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4
한제는 돌 안에 몸을 숨긴 채 극의 신식으로 돌 바깥에 자신의 허상을 만들었다. 그 허상을 앞으로 보내자 그것은 곧장 흩어져, 어떤 신체적 제한도 받지 않고 사방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한 층의 파문이 한제의 신식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사방에 있던 유혼들은 허공에 감추었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곧이어 이 유혼들은 마치 무슨 명령이라도 받은 듯 번쩍 하고 사라지더니 사방으로 날아갔다. 한제의 신식이 확산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유혼이 한제의 존재에 굴복하며 사방으로 향했다.
한제의 신식은 몸을 떠나자마자 모습을 바꾸더니 다시 탄혼이 됐다. 그는 빠른 속도로 이 허무의 땅 곳곳을 누볐고 모든 유혼은 그에게 공손한 태도를 갖추었다.
한제는 아주 먼 곳에서 거대한 신식을 느꼈다. 이는 탄혼의 흔적이었다. 허나 그 거대한 신식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것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상태였다.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 탄혼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신식을 넓혀가면서 더 많은 유혼들을 복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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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관문 한쪽의 거대한 돌 위, 단목극이 고통에 찬 얼굴로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냉혹한 얼굴의 왕청월이 서 있었다.
단목극은 첫 번째 관문으로 통하는 통로에서부터 왕청월과 함께했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간 첫 번째 관문은 금행(金行)의 땅이었다. 왕청월이 오행의 은둔술을 이용해 둘은 그곳을 아무런 문제없이 빠져나와 금산에 이르게 됐다.
금산에서 단목극이 보인 모습은 놀라웠다.
그에게는 1천 년 전 보탑에서 얻어낸 법보가 있었다. 이 법보는 갈라진 흔적이 있는 옥패로 그의 분석에 의하면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연구를 통해 그 물건이 모든 금제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덕분에 둘은 쉽게 두 번째 관문 역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수준이 다른 사람에 비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천 년 전 당시에 살아남은 것은 운과 신중함 덕이었다. 가까스로 살아서 나온 뒤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보탑에서 얻은 옥패의 작용을 확인한 후 마음이 바뀐 것이었다.
첫 번째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오행의 은둔술을 익혀야 했으나, 오랜 시간 수련하던 단목극은 결국 이를 포기했다. 오행의 은둔술을 수련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을 쏟아 부어야만 했고 어렵게 터득했다 해도 첫 번째 관문을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관문에서는 수많은 마수의 공격도 막아내야 하니 말이다. 이에 단목극은 왕청월을 설득했다. 그 당시에도 이미 오행의 은둔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던 왕청월은 단목극이 묘사한 첫 번째 관문에 대해 듣고는 마음이 동했다.
게다가 단목극이 그곳에서 가져온 옥패를 직접 보여준 순간, 왕청월은 그것이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원고 시대의 법보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세 번째 관문이 문제였다. 1천 년 전 그들이 그곳에서 물러날 수 있었던 것은 전수품을 통해 통로를 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세 번째 관문에 있었던 기이한 생물이 만약 1백 마리 정도에 불과했다면 어쩌면 그의 수준으로 안전하게 넘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생물의 수는 어마어마했다.
그 생물은 기이했고 그것들은 대부분의 술법을 무시했다. 체내에 불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물리칠 수 있었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 그나마도 위험했다. 게다가 그것들은 몸에 달라붙어 영혼을 흡수했다.
단목극은 그런 공격으로부터 신식을 보호할 법보들을 찾았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법보는 굉장히 적어, 오랜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몇 개 찾아낸 것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는 세 번째 관문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투성에서 사주술을 다룰 줄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의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 스쳐지나갔다. 사주술은 신식으로 공격하는 법술이었다. 만약 그 자의 도움에 자신의 법보까지 더하면 세 번째 관문도 안전하게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단목극은 한제를 추격했고 마침내 붙잡았다. 이제 그는 고대 신의 땅에 이를 때까지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더구나 육욕마군도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될 자를 데려왔으니 고대 신의 땅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이상한 변화의 시작
이 고대 신의 땅은 네 번째 관문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손에 넣은 전수품의 기록을 보면 이 네 번째 관문은 사실 하나의 전송진이고 그 전송진이 곧 고대 신의 시체라고 했다.
이 전송진에 도착하면 그전의 관문에서 들인 시간과 소득에 따라 각 수련자는 고대 신의 시체에서 서로 다른 부분으로 보내진다고 적혀 있었다. 들인 시간이 적을수록 진입 위치가 좋아지는 식이었다.
