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52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 우주를 뒤덮을 듯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 앞에 수련자는 개미보다도 더 작아 보였다.
“공의 문이다!”
“고 공의 문!”
달아나던 사도환은 충격을 받은 듯 표정이 급변했다.
“하필 이 와중에 저들 중 본원을 완성한 자가 있단 말인가!”
바짝 졸아든 용반자의 두 눈에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부자 역시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허공에 나타난 거대한 공의 문을 향한 그의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르는 것이 이렇게도 쉽단 말인가. 전장에서 본원을 완성하다니!”
하지만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주진이었다.
“이, 이 기운은⋯⋯.”
그는 한제의 노예로 체내에는 한제가 남긴 낙인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의 그 누구보다 한제의 기운에 익숙했고 공의 문에서 풍기는 익숙한 느낌에 혼비백산했다.
한편 청의의 청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서늘한 빛을 번득이며 공의 문을 살폈다.
“계내 수련자 중 누가 본원을 완성했는지 봐야겠구나. 세 번째 단계에 이르자마자 죽여주마!”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들이 이렇게 충격을 받았을 정도이니 보통의 수련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계외, 계내 할 것 없이 모두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누, 누가 이런 순간에 공의 문을…?”
“믿을 수가 없군!”
우렁찬 소리와 함께 공의 문이 나타나자 전투는 자연스레 중단됐다. 계내, 계외 할 것 없이 수련자들은 모두 누가 이 공의 문을 소환했는지 알아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 주인공을 찾아내지 못했다.
웅성거림이 커지고 있을 때, 공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기운이 점점 증폭되기 시작하더니 위압감 또한 갈수록 묵직해졌다. 이 위압감은 주위의 수련자들을 제압하며 멀리 퍼져 나갔다.
이에 주진은 또 한 번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의 문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그의 상상을 초월해 심신이 뒤흔들릴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대… 대체 몇 갈래의 본원을 완성한 것이냐! 저 공의 문은 내가 열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해!’
청의의 사내 역시 심신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서늘한 눈을 번득이며 고개를 들어 점점 또렷해지는 공의 문을 응시했다.
곧 완전한 실체를 갖춘 공의 문은 우주 한가운데 우뚝 떠올라 밝은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칠흑 같은 어둠에 뒤덮여 있던 우주가 환해졌다.
이 빛에 실린 강력한 위압감에 수련자들은 무릎을 꿇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수준이 낮은 수련자 중에는 벌써 꿇어앉은 자들도 있었다.
뒤이어 요란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공의 문 너머로 어마어마한 번개가 흘러나오면서 주위를 진동시켰다.
“천둥번개의 본원!”
청의의 사내가 두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그리고 그 순간, 이글거리는 불바다가 나타나 공의 문 주위를 맴돌았다.
“화염의 본원!”
사내의 얼굴은 전보다 더욱 어두워졌다.
화염의 본원이 나타난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한 줄기 힘이 공의 문 주위에 나타났다.
심신을 빨아들이는 듯한 이 힘은 흐릿한 하나의 낙인이 됐는데 그곳의 누구도 그 낙인을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다.
이 낙인은 인과인(因果印)으로 수련자들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또렷하게 본다면 곧장 낙인에 빨려 들어가 죽게 될 터였다.
“저, 저건 원인과 결과의 본원 아닌가! 세 가지 본원으로 공의 문을 소환하다니! 내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야!”
청의의 사내는 바짝 졸아든 눈동자를 번득이며 급변한 표정으로 외쳤다.
남운자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로 세 갈래 본원의 기운을 느끼며 공의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세 번째 단계에 대한 유혹을 참아내고 세 가지의 본원을 손에 넣은 자가 있다니! 저자가 공의 문을 열면 공열기 초기 수준으로도 공령기 초기의 수련자를 능히 당해낼 수 있을 터!’
사도환과 용반자 노부자 등도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저 문의 등장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지 재난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어째 한제와 비슷한 느낌이⋯⋯?’
사도환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한데 정작 소란을 일으킨 주인공인 한제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곳은 선강(仙罡) 대륙
“삶과 죽음의 본원!”
한제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낮게 외쳤다. 그러자 주위 공간이 바르르 진동했고 그를 뒤덮은 붉은 빛 너머로 삶과 죽음의 본원이 나타났다.
“내 왼손은 삶이고⋯⋯.”
한제의 목소리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위엄이 어려 있었다. 그의 말이 곧 규칙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곧 왼손에 하얀 연기가 나타나 꿈틀거리며 낙인이 됐다. 무궁무진한 생기를 품은 낙인에는 하늘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나의 오른손은 죽음이다.”
뒤이어 오른손에는 한 덩어리 검은 연기가 나타났다. 강력한 죽음의 기운을 풍기는 이 연기에는 대지의 힘이 어려 있어 왼손에 나타난 생기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 이한제가 곧 삶과 죽음의 세상이다!”
한제는 합장하며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흑백의 빛이 손으로 스며들면서 밝은 빛을 사방으로 발산했다.
“생사인(生死印)!”
한제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다섯 번째 신통술, 생사인이었다.
합장했던 두 손을 떼자 흑백의 빛은 그대로 날아올라 생사인을 형성하면서 한제의 주위를 맴돌았고 앞선 세 개의 본원과 융합했다. 생사인은 하늘을 죽이고 땅을 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콰르릉!
