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29
그가 사라진 후, 천마산인은 덤덤한 얼굴로 그곳에서 나타났다. 그의 입가에는 기괴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제자여, 꼭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그 물건을 네게 주고 여태껏 전력을 다해 쫓지 않은 보람이 있지.”
★ ★ ★
한제는 이 고대 신의 기해 밖에서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방향을 바꾸어 앞이 아니라 위로 향하고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몰랐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는 여전히 어떤 변화도 없었다. 신식으로 탐색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제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움직이는 동안 그는 이미 열 개가 넘는 폭풍을 지나쳤고 그때마다 석주로 들어가 피했다.
점차 그는 약간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 폭풍은 그가 보기에 영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 폭풍은 분명 기해혈의 영기 소용돌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생겨난 폭풍조차도 저리 강력하다면 기해는 과연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는 것일까? 또한 고대 신은 분명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체내의 영력은 아직까지도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한제는 다른 의아함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갈수록 사방에서 천천히 스쳐지나가는 기이한 파동 때문이었다. 그 파동은 어떤 공격성도 없었지만 스쳐 지나갈 때마다 한제의 기분을 변하게 했다. 미묘한 변화이기는 했지만 경계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한제는 계속 이동하면서 계산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아낸 것은 너무나 적었다. 마치 눈앞이 안개로 뒤덮인 듯 진상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 고대 신의 땅은 기이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줄곧 이동하던 한제가 우뚝 멈추더니 미간을 두드려 석주 속으로 숨어들었다. 바로 그때, 한 줄기 흰색 빛이 멀지 않은 곳에서 번쩍였고 그 빛이 흩어진 뒤 육욕마군이 멍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잔뜩 그늘진 얼굴로 금색 손뼈를 바라보다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순간 흠칫 놀란 그는 두 눈을 번득이며 다시 사방을 살폈다. 멍한 표정이었던 얼굴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광기 어린 희색을 띄었다.
“이⋯⋯ 이 고대 신은 분명 이미 죽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진한 욕념의 파동이 느껴지는 거지?”
육욕마군이 두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진동하는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파동은 그가 보기에 분명 어느 욕념의 파동이었다.
육욕마군은 눈을 번득이며 결인을 해 허공에 쏘았다. 순간 길고 가는 뱀과 같은 검은색 안개가 나타나더니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
“스읍…”
육욕마군이 눈을 번득이며 숨을 길게 들이마시자 그 검은 안개는 곧장 방향을 틀어 그의 입으로 흡수됐다. 그의 얼굴에는 광기 어린 희색이 걸렸다. 그는 이곳의 욕념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유혼들의 공격에 상처 입은 그의 원영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육욕마군은 신식을 사방으로 펼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 두 팔을 뻗어 양 손의 손가락을 다르게 펼친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낮게 외쳤다.
“공욕(恐欲), 흡수!”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결인을 그렸다. 순간 사방에서 수많은 검은색 안개가 나타났고 모두 육욕마군의 체내로 흡수됐다.
점차 늘어난 검은 안개는 하늘을 거의 뒤덮을 듯 끝도 없이 용솟음쳤고 육욕마군의 몸은 마치 깊은 구멍처럼 그 검은 안개들을 계속해서 흡수했다.
그의 표정은 갈수록 흥분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 고대 신의 체내에 있는 공욕이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 10만 리 떨어진 곳에서 천마산인은 육욕마군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흡수해라, 제자야. 원하는 대로 마음껏 흡수해라. 이 사부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아주 잘하고 있구나! 흐흐흐.”
그는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붙였다가 떼었다. 순간 고리 모양의 푸른빛이 빠른 속도로 사방을 향해 퍼져나가 그를 중심으로 반경 1만 리를 감쌌다. 작업을 마친 천마산인은 눈을 번득였고 그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제자야, 너의 그 어리석은 생각은 이 몸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끝도 없이 차오르던 검은 안개는 이미 1만 리 범위를 가득 채웠다. 만약 천마산인이 배치한 금제가 아니었다면 그 검은 안개는 계속해서 확산됐을 터였다.
고대 신의 유산 (2)
얼마나 지났을까? 검은 안개는 천천히 사라졌고 육욕마군은 미친 듯이 기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그의 수준은 이미 이해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
“탐욕(貪欲), 흡수!”
그가 낮게 외친 순간, 붉은색 안개가 피어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경 1만 리 범위는 붉은 안개로 가득 찼다.