심지어 그 전송진을 통해 곧장 고대 신의 경맥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었다.일단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는 응고된 영력으로 만들어진 구슬뿐만 아니라 여러 단약의 찌꺼기들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전수품의 기록에 따르면 그 찌꺼기 중 영변단의 성분도 남아 있었다. 이는 고대 신의 입장에서는 찌꺼기였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확실한 영변단이었다.
사실 그는 가장 빠르게 첫 번째 관문과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관문에서의 상황은 결코 좋지 못했다.
그가 모은 법보로는 잠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지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네 번째 관문으로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그와 왕청월은 꼼짝 없이 그 자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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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육욕마군은 세 번째 관문에서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네 번째 관문으로 통하는 출구를 찾고 있었다. 유혼들을 마주치면 곧장 청년의 몸을 휘둘렀는데 그때마다 청년의 몸에서 진한 파란 빛이 번쩍거렸고 유혼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육욕마군을 포기하고 그 젊은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청년의 시체 안으로 들어간 유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떤 때는 한꺼번에 1천 마리가 넘는 유혼들이 동시에 달려들기도 했는데 이 역시 소용없었다.
육욕마군은 손에 쥔 시체를 보고 냉혹한 미소를 지었다. 두 번째 관문에서는 그 망할 녀석 때문에 번개에 맞아 수준이 화신기 초기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고대 신의 몸속에 들어가 영변단을 얻을 수만 있다면 곧장 영변기 고수가 될 것 아닌가?’
그렇게만 되면 수마해는 물론이고 주작국을 제외한 주작성에서 그는 어딜 가든 거리낌 없이 세상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더욱 빠르게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고대 신의 땅에서 전해져 내려온 전수품은 그의 손에도 들려 있었다. 사실 이는 그의 사부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당시 사부는 이 물건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고대 신의 땅으로 가자고 설득했다.
세 번째 관문에서 목숨을 잃기 전, 그의 사부는 죽기 직전 그것을 육욕마군에게 넘겨주었다. 원래 그의 사부는 그 물건으로 통로를 열어 빠져나갈 작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주 한 강력한 마수의 눈에 띄어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부의 죽음을 목도한 육욕마군은 전수품을 챙긴 뒤 곧장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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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고왕은 어느 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네 개의 깃발이 회전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보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밝은 빛이 번쩍거렸다.
그 빛은 주위를 부유하는 유혼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수많은 유혼이 그를 노리고 있었으나, 감히 보탑의 빛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고왕의 표정은 약간 구겨져 있었다. 그는 두 번째 관문을 떠나던 당시 보라색 번개에 적중당하면서 영혼으로 이어져 있던 법보를 잃고 겨우 살아나면서 원영기 후기까지 수준이 떨어진 상태였다.
세 번째 관문에 진입한 그는 더 깊은 곳으로 향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장자리의 돌 위에 앉아 최대한 빨리 화신기 수준으로 회복하기를 바라면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더구나 세 번째 관문으로 통하는 소용돌이가 이전과는 달리 임의적으로 도착 위치를 배정했는데 고왕은 하필 세 번째 관문의 중앙 지역으로 떨어졌다. 만약 그가 소용돌이 밖으로 나온 순간 곧장 보탑을 꺼내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유혼들에게 영혼을 빼앗겼을 것이었다.
그로서는 그저 얌전히 탑에 의지해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이전의 일들을 떠올린 고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자신을 이 상황으로 몰고 간 자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뒤덮을 듯했다.
그는 그 자의 정체를 줄곧 생각해봤는데 그 한제라는 자 외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겨우 결단기에 불과한 그 자가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이를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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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이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도 한제의 신식은 계속해서 확산되면서 점차 세 번째 관문 전체를 훑었다. 이곳의 탄혼은 하나뿐이었으나, 유혼의 수는 많았다.
한제는 네 번째 관문으로 진입하는 입구 역시 이미 찾았다. 그 입구는 서북쪽 방향에 치우쳐 있었고 세 번째 관문 전체에 퍼져 있는 유혼 수의 4분의 1 정도가 지키고 있었다.
한제는 굴복시킨 유혼들을 통해 정보를 모았다. 유혼들은 한제의 명에 따라 육욕마군과 고왕을 찾아냈다. 허나 정작 한제가 놀란 것은 단목극과 왕청월도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제는 고민 끝에 고왕이 있는 곳으로 신식을 뻗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고왕의 수준이 가장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한곳에 못 박힌 듯 꼼짝도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의 신식은 고왕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는 잔뜩 표정이 구겨진 고왕을 한참이나 조용히 살폈다.
