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56
뒤이어 펑, 펑 소리가 들려오면서 여섯 개의 본원이 빠르게 융합했고 이제 한제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순식간에 공령기 중기에 다다랐다.
또한 공의 힘이 녹아듦에 따라 한제의 육신 역시 끊임없이 제련되고 있었다.
잠시 후, 한제의 육신은 진정한 한계를 돌파하면서 두 번째 단계 절정에서 마침내 한 발을 내딛었다.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 한 걸음은 그의 기운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수준 역시 높여 진정한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로 거듭나게 했다.
이제 한제는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였다.
한제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연기기부터 문정기까지의 첫 번째 단계는 일반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시기다. 그 시기를 지나 규열기에 이르면 첫 번째 환골탈태를 거쳐 세상에 존재하는 원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세 번째 단계는 수련자가 두 번째 환골탈태를 겪는 시기다.
또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는 걸음은 하늘에 대한 강한 저항심이 드러나는 행위이기도 했다. 수련자로서의 자질은 완전히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에게는 자질이 아닌 깨달음의 제한만 남게 된다.
한제의 체내에서는 여섯 개의 본원이 계속해서 융합하고 있었다. 천둥번개와 화염의 본원에 이어 원인과 결과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의 본원까지 융합되자 한제의 진정한 수준은 순식간에 공령기 초기까지 치솟았다. 공의 문의 힘을 흡수하지 않아 그 수준에 해당하는 기운만 내뿜던 조금 전까지와 달리 진정한 그 수준의 수련자로 올라선 것이다.
한제의 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지면서 퍼져 나가는 강력한 위압감을 느낀 허신천존은 살기를 품은 채 몸을 날렸다. 공의 문이 나타났을 때는 차마 공격을 할 수 없었지만 모든 공의 문이 무너진 지금 반드시 한제를 죽여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평생 상대를 죽일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만공골문의 등장에 그의 머리는 저릿해져 있었다.
그는 힘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었다. 지금 이 분신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상관없었다. 만약 한제가 오늘 죽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 후에 자신을 죽일 것이다.
‘본원을 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야! 융합을 끝낸다면 난 저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절대 살려둘 수 없어!’
청의 사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어느새 이를 악물고 차가운 눈을 번득이며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이자 봉천랑족 선조인 주진 역시 낮은 고함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그의 뒤로 몸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붉은 늑대가 포효하며 따랐다.
세 사람의 행동에 남운자를 비롯한 계내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부상 입은 몸으로도 그들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의 온화한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그들의 귓가에서 맴돌았다.
“괜찮다!”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에 우뚝 멈춰선 남운자 등은 공의 문이 무너진 뒤 나타난 회오리 안에서 한제와 그에게 달려드는 세 명의 계외 수련자를 보았다.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세 사람을 가리켰다.
“정!”
세 번째 단계 공령기 수련자가 된 한제의 손짓에 온 우주가 그대로 멎어버렸다. 동시에 세 개의 도과를 삼킨 뒤 몽도를 발휘하는 과정 중에도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던 도념 역시 그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왔다.
그 손짓에 온몸을 바르르 떨던 주진과 청의의 사내는 온몸을 단단히 옭아매는 수많은 도념을 느끼면서 그대로 멈춰버렸고 오직 허신천존만이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속도는 대폭 떨어진 상태였다.
그때, 한제가 움직였다. 평생 살육을 저지르며 살아왔던 그에게 싸움은 두렵지 않았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청의의 사내 앞에 이른 그가 두 눈을 감았다가 뜨자 사내의 눈에 혼란한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이 나타난 순간, 한제는 상대를 향해 펼쳤던 손을 움켜쥐었다.
“인과인!”
“크아악!”
청의의 사내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피를 왈칵 토하더니 나가떨어졌다. 공현기 초기 수준의 그였지만 연이은 전투로 부상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탓에 그의 현재 수준은 공령기 절정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제가 발휘한 정신술의 영향까지 받은 터라 반격초자 할 수 없었다.