공의 문이 다시 한번 우렁차게 울렸다. 그 소리에 담긴 위압감에 이제는 거의 모든 수련자가 꿇어앉은 상태였다.
“네 갈래의 본원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이건 말도 안 돼!”
청의의 사내는 거의 토해내듯 외쳤다.
“네 가지 본원이라니, 누군지는 몰라도 하늘의 총애를 받고 있는 모양이군. 저 상태로 공의 문을 연다면 공령기 중기 수련자도 우습겠어. 대체 누구란 말인가! 만약 계내 수련자라면 반드시 죽여서 후환을 없애야 할 터!”
한데 그때, 공의 문이 또 한 번 진동하더니 더욱 묵직해진 위압감과 함께 강력한 힘을 뿜어냈다. 이 기세는 폭풍을 형성했고 주위의 수련자들은 재빨리 흩어졌다. 그리고…
공의 문에서는 다섯 번째 본원인 진실과 거짓의 본원이 나타났다!
그 순간, 공의 문은 곧장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 허상의 공의 문이 나타났다. 누구도 나란히 선 두 개의 문 중 무엇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다섯 번째 본원! 말도 안 돼! 저 상태로 공의 문을 연다면 공령기 후기 수련자와도 맞설 수 있게 될 거야!”
주위의 모든 수련자는 심신을 덜덜 떨며 끊임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때, 남운자가 눈을 번득였다. 공의 문을 소환한 자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자신들에게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곤허성역의 수련자들이여, 공의 문에는 신경 쓰지 말고 저들을 죽여라!”
남운자의 낮은 고함에 멍하니 있던 계내 수련자들이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이어서 남운자는 곧장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청의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사도환과 용반자 노부자 등도 일제히 몸을 날렸다. 그들의 뒤로 계내의 수련자들이 따라붙었다. 또다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때, 저 먼 곳에서 차디찬 코웃음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한 줄기 보라색 안개가 나타났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든 보라색 연기는 눈 깜짝할 사이 전장 근처에 이르더니 남운자와 충돌했다.
콰쾅!
“크아악!”
남운자는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해내며 주작성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태고오존이다! 얼른 주작성으로 물러나 진으로 대항하라!”
그가 외친 순간, 보라색 안개는 사도환과 용반자 노부자를 휩쓸었다. 노부자는 육신이 무너져 내린 채 허약해진 원신만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다.
사도환은 온몸으로 금빛을 번득이며 청림이 준 옥패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옥패가 곧장 붕괴하면서 충격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고 사도환은 피를 토하며 뒤로 다급하게 물러났다.
용반자 역시 육신이 흩어졌다가 다시 응집했지만 다시 투명해지려 했다. 이에 그는 곧장 소매를 휘둘러 사도환과 노부자의 원신을 데리고 주작성으로 향했다.
수천 명의 계내 수련자도 남운자의 명령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물러나 주작성으로 돌아왔다.
서서히 흩어진 보라색 안개 속에서는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엄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공의 문을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가 아주 살짝 졸아들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몇 달 동안 여기 하나를 함락하지 못하다니! 나를 따르도록 해라!”
코웃음을 치며 공의 문으로 향했던 시선을 거둔 노인이 주작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비록 지금은 분신으로 나타났지만 계내 수련자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태고오존 중 하나인 허신천존이었다.
주작성 너머로는 겹겹의 빛이 나타나 사방으로 파문을 발산했다. 이 진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해서 강화된 결과 매우 견고한 상태였다.
“흥! 조잡하군!”
허신천존은 냉소하며 파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걸음을 뗄 때마다 진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격렬한 변화가 일었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허신천존의 뒤로는 청의의 사내와 주진이 따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공의 문 때문에 놀랐던 마음을 천천히 진정시켰지만 주진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그때, 주진의 두 눈이 돌연 휘둥그레졌고 얼굴도 가면처럼 차게 굳었다.
청의의 사내 역시 고개를 홱 들어 공의 문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여, 여섯 번째 본원! 세상에 여섯 개의 본원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심지어 허신천존도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상태였고 표정 또한 매우 어두웠다.
한편, 한제는 아득한 허공에서 손을 휘둘러 진실과 거짓의 본원을 응집시키더니 그것으로 여섯 번째 신통술인 진가영항인(眞假永恒印)을 만들었다.
다섯 개의 본원을 모두 완성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저물공간이 쩌적 하고 벌어지더니 그 안에서 한 자루의 검이 휙 튀어나왔다. 살육의 본원을 완성한 청수가 만들어낸 이 법보는 살육의 본원 그 자체이기도 했다.
한제는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며 검을 움켜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러자 검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어두운 붉은 기운으로 흩어지더니 한 덩어리 안개가 되어 한제를 감쌌다. 뒤이어 한제가 호흡할 때마다 전신의 땀구멍을 통해 그의 체내로 스며들어 여섯 번째 본원이 됐다. 바로 살육의 본원이었다.
안개를 모조리 흡수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한제에게서는 일종의 광기와 짙은 살기가 흘러나왔다.
“나 이한제는 오늘 여섯 개의 본원을 완성함으로써 공의 문을 열고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될 것이다! 크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