이곳에서 수많은 유혼을 삼키면서 한제의 신식은 상당히 커져 있었다. 당시 역외 전장에서 불렸던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질적으로는 그때보다 훨씬 나았다. 그때와 달리 그의 신식은 극의 경계에 이른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고왕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어딘가를 응시했다. 그곳에는 시커먼 어둠뿐이었지만 그는 그곳에 뭔가 다른 신식의 존재가 느껴졌다. 더구나 이 신식이 나타나자마자 사방에 가득하던 기이한 생물들이 곧장 흩어졌다. 보탑의 빛에 언뜻 드러난 그들의 얼굴에는 겁에 질린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것을 본 고왕은 심장이 덜컥했다. 그는 곧바로 환약 한 알을 집어 삼켰다. 보탑의 빛을 계속해서 밝힐 수 있도록 영력을 유지시켜주는 약이었다.
한제는 보탑의 빛에 감싸인 고왕을 보고 신식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휘이이익.
순간 사방으로 달아나던 열 마리의 유혼이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보탑의 빛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보탑의 빛에 달려든 순간, 보탑에서는 거대한 저항력이 용솟음 쳤고 열 마리의 유혼은 푸른 연기를 피워 올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보탑의 빛 역시 약간 어두워졌다.
한제는 다시 신식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1만 마리 이상의 유혼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그 보탑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왕은 재빨리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고 연속적으로 보탑을 향해 영력의 빛을 내뿜었다. 한 갈래 빛을 내뿜을 때마다 그는 지친 기색이었다. 결국 마지막 한 갈래의 빛을 내뿜은 그의 얼굴은 잿빛이 됐고 수준은 원영기 중기까지 떨어졌다.
그때 사방의 유혼들이 몇 개 조로 나뉘어 공격을 해왔다. 보탑의 빛에 유혼들은 1백 척 이상 다가오지 못했지만 이는 이전보다는 훨씬 가까워진 상태였다.
고왕의 얼굴에 두려움이 어렸다. 그는 이미 온힘을 다한 상태였지만 유혼의 수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었다. 1천 년 전 이곳에 왔던 그의 선배들도 저들을 저지하지 못했는데 하물며 그는 수준이 대폭 떨어진 상태였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제는 직접 나서지 않고 유혼을 통제할 수 있는 탄혼의 특성을 활용했다. 고왕은 압도적인 수의 유혼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이 세 번째 관문은 실질적인 죽음의 관문으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 들어온 자 대부분은 육욕마군의 사부처럼 이 세 번째 관문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유혼은 쉽게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고 수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설사 그것들이 소멸된다고 해도 탄혼이 있는 한 다시 살아나기 마련이라, 죽여 봐야 소용없었다.
한제가 이곳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다닐 수 있는 것은 당초 역외 전장의 틈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 때문이었다.
만약 당시 그가 등화원의 공격에 의해 육체를 잃지 않았더라면 사도환이 자신의 원영을 잠재우는 대가로 한제의 신식을 살려놓지 않았더라면 한제의 신식이 우연히 역외 전장의 틈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다시 깨어난 그가 유혼들을 삼켜 몸집을 불림으로써 결국 탄혼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중 한 가지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한제는 이렇게 유혼들의 왕과 같은 존재로 군림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모두가 보고 기겁하는 유혼은 한제의 눈에 그저 먹이에 지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만약 이 먹이가 없었다면 한제는 고왕 등이 보기에 약간 똑똑한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 정도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난다. 한 마리 개미도 어떤 환경에서는 코끼리를 깨물고 가벼운 볏짚도 낙타를 깔아뭉갤 수 있었다. 상식이나 합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예를 들면 첫 번째 관문에서 목숨을 잃은 맹타자가 갑자기 세 번째 관문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시 나타난 것처럼…
고대 신의 땅 세 번째 관문. 소멸의 공간과 연결된 이곳의 서남쪽 구석에 갑자기 하얀색 빛 하나가 나타났다. 이 빛은 빠르게 불어나더니 결국에는 찢어진 균열 같은 모양새를 갖추었고 그 둥그스름하고 불규칙적인 틈이 점점 그 안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그 틈에서 기다란 손톱과 뾰족한 뼈가 잔뜩 돋은 두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손톱은 거무스름했고 서늘한 눈빛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두 손에는 농양이 가득했는데 모든 농양 안에서는 뾰족한 뼈가 삐져나와 있었다.
이 기이한 한 쌍의 손은 벌어진 틈의 양옆을 쥐고 좍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