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16
“이제 난 세 개의 목숨을 갖게 됐다!”
한제의 두 눈이 기쁨으로 번득였다.
손을 들어 올린 그의 손바닥 위에는 한 여인의 혼이 떠올랐다. 당시 혈각 안에 숨어 있던 그의 옛 친구였다.
“너와 나의 은원은 모두 청산됐으니 다시 윤회로 돌려보내주겠다.”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여인의 혼은 곧장 흩어져 사라지더니 자취를 감췄다.
이내 고개를 돌려 세 조각으로 나뉜 제단의 잔해를 바라보는 한제의 눈에는 아쉬움이 어려 있었다.
“내 혼과 육신이 너무 강력한 탓에 제단이 파괴됐군. 앞으로는 그 누구도 삼명술을 발휘하지 못하겠지.”
한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면기를 베다
삼명술로 인해 나뉜 것은 도고 혈맥만이 아니었다. 수련자로서의 분신을 비롯한 그의 모든 것이 셋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융합한 상태였다.
“도고의 혈맥도 얻었고 고요와 고마, 고신도 8성급으로 올려놓았다.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됐군. 허나 그전에 할 일이 있다. 귀면기를 완벽히 제련하고 깨닫는다면 금제를 통해 일곱 번째 본원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내 수준은 공령기 후기로 높아질 것이고 거기에 도고의 혈맥을 더한다면 공현기 후기 수련자와도 충분히 맞설 수 있을 터!”
한제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또한 전쟁의 본원도 있다. 당시 나는 모든 깨달음을 규칙의 반점으로 만들었으니 시간을 들여 다시 조정한다면 그것으로도 본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공할 수만 있다면 공령기 절정에 이르게 되는 거야!”
한제는 말을 마치더니 가부좌를 틀고는 귀면기를 소환했다.
‘이 귀면기가 반산몽이 환술을 펼치는 매개체였다면 분명 이 안에는 대혼문의 환술이 존재할 터. 그 환술이야말로 중요한 것이지, 금제의 본원은 다음 문제다. 이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이 법보로 칠채도인이 그랬듯 세 번째 주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누가 먼저 세 번째 주혼을 찾느냐다!’
한제는 여러 단서와 흔적들을 토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칠채도인이 환각에서 어디까지 봤는지 모르겠으나 그가 그토록 분노했던 것을 보면 세 번째 주혼의 소재를 파악하지는 못한 게야. 문제는 전가 노인도 세 번째 주혼을 찾고 있다는 것. 이 두 사람은 만만한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세 번째 주혼을 찾기 위해 어쩌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한제의 머릿속에 처참한 전장이 스쳐갔다.
‘원래 동부계 안에서 세 번째 주혼을 찾고 있던 건 그 둘뿐이었지만 이제 원고 선역이 열리면서 4대 장군과 선인들까지 나섰다. 그리고 아마도 오행성의 만표 일맥도 이 분쟁에 끼어들려고 할 터. 수만 년을 이곳에 숨어 있었으니 이제 슬슬 수면 위로 나타날 때가 됐지. 세 번째 주혼, 대체 어디에 있느냐?’
한제는 머릿속의 생각을 천천히 정리해나갔다.
‘세 번째 주혼을 찾아야만 대문을 찾아서 열고 모두와 함께 선강 대륙으로 나갈 수 있다.’
한제는 감았던 눈을 뜨고는 세차게 털더니 손에 들린 귀면기를 관찰했다.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로 언제까지고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한데 그때, 갑자기 한제의 표정이 차게 굳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 했다. 그는 고개를 홱 쳐들고는 저 먼 곳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을 빠뜨렸군! 모두가 죽었다 말하지만 나로서는 결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그자!’
한제의 두 눈에서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천운자! 그는 당시 천도의 피를 얻었다. 청룡성황은 그 피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천운자가 죽었을 리는 없어. 이후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야. 그 음흉하고 교활한 자를 내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한제의 안색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칠채선존은 당시 삼혼칠백으로 나뉘었다. 분명 청수 사형은 칠백 중 한 명이야. 나머지 여섯 개의 혼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그렇다면 천운자는 과연 일곱 혼백 중 하나인가 아니면 세 번째 주혼인가?’