곧이어 망욕(妄欲), 열욕(悅欲), 투욕(妬欲), 치욕(痴欲) 등의 모든 욕념이 분분히 육욕마군에게 흡수됐다. 그의 표정은 이미 미친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자신의 수준에 엄청난 집착을 가진 그로서는 수준을 올릴 기회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여태까지 그는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흡수하고 싶을 뿐이었다. 모든 욕념을 다 흡수했을 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하늘을 뒤덮을 듯했다.
고대 신의 체내에 있는 여섯 종류의 욕념은 그가 죽기 전에 체내의 신식이 특수한 변화를 맞으면서 분열되어 확산된 상태였다. 그런 욕념을 흡수한 육욕마군은 이제 현천마욕결을 그 창시자인 당시의 천마산인보다도 더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그로부터 1만 리 떨어진 곳에서 줄곧 가만히 숨어 있던 천마산인은 기쁨과 탐욕이 어린 얼굴로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큰 웃음을 터뜨리며 육욕마군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나의 제자야, 네 임무는 끝이 났다. 네 녀석을 거둔 보람이 있구나. 이번 일을 훌륭하게 해냈으니 그 동안의 은혜는 완벽하게 갚은 것으로 쳐주겠다!”
★ ★ ★
한제는 석주 공간 안에서 석주의 특수한 작용을 통해 밖의 모든 상황을 또렷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석주가 주인을 완벽하게 인지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결단기 중기에 이른 뒤부터는 석주 안에 들어갈 때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막 결단기에 들어섰을 때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 정도로 또렷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제는 그보다는 신식이 강해진 것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세 번째 관문에서 수많은 유혼을 흡수하면서 그의 신식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이제는 석주 안에서 사방에 가득한 선 형태의 발광체를 쥐기만 하면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육욕마군이 세 번째 관문을 통과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그가 나타났을 때 한제는 깜짝 놀랐다. 게다가 상대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나타난 소용돌이로 볼 때 육욕마군 역시 방금 막 네 번째 관문인 전송진에 의해 전송된 듯했다.
한제는 정신을 집중했다. 상대가 떠난 뒤 그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와 마주쳤다가는 한제의 입장에서 좋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벌어진 일에 한제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육욕마군이 기운을 흡수하는 것은 첫 번째 관문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저 자가 마공을 펼치던 모습과 겹쳤다.
“헙…”
그 광경에 한제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곧 그의 마음속에서 의혹이 피어올랐다. 상대는 검은 연기를 마치 애초에 그에게 흡수되기 위해 준비되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너무 쉽게 흡수하고 있었다. 한제는 육욕마군이 끝없이 강해지고 있음을 똑똑히 느꼈다.
육욕마군의 현천마욕결(玄天魔欲訣)은 이미 절정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이에 지금 그는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지난 수천 년간 추구해왔던 것을 이곳에서 단 하루 만에 이루었다는 생각에 그는 이보다 더 통쾌할 수가 없었다.
양손을 바라보던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그는 이제 그의 사부가 나타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붙을 자신이 있었다.
이런 자신감은 그가 흡수한 고대 신의 욕념에서 기인했다. 여섯 종류의 욕념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특수한 힘을 형성했고 그 특수한 힘은 그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생사를 통제하게 했다.
허나 육욕마군의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웃음을 멈춘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에서는 유성처럼 긴 잔영을 남기며 그의 스승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쉬 – 익
“늙은이, 사제지간의 정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든 이상 사부를 죽였다고 날 원망할 생각은 말아야 할 거야!”
천마산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육욕마군으로부터 1백 척 떨어진 곳까지 이르렀다. 육욕마군을 주시하고 있던 그의 얼굴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희색이 어려 있었다. 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좋아! 이 천마산인의 제자답구나. 감히 고대 신의 욕념을 흡수하다니… 이청, 고맙다는 말부터 하마.”
한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금 나타난 남자는 겉모습이나 그 기운이 맹타자와 흡사한 것으로 보아 요마일 것이다. 허나 한제가 진짜 놀란 이유는 그가 육욕마군의 사부라는 점이었다.
한제는 1천 년 전 이곳에 들어오자고 사람들을 부추긴 주요 인물이 바로 그 천마산인임은 알지 못했지만 대략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통해 한제는 방금 육욕마군이 흡수한 것이 고대 신의 욕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게 대체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육욕마군은 곧장 가슴팍 앞에 결인을 그렸다.
