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72
허나 정작 그들의 심신을 뒤흔든 것은 사방을 뒤덮은 채 하늘에서 강림하는 압박감이었다. 압박감 아래 이들은 대부분은 피를 토하며 경악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힘이지?”
“누구냐!”
악행을 저지르고 있던 계외의 수련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솟구쳐 올랐다. 허나 그들은 곧장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하늘에는 거대한 손바닥이 하나 있었다. 이 손바닥이 하늘을 거의 뒤덮은 탓에 밤이 찾아온 것처럼 어두웠다. 그리고 그 손바닥에는 낙인이 하나 번득였는데 그것을 응시하고 있으면 심신이 혼란해졌다.
그 낙인은 하나의 문이었다. 수많은 백골로 이루어진 만공골문!
그것은 한제의 손바닥에 영원히 낙인으로 남은 상태였다.
계외 수련자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손바닥은 주먹을 쥐었다. 그것만으로도 수련자 수천 명의 계외 수련자는 심신이 콰쾅 하고 울리며 칠규에서 연기와 같은 기운이 뽑혀 나갔다. 이 기운은 그대로 하늘을 향해 돌진했다.
인과인!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수련자는 인과인에 의해 영혼과 원신, 생기 등이 뽑혀나가면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어서 거대한 주먹은 바깥쪽으로 휙 움직였다. 그러자 수천 명의 수련자는 동시에 하늘을 향해 요란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
“크아악!”
끔찍한 비명이 수련성 전체를 뒤덮었고 허공에 떠 있던 수련자들은 하나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으며, 머리는 분리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그 머리들은 수련성을 벗어나 긴 빛을 그리며 한제의 뒤쪽에 응집했다.
수련성 밖, 한제는 수많은 생기와 영혼, 원신 등을 움켜쥔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 안에 쥐어져 있던 것들은 각자의 머리를 찾아 되돌아가 그대로 봉인돼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원인과 결과의 본원에 시달렸다.
수천 개의 머리가 동시에 또다시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고 이 비명은 우주 전역으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고작 수천… 아직 부족하다!”
한제는 신식에 걸린 또 다른 수련성을 향해 나아갔다.
★ ★ ★
소하성역 깊은 곳. 계외 세 번째 단계 수련자의 신식이 응집돼 허상을 형성했다. 이내 허상에서 튀어나온 신식의 주인은 한제에게 신식을 고정한 채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허나 이는 한제가 내버려둔 덕이었다. 만약 한제가 그러기로 마음만 먹었다면 그는 한제가 있는 곳을 찾지도 못했을 터였다.
“한 명이 오면 한 명을 죽이고 한 무리가 오면 한 무리를 죽일 것이다!”
짙은 살기를 번득이는 한제 앞에 또 하나의 수련성이 나타났다.
폐허가 된 수련성은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놀랄 정도로 짙은 기운이었다. 일전에는 많은 생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든 생명이 죽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태고 성신에는 명령족(冥靈族)이라는 부족이 있었다.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이들로 그들이 있는 공간은 짙은 죽음의 기운을 풍겼다. 이 수련성은 큰 공로를 세운 명령족에게 장존회가 상으로 내린 곳이었다.
명령족은 규모가 작은 부족으로 그 구성원 절반 이상이 현재 이 수련성을 새로운 근거지로 삼아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짙은 죽음의 기운 속에는 회색 빛을 발하는 수많은 기포가 떠 있었고 각 기포에는 포로로 잡힌 계내 수련자가 한 명씩 들어 있었다. 대부분은 여인으로 그중에는 주자홍도 포함되어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의식을 잃은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지만 옷매무세는 완전했다.
그때, 짙은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인 대지에 돌연 콰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그리고 막강한 흡입력에 3백 개의 기포가 균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자홍의 기포도 마찬가지였다.
