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0
사실 그가 이곳에 맨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1천 년 전이 아니었다. 그때 그는 이곳에 세 번째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4천 년 전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온 그는 가지고 있던 법보로 세 번째 관문을 지나 네 번째 관문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그 손뼈를 얻었다.
그리고 이곳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욕념의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른 사람과 달리 각종 욕념들을 공격 수단으로 삼던 그는 이 파동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천마산인은 말하자면 절세의 천재였다. 그는 이곳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으면서도 곧장 그것을 흡수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손뼈로 통로를 열어 이 고대 신의 땅을 빠져나갔다. 그 후 전력을 다해 욕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마침내 현천마욕결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가 으스대며 이곳에 두 번째로 들어왔을 때, 고대 신의 욕념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요마처럼 변한 수련자들의 모습도 봤다.
크게 놀란 그는 얼른 이곳을 떠나려고 했고 한 차례 격렬한 전투 끝에 겨우 살아나왔다. 그리고 그때 그는 고대 신의 전수품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됐다.
밖으로 나온 후 그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다시 1천 년의 준비를 거쳐 세 번째로 이곳에 들어왔다.
죽은 척하고 손뼈를 육욕마군에게 넘기는 것도 모두 계획의 일부였다. 심지어는 당시 육욕마군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 역시 이 날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관문에서 맹타자가 그를 불러내지 않았어도 육욕마군이 위험에 처한다면 나서서 도와줄 작정이었다. 육욕마군은 무사히 네 번째 관문에 들어가야 했다.
펑-!
육욕마군의 몸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 피안개로 변했고 그의 원영은 천마산인에 붙잡혀 흘러넘치는 영력이 됐다.
천마산인의 눈에는 광기가 번득였다. 두 손으로 결인을 한 그는 정혈을 한 움큼 뱉어내 영기에 섞었다. 그리고는 잔인한 얼굴로 낮게 외쳤다.
“고대 신이 지시한 방향으로⋯⋯ 가라, 고대 신의 공욕(恐欲)!”
퍼펑
순간 허공에 떠있던 금색 손뼈가 터지더니 금색 파문이 되어 허공에 원형의 금빛을 형성했다. 그와 동시에 육욕마군이 터지면서 만들어진 피 안개에서 한 마리 검은 용이 튀어나왔다.
“우에에에엑!”
이 용은 흉악하게 포효하며 육욕마군의 원영으로 만들어진 영기를 맹렬하게 흡수했다. 영기의 6분의 1만 흡수한 검은 용은 온몸에서 검은 빛을 번득이며 그 원형의 금색 빛이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우르릉!
그 순간, 온 고대 신의 땅이 진동했다. 만약 천마산인이 이전에 1만 리 범위에 금제를 걸어놓지 않았다면 다른 요마들이 이곳의 상황을 알아차렸을지도 몰랐다.
쾅!
굉음이 났다. 검은 용이 무형의 장애물에 부딪힌 듯했다. 이어 용의 앞쪽에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고 검은 용은 하얀 연기로 흩어져 사라졌다. 고대 신은 영원히 공욕(恐欲) 한 줄기를 잃게 됐다.
고대 신의 유산 (3)
한제는 석주 공간 안에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 금색 손뼈는 진정한 고대 신의 뼈였다. 그 손뼈 중 사라진 무명지 반쪽은 한제의 저물대 안에 얌전히 들어 있는 그것이리라.
하지만 그보다 한제를 떨리게 한 것은 그 검은 용이 부딪힌 자리였다. 한제는 계속해서 눈을 번득였다.
“가라, 고대 신의 탐욕(貪欲)!”
피 안개 속에서 한 마리의 붉은 용이 튀어나오더니, 아까의 검은 용과 마찬가지로 6분의 1에 해당하는 영기를 흡수한 뒤 같은 위치에 부딪혀 사라졌다.
뒤이어 망욕(妄欲), 열욕(悅欲), 투욕(妬欲), 치욕(痴欲)에 해당하는 네 마리의 용이 나타나 같은 위치에 부딪혔다.
와르르.
마지막으로 치욕의 용이 몸을 부딪치자 그 균열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수십 척 크기의 통로가 나타났다.
