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85
“원고의 빛이 하늘을 뚫고 나타났으니 칠채창으로 그것을 부수겠다. 뚫린 하늘은 분계고산으로 막을 것이다. 이 빛은 분명 만물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겠지만 나를 지우지는 못한다!”
분계고산과 칠채창이 동시에 위력을 발휘했다.
한제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서자봉 곁으로 돌아가더니 도가니 안에서 데워진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아직 다 데워지지 않았군. 조금 더 데워야겠어.”
“네, 알겠어요.”
한제는 빙긋 웃으며 오른손을 휘둘러 술주전자를 다시 물이 끓고 있는 도가니 안에 넣고는 고개를 들어 진 밖의 태고 성신을 가리켰다.
“나 이한제는 이곳에서 3년간 누구도 계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계내에 들어오려거든 내 시체를 밟고 가야 한다!”
순간 한제의 체내에서 강력하고 호방한 기세가 발산됐고 그의 손짓에 따라 10만 척에 달하는 칠채창이 하늘을 뒤흔들 듯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동시에 이 거대한 창은 원고 시대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10만 개의 원신으로 이루어진 회오리로 돌진했다. 일곱 색채의 빛이 요란하게 번득이며 강력한 기세를 뿜어내자 우주는 진동했다.
이 창을 소환한 술법은 동부 내의 세상이 아니라 선강 대륙의 신통술, 칠도종 칠채선존의 술법이었다. 칠채선존의 극히 비밀스런 신통술로 광인이 선강 대륙에서 자신의 높은 신분을 이용해 거의 탈취하듯 얻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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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채창이 나타난 순간, 장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눈빛은 복잡하게 변해갔다. 그는 일찍이 자신의 주인이 동부 안에서의 전쟁에서 저 창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직접 본 바 있다.
“주인님, 저는 아주 오랫동안 주인님을 따랐습니다. 그 오랜 세월 제게는 전수해주지 않았던 저런 강력한 신통술을 한낱 미물에 불과한 자에게 전수해주신 겁니까? 각박하고 변덕이 심하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더구나 그 오랜 세월 주인님께 충성을 바친 제게 주인님은 언제나 인색하셨지요!”
장존은 중얼거리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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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원륜의 진 밖, 칠채창은 바람을 가르며 10만 개의 원신으로 이루어진 회오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그 끄트머리에서 발산되는 원고 시대의 빛과 충돌했다.
콰르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파도와 같은 파문이 어마어마한 위엄을 품은 채 빠르게 사방으로 확산되면서 우주는 격렬하게 흔들렸다. 심지어 동부 내 세상의 근본까지 진동했다.
회오리 끄트머리에서 발산되던 원고 시대의 빛은 그대로 찢겨나가면서 무너져 내렸고 칠채창에 대항하던 10만 개의 원신도 와해되더니 순식간에 모든 빛이 싹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분계고산이 펼쳐져 회전하면서 줄기줄기 멸세(滅世)의 화염을 일으켰다. 함께 회전하던 화염은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거대한 우산은 원고 시대의 빛을 잃은 회오리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회오리의 끄트머리에 남아 있던 원고 시대의 빛은 이미 무너져 내린 상태였지만 그곳의 시커먼 구멍으로부터 새로운 빛이 확산되려 했다. 칠채창은 그 빛을 잠시 단절시켰을 뿐, 그것을 완전히 흩어 없애지는 못했다. 한제는 칠채선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계고산을 이용해 하늘을 가릴 수는 있었다.
분계고산은 눈 깜짝할 사이 회오리 끄트머리의 검은 구멍을 뒤덮었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분계고산은 10만 개의 원신으로 이루어진 회오리 끄트머리의 검은 구멍을 완전히 막아 버렸고 동시에 불바다가 회오리를 불사르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 끝에 회오리는 소멸했고 그 안의 원신들은 일제히 심신의 기운을 토해내면서 나가떨어졌다. 뒤이어 화염이 맞닿은 모든 것들을 불살라버렸다.
화염에 소멸되지 않은 원신들은 중상을 입은 채 각자의 육신으로 돌아갔다.
“우웩!”