인과인을 발휘한 한제의 오른손에는 한 줄기 안개가 쥐어져 있었다.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체내로부터 그 안개를 발산한 청의의 사내는 온몸을 바르르 떨더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듯 표정을 잔뜩 구겼다.
한제가 그로부터 뽑아낸 것은 한 줄기 인연의 힘이자 도념의 힘이었고 푸른색 옷을 입은 사내의 본원이었다.
안개는 빠져나오려는 듯 짧은 순간 수차례 얼음으로 바뀌었지만 한제는 그것을 꼭 쥔 채 절대 놓지 않았다. 인과인은 그만큼 포악하고 거칠었다.
본원 역시 원인과 결과의 일부였다. 사람이 원인이고 수준이 연으로 작용해 세 번째 단계의 본원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발을 휘날리고 있는 지금의 한제는 당시의 장존처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허신천존
“본원 역시 원인과 결과다. 펼친 손바닥은 원인이고 말아 쥔 주먹은 결과지. 그 정도 수준에 이르기도 쉽지 않았을 테니 오늘은 살려주겠다. 대신 네 본원을 취해 1천 년간 봉인해둘 것이니, 당장 전장을 떠나라!”
온 세상이 담긴 듯한 한제의 깊은 눈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청의의 사내에게로 떨어졌다. 그러자 청의의 사내는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며 피를 토해냈고 한제의 손짓에 따라 저 멀리까지 나가떨어졌다. 한참 뒤에야 겨우 멈춰선 그의 두 눈에서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신통술이냐?”
“꺼져라.”
사내의 질문에 한제는 덤덤하게 답했다. 한없이 평온한 목소리인데도 청의의 사내에게는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체내로 밀려든 엄청난 기세에 심신이 진동했고 급기야 원신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겁에 잔뜩 질린 그는 다급하게 달아났다. 그는 본원을 모조리 빼앗긴 상태는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절반 이상을 앗아간 한제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신통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장존의 정중로월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허나 마음 한쪽에서는 분노가 솟아올랐다. 만약 몸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이토록 쉽게 본원을 빼앗기지는 않았을 터였다.
‘난 공현기 수준의 수련자다! 가만두지 않겠어!’
그는 속으로 울부짖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한제는 곧장 돌아서더니 정신술 아래 속도가 매우 느려졌음에도 살기를 품은 채 달려오고 있는 허신천존을 바라보았다.
“그때의 싸움을 오늘에서야 마무리 짓게 되겠군.”
한제는 평온하면서도 싸늘한 두 눈으로 허신천존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딛었다.
“만하허신도(萬霞虛神道)!”
그때, 허신천존이 낮게 고함을 내지르며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뒤로 거대한 균열이 하나 나타났고 그 안에서 수많은 향불의 혼이 튀어나와 노을을 이루었다. 노을 안에서 나타난 흐릿한 모습의 거대한 조각상이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저자를 짓눌러 우주의 심연에서 영원히 나오지 못하는 혼으로 만들어버려라!”
허신천존이 분노를 담아 외치며 두 손을 뻗자 사방을 뒤덮은 수많은 조각상이 노을 아래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거의 동시에 한제의 아래쪽에서는 거대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신통술로 인해 나타난 회오리 안에서는 수많은 원혼이 울부짖으며 길게 늘어지듯 튀어나와 한제의 주위를 뒤덮더니 그를 회오리로 잡아끌었다.
한편 한제의 상공에는 공의 문이 무너져 내리면서 형성된 회오리도 아직 남아 있었다.
한제는 위아래로 회오리에 갇힌 셈이었다. 또한 그 두 개의 회오리 사이에는 허상으로 나타난 만 개 이상의 조각상이 돌진해오고 있었다.
“죽어라!”
허신천존은 포악하게 외치며 오른손을 들어 보라색 안개를 소환했다. 이 안개는 곧 허신천존의 손에서 한 자루 장창으로 변했다. 허신천존은 곧장 한제를 향해 창을 던졌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른 창은 무궁무진한 안개를 이끌고 날아들었다.
그 순간, 저 멀리 달아나고 있던 청의의 사내가 우뚝 멈춰 서서 갈등하는 듯하더니 방향을 틀어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도망칠 기회를 포기하고 끝장을 보려는 속셈이었다.
