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82
봉계의 진이 소멸하는 소리는 태고 성신에도 전해졌다. 이에 세 번째 단계에 이른 계외 수련자들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분분히 우주로 날아올라 계내 쪽을 응시하기도 했다.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태고 성신의 기운이 계내를 향해 몰려가는 것만큼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충격에 빠진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긴 빛을 그리며 계내 쪽으로 돌진했고 일반 수련자들이 뒤를 따랐다. 계내에서 어떻게 나올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무렵, 한제는 두 손을 들어 올리더니 크게 휘두르면서 계내 4대 성역과 계외 태고 성신에까지 울려 퍼지도록 소리 높여 외쳤다.
“오늘 이 이한제는 봉계의 진을 파괴하고 새로운 진을 세울 것이다. 이 진의 이름은 없다!”
이어서 그는 세 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바퀴를 수직으로 세웠다. 기이한 소리를 울리면서 하나로 합쳐진 세 개의 바퀴는 부풀어 오르더니 광풍을 일으키며 수백만 척에서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러더니 이윽고 봉계의 진을 대신하는 새로운 진으로 자리 잡았다.
한제는 두 눈으로 기이한 빛을 번득이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지난 1백 년간의 전쟁에서 파괴된 수련자들의 법보와 그전의 전쟁에서 스러진 수많은 기령들이여! 이한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진에 녹아들어라! 그러면 영원불멸의 삶을 얻게 될 것이다!”
한 줄기 본원의 힘과 깨달음이 어린 그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파문이 되어 4대 성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 목소리의 파문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는 다양한 색채의 허상이 하나둘 떠올랐다. 검을 비롯한 각종 법보들이었다.
이 법보들은 모두 파손되어 이미 흩어져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혼은 아직 남아 있었다. 영원불멸을 약속한 한제의 소환에 이 법보의 영혼들은 하나둘 세 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바퀴를 향해 달려들었다.
법보의 영혼들과 융합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불어난 바퀴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끝없이 늘어났고 폭발적인 위엄과 동시에 흘러넘칠 듯한 생기를 발산했다.
“수많은 전쟁 속에서 무고하게 파괴된 수련성들이여, 혼과 각자의 생명을 가졌던 존재들이여, 이한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진에 녹아들어라. 그러면 영생을 얻게 될 것이다!”
한제는 슬픈 표정으로 두 눈을 감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계내 4대 성역 곳곳에서 허상의 수련성들이 하나하나 나타났는데 그 수는 어마어마했다. 일찍이 이미 소멸됐지만 아직 남아 있던 영혼들이 영생을 약속한 한제의 명에 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수련성들의 혼이 나타남에 따라 먼지와 운석, 부서진 대륙의 조각들이 분분히 진동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수련성들의 혼과 함께 세 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퀴를 향해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바퀴는 점차 실체를 갖춤과 동시에 초월적인 위압감을 가지게 됐다.
한제가 두 손을 크게 휘두르자 끊임없이 확장되던 바퀴는 마침내 운해성역과 나천성역, 소하성역, 곤허성역을 완전히 뒤덮었다.
계내 수련자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계내에 새롭게 나타난 진을 바라보았다.
형태를 갖춘 새로운 진은 계내를 뒤덮은 채 계외와 계내를 분리했지만 계외 태고 성신의 기운까지 가로막지는 않았다.
끝없이 거대한 바퀴의 진은 이전의 봉계의 진보다 훨씬 더 오래갈 터였다. 말하자면 이는 신기원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계내에서 스러진 수많은 계외 수련자들이여, 이미 죽었지만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남아 잔혼이 된 너희들은 응당 죗값을 치러야 한다. 이한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진의 노예가 되어라. 너희는 영원토록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제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결인을 그린 오른손으로 허공을 꾹 눌렀다. 그러자 계내에는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 한제의 신통술과 영혼으로 이루어진 폭풍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오직 한제만은 이 폭풍이 휩쓴 4대 성역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서 왜곡된 잔혼들이 뽑혀 나왔다. 흉측하고 끔찍한 모습의 잔혼은 몸부림쳤으나 한제의 영혼으로 이루어진 폭풍에 휩쓸려 바퀴의 진에 녹아들었다.