원신이 돌아온 순간, 다섯 명의 수련자는 동시에 피를 토해냈다. 다른 수만 명의 수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편 칠채창과 분계고산을 연달아 발휘한 한제는 공령기 중기의 수준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체내의 기혈이 들끓으면서 원신은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다.
“와라!”
한제는 소매를 휘두르며 태고 성신의 수련자들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다섯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는 안색이 초췌해졌으나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장존회의 명을 받은 이상 이대로 물러났다가는 자신들의 부족이 몰살될 터였다. 그러니 그들은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전차, 출격!”
선두의 백발노인이 크게 외쳤다. 그러자 수많은 수련자가 기이한 짐승의 가죽으로 덮인 흉측한 전차 수십 대를 끌고 왔다. 이들이 전차를 덮은 짐승의 가죽을 치우자 아주 오래된 기운이 전차들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전차들은 당시 봉계의 진 안에 녹아들어 있던 여섯 번째 진령인 화염 투석차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화염으로 뒤덮여 있지는 않았지만 그 흉측하고 포악한 기세만큼은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장존회의 보물인 이 전차들은 수많은 재료들을 제련해 만든 것으로 각 전차마다 원고 시대 흉수의 혼이 하나씩 제압되어 있는 만큼 매우 강력했다.
이 원고 시대 흉수들은 비록 동부 안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당시 칠채도존이 선강 대륙에서 들여온 흉수들로 번식시킨 존재들이었다. 때문에 녀석들에게서는 선강 대륙의 기운이 흘렀고 그 혼에는 선조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선강 대륙의 선수들과 동급인 셈이다.
수십 대의 전차에 맴돌고 있는 흉수는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용으로 겉모습만으로도 무시무시했고 심지어 마지막 전차에는 길궁까지 있었다.
전차의 투석기에는 필사의 결의를 품은 수련자가 하나씩 가부좌를 틀고 있었는데 이들의 눈빛은 광기로 번들거렸고 전신에서는 죽음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쐐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이 수련자들의 몸은 매섭게 내던져지며 한 줄기 빛이 되어 삼원륜을 향해 돌진했다.
퍼펑!
이들은 삼원륜과 충돌하기 직전에 자폭했고 그 어마어마한 충격이 진을 공격했다. 진 위로 층층의 파문이 일어났다.
한제는 그 많은 수련자가 죽음을 대가로 진에 강력한 공격을 행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록 저들의 수준으로는 약간의 왜곡만 일으킬 수 있을 뿐 진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을 테지만 한제의 표정은 무거웠다.
“뭔가 이상하군.”
연이은 자폭에 수련자들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들에게서 발산된 죽음의 기운은 진 위에 남았다. 그 기운에는 전차에 담겨 있던 흉수의 혼이 조금씩 어려 있었다. 그리고 진에 전달되는 흉수의 혼이 늘어감에 따라 그 위로 기이한 문양이 생겨났다.
“캬오오오!”
그때, 한 전차에 도사리고 있던 10만 척 길이의 거대한 용이 온 하늘을 뒤흔들 듯 요란한 포효를 내지르면서 두 눈을 번쩍 떴다. 녀석은 험악하게 번득이는 눈으로 막 내던져지던 수련자를 덥석 집어 삼키더니 전차에서 나와 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그 진이 훌륭한 먹잇감이라도 되는 듯 용은 맹렬히 돌진했다.
때를 같이해 다른 전차에서는 몸이 구형(球形)에 가까운 기이한 생김새의 흉수가 두 눈을 번쩍 뜨면서 콰쾅 하고 튀어나왔다. 다른 전차들에서도 흉수들이 잠에서 깨어나듯 포효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는 길궁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콰쾅!
가장 먼저 달려든 흉수가 충돌하면서 진은 격렬하게 왜곡되기 시작했다. 바퀴를 돌리던 수많은 계외 수련자의 잔혼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고 몇몇은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다음으로는 구형(球形) 흉수가 달려들며 진과 충돌했다.
콰르릉! 쾅!
뒤이어 열 마리도 넘는 원고 시대 흉수들의 혼이 쉬지 않고 달려들면서 굉음이 끊이지 않았고 진은 격렬히 진동했다.
한제는 달려드는 흉수들을 바라보다가 두 눈을 서늘하게 번득였다.