흐릿하고 먹먹한 죽음의 기운 너머, 지면의 균열 깊은 곳에서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보라색 옷차림의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벗어진 머리 안쪽에서는 혼백의 끔찍한 얼굴이 수시로 울룩불룩 튀어나오면서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이내 그가 두 손을 휘두르자 방금 전 균열 안으로 빨려 들어온 3백 개의 기포가 그에게로 향했다.
두 눈을 번쩍 뜨며 기이한 눈빛을 번득인 대머리 사내는 기포에 들어 있는 계내 수련자들을 응시하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오직 이곳 계내에서만 우리 명령족을 굴기시킬 수 있을 터! 많은 이들이 죽을수록 죽음의 기운은 짙어지고 이런 살아 있는 영혼들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태고 성신에서는 장존회 때문에 이렇게 큰 규모의 살육을 자행할 수 없지.”
사내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휘두르자 3백 개의 기포는 펑 소리와 함께 하나하나 터져버렸다. 그러자 기포 안에 들어 있던 소하성역의 여자 수련자들은 죽음의 기운에 노출되면서 고통에 찬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육신은 순식간에 말라붙기 시작했다. 또한 칠규에서는 생기가 흘러나와 근처에서 허상으로 응집됐는데 원신과 비슷한 그 허상은 그녀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주자홍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두 눈을 감은 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의 생기는 뒤쪽에 그녀와 똑같이 생긴 허상으로 응집했다. 대머리 사내가 기이한 눈빛을 번득인 순간, 그녀와 다른 수련자들의 허상 모두 사내에게로 끌려갔다.
“명서극락(冥噬極樂)!”
대머리 사내가 낮게 외치며 두 손을 휘두르자 모든 허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그의 곁에 이르렀다. 사내는 잔인하게 번득이는 눈빛으로 입을 쩍 벌렸다.
“미개한 놈이로군!”
그때, 누군가의 서늘한 비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덤덤한 동시에 천둥처럼 요란하게 울렸고 대머리 사내는 몸을 덜덜 떨었으며, 그의 두 팔은 그대로 피범벅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그는 피를 왈칵 토해내며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3백 개의 허상 역시 놀란 듯 감았던 눈을 뜬 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누구십니까? 누구시기에 명령족 족장인 제 행사를 방해하는 겁니까?”
대머리 사내는 창백한 얼굴 가득 두려움으로 물든 채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상대의 목소리만으로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자신의 두 팔이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심지어 원신마저 그대로 무너져 내릴 뻔했다.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그의 시야가 하얀 빛으로 가득 찼고 위쪽의 균열을 올려다본 대머리 사내는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한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는 백발의 사내를 보았다.
상대의 뒤로는 수천 개의 머리가 떠 있었다. 각각의 머리가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에 심신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한데 백의의 사내는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다.
“너, 너는⋯⋯?”
뒤이어 대머리 사내의 머리에서는 쾅 하는 소리가 울렸고 어떤 이름이 떠올랐다. 그 순간, 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날카롭게 외쳤다.
“명령족의 모든 부족원이여, 어서 이곳을 벗어라! 어서!”
그때, 한제의 두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고 오른손은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거대한 손의 허상이 나타나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머리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끄아악!”
명령족 족장을 붙잡은 거대한 허상의 손은 힘껏 움켜쥐어졌고 이에 대머리 사내는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뭉개진 몸과는 달리 멀쩡하게 남은 머리만은 그의 영혼과 원신을 봉인한 채 한제의 뒤로 떠오른 머리 무덤으로 향했다. 동시에 이 수련성 곳곳에서는 명령족 부족원의 기운이 하나둘 솟았다. 그 기운과 함께 나타난 명령족 부족원들은 혼란과 공포가 뒤섞인 얼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하늘과 같은 부족장의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세 번째 단계
돌아선 한제는 오른손을 가볍게 뒤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오른쪽 눈동자에서 튀어 나간 거대한 번개가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칠흑처럼 어두운 수련성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거렸다. 각 갈래의 번개는 도망치기 급급한 명령족 부족원들의 체내로 뚫고 들어가 육신을 파괴한 뒤 머리만은 온전하게 남겨서 가지고 돌아왔다. 끔찍한 비명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한제는 지금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3백 개의 허상을 조심스레 거둬 그녀들의 원래 몸으로 되돌려 놓았다.
