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87
두 사람은 무려 아홉 번이나 주먹질을 주고받았고 요란한 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주먹이 충돌할 때마다 사방으로 대량의 파문이 퍼져 나갔다.
파도처럼 일어난 파문들이 널리 퍼져 나가면서 주위 수만 명의 계외 수련자는 재빨리 물러났다. 1백만 척 뒤로 물러난 뒤에야 멈춘 그들은 하나같이 놀란 얼굴로 한제와 중년 사내의 거친 싸움을 신식으로 살폈다.
삼원륜의 진 역시 이 파문에 휩쓸리면서 왜곡을 일으켰다.
한편,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마치 아홉 개의 수련성에 차례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뒤로 물러나던 한제는 삼원륜의 진에 닿기 직전 멈춰 서더니 더욱 격렬한 전의가 담긴 눈으로 중년 사내를 노려보았다.
중년 사내 역시 피를 토하며 수십만 척을 물러난 뒤에야 멈춰 서서 입가의 피를 훔쳐내더니 곧장 다시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우주는 그들이 뿜어낸 피로 가득 찬 듯했다. 그중 한 방울이 충격에 휩쓸려 한제의 얼굴에 떨어졌다. 중년 사내의 피였다.
피를 문질러 닦아낸 한제는 입술을 핥더니 더욱 충만해진 전의와 함께 기이한 눈빛으로 한 걸음 나서며 두 손을 깍지 낀 채 10만 척을 훌쩍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는 중년 사내를 아래에 둔 채 그는 깍지 낀 손을 세차게 내리쳤다.
“크아아!”
중년 사내는 움찔 멈춰 서서 고개를 홱 들더니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려 위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거대한 고신의 허상이 나타났다.
거대한 고신의 허상은 완전한 상태의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고 미간에는 여덟 개의 반점이 번득이고 있었다. 중년 사내가 오른손을 뻗자 허상 역시 같은 손을 뻗어 한제를 가리켰다.
고신의 손가락!
거대한 허상의 손가락과 한제의 주먹이 충돌했다.
콰쾅!
온 우주를 산산조각 낼 것처럼 우렁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크윽!”
한제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 허나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꽉 움켜쥔 두 손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
그 순간, 허상의 고신이 뻗은 손가락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깍지 낀 한제의 두 손에 관통돼 그대로 갈라진 허상도 순식간에 와해되어 버렸다.
한제의 주먹은 고신의 팔과 거대한 몸통까지 파죽지세로 파괴했다.
고신의 허상이 완전히 파괴된 순간, 한제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이어 중년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와 중년 사내 사이의 거리는 수백 척도 되지 않았고 이는 일반인에게 한 걸음에 불과했다.
다음 순간, 한제의 주먹이 중년 사내가 뻗은 손가락과 충돌했다.
콰르릉!
굉음과 함께 쩌적 소리가 울려 퍼지며 중년 사내의 손가락이 그대로 터져 버리면서 뼛조각과 살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사내 역시 피를 왈칵 토하며 다급하게 뒤쪽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한제는 놓치지 않고 중년 사내의 가슴팍으로 돌진했다.
강력한 주먹질에 중년 사내는 바르르 떨었고 이어 쾅 하고 가슴팍이 움푹 파이고 말았다.
하지만 고족인 그는 그 와중에도 한제를 걷어차려 했고 그의 발과 한제의 두 주먹이 그대로 충돌했다.
꽈르릉!
한제는 피를 토해내며 수만 척을 밀려났다. 두 팔은 바들바들 경련했다. 이는 고신과 도고의 유산을 물려받은 그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육신의 힘만으로 충돌한 결과였다. 이 힘은 공열기 수련자조차 단숨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한제는 고통으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뒤로 밀려났으나 이를 악물고는 곧장 다시 몸을 날렸다.
“죽어라!”
한제의 외침이 포효처럼 터져 나왔다. 마치 포악한 신과도 같은 한제의 모습에 중년 사내의 표정은 급변하고 말았다.
“고요! 하늘을 삼켜라!”
중년 사내가 왼쪽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그러자 눈동자에서 세 개의 반점이 세 방울의 피가 되어 튀어나오더니 사내의 전방에서 거대한 고요의 허상을 형성했다.