천마산인은 미친 듯 웃으며 오른손을 꽉 쥐었다. 순간 그 안에 옅은 파란색의 원형 얼음 결정이 나타났다. 그 크기는 약 1백 척 정도였지만 통로의 크기는 겨우 30척 정도였다.
한제는 그 통로를 주시하며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모험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천마산인은 두 손으로 결인을 한 뒤 신중한 얼굴로 그 얼음 결정을 향해 영력을 내뿜었다. 한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살짝 굳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금제가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 것을 느꼈다. 상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걸어놓은 금제는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였고 심지어 그 위에 다양한 금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자신도 그것을 파괴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 준비해온 데다가 고대 신의 체내는 워낙 넓으니 이곳에 다른 사람이 나타나 방해를 할 가능성은 적었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금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갑자기 탄혼 한 마리가 나타날 줄은, 그래서 혈해의 주인으로부터 그 녀석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요마들이 고대 신의 체내까지 쳐들어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은 다른 예기치 못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쳐놓은 이상 중간에 끊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천마산인은 자신의 금제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하지만 지금 누군지 모를 상대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금제를 가볍게 파괴했고 이에 그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천마산인은 두 말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통로 안을 향해 뻗어 꽉 쥐었다. 그리고 1백 척이 넘는 얼음 결정 중 3분의 1을 끄집어냈다. 잠시 후 왼손으로 통로를 때리자 그 통로는 곧장 수축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가 다시 흐릿한 형태를 되찾았다. 조금의 틈도 없었다.
이때 천마산인은 온힘을 다 들이고 있었다. 몇 시진만 있으면 완전한 얼음 결정을 축소시켜 통로 형태로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3분의 1 정도만 취해야 했다.
이 얼음 결정은 분열될 경우 그 안에 담긴 힘의 상당 부분이 소실됐다. 그러니 완전한 상태로 꺼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여러 번 조각을 내서 꺼낼 수도 없었다.
그는 얼음 결정을 꺼내자마자 그것을 이마에 붙였다. 한데 그때, 냉랭한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너를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다!”
천마산인의 손이 떨렸다.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의 금제가 가볍게 풀릴 만도 했다. 냉랭한 목소리는 혈해의 주인에 버금가는 열 명의 장군 중 한 명의 것이었다. 그의 수준은 이미 현재 주작성에 존재하는 등급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상고 시대의 수련자였으며, 어떤 원인으로 인해 여태까지 살아 있는 자였다.
“부하는 타목을 알현하라.”
천마산인은 억지로 웃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얼음 결정을 흡수하더라도 그것을 소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상대가 자신을 죽이는 데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 남자가 붉은색 도복을 입고 먼 곳에서부터 둥둥 떠왔다. 키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고 겉모습도 요마와 달리 정상이었다. 비록 외모는 평범했지만 독특한 느낌에 보는 사람을 긴장시켰다.
그 중년 남자가 가장 먼저 본 것은 천마산인이 아니라 허공 어딘가였다.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시선이 닿은 곳에서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고대 신의 체내에 영력의 파동이 느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하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었기에 그쪽을 힐끗 쳐다본 그는 천마산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제는 심장이 쿵쾅댔다. 방금 한순간 상대의 눈빛이 마치 석주를 꿰뚫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휴…”
상대가 석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번득였다.
천마산인은 상대의 눈에 온몸을 투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여태 혈해에서 살아온 만큼 그에게도 대항할 방법은 있었다. 상대가 나타난 순간 기괴한 영력이 그의 체내에서 쉼 없이 회전했고. 이에 온몸을 투시당하는 듯한 느낌도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중년 남자의 눈빛은 천마산인을 지나쳐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얼음 결정에 닿았다. 얼음 결정은 천마산인에게서 빠져나와 그 남자의 손으로 들어갔다.
천마산인은 속이 쓰렸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도 체내에서 회전하고 있는 기괴한 영력으로 철저히 덮어 감추었다.
“이건 뭐지?”
중년 남자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는 얼음 결정을 힐끗 살폈으나, 어떤 이상한 점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천마산인이 얼른 공손하게 대답했다.
