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78
엄청난 힘을 품고 있던 음파에 한제도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돌진했다.
거리가 더욱 좁혀지자 선비의 안색은 한층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내 결인을 그린 손으로 칠현금을 두드렸다. 그러자 칠현금의 현이 진동하면서 다섯 갈래의 음파를 발산했다.
“오장술(五臟術), 심장, 간, 비장, 폐, 신장!”
선비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며 한제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오장에 격렬한 통증이 밀려들면서 한제는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밀려드는 고통은 그때만큼이나 참기 어려웠고 다섯 개의 내장은 찢어지고 갈라지기 시작했지만 한제는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렸다.
그때, 상공에 도고의 머리와 세 고족의 모습이 허상으로 나타나 한제의 주먹으로 녹아들었다.
한제가 주먹을 휘두르자 온 우주가 진동하면서 사방의 계외 수련자들은 다급히 물러났다. 동시에 한제 상공에서 1만 척 크기의 주먹 허상이 나타나 선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 허상의 주먹이 선비의 몸에 떨어지면서 오장술과 충돌했다.
꽝!
거대하고도 우렁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면서 거대한 허상의 주먹이 무너져 내렸다. 허나 그 아래로 드러난 선비는 피를 토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한제 역시 피를 토해냈다. 지금 그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당시와 같은 허상이 아닌 본체였다. 그리고 그녀는 선강 대륙에서 온 선인이었다.
선비의 두 눈에 어린 두려움이 한층 짙어졌다. 그녀는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수련자보다 자신의 목숨을 중히 여겼다. 그녀는 이곳이 동부 안의 공간에 불과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귀한 신분을 타고난 그녀로서는 이곳에서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제는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몸을 날렸다. 두 눈에 담긴 살기에서 그의 결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선비는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옅은 금빛이 나타났다. 선인에게 속한 이 혈맥의 힘은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선인 혈맥의 힘은 강력한 위압감으로 작용하며 주위를 뒤덮었다.
“이한제! 너와 나 사이에는 이렇게 깊은 원한이 없다! 그런데 어찌⋯⋯.”
선비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미처 끝맺지 못한 채 우뚝 멈췄고,
“끼야아악!”
이내 찢어질 듯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겁에 잔뜩 질린 그녀는 선술이나 신통술을 발휘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달아났다. 한제가 이광의 활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활과 화살은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가 활을 소환한 것은 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제는 달아나는 선비를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정!”
그 순간, 선비의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선인의 혈맥을 가진 그녀는 금세 몸부림치며 정신술에서 벗어났지만 그 사이 한제가 턱 끝까지 따라붙은 상태였다.
동시에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한제는 광풍으로 이루어진 검은 용과 셀 수 없이 많은 빗방울을 소환했으며 산붕과 지열까지 일으켰다. 백범의 선술이었다.
허나 이 모든 것은 마지막 공격, 음월유청을 발휘하기 위한 포석일 뿐이었다.
음월유청을 발휘한 순간, 우주에는 붉은 달이 하나 떠올라 도망치고 있는 선비의 몸을 비췄다.
“음월유청!”
한제가 낮게 외치자 선비의 얼굴에 달빛이 드리웠다.
“끼야아악!”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선비의 아름다운 얼굴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이에 분노가 치민 그녀는 몸을 홱 돌려 악에 받친 눈빛으로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두 사람이 충돌한 순간, 서로의 신통술이 맞부딪쳤다. 그리고 잠시 후, 선비의 몸은 쿵 하고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창백해진 그녀는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해냈다.
한제 역시 뒤로 나가떨어지며 피를 토해냈지만 그는 억지로 멈춰서더니 다시 몸을 날리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역령인이 나타났다.
거대한 손바닥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선비에게 떨어졌다.
“헛!”
표정이 크게 변한 선비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온몸으로 선력을 발산했다. 그러자 그녀 앞에 흐릿한 허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허상이 다 응결되기도 전에 선비의 귓가에 그녀의 심신을 진동시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강 대륙의 수련자 칠도종 종주의 시비. 넌 이 이한제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느냐?”
천기를 누설하는 한제의 목소리에 선비는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 미개한 자가 그 비밀을 안단 말인가?
그 순간, 한제의 손이 붉게 번득이더니 붉은 검이 하늘을 갈랐다.
한제는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언제나 계책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훌륭한 계책은 짧은 순간 삶과 죽음이 갈리는 상황에서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특히 적합한 시기를 파악하는 그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선비가 선인의 혈맥을 이용한 선술을 발휘했을 때 다른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이광의 활을 소환한 것도 그런 능력이었다.
또한 역령인으로 완전히 궁지에 몰린 그녀가 다시 선인 혈맥을 이용한 신통술을 발휘하려는 찰나, 한제는 한 마디 말로 그녀를 경악하게 했다. 그저 잠시 멈칫했을 뿐이지만 수준 높은 수련자 사이의 전투에서 이는 치명적이었다.
선비가 잠시 흠칫 놀란 틈을 타 역령인이 달려들었고 붉은 검 역시 하늘을 가를 듯 강력한 기세를 발휘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찰나의 순간 우렁찬 소리에 사방이 진동하는 사이 역령인과 붉은 검이 내리 떨어졌다. 선비의 입장에서는 재난에 가까웠다.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바르르 떨리던 그녀의 몸은 무너져 내려 소멸했다.
한제 역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선비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발휘한 선인 혈맥을 이용한 신통술 때문이다. 역령인으로 뒤덮었음에도 그 폭발적인 힘은 한제의 몸에 주입된 상태였다.
“크윽!”
한제는 또다시 뒤로 1천 척 이상 밀려나며 피를 토해냈다. 허나 이 정도는 치를 만한 대가였다.