뒤이어 그가 균열 밖으로 나가자 돌아온 번개들이 그의 뒤로 머리를 하나씩 더해놓고 오른쪽 눈동자로 스며들었다. 이제 머리는 만 개에 달했다.
이 수련성의 명령족은 이제 한 명도 남김없이 제거된 상태였다.
한제는 허공에 떠오른 채 대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대지를 뒤덮고 있던 짙은 죽음의 기운이 일제히 한제를 향해 다가오더니 하나의 공으로 응집해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죽음의 기운이 걷힌 대지는 생기를 회복했고 그 위에 떠 있던 수많은 기포는 하나하나 깨졌으며, 그 안에 들어 있던 소하성역 수련자들은 자유를 되찾았다.
대지로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둔 한제는 수련성 밖으로 향하면서 공 모양으로 응집한 죽음의 기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 공은 그대로 깨져나갔고 그 안에서 터져 나온 죽음의 기운은 회오리를 이루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이 기운이 강타한 곳에는 기이한 왜곡이 생겨났다.
“네놈들 중 단 한 놈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리라!”
한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외치자 왜곡된 공간에서 한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좀 전에 한제가 수천 명의 명령족 부족원을 단숨에 죽이는 모습을 보고는 곧장 도망치려 했지만 미처 벗어나기 전에 붙잡힌 상태였다.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는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결인을 그리며 거북이 등껍질 같은 허상의 방패를 소환했다.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회오리는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방패와 충돌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진동하던 방패에는 줄기줄기 균열이 나타났다. 하지만 끝내 깨어지지 않은 채 중년 사내와 함께 뒤로 밀려났다.
“봉계 지존! 살아 있었구나!”
중년 사내는 충격에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한제는 말없이 살기를 번득이며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방패 근처에 이른 그는 매섭게 손을 휘둘렀다.
꽝!
충격음과 함께 방패에는 더 많은 균열이 일어났다. 바르르 진동하는 방패 너머의 중년 사내는 창백하게 질린 채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수준을 숨기고 일부러 나를 이곳으로 유인했구나!”
한제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감지한 사내는 곧장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제가 내버려둘 리 만무했다. 차게 코웃음을 친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다시 한번 손을 휘둘렀다.
원인과 결과의 본원을 실은 손을 방패에 댄 그는 주먹을 쥐며 확 잡아 당겨졌고 그러자 방패는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방패의 기운과 그 뒤에 숨어 있던 중년 사내의 생기와 원신 등이 단숨에 뽑혀 나왔다.
“크으으…”
중년 사내는 무너진 방패 뒤로 또다시 밀려나기 시작했다. 두 눈은 결연하게 번득였다. 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도망치기를 포기하고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미간에 한 줄기 붉은 균열이 나타났다. 이 균열 안에는 그의 체내에 녹여 넣은 향불의 세계가 있었다.
그 순간,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정!”
그 외침에 중년 사내의 움직임은 그대로 멎어버렸고 그 틈에 바로 앞까지 다가온 한제는 오른손으로 상대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러자 사내의 체내에서 콰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어서 한제는 상대의 미간을 두드렸다.
꽈르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중년 사내의 온몸은 격렬하게 진동했고 칠규에서는 피가 흘렀다. 두 눈은 두려움으로 물든 채, 사내는 어떻게든 정신술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상대의 심신을 무너뜨리며 봉인했고 오른손으로 사내의 목을 한 번 그었다.
촤악!
사내의 머리는 피를 분수처럼 솟구쳐 올리면서 몸과 분리됐고 그 몸이 피범벅으로 무너져 내리는 사이 머리는 한제의 손에 쥐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선 한제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머리를 움켜쥔 채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