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10
‘도고의 기운… 엽막의 팔!’
그 팔을 보자마자 정체를 파악한 한제는 주위를 살필 틈도 없이 그 팔을 쥐었다. 도고의 정통 후계자인 한제의 손이 닿은 순간, 팔에서는 밝은 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그를 완전히 뒤덮었다.
한편, 탐랑은 아홉 개의 태양에서 발산된 열기에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이미 균열 안에 반 발짝 정도 들어선 상태였음에도 열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천 년이 아니라 만 년이라도 이야기해줄 테니 저 좀 살려주십시오!”
고함을 내지르던 탐랑은 두 개의 작은 손이 균열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등을 꾹 누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두 손에서는 질식할 정도의 강력한 힘이 밀려들면서 탐랑의 온몸에서는 무궁무진한 금빛이 번득였다. 또한 탐랑의 두 팔이 제멋대로 움직여 양손 손가락 끝을 서로 맞댔다.
그 순간, 탐랑의 두 손이 이룬 원에서 금빛 태양이 나타났다. 주먹만 한 이 태양에 담긴 어마어마한 힘은 이 공간을 운해성역을 계내 4대 성역을 넘어 심지어 계외 태고 성신까지 뒤흔들었다.
허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더욱 충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풍의 선계 내 대륙은 이미 한제가 거둔 바 있지만 공간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제가 봉인해둔 그 안의 통로 역시 그대로였다.
탐랑이 그린 원에서 나타난 태양이 강력한 힘을 폭사(暴射)한 순간, 이 통로 끄트머리의 문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확산되는 기운을 막지 못하고 문밖의 선강 대륙 귀일종으로 밀리고 말았다. 이에 귀일종 수련자들의 안색이 급변했다.
“아홉 개의 태양 중 하나… 대천존의 기운⋯⋯. 대체 어떤 대천존이 그곳에 나타난 거지?”
얼음으로 뒤덮인 선강 대륙의 산맥. 가부좌를 틀고 있던 반산몽의 얼굴에서 삽시간에 핏기가 싹 가셨다. 동시에 쩌적 소리와 함께 갈라진 빙산에서 몸을 훌쩍 날린 그녀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건… 대천존의 기운이야!”
★ ★ ★
선강 대륙 동부 9종 13문 중 나머지 여덟 종파와 능히 맞설 수 있는 힘으로 제1종 지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자양종.
지금 일어난 상황은 이곳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선강 대륙 아홉 태양 중 한 명이자 전설적인 강자 대천존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천존은 매우 신비로운 존재라 그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심지어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비밀스러움은 더더욱 자양종을 두렵게 만들었다.
자양종 대전 안에는 일고여덟 명의 노인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들 앞에 선 중년 사내가 엄숙하게 포효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라!”
“그 둘은 사수계에 놀러 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노인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놀러 가? 대천존의 기운을 밖에다 뿌리고 다니는 것이 노는 것인가!”
중년 사내는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지만 그 역시 당황한 듯했다.
“지금으로서는 사수계를 열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그곳을 봉쇄하고 저희의 진입을 막고 있으니까요.”
또 다른 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천존께서 환생하시는 데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돼! 그들은 아직 성장 중이라 힘을 발휘하기에 적합하지 않은데⋯⋯ 대체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쾅!
중년 사내가 발을 구르자 자양종 전역이 울렸다. 심지어 종파 밖의 대지도 바르르 떨렸다.
8성급 도고
운해성역 균열 안의 공간. 두 손으로 원을 그린 탐랑이 순간 두려운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본 한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탐랑의 두 손에서 나타난 태양은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 사람 크기로 변해 밝은 빛을 발산했다. 그러자 달려들던 아홉 마리의 불새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결국 무너져 내렸다.
칠채도인 역시 흠칫 놀랐다. 그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았지만 영혼에 남은 몇 가지 기억은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선강 대륙 아홉 태양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건⋯⋯ 대천존의 기운!”
표정이 급변한 칠채도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빛을 보고는 몸을 바르르 떨더니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완전히 피해내지 못했는지 피를 왈칵 토해냈고 한제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 ★ ★
계내 나천성역. 원고 선역 4대 장군이 세 번째 주혼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살피던 전가 노인은 갑자기 경련하며 몸을 홱 틀어 먼 곳을 내다보았다.
‘대천존!’
벼락이 치듯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그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렸다.
‘이럴 수가! 대천존의 기운이 어떻게 이곳에⋯⋯?’
무시무시한 기운은 계내 4대 성역을 뒤덮고 계외 태고 성신마저 뒤덮어 동부계 전체를 채웠다. 이 기운이 훑고 지나가면서 모든 수련성의 흉수와 일반인은 바르르 떨었다. 동시에 이들은 모두 대천존의 기운에 영혼이 자극받아 수만 년의 윤회를 거치며 완전히 잊어버린 오래 전의 기억을 되찾았다.
