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2
찰나의 순간, 그로부터 멀지 않은 전방의 허공이 왜곡되더니 요마의 모습을 한 수련자가 나타났다. 그는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으로 한제를 주시하며 입술을 핥더니 껄껄 웃었다.
“이 녀석, 마침내 찾아냈다!”
말을 마친 그는 한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가 복잡한 구결을 외웠다.
스르르륵.
순간 사방이 끝없이 늘어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제와 그 수련자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둘 사이의 거리는 수백 척에서 만 리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수련자가 뻗은 오른손은 허공을 움켜쥘 뿐이었다.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란 그는 그늘진 얼굴로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오른손을 휙 내둘렀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훌쩍 날려 한제를 추격했다.
한제는 오른손을 앞쪽으로 뻗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타난 공간의 균열 안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수련자는 다시 흠칫 놀라며 눈을 번득였다. 그리고 두 말 않고 신식을 펼쳤다. 신식은 사방에 있는 동료들에게 연결되어 한제에 대한 소식을 전달했다. 단 몇 초 만에 고대 신의 체내에 있는 모든 요마들은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을 탐색하고 있던 수십 마리의 요마들은 분분히 신식을 펼쳐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곧 그들은 한제를 발견하고 빠른 속도로 그쪽으로 향했다.
기억의 일부를 전승받았다고 해서 한제의 수준에 실질적인 성장은 없었다. 하지만 고대 신의 체내에서 그는 어디든 마음대로 오갈 수 있었다. 그보다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힘의 유산을 가진 붉은 머리의 남자라 해도 그 점에 있어서는 한제보다 못했다. 두 사람이 가진 유산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 요마 형태의 수련자들은 한제를 발견하고 속도를 높여 그에게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한제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보다 이곳에 대해 더 익숙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점점 더 많은 요마 수련자들이 기해혈과 조규혈 사이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신식을 하나로 합쳐 거대한 신식으로 사방을 훑었다. 덕분에 한제를 한결 쉽게 찾아냈지만 따라붙기만 하면 상대는 곧장 종적을 감춰 버렸다.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그들은 갖은 수를 다 썼는데도 한제를 붙잡지 못했다.
한제는 냉소하며 오른손으로 공간의 균열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조규혈 안, 곧 신식의 바다 밖에 이르러 있었다.
한제의 눈앞에 드러난 신식의 바다는 마치 거대한 공을 방불케 했다.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것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피처럼 붉은색, 다른 한쪽은 검회색을 띠었다.
피처럼 붉은 반이 바로 혈해(血海)였고 다른 반은 신식의 사해(死海)였다.
눈앞의 그 기이한 구체를 본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당시 고대 신 서사와 붉은 머리의 남자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는 그야말로 하늘을 뒤흔들고 땅을 뒤집을 기세였다.
비록 고대 신 서사는 신식만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패하긴 했지만 그는 신식의 바다를 둘로 나누어 한쪽은 죽음의 바다로 응결시켜 다른 사람이 기억의 유산을 찾을 수 없도록 막는 동시에 다른 한쪽은 혈해로 만들어 그 붉은 머리의 남자를 가둬놓는 데 성공했다.
눈앞의 광경에 한제는 저도 모르게 천마산인에 대해 감탄했다. 고대 신의 욕념을 추진력으로 삼고 신의 뼈를 미끼로 삼아 수천 년을 들여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만들어낸 그는 마침내 임시로 신식의 사해와 이어지는 통로를 뚫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중년 남자만 아니었다면 천마산인은 지금쯤 고대 신의 모든 기억을 전승받았을지도 몰랐다.
한제는 신식의 사해로 향했다.
그의 몸이 막 그 검회색의 땅에 이른 그때, 순간 회색 안개가 그 안에서부터 확산되어 한제의 진입을 저지했다. 그 안개 안에는 무형의 저항력이 가득했다.
한제는 몸을 움직여 다른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입을 시도했으나, 어느 방향으로 가득 그 회색 안개는 번번이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
탁탁.
