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74
그리고 그곳에는 하나의 대륙이 있었다. 이때 이 대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이었다. 수천 명의 수련자가 동시에 힘을 발휘해 봉계 진의 균열로 옮기려는 것이다.
한제가 발견했을 때, 대륙은 이미 균열 안으로 절반 이상 들어간 상태였다.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제는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발아래에서 거대한 바퀴가 휙 하고 허공을 가르며 그 대륙을 향해 날아들었다.
“너희를 잡아 생사진의 제물로 삼고 운해성역에서의 살육을 마무리하겠다!”
안개가 빠른 속도로 흩어져 사라지더니 곧이어 생사의 바퀴, 생사륜(生死輪)이 나타났다.
생사륜의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대륙을 뒤덮었다. 조각상 위에 앉아 있던 노인의 표정이 급변한 순간, 생사륜이 회전했다.
거대한 바퀴가 회전함에 따라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안개로 뒤덮인 구역을 채웠고 삶과 죽음이 결정됐다. 돌아가는 바퀴에서 발산된 묵직한 위압감이 대륙을 압박했다. 삶과 죽음을 짓누르는 압박에 그 위의 영혼과 원신은 고통받다가 이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대륙은 바르르 진동하면서 가장자리부터 균열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순식간에 대륙 중심으로 뻗어나갔다.
콰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면서 고막을 찔렀다. 눈 깜짝할 사이 대륙은 온통 균열로 뒤덮였다.
바르르 떨리던 대륙은 바퀴가 회전할수록 격렬하게 진동했고 그 위에 있던 계외 수련자들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피를 토해냈다. 체내에서는 펑, 펑 소리가 흘러나왔고 표정은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졌다. 수준이 낮은 이들은 육신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원신을 봉인한 머리만이 하늘로 솟았다.
대륙의 중앙에서는 거의 다 지어져가던 거대한 사찰 역시 균열로 뒤덮이더니 이내 부연 먼지 연기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쿨럭!”
사찰에 있던 노인은 피를 토해내며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 동시에 그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고 검은 안개를 소환해 회오리를 일으켰다. 멀리서 보면 거대하고 음산한 입처럼 보이는 회오리는 생사륜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그 바퀴를 그대로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노인의 분수도 모르는 행동에 한제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생사륜이 다시 한번 회전했다.
그 무렵, 노인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입은 계속해서 확장돼 어느덧 폭이 수백만 척에 이르러 있었다.
사실 노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이대로 도망칠 수는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제의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맞서는 것만이 그나마 아주 약간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길이었다.
“삼켜버려라!”
노인의 광기 어린 외침과 함께 음산하고 거대한 입이 생사진을 집어삼키려던 순간이었다.
“끼야아아!”
거대한 입에서는 돌연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묵직한 압박감과 함께 놀랄 만한 힘이 달려들며 거대한 입의 내부가 폭발한 것이다.
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입은 그대로 무너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안개가 무너져 내리자 생사륜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노인은 피를 토하며 검은 안개에서 튕겨져 나와 폐허가 된 사찰에 처박혔다.
쾅!
무궁무진한 균열로 뒤덮여 있던 대륙이 다시 한번 진동했고 노인이 처박힌 곳에는 깊이가 1만 척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겨났다.
노인은 옷이 온통 피로 물든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두으로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한제가 오른손으로 아래를 가리키자 거대한 바퀴가 아래로 9촌가량 하강했다. 그러자 하늘을 무너뜨리고 땅을 가를 듯 강력한 압박감이 가해졌다.
“크억!”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노인은 다시 한번 피를 토해내면서 땅에 처박혔고 대륙은 끊임없이 진동하면서 또다시 무너져 내려 거대한 잔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위의 계외 수련자들도 하나둘 육신이 와해되며 죽음을 맞았다. 수준이 높은 이들은 가부좌를 튼 채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었지만 창백하게 질린 그들의 얼굴에서는 절망의 빛이 드러난 상태였다.
“운해성역에서의 살육은 끝났다!”
한제는 두 눈을 감고 앞쪽을 향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붕괴하는 대륙 상공에 떠 있던 생사륜은 쾅 소리와 함께 더 가라앉았고 구덩이에 처박혀 있던 노인은 생애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고는 원신과 혼을 봉인만 머리만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억지로 버텨내던 나머지 계외 수련자들 역시 죽음을 맞았다.
콰쾅!
대륙 역시 산산조각이 나더니 이내 가루로 부서졌다. 봉계의 진 밖으로 빠져나갔던 절반가량의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나천으로 가다
마지막으로 운해성역을 훑어본 한제는 이내 몸을 돌려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이 전쟁의 결전지인 나천성역으로.
뒤에서는 수만 개의 머리가 구슬프게 울부짖었고 아래로는 생사륜이 있었다.
“인과진!”
한제의 외침에 수많은 머리가 위로 솟구쳐 올라가더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또다시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했다. 이어서 한제가 손을 뻗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펼치자 회오리는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잠시 후 한제는 펼쳤던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빠르게 회전하던 회오리가 응고되면서 인과의 바퀴, 인과륜을 형성했다.
위로는 인과륜을 아래로는 생사륜을 둔 한제는 마치 삶과 죽음, 원인과 결과를 장악한 신선 같았다. 백발을 날리는 그에게서는 극에 달한 살기마저 느껴졌다.
“나천⋯⋯.”
한제는 곧 두 개의 바퀴와 함께 사라졌다.
한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나천성역이었다.