허상으로 나타난 고요의 왼쪽 눈에는 아홉 개의 반점이 맴돌고 있었다.
“캬오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지르며 급속도로 몸을 부풀린 고요는 한제를 집어 삼키려는 듯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고마! 땅을 으깨버려라!”
중년 사내의 오른쪽 눈동자에서 고마의 반점 세 개가 튀어나와 세 방울의 피가 됐다. 이어서 짙고도 순수한 마기를 풍기는 핏방울은 곧 거대한 고마의 허상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면서 온 우주가 진동했다.
“고신! 분노하라!”
중년 사내의 미간에서는 두 개의 반점이 두 방울 피처럼 번득이더니 짙은 고신의 기운을 발산했고 고신의 허상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나타난 고신의 허상은 짙은 분노를 품은 채 낮게 포효했다.
“아버지!”
중년 사내의 짧은 외침에 세 고족의 허상 뒤로 더욱 거대한 허상이 나타났다.
한제에게도 익숙한 이 허상은 도고 엽막이었다. 이 엽막에 비하면 앞서 나타난 세 고족의 허상은 어린아이처럼 작아 보일 정도였다.
중년 사내가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한제를 가리키며 외쳤다.
“도고의 아들인 나는 아버지의 후계자인 네게서 유산을 되찾을 것이다!”
그의 손짓에 세 고족의 허상과 도고 엽막의 허상이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엽막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는 죽기 전 3천 방울의 피를 뿌렸고 그 피는 세 고족이 됐지. 그중에는 한층 더 짙은 고족의 기운을 품은 심혈 아홉 방울이 있었다. 넌 계외 장존 등이 오랜 세월을 거쳐 수많은 고족을 죽이고 뽑아낸 심혈로 응결된 존재인 모양이구나! 허나 그래봐야 여덟 방울의 심혈로 이루어진 존재일 뿐!”
이는 한제가 얼굴에 튀었던 상대의 피를 핥음으로써 분석해낸 결과였다. 그리고 전투를 이어오는 동안 그는 그 분석의 결과를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됐다.
세 고족의 허상과 엽막의 허상이 다가오자 한제의 미간에서는 일곱 개의 반점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는 각각 고요와 고마의 반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한제 체내에서 융합했고 도고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한제의 뒤로 도고 엽막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운으로 형성된, 왼쪽 눈이 없는 도고의 머리가 허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고의 유산과 여덟 방울의 심혈로 이루어진 도고의 자식과의 싸움이었다.
만약 한제가 승리한다면 그는 상대의 모든 것을 도고의 심혈 여덟 방울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는 한제의 미간에 새겨진 고신의 반점을 여덟 개로 늘려줄 것이다.
어쩌면 고요와 고마의 반점까지도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그가 다시 오래된 무덤으로 돌아가 완전한 유산을 얻을 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시천(撕天)
세 고족의 허상에 이어 도고 엽막의 거대한 허상도 한제를 향해 돌진해왔다.
한제는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결인을 그리며 앞으로 나서더니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뒤에 소환된, 왼쪽 눈이 없는 도고의 머리 허상이 순간 우렁차게 포효하며 한제와 융합됐다.
그 순간, 한제의 체내에서 눈부신 빛이 발산됐다. 멀리서 보면 도고 머리의 비어 있는 왼쪽 눈 부분에 한제가 있는 모양새였다.
“엽막에게 왼쪽 눈은 없지만 오늘 난 그의 왼쪽 눈이 되어 이 머리를 완전하게 만들 것이다!”
체내로부터 발산된 밝은 빛에 뒤덮인 한제는 도고 엽막의 왼쪽 눈이 됐다. 이에 따라 도고의 머리는 완전해졌다.
세 고족의 허상과 도고 엽막의 허상이 전광석화처럼 달려든 순간, 거센 폭풍과 같은 바람이 몰아쳤다. 중년 사내가 소환한 세 고족의 허상은 세 자루의 검처럼 눈 깜짝할 사이 도고 머리의 미간과 양쪽 눈을 찔러들었다.