한제는 한참 고민하다가 저물대를 두드려 영기가 깃든 액체를 한 모금 마신 뒤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동안 호흡했다. 잠시 후 두 눈에서 빛을 쏘아낸 그는 두 손으로 연이어 몇 개의 결인을 그려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잔영의 원들을 만들어냈다.
두 손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잔영의 원은 그에 따라 계속 늘어났다. 한참 뒤, 한제는 움직임을 멈춘 두 손을 교차시켜 가지런히 앞으로 뻗었다.
순간 그동안 만들어낸 잔영의 원들이 곧장 하나하나 고리 형태로 바뀌어서는 앞쪽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곧이어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은 가슴팍에 얹고 왼손으로는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양손은 각각 다른 손가락을 굽히며 기괴한 결인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어 한제의 두 발이 천천히 앞으로 내딛어졌다.
바로 그때, 한 줄기 검은 빛이 그의 발에서부터 번쩍 피어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리고 가슴팍에 닿았을 때쯤 둘로 나뉜 빛은 두 팔을 따라 결인을 그린 두 손에 이르렀다.
그 찰나의 순간, 머리통만 한 검은 구체 하나가 허공에서 수많은 촉수를 나부끼며 한제에게로 다가왔다.
“고신. 파(破)!”
낮게 외친 한제가 두 눈에서 서늘한 빛을 번득이며 두 손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오른발을 다시 앞으로 한 발 내딛자 그 검은 구체는 번개처럼 앞으로 튀어나가 고리 모양의 금제를 뒤따라 검회색 안개에 달려들었다.
이 고신파는 고신결을 다 살핀 후 유일하게 곧장 펼칠 수 있었던 법술로 공격이 아니라 거대한 영력으로 일체의 금제를 강제로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한제가 들이킨 영기 액체는 고신파의 특수한 전환을 거쳐 그 검은색 구체로 변한 상태였다. 그와 동시에 한제는 마치 유성처럼 몸을 앞으로 날렸다.
가장 먼저 회색 안개에 닿은 것은 한제가 만들어낸 잔영의 원이었다. 그것이 안개에 닿자 마치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이가 쌓인 눈에 내려앉은 듯 그 회색 안개는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빈틈이 생긴 곳에는 다시 대량의 안개가 끝도 없이 채워졌다. 육안으로 보기에 안개는 줄기는커녕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잔영의 원 다음으로 안개에 닿은 것은 고대파로 응결된 검은 구체였다.
펑-!
그것이 휘두른 수많은 화염 촉수에 안개는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그 순간, 그 틈으로 네 줄의 폭풍이 몰아쳐 서로 뒤섞이며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이렇게 해서 그 짙은 안개에는 구멍 하나가 뚫렸다. 구멍을 통해 들여다본 그 안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한제의 몸은 유성처럼 빠르게 날아 그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네 줄의 폭풍은 수백 척이나 물러났다가 다시 대량으로 몰려든 안개에 감싸인 뒤 수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안개 사이에 뚫린 구멍은 점점 더 작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을 따라 사라졌다.
빠른 속도로 구멍 안으로 들어와 그 안을 쏘다니던 한제도 점점 줄어드는 구멍을 보았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었다.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한 마지막 계획은 최대한 나중으로 미뤄둘 생각이었다.
사방의 폭풍이 한참 줄어든 것과 아직도 가늠할 수 없는 전방의 깊이를 본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영기가 깃든 액체를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두 손을 합장한 채 주문을 외웠다. 그가 두 손을 펼쳤을 때에는 또 하나의 검은 구체가 그의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는 곧장 앞에 놓인 구체를 집어 한쪽으로 내던졌다. 순간 그 구체가 쪼개졌고 그러자 사방의 폭풍은 생기를 주입받은 듯 다시 사방으로 벌어졌다.