“원고 시대 흉수라면 내게도 있다! 녀석은 혼만이 아니라 육신까지 있지!”
말을 마친 한제가 미간을 두드리자 회오리가 나타나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더니 이내 어스름한 빛을 번득였다.
왼쪽 눈
한제의 앞에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극도로 소심하고 겁이 많은 지하마수의 허상이 나타났다. 지하마수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 진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였고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지하마수의 허상이 순식간에 실체를 갖추자 진을 향해 달려들던 수십 마리의 원고 흉수들은 우뚝 멈춰 섰다.
영혼의 기억 깊은 곳으로부터 기인한 공포가 원고 흉수들의 혼으로 퍼져 나가자 녀석들은 바들바들 떨면서 낮게 포효하더니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그 무렵, 지하마수는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그 거대한 몸의 절반은 진 밖으로 나가 있었는데 하필 어떤 계외 수련자와 10척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이 중년 수련자는 거대한 지하마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압도적인 크기에 사고 자체가 마비된 것이다.
한데 지하마수의 표정 역시 멍했다.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녀석의 눈에 포효를 내지르며 물러나는 흉측한 모습의 흉수들이 들어왔다.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은 지하마수는 이 광경에 충격을 받고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웅! 웅!
그 거대한 몸이 떨리자 온 우주가 함께 진동하면서 대량의 파문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녀석은 10척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수련자를 발견하곤 그대로 얼어붙었다.
지하마수와 눈을 마주친 중년 수련자는 그제야 사고능력을 되찾은 듯 흠칫 놀라더니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그는 신통술과 결인 따위는 잊은 듯 두 팔을 마구 휘둘러댔다.
하지만 이는 실수였다. 수련자의 비명에 놀란 지하마수 역시 겁에 질려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쿠오오오!”
사람과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이 거의 없던 지하마수는 당장이라도 혼절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녀석의 비명에 중년 수련자는 심신이 거의 무너져 내리며 피를 왈칵 토해냈다. 그 순간, 그는 혈둔술을 발휘해 빠르게 도망쳤다.
“크르르르!”
피를 보고 자극을 받은 지하마수는 좀 전보다 더욱 두려움에 떨었다. 녀석에게 원고 시대 흉수의 모습은 너무도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졌고 코앞에서 목격한 수련자의 포효와 피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두려움에 두 눈이 바짝 졸아든 지하마수는 벌벌 떨면서 곧장 물러나며 격렬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 우렁찬 비명이 울려 퍼지자 주위의 모든 수련자는 심신이 진탕되는 것을 느끼며 피를 토해냈다. 수십 마리의 원고 흉수들마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재빨리 물러났다. 녀석들은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기억에서 기인한 두려움으로 인해 조금의 저항심도 품지 못했다.
허나 문제가 있었다. 녀석들의 날카로운 비명에 지하마수가 한층 더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이에 다섯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마저 재빨리 후퇴했다. 그들은 이 지하마수가 무슨 신통술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압도적으로 거대한 데다가 어마어마한 위압감까지 풍기자 완전히 제압되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그런 지하마수가 포효를 내지르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포효가 아니라 겁을 집어먹고 내지른 비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한제뿐이었다. 그는 어이가 없어 씁쓸하게 웃었고 지하마수의 두 눈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는 지하마수가 거의 기절할 지경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녀석이 이토록 겁을 먹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원고 흉수들의 생김새는 정말로 끔찍하고 흉측했기 때문이다.
한제는 한숨을 내쉬며 곧장 지하마수 위에 올라탔다. 그토록 단단했던 녀석의 몸이 어째서인지 매우 물러진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원인을 따질 겨를이 없었기에 한제는 지하마수의 등을 살살 두드려 심신을 주입해 안정시켰고 연계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한제의 손길에 지하마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금방이라도 혼절할 듯 하얗게 희번덕거리던 눈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제의 명령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오오옹!”
녀석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그 거대한 머리를 맹렬하게 흔들었다. 두려움에 물든 눈길이 원고 흉수들을 애써 피하려고 고개를 가로젓는 행동인 듯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던 원고 시대 흉수와 계외 수련자들에게는 더 큰 두려움이었다. 그들은 지하마수가 금방이라도 달려들까 두려워 더욱 빠르게 도망치기에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