뒤이어 중년 사내가 소환한 도고의 허상 역시 주먹을 날렸다. 만약 이 우주에도 하늘과 땅이 있다면 하늘은 휘우뚱 왜곡되고 땅은 거세게 진동했을 것이다.
한제와 융합함으로써 완전해진 도고의 머리는 입을 쩍 벌려 전방의 우주와 모든 허상을 향해 도고의 숨결을 한 움큼 불어냈다. 한제가 물려받은 도고 유산의 정수인 그 숨결은 고족의 신통술 중 하나였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한제와 중년 사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아악!”
중년 사내는 상상을 뛰어넘는 충격에 화들짝 놀랐고 그가 소환했던 세 고족의 허상 또한 그대로 무너져 내렸으며, 심지어 도고 엽막의 허상조차 와해됐다.
중년 사내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피를 토해냈고 한없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한제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세 자루의 검이 되어 두 눈과 미간을 찔러 든 세 고족의 허상에 관통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고 엽막 허상의 주먹에 그가 소환했던 도고의 머리 역시 바르르 진동하다가 터져버렸다.
“크윽!”
한제 또한 피를 토해내며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미간에는 상처가 나있었고 상처에서 흐른 피로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 한제는 고개를 홱 들어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있는 엽막의 아들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엽막의 아들 역시 살기를 번득이며 한제를 노려보았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전투였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의 결말만 있을 뿐.
고개를 든 엽막의 아들은 강력한 전의를 불태우면서 몸을 훌쩍 날린 그는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우주여, 하늘이 되어라!”
엽막의 아들은 낮게 으르렁대며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삼원륜 너머의 우주가 곧장 왜곡되기 시작했다. 기이한 힘 한 줄기가 스며들어 이 우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제의 눈빛이 차게 굳었다. 우주를 왜곡하는 기이한 힘에 그의 심장은 두방망이질 쳤고 강력한 위기감에 온몸의 솜털이 쭈뼛 섰다.
허나 이는 한제에게 무척 익숙한 느낌이었다. 거의 평생을 함께해온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한제는 허공을 움켜쥐어 저물공간에서 한 줄기 푸른 빛을 소환했다. 이 빛에는 작은 방패가 들어 있었다.
완전한 모습을 갖춘 청광순은 매우 견고했고 그 안에는 원고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꿈을 꾸게 하는 고신의 신통술이 깃들어 있었다. 당시 한제의 수준으로는 이 신통술로 죽일 수 있는 것이 천쇠에 이른 수련자에 불과했지만 이후 많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이 술법을 수정하고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한제가 체내에서 도고의 힘을 끌어올려 손에 쥔 청광순에 주입하자 청광순은 부풀어 오르면서 신통술을 발휘했다. 그러자 아주 오래되고 서늘한 기운이 휘몰아치면서 진 너머 우주를 원고 시대로 되돌려 놓았다.
우주에는 하늘과 대지가 나타났다. 모든 것은 허상인 듯했지만 동시에 놀랄 만큼 현실적이었다. 대지에는 수많은 거대한 인영이 있었다. 고신과 고요, 고마들이 빽빽하게 자리한 채 내지르는 포효가 온 세상을 바르르 진동시켰다.
세 고족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그 수는 어느덧 3천을 넘어섰다. 워낙 몸집이 크고 거대한 탓에 그들로 인해 온 세상이 다 채워진 것처럼 보였다.
원고 시대에도 바람은 있었지만 그 시대의 바람은 거칠고 황량해 죽음의 기운이 짙게 느껴졌다.
신통술로 만들어진 이 세상에 끌려온 엽막의 아들은 표정이 급변했다.
그 순간, 일렁이던 하늘에서 거대한 발이 한 짝 나타났다. 구름을 뚫고 나타난 발이 땅을 구르자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대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심지어 진짜 지진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줄기줄기 균열까지 생겨났다.
대지에 거대하고 깊은 발자국을 낸 발이 다시 한 걸음 내딛었다. 그 거대한 발이 노리는 것은 엽막의 아들이었다.
엽막의 아들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좀 전에 발휘했던 신통술을 완성시켰고 곧장 다음 신통술을 위한 결인을 그리며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