한제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신파를 한 번 쓸 때마다 그의 몸은 큰 부담을 받았다. 세 번 이상 사용하는 것은 고신결을 완전히 수련하기 전인 그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 고신파는 고신결을 기초로 쓰는 것으로 한제가 지금 그 술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영기 액체 덕이었다.
휘이익.
한제는 계속해서 몸을 앞으로 날렸다. 사방의 폭풍이 다시 회색 안개를 이기지 못하고 축소하려는 그때, 한제는 마침내 안개의 바닥에 닿았다.
바닥을 확인한 한제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안개의 바닥에는 끝없는 천둥과 번개로 이루어진 층이 있었고 그 안에서 보라색 번개가 번쩍거렸다. 살짝이라도 들어갔다가는 곧장 한 줌 재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 천둥번개 층 아래에서 한제는 검은색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그 바다는 요동치고 있었고 때때로 길이가 십만 척에 이르는 용 같은 무언가가 고개를 들고 냉랭한 시선으로 한제를 주시했다.
이곳은 애초에 한제가 마음대로 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사해에 이르기도 전에 두려움이 앞선 한제는 후퇴했다.
사방의 폭풍이 붕괴되면서 뚫렸던 구멍이 다시 봉쇄되려는 순간, 그 틈을 빠져나온 한제는 허공에 떠서 고개를 숙여 아래쪽에 자리한 짙은 안개 무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무거웠다.
신식의 사해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한제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실력으로 신식의 사해에 막무가내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육욕마군이나 다른 수련자라고 해도 사해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고대 신의 체내에서 신식의 사해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고대 신으로부터 힘의 유산을 얻은 붉은 머리의 남자뿐이었다.
탄혼 (1)
한참동안 침묵하던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거대한 구체의 다른 한쪽, 혈해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바로 그곳에 봉인되어 있었다. 그가 나온다면 사해를 파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는 사해를 파괴하는 것보다 한제를 처리하는 데에 더 목말라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 사해 안에는 한제가 원하는 기억의 유산이 있었다. 그것을 얻어 완벽하게 전승받으면 새로운 고대 신이 될 수 있었다.
혈해를 노려보던 한제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요마들이 자신을 죽도록 뒤쫓는 이유가 자신이 탄혼이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날 잡은 뒤에는 대체 뭘 어쩔 속셈일까?’
한제는 곧 탄혼이 될 것 같던 그 유혼을 떠올렸다. 그렇게 거대한 유혼은 사실 비상식적이었다.
탄혼인 한제는 알고 있었다. 탄혼들 사이에는 각자의 구역이 나뉘어 있었고 그 안에 탄혼으로 진화하려는 유혼이 나타나면 그 유혼을 집어삼켰다. 즉, 주위에 탄혼이 없어야만 유혼은 탄혼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세 번째 관문에는 이미 탄혼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렇게 거대한 유혼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세 번째 관문의 탄혼은 마치 잠든 듯한 상태였다. 이에 한제는 대략적인 답을 짐작해낼 수 있었다. 그 탄혼은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잠들게 됐으며, 그 목적은 유혼들을 탄혼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것일 터였다. 이 모든 것은 상대의 원대한 계획을 시사했다.
이 계획은 두 개의 탄혼이 있어야만 완성됐다. 그래야만 자신이 탄혼인 것을 알아챈 요마들이 득달같이 달려든 이유가 설명이 됐다. 한제가 알기로 유혼들이 진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의 앞에 놓인 문제는 마지막 하나였다. 그 요마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가?
맹타자가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것과 사로잡힌 단목극, 왕청월에 관한 수수께끼는 차차 풀려갔다.
혈해를 주시하는 한제의 눈빛은 침착했다. 이 고대 신의 체내에서 그런 일들을 벌일 힘을 가진 사람,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혈해에 갇힌 그 붉은 머리의 남자뿐일 것이었다.
