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20
한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청림의 표정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괜찮을 것이네. 감히 이 남몽도존의 사위를 건드리다니, 천운자는 이제 오래 살지 못할 게야.”
남몽도존의 두 눈이 살기로 번득였다. 한제를 자식처럼 여기다 보니 덤덤한 목소리와 달리 마음속은 분노로 끓어올랐다. 이어서 소매를 휘두른 그는 남색 빛이 되어 설산에서 사라졌다.
청림 역시 한 걸음 내딛어 하늘로 돌진하더니 선계를 떠나기 전 한 줄기 신념을 전달했다.
“홍삼자 선배님, 남운자 선배님, 한제가 천운자라는 자의 계략에 빠졌습니다. 저는 지금 그를 도우러 갑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
선계 중앙, 홍삼자의 기운이 하늘을 꿰뚫을 듯 솟구쳤다. 뒤이어 허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남운자는 고민에 빠졌으나 제자리에 머물렀다. 세 번째 단계 수련자가 모두 자리를 비웠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선계의 은하수 밖으로 튀어나간 한제는 우주에 녹아들며 사라졌다가 소하성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은 싸늘했고 두 눈에는 살기가 번득였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남몽도존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천운자는 일찍이 모든 것을 예측한 상태였다. 주작성에 있었을 때도 요령의 땅에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내가 계획을 엿보면서 그의 계획은 어그러졌어. 허나 천운자는 곧바로 또 다른 계획을 세운 거야. 분신으로 나를 유혹한다는 계획을… 반드시 죽여주마! 그를 죽이고 이 모든 것을 끝내겠어!’
그렇게 한제의 살의는 짙어질 대로 짙어진 상태였다. 그는 마치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처럼 날카롭게 허공을 가로지르며 방금 신식을 통해 보았던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 ★ ★
소하성역 깊은 곳에 표류하고 있던 운석 안의 천운자는 표정이 급변했다. 방금 전 누군가가 신식으로 자신을 보았음을 감지하고 그 상대와 눈을 맞추었던 그는 신식의 상대가 다름 아닌 한제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녀석의 수준으로는 절대 이곳을 그렇게 빨리 찾아낼 수 없을 터! 그렇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게로군. 청림이 아닌 다른 자의 도움을…”
눈을 번득이던 천운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운석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이내 경악한 눈빛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표정이 더욱 무거워졌다.
“이렇게나 빨리⋯⋯?”
운석 밖, 우주 저 멀리서부터 한 줄기 빛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 빛 안에서는 한제가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돌진해왔다. 그는 거리가 가까워지자 더욱 빠르게 달려들더니 이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한제의 주먹에 격중당한 운석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다가 가루로 부스러졌다. 심지어 파멸의 기운이 담긴 파문도 퍼져 나갔다. 이러한 기세를 품은 주먹이라면 우주에도 구멍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일곱 색채의 빛이 번득이면서 저 멀리 떨어져 천운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뻗어나간 파문은 그가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두르자 사라졌다.
“천운자!”
싸늘한 눈으로 천운자를 노려보던 한제가 곧장 돌진했다.
어느새 침착함을 되찾은 천운자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왼쪽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돌연 화염이 일어나 불바다를 이루어 파도치듯 퍼져 나갔다.
동시에 그는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불바다는 한 마리 주작이 되어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날개를 퍼덕여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제 역시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남몽도존의 설명을 들어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분노가 더욱 커졌을 뿐이다.
주작이 달려든 순간 한제의 왼쪽 눈에서도 화염이 화르륵 일더니 거대한 주작을 형성해 돌진했다.
콰르릉!
두 마리 거대한 주작이 충돌하며 일어난 폭발 속에서 한제와 천운자는 백발을 휘날리며 서로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이 폭발로 우주가 순식간에 타오르며 수많은 균열이 생겨났고 파멸적인 열기로 가득 찼다.
두 마리 주작은 거의 동시에 무너져 내리더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염이 되어 절반은 천운자에게로 나머지 절반은 한제에게로 되돌아갔다.
그때, 천운자 위의 허공에서 우르릉 쾅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사방에서 천둥번개가 응집하더니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거대한 뇌룡을 형성했다.
“캬오오!”
이 뇌룡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더니 무너져 내린 화염을 뚫고 한제에게 돌진했다.
한제는 어두운 얼굴로 앞으로 달려들면서 오른쪽 눈에서 천둥번개의 본원을 소환했다. 이 본원은 한 줄기 거대한 번개가 되어 뇌룡에게로 달려들었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천둥번개의 본원이 충돌했다.
한제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에서도 충돌로 붕괴하는 천둥번개를 뚫고 천운자에게로 돌진했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수백 척에 불과했다.
천운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더니 한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어서 그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쫙 펼치더니 한제를 향해 뻗었고 어느 순간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동시에 한제 역시 그와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또다시 두 사람은 동시에 주먹을 홱 잡아당겼다.
“크윽!”
“웩!”
두 사람의 온몸은 바르르 떨었고 천운자는 창백한 얼굴로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침착하고 덤덤했다.
“네 신통술과 본원을 비롯한 모든 것은 내 것이기도 하다.”