이 잔혼 속에는 지난 1백 년간의 전쟁은 물론 그보다 더 이전인 상고 시대와 원고 시대 수련자들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허나 가장 많은 잔혼은 역시 100여 년 전 운해성역의 전투에서 사망한 자들의 것이었다.
이렇게 나타난 10만 개가 넘는 잔혼들은 바퀴 안에 갇혀 그 죗값을 치르게 됐다.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지도 환생을 맞지도 못하고 있던 이 잔혼들은 사실 각 수련자들이 죽기 직전 품은 원한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었다. 형태조차 없는 원한으로만 존재하던 이들을 흡수해 태어난 생명은 잔인하고 악독한 존재가 되곤 했다.
특히 이런 원한은 수련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중에서도 수준이 높지 않은 수련자는 큰 영향을 받았다. 소위 심마라는 것이 보통 이런 잔혼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나타나 계내를 맴돌던 계외 수련자들의 잔혼은 새로운 봉계의 진이 된 바퀴에 하나둘 녹아들어 두 팔로 거대한 바퀴를 밀었다. 수백만 개의 잔혼이 힘을 쓰자 거대한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퀴가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이 잔혼들은 짙은 고통이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그 바퀴가 자신들의 몸을 짓누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고통이 심해질수록 바퀴를 미는 그들의 힘은 더 강해졌다.
이런 순환은 앞으로 영원히 지속될 터였다.
“여러 차례의 전쟁으로 희생된 조상님과 선배님, 그리고 도우들이여, 오랜 영면에서 깨워 송구합니다. 만약 원한다면 이 진에서 불멸의 진령이 되어 우리 계내 수련자들이 대대로 숭배할 혼이 되어 주십시오!”
한제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우주를 향해 포권을 했다.
★ ★ ★
한제가 절을 하자 4대 성역 안에서는 잠들어 있던 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영광스러운 죽음이든 개죽음이든, 장렬한 죽임이든 무기력한 죽음이든, 전사한 계내 수련자들의 혼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한 줄기 슬픔이 4대 성역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영혼들로부터 기인한 슬픔이었다. 이들은 잔혼으로만 존재하면서도 묵묵히 계내를 지켜보느라 윤회의 굴레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윤회의 굴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그들은 원한과 슬픔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계외 태고 성신의 수련자들이 모두 죽는 그날, 봉계의 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그날,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전쟁이 진정한 마침표를 찍는 그날을 보기 위해서였다.
절을 올린 한제는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도 슬픔이 어려 있을 터였다.
잔혼들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계내와 계외 사이에 봉계의 진이 세워지기도 전에 존재했던 원고 시대의 수련자들이었다.
원고 선역의 첫 번째 자손인 그들은 원고 선역의 교화를 받고 선술을 전수받은 동부 안의 첫 번째 백성이기도 했다. 복장은 야만인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들의 혼에서 느껴지는 기운에는 하늘에 대한 깨달음이 가득했다.
그들은 봉계의 진이 나타났을 때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고 진 밖으로 나가려다가 죽음을 맞은 터였다.
억겁의 시간을 넘어 한제의 소환에 응한 이들은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았다.
다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4대 선계가 파괴되기 전 그곳에서 살았던 상고 시대의 수련자 즉 4대 선계의 선인들이었다. 선강 대륙의 주민들 같은 선인은 아니었지만 한제가 보기에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선인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계내에서 나가기 위해 애쓰다 봉계의 진 앞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또한 수차례 이어진 계외의 침략에 죽고 다친 이들도 매우 많았다.
하나같이 엉망이 된 몰골의 잔혼들을 한제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칠채계에서 처음 보았던 섬뇌족 조각상의 기억을 통해 봉계의 진 안쪽의 선인들이 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애썼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진 앞에서 숨을 거두었던 장면을 본 바 있다. 지금 나타난 선인들의 잔혼은 그렇게 죽음을 맞아 허공에 녹아들어 있다가 한제의 말에 응해 나온 것이다.
