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54
더욱이 본원이 많을수록 그 본원들로 소환된 공의 문을 열기란 더 힘들어지는 법이고 한제처럼 여섯 개의 본원으로 공의 문이 소환한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 나타나 있는 문은 지금까지 계내외를 통틀어 나타난 가장 강한 공의 문인 셈이다.
이 문을 열려면 청수가 공의 문을 열 때 들인 힘보다 몇 배는 더 필요할 터였다.
대신 여는 데 성공한다면 한제는 공의 문의 힘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여섯 개의 본원까지 전부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의 수준은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 문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신 나는 이전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을 방법으로 이 문을 열 것이다!’
한제는 백발을 휘날리며 주먹을 쥔 채 돌진했다. 공의 문과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 이한제의 이름으로 온 세상의 천둥번개에 명한다!”
그 순간,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무궁무진한 번개가 한제의 오른손을 뒤덮었다. 한제는 그대로 공의 문에 주먹을 휘둘렀다.
‘절대 못 열 것이다! 저렇게 많은 본원으로 소환된 문은 열 수 없어!’
주진은 절망적인 눈으로 제발 한제가 공의 문을 열지 못하기를 기원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원이 많을수록 문은 열기 어려워진다. 분명 문 앞에서 실패할 터! 그리고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청의의 사내 역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는 공의 문을 열지 못하게 막으려다가는 오히려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격이 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편, 허신천존은 냉소하고 있었다.
‘운이 좋아 여섯 개의 본원을 차지한 모양이나 그게 무슨 소용이냐!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저놈은 공의 문 아래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들은 한제가 공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반면 계내 수련자들은 한제가 공의 문을 열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한제야, 반드시 열어야 한다!’
사도환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은 청림의 도움을 받고도 공의 문을 여는 데 얼마나 힘겨웠던가? 하물며 저 공의 문은 그보다 몇 배는 강했으니 사도환으로서는 한제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남운자와 노부자 용반자 청룡성황 등은 긴장한 모습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중요한 시기가 오면 온 힘을 다해 한제를 도울 생각이었다.
특히 청룡성황은 더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제와 알고 있었고 상대가 사성종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사성종에서 전해 내려오는 네 가지 법보를 소환했다. 언제든 한제를 돕기 위해서 준비해둔 것이다.
그 무렵, 한제는 천둥번개로 둘러싸인 채 공의 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거대한 문에 비교하면 그는 티끌 같아 보였지만 그 티끌만 한 몸에서는 온 세상을 뒤흔드는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한제는 당시에도 공의 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공의 문에 작은 틈을 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 비록 여섯 개의 본원을 전부 융합하지는 못했지만 천둥번개의 힘만 해도 당시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콰쾅!
이내 그의 주먹이 공의 문에 꽂히자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방이 진동했고 이에 수만 명의 수련자가 피를 토해내며 나가떨어졌다.
거대한 공의 문은 크게 흔들렸고 약간의 틈이 벌어지듯 열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공의 문이 아주 살짝 열린 그 순간, 한제는 고함을 내질렀다. 이 고함에 곤허성역에서는 줄기줄기의 번개가 나타났다. 마치 한제의 소환을 받아 나타난 듯한 이 번개들은 사방에서 주작성을 향해 몰려들었고 곤허성역 전체가 바들바들 진동하기 시작했다.
성역 곳곳에서 계내 수련자들을 추격하던 계외 수련자들 역시 이 우렁찬 천둥소리와 번득이는 번개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심신이 떨려왔다.
멀리서 보면 곤허성역을 채운 천둥번개는 거의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번개들은 몰아치는 파도처럼 각각의 수련성과 계외 수련자를 훑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왜 이렇게 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난 거지? 설마 천둥번개를 호령할 수 있는 법보라도 나타난 건가?”
“천둥번개들이 모두 주작성이 있는 방향으로 몰려가고 있어! 그곳에 무슨 변고가 일어난 건가?”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곤허성역을 채운 천둥번개가 훑고 지나간 순간, 그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살아남은 계외 수련자들은 표정이 급변했다.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뿜어낸 줄기줄기의 신식도 곤허성역 전체로 뻗어나갔다.
문이 열리다
한편 허신천존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는 이 천둥번개의 본원이 어떻게 이토록 강력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절대 보통 천둥번개의 본원이 아니야! 천둥번개를 다루는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조차 이토록 강력한 기세를 발산하지는 않았…’
그때, 전보다 더욱 격렬한 소리가 들려오면서 허신천존의 생각도 중간에 끊어졌다. 곤허성역을 가득 메운 천둥소리조차 묻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소리에 안색이 급변한 그는 신식을 펼쳐 상황을 확인하다가 찬 숨을 들이켰다.
“마, 말도 안 돼!”
태고오존의 일인인 그를 이렇게까지 놀라게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신식을 통해 무궁무진한 천둥번개가 운해성역 안에서도 이쪽으로 몰려드는 광경을 확인한 것이다. 곤허성역 하나의 천둥번개를 통제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납득할 수 있었지만 이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운해성역을 뒤덮은 안개 속에서 몰려든 번개들은 한데 모여 곤허성역과 운해성역 사이의 장벽을 뚫고 들어왔다.
물론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소하성역의 천둥번개도 칠흑처럼 어두운 우주를 환하게 밝히며 유성처럼, 혹은 은빛 뱀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꽈르릉!