반면 한제의 두 눈에 담긴 살기는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그 살기를 담은 듯 한제의 두 눈에는 점차 많은 실핏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한제는 오른손으로 두 눈을 쓱 문질렀다. 그러자 그의 양옆으로 두 개의 거대한 눈동자의 허상이 나타났다. 이 눈동자는 규칙과 같이 빽빽한 실핏줄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금제의 본원, 내 눈의 실핏줄로 규칙이 되어 강림하라!”
한제가 두 손을 휘두르자 양옆에 나타난 두 개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크기로 부풀어 오르면서 돌진했다. 또한 눈동자를 뒤덮은 실핏줄 일부는 분리되어 우주로 퍼져 나갔다. 이 안의 모든 것이 실핏줄에 완전히 뒤덮인 듯했다.
금제를 품은 실핏줄들은 마치 거미줄처럼 천운자마저 옭아맸다.
“죽어라!”
한제가 낮게 외치자 사방의 실핏줄들은 곧장 날카롭게 천운자를 휩쓸었다.
“너와 나는 이미 한 몸이 되어 있어. 너는 내 분신이야! 그런 네게 죽는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느냐?”
기이한 미소를 지은 천운자는 한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많은 실핏줄에 의해 갈가리 흩어져 사라졌다.
한데 뒤이어 한제만이 볼 수 있는 혼의 기운 한 줄기가 흩어져 사라진 천운자로부터 흘러나와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그의 체내로 녹아들어 한제 체내의 천운자 분신의 혼과 융합됐다. 이에 천운자 분신의 혼은 한층 더 강력해졌다.
그 순간, 한제는 소하성역의 다른 곳에서 천운자의 기운이 또다시 나타난 것을 감지했다.
한제는 곧장 자리에서 사라져 그 수련성으로 향했다.
천운자 넌 할 수 있는가?
사방 모든 것이 비쩍 말라 죽어버린 이곳에는 분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로 한 노인만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백의에 백발을 휘날리던 노인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이 실핏줄은 완벽했고 그 안에는 금제도 들어 있었다.
“혼 하나를 주고 금제의 본원을 얻다니, 아주 훌륭한 거래였어. 하지만 녀석의 수준은 아직 부족해. 조금 더 강해지게 둬야지. 이대로만 간다면 곧 내 계획을 완성할 수 있겠어.”
천운자의 눈에 기대감이 어린 빛이 나타났다.
“윤회일체술⋯⋯ 과연 현묘해. 기억이 깨어난 후에야 내가 그 두 사람을 제외한 첫 번째 각성자가 아닌 아흔일곱 번째 각성자임을 알게 됐다. 이번으로 아흔여덟 번째가 됐지!”
천운자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 나타났던 실핏줄은 싹 사라졌다. 뒤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곧 쫓아오겠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련성의 구름층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한제가 그 안에서 나타났다.
천운자는 전보다 더 짙어진 미소를 지으며 한제를 올려다보았다.
“다음은 저쪽이다.”
천운자는 손을 들어 오른편을 가리키더니 그 손가락으로 호를 그리며 자신의 미간을 두드렸다. 순간 손가락은 두개골을 뚫었고 천운자는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가 무너져 내린 곳에서 나타난 한 줄기 분혼만이 한제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천운자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한제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그는 방금 전 천운자가 가리킨 곳에서 또 다른 천운자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마치 한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에서 한제는 말없이 먼 곳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우주에서 느껴지는 천운자의 기운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한제는 눈앞에 거대한 허상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허상으로 나타난 천운자는 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옷자락으로 온몸을 가리고 두 눈만을 내놓은 채 한제를 바라보았다.
허나 이 모든 것은 한제의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서늘함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한제의 두 눈이 기이하게 번득였다. 그는 놀라울 만큼 똑똑한 사람이었고 천운자와의 짧은 전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
‘천운자는 예측에 능하다. 나를 여기저기로 이끌며 자신의 분신을 하나씩 흡수하게 하고 있지. 내 체내에서 그 혼들을 키워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게야. 겉보기에는 내가 그의 혼을 탈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해! 무엇을 하려는 것이든 절대로 그렇게 둘 수는 없지!’
한제의 눈빛이 한층 싸늘하게 번득였다.
‘천운자는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내가 지난 1천 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해서 얻은 본원을 그대로 손에 넣었어. 허나 이런 일을 쉽게 해냈을 리는 없지. 게다가 그가 내 모든 본원을 완벽하게 손에 넣었다고는 생각지는 않는다. 그랬을 리는 없어!’
한제는 한 걸음 성큼 나섰다.
‘나를 끌어들이고 싶다면 얼마든 응해주지!’
천운자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돌진하며 한제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천운자가 윤회일체술을 완벽하게 익혔다면 그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수 없을 정도일 터. 그동안 그의 분신과 융합한 사람이 나뿐일 리는 없으니 그는 수많은 수련자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을 거야. 그랬다면 천운자는 내 것 이외에도 많은 본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윤회일체술은 선강 대륙 대천존들조차 손에 넣기 위해 다퉈야 할 정도로 강력한 술법일 것이다.’
한제의 머릿속에서는 점점 의혹이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