이렇게 깨어난 기억은 바로 칠채선존의 세 번째 주혼이었다.
칠채도인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최대한 빨리 뒤로 물러나 균열 밖으로 튀어 나가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급하게 달아났다. 한제를 뒤쫓다가 대천존의 기운을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는 두려움에 떨었다.
★ ★ ★
한편, 한제는 균열 안의 제단 위에서 태양에 휩싸인 탐랑이 균열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 균열 안에는 두 명의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아, 너는⋯⋯?”
그중 한 소녀가 사수계 안에서 한제를 보고 기쁘면서도 놀란 듯 웃었다.
“하영, 봐봐. 내가 말했던 그 사람이야. 저 사람도 이름이 이한제라고 했어.”
“아가 얼른 균열을 봉쇄해. 안 그러면 그 역겨운 늙은이들이 올 거야. 그럼 우리는 다시는 여기 못 온다니까.”
“응, 내가 봉쇄할게. 너는 탐랑을 숨겨.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지.”
균열은 금빛을 번득이면서 점차 사라지다가 이내 자취를 감췄다.
이 광경에 한제는 혼란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는 제단 위에 앉은 채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그제야 균열이 사라진 곳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아홉 태양 중 하나⋯⋯ 대천존⋯⋯.”
우주는 적막했다. 빛 한 점 없었다. 한제는 묵묵히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저 두 아이가 대천존이란 말인가? 선강 대륙의 전설적인 존재 대천존… 그 기운만으로 칠채도인을 물리쳤어.”
한제의 두 눈에 어떤 의지가 어렸다.
“언젠가는 나도 대천존이 되어주지.”
그는 두 눈을 감고는 마음을 안정시킨 후에야 다시 떴다.
“칠채도인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지금 이곳은 그 어디보다도 안전하다. 여기서 금제의 본원을 깨닫고 여덟 방울의 피와 융합해야겠다. 그리고 도고의 팔은⋯⋯.”
한제는 고개를 돌려 엽막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이 팔을 흡수할 수 있다면 시천술의 위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완전히 평정심을 되찾은 한제는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간에서 엽막의 아들로부터 얻은 여덟 방울의 피가 튀어나왔다. 이 핏방울들에서는 아무런 빛도 발산되지 않았다. 그저 짙은 도고의 기운만 느껴질 뿐이었다.
한제는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을 회전시켜 회오리를 형성했다. 동시에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는 고요와 고마의 반점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지금 한제의 모습을 본다면 그 기이함에 의아해질 터였다.
“도고의 피에는 세 고족의 모든 힘이 포함되어 있어.”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른손을 들어 그중 한 방울의 피를 집더니 으스러뜨렸다. 핏방울은 일곱 갈래로 갈라져 한제의 칠규로 빨려 들어갔다.
한제는 엽막의 핏방울들을 미간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히 흡수하고 융합할 생각이었다.
한 방울의 피가 완전히 흡수된 순간, 한제의 체내에서는 콰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의 모든 살점과 조각조각의 뼈가 순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방금 전 흡수된 도고의 힘과 융합했다.
미간에서는 고신의 반점이 급속도로 회전하다가 점차 여덟 번째 반점을 어렴풋하게 드러냈다. 매우 불안정해 언제라도 흩어져 사라질 것 같은 반점이었다.
한제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부풀어 오르는 몸에서는 극심한 고통이 느껴져 절로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7성급 고신과 8성급 고신의 간극은 엄청났다. 게다가 한제는 기운의 일부를 갈라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고요와 고마의 반점도 성장시키면서 세 고족 기운의 평형을 유지해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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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7일이 지났다. 그 사이 한제는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은 채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애쓰며 두 번째 핏방울을 흡수했고 세 번째 핏방울을 으스러뜨렸다.
두 방울의 피가 동시에 융합함에 따라 미간의 여덟 번째 반점은 점점 또렷해졌다. 왼쪽 눈에서는 고요의 반점도 빠르게 회전하면서 여덟 번째 반점을 드러낼 조짐을 보였다.
한제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몸 뒤로는 도고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 허상 역시 기이한 변화를 겪는 듯 왜곡된 상태였다.
며칠 뒤, 한제는 감았던 두 눈을 뜨고 소매를 휘둘러 남아 있는 핏방울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그는 순식간에 피 안개로 완전히 뒤덮였다. 피 안개는 꿈틀거리며 한제의 칠규와 온몸의 땀구멍을 통해 빠른 속도로 흡수됐다.
안개가 끊임없이 흩어져 사라지면서 한제는 먹먹한 고함을 내질렀다. 왼쪽 눈에는 여덟 번째 고요의 반점이 또렷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일어난 요기가 폭풍을 형성해 사방을 휩쓸었고 주위의 수많은 흉수가 하나같이 움츠러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동시에 한제의 오른쪽 눈에서는 여덟 번째 고마의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짙은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