허공을 가르는 천둥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밀려드는 수많은 번개에 계외 수련자들은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이게 대체⋯⋯?”
같은 시각, 나천성역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유일하게 아직 계외의 침공을 받지 않은 나천성역의 계내 수련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대량의 번개가 곤허성역 쪽으로 돌진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제의 소환에 가장 마지막으로 따른 것은 파괴된 뇌의 선계 대문에 깃든 불멸의 천둥번개였다. 이 번개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진동하다가 수만 년 만에 날아올라 곤허성역을 향해 돌진했다.
계내 4대 성역의 모든 천둥번개가 주작성을 향해, 한제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계내와 계외가 이전처럼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다면 서로 통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테지만 지금 봉계의 진에는 계외 수련자들이 만든 커다란 틈이 있었다. 이에 한제의 고함은 그 틈을 통해 계외 태고 성신으로까지 퍼져 나갔다. 그러자 드넓은 태고 성신의 허공에서 돌연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천둥번개가 나타나 운해성역을 향해 달려들었다.
계외 수련자 중 천둥번개와 관련한 술법을 익힌 이들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고 그들 체내의 원력은 제멋대로 튀어나와 번개의 형태로 흘러나갔다.
이렇게 계외 태고 성신에서 나타난 천둥번개는 계내로 진입해 주작성으로 향했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주작성 밖, 계내와 계외 곳곳에서 날아든 천둥번개가 전부 모여 있었다.
이곳의 계외 수련자들은 칠규로 피를 줄줄 흘리며 각자 신통술로 대항하려 했지만 이미 눈앞이 흐릿해진 상황이었다.
그때, 한제가 오른손으로 공의 문을 가리켰다. 계내와 계외의 모든 천둥번개의 힘으로 공의 문을 가격하는, 지금껏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방법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콰콰쾅! 펑! 콰르릉!
우렁찬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수많은 번개가 공의 문을 때렸다. 마치 번개 대군이 공의 문을 함락시키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대한 문에는 줄기줄기 미세한 균열이 일어났고 그 순간 더 많은 천둥번개가 균열로 달려들었다.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공의 문은 가장자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까마득한 천둥번개에 둘러싸인 공의 문은 심지어 태양보다도 밝은 빛과 함께 폭발했다.
“부서져라!”
한제가 외친 순간, 공의 문의 우측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좌측 역시 번개의 강력한 빛 아래 붕괴했다.
공의 문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순간, 무너진 공의 문 안에서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나더니 한 줄기 강물처럼 거대한 힘을 한제에게 쏘아 보냈다.
쏴아아!
마치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힘이 다가왔지만 한제는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러 그 힘을 다시 회오리 안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공의 문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제 한제의 수준은 순식간에 세 번째 단계인 공의 경계, 공열기 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준일 뿐이었다. 공의 문을 파괴함으로써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의 기운만을 가졌을 뿐, 공의 문의 힘을 흡수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힘을 흡수했다면 한제는 천둥번개의 본원만으로 공열기 초기에 이르고 말았을 것이다. 한제가 여섯 개의 본원이 완성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온 그로서는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한편, 청의의 사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믿기 힘든, 충격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저, 저자가 설마⋯⋯?’
그때, 한제의 서늘하고 고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더!”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무너진 공의 문에서 형성된 회오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전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위압감을 발산했다. 이 위압감에 주위의 허공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이내 회오리는 사라져 버렸고 그 자리에 또 하나의 공의 문이 나타났다.
이 문은 이전의 문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만큼은 훨씬 짙었다.
“봉계의 지존, 오만하구나!”
복잡한 눈빛의 허신천존이 처음으로 한제를 봉계의 지존이라고 칭했다.
세 번째 단계 수련자는 공의 문의 힘을 흡수해 체내에 응고시켜 세 번째 단계에 이른다. 힘을 빼앗긴 공의 문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진다. 이때 파괴된 공의 문을 빨리 흡수하지 않으면 무너졌던 공의 문이 다시 응집되면서 이전에 흘러나왔던 힘이 사라져 버린다. 수련자 입장에서는 공의 문을 파괴하기 위해 들인 노력과 수고가 헛것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더욱이 다시 응집된 공의 문은 그 전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해지기 때문에 다시 파괴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공의 문을 열기 전에도 세 번째 단계 수련자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니 공의 문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저자를 저지할 수는 없지.’
허신천존은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방금 전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원하는 것은 그저 공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각각의 본원으로 공의 문을 열어 여섯 개의 본원을 가진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되려는 게야! 더없이 어려운 일이지만 성공한다면…‧?’
한편, 회오리 안에서 허상처럼 다시 나타난 두 번째 공의 문에 계외 수련자들만이 아니라 사도환 등 계내 수련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한제는 몇 차례 공의 문을 지켜보면서 이 문을 파괴할 때마다 발산되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여섯 개의 본원을 융합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공의 문의 힘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두 번째 공의 문이 나타난 순간, 두 눈을 번득인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외쳤다. 세상의 규칙과도 같은 위엄을 풍기는 목소리에 온 우주가 바르르 진동했다.
“화염의 본원, 이 이한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공의 문을 불살라라!”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아홉 가지 색의 화염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 천둥번개가 그러했듯이 곤허, 운해, 나천, 소하, 심지어는 계외 태고 성신에서도 화염이 나타났고 곧장 공의 문을 향해 돌진해왔다.
누구도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바다를 이룬 채 달려든 화염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이에 공의 문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