선인 다음으로는 수련계 시대의 수련자들이 나타났다. 지난 1백 년간의 전쟁에서 전사한 수련자들의 잔혼이 허상으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낯익은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낯선 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렇게 나타난 무궁무진한 혼들은 계내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이들로 그들의 죽음을 후대 사람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했고 또 기억될 터였다.
허나 지금껏 누구도 이들의 죽음 앞에 제를 지내준 적은 없었다. 한제는 그런 그들을 위해 처음으로 제를 지내줄 생각이었다.
“원하신다면 이 진에서 평생 스러지지 않을 진령이 되어 주십시오!”
한제는 고개를 들어 4대 성역 곳곳에서 나타난 잔혼들에게 외쳤다.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계내를 가득 채운 잔혼들이 하나둘 왜곡되면서 형태 없는 기운이 되어 몰려들었다.
가장 먼저 한제 앞에 이른 것은 어느 원고 시대 수련자였다.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한제로부터 1천 척 떨어진 곳에 이른 그는 한참이나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다가 포권을 했다. 이어서 그는 훌쩍 날아올라 세 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삼원륜(三原輪)에 몸을 던졌다. 그는 그 진의 진령이 되기를 자원한 것이다.
뒤를 이어 원고 시대의 전쟁에서 전사한 혼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그들 역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제에게 포권을 한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퀴에 녹아들었다.
죽음을 맞을 당시 그들은 큰 원한을 품었지만 더 이상 원망도 후회도 없었다. 그들은 계내를 위해 죽었고 사후에도 계내를 위해 진령이 되기를 자처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들은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수는 수십만에 달했다.
다음은 상고 시대 수련자와 4대 선계의 선인들 차례였다. 풍의 선계, 우의 선계, 뇌의 선계, 그리고 전의 선계.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이들이었지만 생전에 육신을 타고 흐르던 피는 모두 계내의 것이었다. 억겁과도 같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의 혼은 여전히 계내에 속해 있었다.
그들 또한 앞서 원고 시대 수련자들이 그러했듯 한제에게 포권을 한 뒤 진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는 동안 한제는 공손한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선인들에 이어 지난 1백 년간의 전쟁에서 희생된 수련자들이 하나둘 다가와 역시 한제에게 포권을 한 뒤 곧장 바퀴로 향했다.
개중에는 한제와 적대적인 관계였던 이들도 있었으나 지금은 하나같이 계내를 위해 모든 힘을 바치고자 했다. 생전의 적이 사후에 동지가 된 것이다.
비장한 기운이 우주를 가득 채웠고 이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몰려들었던 계외 태고 성신 수련자들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나천성역에서는 열아홉 개의 수련성에서 회복에 전념하고 있던 수련자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주를 향해 포권을 했다. 남운자와 사도환, 홍삼자 청림 등도 슬픔과 존경을 담은 표정으로 절을 올렸다.
나머지 3대 성역에 남은, 많지 않은 계내 수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운해성역 어딘가 한제의 뒤를 따르다가 한데 모인 모은미를 비롯한 세 여인 또한 자신들의 곁을 스쳐가는 잔혼들을 향해 공손하게 포권을 했다.
새롭게 그어진 경계
한편, 곤허성역 어딘가 전가 노인이 풀죽은 기색으로 주변에서 떠오른 하나하나의 잔혼들을 바라보았다.
“여재, 이동, 상역⋯⋯ 자네들이로군. 자네들을 뒤로하고 나만 이렇게 살아남았네. 당시 우리도 계내와 계외가 왜 싸우는 것인지 파악하려 했지. 슬프게도 이제 나는 당시 우리가 그렇게나 증오했던 전쟁의 씨앗이 되어 있다네. 다 함께 맹세하지 않았었나? 이 모든 것을 바꾸고 봉계의 진을 파괴하여 계내 수련자들을 이끌고 이 세상 밖으로 나가자고. 허나 자네들은 내가 선역에서 무엇을 알게 됐는지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충격적인 비밀을알게 됐는지⋯⋯.”