정말 그 자의 짓이라면 두 마리의 탄혼을 찾는 목적도 분명했다. 혈해의 봉인을 푸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한제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다시 혈해를 살폈다. 그리고 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의 몸은 점차 흐려지면서 석주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석주 공간에서 한제는 사도환의 원영과 부모님의 영혼을 보았다. 그리고 발광체들이 비교적 적은 곳에 자리를 잡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결단기에 진입한 후부터는 석주 공간에 이전처럼 영력의 파동을 가진 물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다.
한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붉은 머리의 남자에게 신식의 사해를 열어달라고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이미 고신결을 얻은 데다가 수중에는 수준을 높여줄 적지 않은 보물들이 있었다. 한제는 이곳에서 폐관 수련을 통해 원영기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두 눈을 감은 그는 고대 신으로부터 기억의 유산을 전승받으면서 신식의 바다에 남은 세 개의 글자에 정신을 집중했다. 알아듣지 어려운 구결들이 천천히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고신결의 첫 번째 층은 다시 세 단계로 나뉘었는데 각각 탈령(奪靈), 탄령(呑靈) 그리고 화령(化靈)이었다.
각 고대 신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체내에서 자동으로 첫 번째 층의 구결을 운용했다. 그리고 소년으로 자라날 때 첫 번째 층의 화령 단계에서 두 번째 층으로 진입하게 되면 별의 힘을 흡수할 수 있지만 만약 두 번째 층에 이르지 못한다면 아기 상태의 고대 신은 계속해서 잠든 상태를 유지했다.
그 상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갓난아이를 감싸고 있던 금빛 액체가 사라지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막아주는 보호막을 잃게 되는데 그럼 언젠가 존재를 들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휴…”
첫 번째 층의 구결을 한참 연구한 한제는 깊은 숨을 뱉어내며 두 눈을 번쩍 떴다. 이 공법 연구를 통해 한제는 고대 신의 몸이 이토록 거대한 원인 중 하나를 알게 됐다.
고대 신은 몸을 단련시키는 것을 중시하며, 법보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말하자면 그들의 몸이 곧 가장 좋은 법보인 셈이었다. 심지어 견고함으로 따져도 전설 속의 법보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고신결의 중점은 얻은 영력을 전부 사용하여 몸을 견고하게 하는 데에 있었다. 그러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면 그 몸을 확대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수준을 성장시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몸이 점점 커질수록 그에 필요한 영력은 점점 늘어났으며, 그렇게 일정 정도에 이르면 고대 신들은 몸을 한 차례 다시 구성했다. 질적 변화의 과정이었다.
고대 신은 이 몸의 재구성을 많이 거칠수록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며, 몸 역시 더욱 강해졌다. 동시에 재구성을 할 때마다 신식도 강화됐다. 고대 신들 사이에는 수련자들처럼 수준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고대 신의 수준은 신식과 몸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몸은 곧 무기이고 신식은 곧 그 무기를 조종하는 수단이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천하무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 신들은 결국 역사의 흐름에 침식됐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종적을 감춰, 이제 오래된 책에서만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고신결을 본 한제는 만약 흡수한 영기를 반대의 방향으로 사용하여 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그 속도도 자연스레 빨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저물대를 한차례 살피더니 뭔가를 하나 꺼냈다. 수단(修丹) 한 알이었다. 당시 만마백일주살(萬魔百日誅殺) 영패에 지정됐을 때 얻은, 한 결단기 수련자의 모든 것이 녹아든 단약.
한제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집어 삼켰다. 수단은 몸에 들어가자마자 풍부한 영력이 되어 미친 듯이 체내에서 휘몰아쳤다.
한제는 고신결의 첫 번째 층의 첫 단계인 탈령술에 따라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고 자리에 앉아 호흡했다. 수단에서 폭발한 영력이 곧장 탈령술에 의해 전부 흡수됐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몸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진입한 순간, 한제는 그것을 억지로 참아 모두 체내의 금단에 채워 넣었다.
금단 안에서 회전하는 영력이 작은 회오리바람들을 이루더니 그의 경맥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을 때, 수단에 담긴 영력은 모두 소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