한제는 일곱 색채의 빛으로 번득이는 환각 속에서 세 번째 주혼이 향하던 곳을 떠올렸다. 분명 소하를 관통해 곤허에 진입했다.
‘만약 세 번째 주혼이 마지막으로 곤허에 머물렀다면 천운자가 세 번째 주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세 번째 주혼이라면 찾기 쉬웠을 터. 칠채선존이나 전가 노인이 찾지 못했다는 게 이상한데⋯⋯ 과연 그는 정말 세 번째 주혼일까?’
한제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한 번도 천운자의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의 제자가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천운자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천운자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인해 점점 더 깊어졌다.
‘천운자는 자신의 수많은 제자들을 삼켰다. 게다가 내가 그의 심신에서 보았던 분신은 무려 3천 개였지. 당시의 나는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지 못했어. 그저 세 번째 단계로 오르기 위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 허나 이제 보니 그는 어쩌면 3천 개의 분신을 향불로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한제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그럴수록 천운자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점점 파악하기 어려웠다.
‘원고 선역에서 천벌을 마주했을 때, 그곳에 천운자의 운명의 혼은 없었다.’
한제는 또다시 한참을 고민했지만 그래봐야 소용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절로 알게 될 일이었다.
이내 한제는 다시 귀면기로 시선을 돌려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금제 중에는 4대 금제와 그 외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금제의 본원을 만들어내려면 융합을 통해 이 깃발 안의 모든 금제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깃발에 신식을 집어넣어 펼치자 줄기줄기의 금제가 심신에 떠올랐다.
한제는 일단 이 깃발 안의 금제가 총 몇 개인지부터 확인할 생각이었다.
귀면기는 바람도 없는데 휘날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 위에 그려진 귀신 얼굴은 더욱 험악해졌다.
한제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온 정신을 깃발에 집중시켰다. 수백만 수천만 개의 금제가 심신에 걸렸다.
열흘이 지났을 때, 두 눈이 붉게 충혈된 한제는 고개를 들었다.
‘이것들은 알아서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를 헤아릴 수 없어!’
한제는 미간을 주물렀다. 지난 열흘간 그의 심신은 상당히 지쳐버렸다.
‘완벽한 조합이다. 완전히 파괴해야만 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한제는 망설이는 눈으로 깃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이를 악물고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붉은 빛과 함께 붉은 검이 나타났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깃발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싹!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깃발에는 가느다란 틈이 나타났고 그 순간 한제는 모든 신식을 그 안으로 주입했다.
“꺄아아아!”
깃발 위의 귀면(鬼面)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며 끔찍하게 포효했다. 동시에 깃발의 틈에서는 수많은 금제를 품은 광풍이 뿜어져 나와 한제의 주위를 감싸더니 더 멀리까지 퍼져 나가며 온통 우주를 뒤덮었다.
운해성역의 균열 안 공간은 금제로 가득 채워졌다. 이 금제들은 폭풍처럼 우주를 매섭게 맴돌았다.
한제는 그 수많은 금제에 침잠되어 있었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금제의 폭풍을 흩어버리고 제거해 하나로 융합시켜야만 금제의 본원을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공현기 후기 수련자와 맞붙을 힘을 갖게 될 터였다.
계내와 계외를 막론하고 우주의 균열 속 공간에 폭풍을 형성할 정도의 금제가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제는 문양 형태였지만 지나치게 많아 빽빽하게 중첩된 탓에 그 모습을 똑바로 살필 수가 없었다. 그저 어스름한 빛이 왜곡되면서 휘몰아쳐 어마어마한 폭풍을 이룬 듯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허나 이 장관은 오직 한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운해성역의 균열에 머물던 흉수들은 이 금제 폭풍을 피해 도망쳐버렸기 때문이다. 흉수들이 출구를 통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 균열 밖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은 흉수로 뒤덮였다. 허나 녀석들은 멀리 떠나지는 않고 그저 균열 밖에서 덜덜 떨며 상황을 지켜봤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흉수 무리는 운해성역 수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흉수들 너머 균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으나, 금제의 폭풍 때문에 누구도 감히 다가오지는 못했다.