수십만 명의 계외 수련자가 999개의 수련성으로 이루어진 진을 층층이 둘러싼 상태였다.
진을 이룬 999개의 수련성은 계내 수련자들이 4대 성역 곳곳에서 골라온 것으로 계내 최후의 보루였다. 하지만 지금 그 수련성들은 계외 수련자들의 신통술 아래 무너질 조짐을 보이며 금방이라도 파멸될 것 같았다. 패배를 직감한 것인지 계내 수련자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그중 하나의 수련성이 폭발했다. 엄청난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그 수련성의 대륙은 갈라지고 바닷물은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으며 수련성의 혼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지금이다! 계내의 버러지 같은 놈들을 몰살시켜라!”
함성과 함께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계외 수련자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신통술과 법보의 위력을 퍼부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어져 온 공격은 진 전체를 파괴하기에는 부족했지만 진을 이룬 수련성 중 3백여 개는 벌써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세 번째 단계 중 공현기 수준의 수련자들은 직접 공격하는 대신 주위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계내 수련자들이 도망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총 다섯 명의 공현기 수준 수련자가 있었다. 세 명의 선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 둘은 주작성에서 한제를 공격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 명은 귀비인 듯 보라색 옷을 입고 있었다.
나머지 두 공현기 수련자는 한제를 제거하려 했던 노파와 흑의의 노인이었다.
정중로월로 구축된 그 끔찍한 재앙에 동참했던 이들 중 장존과 이미 죽어버린 중년의 문인, 그리고 허신천존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모여 있는 셈이었다.
이들의 존재 때문에 계내 수련자들은 몇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을 이루고 있는 수련성과 계외 수련자들을 동귀어진시키지도 못했다.
계외 수련자 중에는 공열기에서 공령기까지 세 번째 단계 수련자가 일곱이나 더 있었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거대한 진을 공격하고 있었다.
한데 이 일곱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 주위를 맴도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상황을 살피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뭔가 우려하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녀는 한제의 손에 분신을 잃은 운락대사의 본체였다.
‘그가 그렇게 쉽게 죽었을 리 없어. 당시 미래를 예측했을 때 봤던 것이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운락의 걱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켜져만 갔다.
그녀는 당시에 보았던 미래를 잊을 수가 없었다. 계외 태고 성신을 파괴하는 누군가의 또렷한 뒷모습을…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런 걱정을 내리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손짓하자 사방의 계외 수련자들이 앞으로 돌진했다.
쾅! 쾅!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면서 또 하나의 수련성이 무너져 내렸다. 파괴된 수련성으로부터 일어난 광풍은 사방으로 퍼져 나갔지만 공현기 수련자의 손짓에 그대로 흩어져 버렸다.
그때, 어느 수련성에는 모은미와 그 주위로 수천 명의 신종 수련자가 모여 있었다. 지난 시간 신종의 종주로 지내온 모은미는 그녀의 능력과 당시 한제의 지시에 힘입어 신종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규합된 신종은 그녀의 명령에 따라 운해성역과 소하성역, 심지어 곤허성역과 지금 이곳에서까지 전력을 다해 계외에 맞서왔다.
허나 그동안 신종에서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모은미 자신도 두 차례나 죽음 직전까지 갔었다. 이제 신종 수련자는 겨우 수천 명에 불과했다.
“종주, 중앙 제단으로 가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곁에서 한 백발노인이 슬픈 표정으로 모은미에게 포권을 했다.
주위의 다른 신종 수련자들도 분분히 그녀에게 포권을 올렸다.
“종주께서는 중앙 제단으로 가십시오!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모은미는 침착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는 수만 명의 계외 수련자가 신통술을 발휘해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와 적들 사이에는 빛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만약 저 장막이 무너져 내린다면 이 수련성의 운명도 그날로 끝날 것이다.
쉬지 않고 공격해오는 계외 수련자 사이에는 청의의 청년도 있었다. 무척 준수한 외모의 청년에게서는 음탕하고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의 주위로는 수많은 여인의 원혼이 맴돌고 있었다. 그가 발휘하는 신통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원혼들은 끊임없이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빛의 장막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이때 빛의 장막 너머로 모은미를 바라보던 청년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걱정하지 마시오. 이 빛의 장막은 곧 깨질 것이다. 듣자하니 그대는 죽은 봉계 지존의 여인이었다는데 이 몸은 다른 이의 여인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흥미를 느낀다오.”
청년의 목소리가 빛의 장막 너머에서 흘러들었다. 수만 명의 수련자가 발휘하는 신통술로 인한 요란한 소리도 그의 목소리를 가리지는 못했다.
계외의 세 번째 수준 수련자로 공현기 이하 일곱 명 중 하나인 청년은 손을 들어 빛의 장막 너머 모은미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내 것이오!”
모은미의 두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저 청년은 도비선이라는 자로 계외 도비족(道非族) 족장이었다. 짝을 이루어 발휘하는 신통술에 뛰어나고 성격이 잔혹해 저자의 손에 죽은 신종의 제자가 부지기수였다. 모은미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두 차례 위기 중 한 번이 바로 도비선의 추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만약 당시 청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이미 저자에게 끔찍한 수모를 겪었을 터였다.
“종주, 얼른 제단으로 가십시오! 저는 봉계 지존의 죽음을 믿지 않습니다! 만약 종주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봉계 지존께서 돌아오셨을 때 저희는⋯⋯.”
백발노인이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신종의 종주다.”
모은미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굳은 의지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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