전가 노인의 눈에서도 슬픔의 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이 동부 안에서 가장 수준 높은 수련자였지만 그럼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고 동부 안에서 태어난 중생 중 한 명이었다. 한제가 불러들인 계내 수련자들의 잔혼을 본 그는 마음이 아팠다.
멍하니 제자리에 선 그는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있다가 포권을 하며 잔혼들을 향해 절을 올리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돌연 그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마치 한 줄기 힘이 체내에서 폭발해 그가 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같았다.
“널 도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혼들을 향해 절을 하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되지!”
이를 악문 채 힘겹게 말을 이은 전가 노인은 체내에서 폭발하는 강력한 힘에 저항하며 결국 한 차례 절을 올렸다.
같은 시각, 소하성역 어느 운석. 천운자가 두 눈을 떴다.
사방에서 잔혼들이 깨어난 것을 감지한 그는 운석 밖으로 나가 저 먼 곳으로 몰려들고 있는 수많은 혼을 바라보았다.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 기억을 되찾은 첫 번째 사람이 됐어야 하는데⋯⋯. 허나 어찌 됐든 나 역시 계내 수련자 중 하나였으니⋯⋯ 내 절도 받아야겠지.”
작게 한숨을 내쉰 천운자는 소매를 휘두르며 우주를 향해 포권을 했다.
이때 소하성역의 다른 공간에는 천운자조차 발견하지 못한 한 사람이 있었다. 한제가 당시 천벌을 맞이했던 원고 선역의 균열 안에서 나타난 청년이었다.
허공에 가부좌를 튼 그의 모습은 흐릿하여 생김새를 제대로 살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번쩍 뜨인 두 눈에서 번득이는 밝은 빛에서는 경멸하는 듯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저런 비천한 잔혼들을 위해 제를 올린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새장 속의 새들에 불과한 것을! 마 사숙께서 말씀하신 곳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 방해는 않겠다. 어쨌든 슬슬 사숙께서 깨어나실 때가 됐어. 칠도종의 동부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갈수록 재미있어 지겠군.”
모든 잔혼들이 삼원륜에 녹아들자 융합을 통해 거대한 바퀴는 폭발적인 빛줄기들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는 계내 수련자들에게는 부드럽게 느껴지는 빛이었지만 계외 사람들에게는 너무 눈이 부셨다.
바퀴를 힘겹게 회전시키고 있는 계외 수련자들의 수많은 잔혼이 이 빛 아래 드러났다. 노예가 된 이들이 돌리고 있는 바퀴 안에는 계내 영웅의 잔혼들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이 진의 진령들이었다.
바퀴가 회전하자 콰쾅 하는 소리가 온 우주로 울려 퍼졌고 세상의 규칙이 변화하면서 계내 수련자들은 이 진을 통해 계외로 나갈 수 있지만 계외 수련자는 계내로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동시에 태고 성신의 기운 또한 계내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 진이 막는 것은 계내에 속하지 않은 수련자 태고 성신 내 부족의 낙인이 찍힌 수련자들뿐이었다.
태고 성신의 기운이 흘러듦에 따라 계내는 향불을 모으는 데 따르던 제한이 사라졌다. 계내 수련자들을 옭아매고 있던 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한제는 두 팔을 크게 휘둘렀고 백의와 백발이 마구 날렸다. 두 눈을 기이하게 번득인 그는 하늘을 향해 낮게 포효했다.
“무명전륜진(無名轉輪陣)!”
그의 포효에 바퀴로 이루어진 진은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 놀랄 만큼 거대해졌다.
진은 수평으로 허공에 뜬 채 계내를 완전히 감쌌다. 만약 까마득히 먼 곳에서 본다면 이 진의 형태와 배치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원을 기준으로 안쪽은 계내, 바깥은 계외였다.
진이 계내를 완전히 감싼 순간, 한제는 두 팔을 휘두르며 낮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진은 계외에 속한 우주로까지 확장됐다.
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