“타목 어른, 이 결정은 육욕마군의 모든 것을 녹여내어 만든 것입니다. 당시 제가 그 녀석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도 나중에 이 뇌정(腦晶)을 빼내어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쓰기 위해서였지요. 어르신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드리겠습니다.”
중년 남자는 천마산인을 힐긋 살피며 두 손가락 사이에 얼음 결정을 끼운 채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펑-!
말을 하는 도중 두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자 얼음 결정은 빛으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광경에 충격을 받았는지 천마산인의 얼굴이 약간 구겨졌다. 그는 흩어지는 얼음 결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약한 물건을 어찌 보물이라 할 수 있겠나!”
중년 남자는 비웃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천마산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순간에 폭삭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그 탄혼이나 찾으러 가지!”
중년 남자는 말을 마친 뒤 오른손을 꽉 쥐었다. 그러자 천마산인은 사방팔방에서 훅 끼쳐오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그의 몸을 붙잡아 먼 곳으로 날려 보냈다.
빛으로 부서져 사방으로 퍼진 얼음 결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한제는 곧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빛을 보며 나가서 모아보고 싶었으나, 꾹 참아냈다.
2각 후,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그 중년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다시 주변을 훑어보며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번쩍 하고 사라졌다.
신식을 이용해 그 얼음 결정에 영력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그것을 짓이겨 부순 것은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탄혼인지도 몰랐다. 이곳에 이르자마자 느꼈던 영력의 파동에 대해 그는 아직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로부터 또 2각이 흘렀을 때 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 얼음 결정이 뭔지 알지 못했지만 천마산인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겨우 얻어낸 물건이라는 점을 볼 때 중년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별 볼 일 없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물건은 이미 중년 남자 손에 파괴됐다.
그게 대체 무슨 물건인지 살펴보기라도 하고 싶었으나, 급하게 석주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 중년 남자는 너무나 강해 어떤 금제를 쓴다 해도 그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그 얼음 결정이 흩어져 아무 것도 없던 자리에 갑자기 반짝이는 빛들이 나타났다. 그 빛들은 점점 더 많아지더니 마침내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새로운 얼음 결정을 이루었다.
뒤이어 허공에 금빛의 원이 나타났다.
우르릉!
그 원안의 얇은 막에는 거미줄처럼 수많은 균열들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틈으로 흡입력이 삐져나와 얼음 결정을 점점 끌어당겼다.
그때, 허공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제였다.
그는 얼음 결정을 손에 쥔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몸 안에 있는 영력을 거의 다 끌어 쓴 그의 속도는 마치 바람처럼 빨랐다.
장장 한 시진을 내내 날던 그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한참이나 뒤를 바라보던 그는 손에 든 얼음 결정을 주시하며 잠시 망설였다. 그는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저물대에 넣으려고도 해봤지만 어째서인지 그럴 수 없었다.
한제의 얼굴에 단호한 결심이 어렸다. 천마산인이 그렇게 중시했다면 보통 물건은 아니리라. 그는 천마산인이 했던 동작을 떠올리며 그것을 이마에 얹었다.
이마에 닿은 순간, 힘을 따로 주지도 않았는데 그 얼음 결정은 한제의 이마 속으로 쏙 들어왔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한제는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체내의 영력도 신식도 전혀 늘지 않았다.
한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체내를 훑었다. 허나 그 얼음 결정은 증발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한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천마산인이 온갖 수고를 들이고 심지어 자신의 제자를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들어낸 것이 정말 그 중년 남자의 말대로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단 말인가?’
한제는 다시 비행할 준비를 했다. 최대한 빨리 신식의 바다에 갈 생각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갑자기 그는 두통을 느꼈다. 아주 미약한 통증은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사라졌다.
하지만 곧이어 조금 더 강한 통증이 한 차례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미약했던 통증은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제는 얼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그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통증은 미친 듯이 몰려왔고 한 차례 몰려올 때마다 더 강력해졌다.
그는 곧장 미간을 두드렸다. 석주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신의 신식이 갑자기 머릿속에 나타난 힘에 가로막혔고 그는 석주 공간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한제는 굳은 얼굴로 얼른 가부좌를 틀고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신식의 바다가 푸른빛으로 감싸였음을 알게 됐다. 통증의 원인도 그것이었다. 의지가 강한 한제조차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