균열 안의 폭풍은 아직도 휘몰아치고 있었다.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바람 소리가 구슬프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금제 안, 한제는 가부좌를 튼 채 두 눈을 감았다. 눈꺼풀 너머로 빛이 번득였다.
귀면기를 가르면서 쏟아져 나온 금제의 폭풍에도 한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는 침착하게 금제의 본원을 찾아갔다.
금제는 일종의 진으로 그 본원을 깨달으려면 매우 강력한 신식이 필요했다. 공령기 중기 수준인 한제의 신식은 이미 강력해 이 본원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한제는 신식을 펼쳐 균열 속 공간을 뒤덮고는 금제를 하나하나 파악해나갔다. 이에 따라 그의 신식에 뒤덮인 금제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허나 이는 흩어져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융합되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융합되는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거의 하나를 세기도 전에 수많은 금제가 동시에 사라지면서 새로운 금제가 형성됐다.
‘금제의 본원은 계산의 힘이야. 세상 모든 것, 심지어 미래에 대한 예측과 자기 운명의 흐름과 그 변화까지도 포함하는 계산의 힘. 천운자가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분야지. 어쩌면 천운자는 금제에도 뛰어날 수도 있겠군!’
7일 후, 균열 안의 공간을 채운 금제의 폭풍은 절반 이상이 융합된 상태였다.
하지만 한제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금제들을 융합하더라도 그 무한한 변화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만약 단숨에 하나로 합치지 못한다면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불어날 것이다.
지금 남은 절반가량의 금제 역시 어렴풋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한 번의 분열만으로도 한제가 지난 7일간 해왔던 모든 일은 헛수가 될 터였다.
한제는 신식으로 모든 금제를 그물처럼 에워싸고는 제압하기 시작했다.
작업이 이어질수록 고통이 커졌다. 신식이 수만 갈래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금제를 융합해갔다.
다시 열흘이 지났을 때, 한제의 신식이 펼쳐졌던 범위는 또다시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융합된 금제의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신식에서 느껴지는 찢어질 듯한 힘은 거의 절정에 이른 상태였다.
한제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이미 모든 힘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
그로부터 또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일부 금제가 분열하여 불어나려는 찰나,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금제는 진이고 진은 대도다! 모든 진은 규칙이자 법칙이고 사람에게 존재하는 진은 운명이지! 그리고 진으로 만들어진 금제는 수련자 스스로 만든 자신만의 규칙인 셈! 자신의 규칙을 이용해 세상을 뒤흔든다! 금제, 융합!”
한제는 두 눈을 밝게 번득이며 중얼거리다가 신식으로 뒤덮은 금제를 융합시켰다.
세 번째 융합이었다.
이번 융합으로 인해 사방에는 이제 천만 개 정도의 금제만 남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남겨진 금제들은 모두 결함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완전했고 강력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이것들을 또 다시 융합하기란 매우 어려울 터였다.
그 무렵, 한제의 얼굴은 더없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세 번의 융합이 한계인 듯했다. 수많은 금제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조금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기에 피로는 더욱 컸다.
“금제, 융합!”
한제는 낮게 외치며 신식을 강화하고 범위는 더 좁혔다. 그러자 한제 주위의 천만 개 금제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을 뒤흔들 듯한 소리와 함께 가해진 압박에 금제들은 다시금 융합되기 시작했다.
허나 융합이 절반 정도 이루어졌을 때, 몇 개의 금제가 무너져 내렸다. 이 금제들은 소멸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몇 배로 분열됐고 그 분열로 인해 다른 몇몇의 금제도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천만 개의 금제는 증식해버렸고 이에 따라 그것을 뒤덮고 있던 한제의 신식도 확장됐다.
한제의 두 눈이 번득였다. 만약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지 않는다면 융합은 실패로 돌아갈 터였다.
금제의 본원
한제는 분신은 놔두고 본체만 분리시켜 몸을 훌쩍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