그 사이 계내와 계외의 교전으로 인해 희생된 이들의 피가 강을 이루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 우주를 가득 채웠다.
한제가 숨을 가다듬고 있을 때, 한 줄기 힘이 돌연 저 멀리에서 훅 끼쳐왔다. 이에 몸을 홱 돌린 한제는 방금 전 자신이 있었던 곳에 한 줄기 검기가 스쳐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검기가 휩쓴 허공에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결전 (3)
한제가 내상을 입은 틈을 타 기습을 해온 것은 당시 정중로월의 덫에 빠진 한제를 공격했던 공현기의 흑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오른손에 검은 빛으로 이루어진 검을 든 채 달려들었다.
‘부상을 입은 지금 저자를 죽여야 한다!’
한제는 곧장 뒤로 물러나 검은 안개가 되어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계내 수련자와 계외 수련자 대군 안으로 숨어들었다.
10만 척 반경으로 퍼져 나간 검은 안개가 뒤덮은 순간, 안개 안에서는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안개가 흩어지자 그 안에 휩싸여 있던 계외 수련자들은 생기와 피와 살점을 잃은 해골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흑의의 노인은 한층 짙은 살기를 뿜어내며 곧장 한제를 뒤쫓았다.
검은 안개로 변한 한제는 뒤로 빠르게 물러나면서 그 안에 휩싸인 계외 수련자들을 죽였다. 이에 순식간에 수만 명의 계외 수련자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흑의 노인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한 달음에 검은 안개로 변한 한제 근처에 이른 그는 검을 휘둘렀다.
사-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기가 날아들었다.
그 순간, 검은 안개가 빠른 속도로 수축하더니 한제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부상은 방금 전 계외 수련자들의 생기와 피와 살을 흡수하면서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
한제는 두 눈으로 붉은 빛을 번득이면서 오른손을 위로 홱 들어 올렸다.
“인과진!”
그와 동시에 인과륜이 한제의 앞에 수직으로 나타나더니 노인을 향해 돌진하다가 그의 검기와 부딪쳤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흑의 노인의 검기는 그대로 멎었다가 무너져 내렸고 노인은 피를 토하며 튕겨나갔다. 인과진 역시 바르르 진동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허나 한제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주먹을 휘둘렀다.
“네 검은 내 진의 원인이 됐다. 이제 이 진은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부서졌으니 원인과 결과의 완성이다! 열려라, 인과진!”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무너져 내린 인과륜은 줄기줄기 기운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족히 5만 갈래는 될 것 같았다.
각 갈래의 기운은 곧장 형태를 바꾸면서 노인이 방금 전 쏘아 보냈던 검기로 바뀌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5만 갈래의 기운이 5만 갈래의 검기가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과진이었다.
한제가 소매를 휘두르자 5만 갈래의 검기로 변한 인과의 기운이 곳곳의 계외 수련자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에 사방에서 비명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5만 명의 계외 수련자가 목숨을 잃었다.
“선비와 달리 공현기 초기에 불과한 너를 죽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무너져 내린 인과륜을 관통한 한제는 노인을 향해 돌진했다.
“왼손은 삶, 오른손은 죽음. 생사도!”
노인 앞에 이른 순간, 한제는 왼손과 오른손을 차례로 앞으로 뻗었다. 그의 두 손에서 뿜어져 나온 삶과 죽음의 기운에 가격당한 노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격렬하게 떨었다.
“우웩!”
피를 울컥 토하며 뒤로 밀려난 노인은 표정을 잔뜩 구긴 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한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 모든 것은 거짓이 됐다.
한제는 두 눈을 감은 채로 빠르게 돌진했다. 허상이 되어버린 노인의 신통술을 그대로 관통해 순식간에 상대의 앞에 이른 한제는 오른손을 노인의 가슴팍에 얹었다가 주먹을 쥐더니 확 잡아당겼다.
“인과도!”
쾅!
“끄아악!”
노인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나갔다. 한제의 손이 닿았던 가슴팍에서는 본원의 기운이 흘러나와 한제의 손에 쥐어졌다. 그제야 눈을 뜬 한제는 주먹을 더 꽉 쥐어 그 안에 들어 있던 노인의 본원 일부를 터뜨렸다.
노인은 다급히 도망치기 시작했고 한제는 허공을 움켜쥐어 저물공간을 소환하더니 그 안에서 칠채정을 전부 꺼내 내던졌다.
여러 개의 칠채정은 눈부신 일곱 색채의 빛을 발하며 날아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 노인의 가슴팍에 박혔다. 노인은 끊임없이 피를 토하며 더욱 빠르게 물러났다.
한제가 막 그를 쫓으려던 그때, 저 멀리서 한 줄기 살기가 쏘아져 왔다. 또 다른 선비였다. 남색 옷을 입은 그녀는 남색 구름이 되어 찰나의 순간 한제를 향해 다가왔고 그 안에서 나타난 한 줄기 남색 끈이 그를 휘감으려 했다.
여인의 뒤로 청림이 바짝 따라왔다.
자 멀리서는 소하성역의 주인이 공열기 수준 수련자를 몇 명이나 처리한 뒤 아직 남은 두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와 맞서고 있었다.
세 명의 선비 중 마지막 한 명인 공현기 수준의 노파는 홍삼자와 겨루고 있었다. 애초에 홍삼자는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에 힘겹게 견디는 중이었다.
곳곳에서는 계내나 계외 할 것 없이 수많은 수련자가 죽어가고 있었다. 이들의 찢어질 듯 비참한 비명이 나천성역 전역에 울려 퍼졌다.
한제는 결심한 듯 눈을 번득였다. 계외의 공현기 수준 수련자를 죽이지 않고서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