한제는 덤덤했다. 수많은 조각상이 코앞으로 달려드는 와중 급기야 두 눈까지 감은 그는 그저 한 걸음씩 여유롭게 내딛을 뿐이었다. 그 속도는 빠르지 않았고 순식간에 백 개가 넘는 조각상이 그를 가두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조각상은 한제의 몸을 그대로 관통해 지나갔다. 한제가 허상이 된 건지 아니면 그 조각상이 허상이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광경에 허신천존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이게 무슨 조화냐!”
한제의 보폭은 빠르지 않아 보였지만 눈 깜짝할 사이 허신천존의 코앞에 이르렀고 손을 들어 상대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허공을 꾹 눌렀다.
“생사인!”
왼손은 삶, 오른손은 죽음이었다. 전방의 허공을 누른 한제의 오른손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검은 연기가 허공을 뒤덮자 허신천존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한제의 손바닥에 죽음의 기운이 깃들어 있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저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삽시간에 생기를 잃고 죽은 공간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의 예상대로 죽음의 공간으로 변한 주위의 우주는 곧장 수많은 균열을 드러내며 무너져 내렸고 동시에 엄청난 죽음의 기운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콰쾅!
굉음과 함께 허신천존은 수백 척을 밀려났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가 오른손으로 허신천존을 다시 한번 가리켰다.
“정!”
이에 허신천존의 움직임은 더욱 느릿해졌다. 그는 낮은 고함을 내지르는 한편 이 늪에 빠진 듯한 느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볼 한제가 아니었다. 정신술을 발휘함과 동시에 허신천존의 코앞에 이른 그는 오른손으로 상대의 미간을 건드렸다.
“천둥번개!”
그와 동시에 한제의 오른손 검지 끝에서 한 줄기 불멸의 천둥번개가 흘러나왔다. 계내와 계외에 존재하는 모든 천둥번개의 힘을 융합해 형성한 이 불멸의 천둥번개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강력한 수련자라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허신천존이 태고오존의 일인이라 해도 그의 수준이 비할 데 없이 높다 해도 지금 이곳의 그는 분신일 뿐이고 그 분신의 수준은 공현기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이 천둥번개의 힘은 그에게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크아악!”
한제의 손짓에 허신천존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고 동시에 미간에서 은빛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그 안쪽으로부터 뻗어 나온 수만 갈래의 은빛 실로 온몸이 뒤덮였다. 이내 콰쾅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허신천존은 이렇게 튕겨져가는 힘을 이용해 후퇴하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따라붙은 한제가 다시 오른손 검지로 허신천존의 미간을 꾹 눌렀다.
“화염!”
“으아아아!”
허신천존의 미간에서 흘러나왔던 은빛 실 아래로 줄기줄기 멸세의 화염이 확산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의 온몸을 뒤덮고 심신과 영혼으로 파고들어가 허신천존을 불살랐다.
온몸 안팎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고통에 허신천존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한제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서늘한 살기를 번득이며 오른손을 펼쳐 허신천존의 이마에 얹었다가 주먹을 쥐었다.
“원인과 결과.”
한 줄기 본원의 기운이 한제의 손에 의해 그대로 끌려 나왔다.
연이은 공격에 허신천존은 반격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정신술로 상대의 움직임을 묶어놓은 한제는 지금 하늘과 다를 바 없었다.
“삶과 죽음.”
한제는 두 손을 들어 삶을 뜻하는 왼손으로 허신천존의 가슴을 눌렀다. 그러자 허신천존의 노쇠한 몸은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듯 젊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제가 오른손을 얹자 그의 청춘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생기와 사기가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 그의 체내에서 충돌했다.
“크으으…”
허신천존의 칠규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더욱 험악해지고 있었다. 존엄한 태고오존인 그가 이렇게 굴복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
포효를 내지른 허신천존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한제의 정신술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위력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는 상대가 힘겹게 정신술에서 벗어난 순간, 오른손 검지를 앞으로 뻗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