밖에도 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유혼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지만 한제는 아랑곳 않고 극의 신식을 펼쳐 그것을 삼켜버렸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유혼이었다. 달콤한 맛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신식이 곧장 거대하게 불어났다.
“유혼은 신식을 증가시키는 아주 좋은 재료지. 유혼만 봐도 이곳에 들어온 가치는 충분해!”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앞쪽으로 몸을 날렸다.
방금 그가 유혼을 삼키는 모습을 본 허이국 마혼과 두 번째 마혼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이국은 평소에 많은 영혼을 삼키면서도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그가 침 발라놓은 영혼을 한제가 삼키는 것을 봤을 때에도 그저 한제에게 먹잇감을 뺏긴 것이 언짢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방금 한제에게 붙잡힌 유혼을 본 허이국 마혼은 그 유혼과 자신이 닮은 구석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는 마치 아주 오래 전의 선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짧은 순간 친밀하게 느껴진 그 유혼이 한제에게 붙잡혔을 때에는 한제가 그것으로 다른 마혼을 만들려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친밀감은 유혼이 한제에게 삼켜지던 그 순간 공포심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그는 두려워졌다. 특히 그 유혼이 삼켜지기 전 비명을 내지르던 그때 한제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여태까지 그런 한제에게 까불고 그에게 덤벼들려고 계획했던 것을 떠올린 마혼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정말 터무니없는 생각과 행동들이었다. 신식으로 자신을 벌하는 행위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협박이라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허이국은 앞으로는 절대로 한제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잘못하다 그를 화나게 한다면 자신 역시 방금 그 유혼처럼 단박에 삼켜져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될지도 몰랐다.
한편 두 번째 마혼은 본래 마수였지만 유혼의 특성을 갖는 마혼이 된 후 지능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기에 그 역시 방금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직감은 허이국보다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한제가 그들과 비슷한 유혼을 삼킨 순간, 두 번째 마혼은 그를 군왕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세 번째 관문은 사실 진정한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소멸의 공간과 이어진 공간의 균열일 뿐이었다. 허나 그 균열의 범위는 굉장히 넓었다.
한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수시로 허공에 뻗은 두 손을 움켜쥐었고 그때마다 여지없이 유혼들이 끌려왔으며, 그는 그것들을 삼켰다.
두 마혼은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유혼들이 반항도 하지 못하고 한제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을 바라만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유혼을 삼키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역외 전장에 있었을 때는 벌써 수십 년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외 전장에서 돌아왔을 때 엄격하게 몰아쳤던 경계의 법칙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한제는 당시 거대한 신식을 압축시켜 극의 신식으로 만들었지만 탄혼으로서의 정체성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유혼의 왕이 됐다.
한제는 신식을 펼쳐 사방을 훑었으나 이곳은 유혼뿐, 다른 탄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탄혼이 서로를 잡아먹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탄혼끼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서로 공격하지 않는 사실 뿐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생관계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편이었다.
한제는 이미 상당한 수의 유혼을 삼켰지만 여전히 탄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리에 우뚝 멈춰서더니 손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 사방에서 부유하던 돌들이 분분히 그에게로 모여들어 순식간에 서로 엉겨 붙더니 거대한 돌산을 이루었다.
한제는 그 위로 폴짝 뛰어올라 오른손을 휘둘렀다.
휘이익.
파란색 얼음 화염이 그의 손바닥에서 피어올랐다. 한제는 그 손으로 돌산을 눌렀다. 그러자 얼음 화염이 크게 흔들리며 돌들 틈으로 스며들면서 돌산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한제가 손을 거두어 얼음 화염을 체내로 회수하더니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잔영의 원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완성된 잔영의 원이 돌산에 녹아든 순간, 돌산 안에서 눈부신 빛이 번쩍거리더니 다시 어두워졌다.
한제는 정신을 집중하여 오른손을 연거푸 흔들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잔영의 원들은 그의 앞에 나타났다가 곧바로 돌산에 녹아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산은 이미 작은 금제의 산으로 변해 있었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발을 살짝 굴러 천천히 그 안으로 녹아들었고 이내 그의 모습이 완전히 감춰졌다.
돌산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한재는 다시 잔영의 원을 만들어 돌산 내벽에 찍었다.
그러자 온 돌산이 떨리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축소돼 결국에는 주위의 다른 돌들과 같은 크기가 됐다. 이제 이 돌에서는 주위의 돌들과 비교해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