“나와라, 욕념의 영(靈)!”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육욕마군 뒤에 순간 각각 다른 색의 연기 기둥들이 피어올랐다. 이 기둥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악귀로 변하더니 이를 드러내고 손톱을 휘두르며 천마산인에게 달려들었다.
천마산인의 눈에 깃든 탐욕의 빛이 더 짙어졌다. 그는 육욕마군의 법술을 막지 않고 두 팔을 뻗어 그와 같은 결인을 그리더니 자신의 제자가 법술을 펼친 순간 동시에 외쳤다.
“나와라, 욕념의 영!”
그의 뒤에도 갖가지 색의 연기 기둥이 나타났고 그것들은 여섯 악귀로 변해 앞쪽으로 내달렸다.
육욕마군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는 천마산인에게 배우고 자란 사람이었지만 일찍이 상대가 현천마욕결에서 중요한 비법 하나를 빼놓고 가르쳐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참 전에 스스로 연구한 끝에 결국 이 공법을 자신에 맞춰 개조한 그는 자신의 현천마욕결은 스승의 것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똑같이 생긴 욕념의 영이 서로 얽힌 순간, 천마산인의 얼굴에 기괴한 웃음이 걸렸다. 그는 갑자기 두 팔을 벌려 위쪽으로 솟아올랐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그의 머리가 펄럭였고 엄청난 영력이 그의 몸에서 흘러넘쳤다.
“뼈로 만들어진 유인⋯⋯.”
천마산인이 낮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육욕마군의 손에 들려 있던 황금색 손뼈가 기이하게 요동을 치더니 순간 분열되어 무수히 많은 금빛으로 흩어졌다. 육욕마군의 손은 텅 비어버렸다.
이 금빛들은 마치 금색 물줄기처럼 그대로 천마산인에게 흘러들더니 그의 앞에서 다시 응집되어 새로운 금색 뼈가 됐다. 그 손뼈는 검지만 편 채 육욕마군을 가리켰다.
이 장면을 본 한제는 육욕마군이 그렇게 쉽게 고대 신의 욕념을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눈치 챘다. 모든 것은 천마산인이 미리 설계해둔 것이었다. 그를 통해 상대에게 보다 큰 목적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육욕마군은 눈을 번득이며 천마산인이 만들어내 싸우고 있는 육욕의 영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뒤로 곧장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세 번째 관문의 출구에서 손뼈로 법결을 그려 이곳을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었을 때 그 소용돌이가 왜 곧바로 붕괴됐는지 이제야 눈치 챘다.
저 손뼈는 완전히 그의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줄곧 천마산인의 소유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 자의 한마디에 곧장 자신의 통제를 벗어날 리가 없었다.
방금 그 손뼈가 날아간 순간, 그와 손뼈 사이에 있었던 1천 년간의 연결은 바로 끊어져 버렸다. 이에 깜짝 놀란 육욕마군은 그간 있었던 신기한 일들과 그 원인들을 단박에 깨달았다.
천마산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육욕마군은 쳐다보지도 않고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욕념으로 만들어진 검⋯⋯.”
“으아아아악!”
천마산인이 만들어낸 욕념의 영과 싸우던 악귀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더니 연기로 변했다. 그러더니 한데 모여들어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그와 동시에 긴 무지개를 그리며 빠른 속도로 달아나던 육욕마군의 몸이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천마산인의 곁, 정확히는 여섯 개의 욕념이 만들어낸 사람 형상 안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사람 모양으로 응집된 연기와 그는 이미 하나로 융합된 상태였다.
“이 사람의 정혈을 제물로 삼고⋯⋯.”
천마산인의 목소리가 기이해졌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섯 마리의 악귀들은 조금도 반항하지 못하고 펑펑 터져 나가며 피범벅이 된 살덩어리로 뭉그러졌다.
천마산인은 오른손을 휘저었다. 핏방울이 그의 체내에서 솟아나와 하나의 피 구슬로 응집되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 사이 육욕마군의 온몸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속박된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 사람의 꽉 찬 화신기 수준을 길로 삼고⋯⋯ 고대 신 서사의 여섯 가지 욕념을 매개로 삼아, 고대 신의 신식으로 가는 길을 여니⋯⋯.”
천마산인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이 날을 꼬박 4천 년이나 기다려온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