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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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성역.
눈을 감은 뒤부터 한제 분신의 얼굴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 이제 더 이상 한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그는 백발이 성성한 천운자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전까지 해왔던 직접적인 흡수와는 분명 다른 방법이었다. 이번 각성은 그에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내부로부터 흡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빠른 속도로 체내의 융합을 진행해갔다. 모든 것이 완성되는 대로 그는 아흔아홉 번째 각성을 하게 될 터였다.
각성을 마치면 그는 당시 분리됐던 다른 안개 덩어리를 찾아 융합함으로써 윤회를 장악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새로운 천도가 될 것이다.
그는 지성을 그것도 매우 뛰어난 두뇌를 가진 데다가 신통술도 발휘할 수 있고 다른 이에게 양육될 필요 없이 스스로 성장할 수도 있다. 약간 과장하자면 그가 윤회를 장악하는 대로 완전한 천도가 되어 수만 년간 이 동부 안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의 운명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 자아가 없는 천도라면 모를까, 자신만의 의지와 지성을 지닌 존재에 의해 세상 모든 생명의 운명이 통제된다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원하기만 한다면 그는 천도에 의해 태어난 모든 생명을 흡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동부계 안에는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칠채선존의 삼혼칠백과 선강 대륙 사람들만 남게 될 터였다.
잠시 후, 모든 흡수를 완료한 천운자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하늘을 향해 우렁차게 웃었다.
“크하하하! 아흔아홉 번의 각성을 마침내 마쳤다. 내가 바로 천도다!”
자리에서 일어난 천운자는 백발을 휘날리며 체내로부터 아주 오래된 기운을 풍겼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는 안개도 발산됐다. 이 안개는 한제가 천운자의 윤회 속에서 보았던, 천도의 형태였다.
“이한제, 나는 네 분신을 완전히 점령했다. 네 본체가 죽지 않았다 한들 소용없다! 이제 나로서는 더 이상 너를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됐지.”
다시 광소(狂笑)를 터뜨린 천운자는 남몽도존 등에게 눈길조치 주지 않고 곧장 몸을 날리려 했다.
한데 그때, 번득이는 남색 빛과 함께 나타난 남몽도존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난 네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림과 홍삼자도 함께 천운자의 주위를 에워쌌다.
천운자는 가소롭다는 듯 그들을 둘러보더니 소매를 휘둘렀고 동시에 입을 쩍 벌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의 기세에 온 우주가 진동하면서 짙은 안개로 가득 찼고 세 사람 역시 그 안개에 뒤덮여 버렸다.
그 안개에서 나타난 거대한 허상의 입이 세 사람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남색 빛이 번득이면서 극강의 기운 한 줄기를 발산해 안개 속의 입과 충돌했다.
콰릉!
동시에 우주 저 끄트머리에서 얼음장처럼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운자! 내가 네 본체를 가지고 왔다!”
싸울 자격
안개는 남색 빛과의 충돌로 무너져 내렸고 그 안에서 나타난 허상의 입 역시 사라졌다.
천운자는 창백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먼 곳을 돌아보았다. 충격에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남몽도존을 비롯한 세 사람의 뒤쪽 저 멀리서 한제가 백의백발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반 토막 난 나침반이 들려 있었다.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해 보이는 나침반을 본 순간, 천운자의 심신이 콰쾅 하고 울렸다. 동시에 그의 두 눈에는 두려움의 빛이 나타났다.
“마, 말도 안 돼. 네가 내 본체를 찾다니… 허나 찾았다고 해서 뭘 어쩌겠느냐? 난 이미 아흔아홉 번의 각성을 마쳤다! 나는 천도다!”
천운자는 다가오는 한제를 노려보며 우주를 가리켰다.
“천도의 몸이여, 세상의 만물이여, 내게로 돌아와라!”
천운자의 낮은 외침에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휘몰아치면서 우주로 돌진했다. 그러자 우주는 바르르 진동했고 쩍 벌어진 입의 허상이 나타나더니 한입에 집어삼킬 들 아래로 돌진해왔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입은 기이하게 비틀리더니 그대로 흩어져 사라졌다.
천운자의 표정이 급변했다.
“정말로 이번 각성이 네 아흔아홉 번째 각성이라고 생각하느냐?”
한제는 차분히 다가오며 서늘한 목소리로 꾸짖듯 말했다.
“난 3천 개의 분신을 융합했다. 아직 완벽하게 깨어나지 못했더라도 천도의 기운이 있으니 천도로 인해 태어난 모든 생명은 내 앞에서 미물과 다를 바가 없어. 너는 칠채의 혼백도 아니니 네가 내 본체를 손에 넣었다 해도 난 너를 단숨에 죽일 수 있다!”
천운자는 살기 어린 눈으로 한제를 응시하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번득이는 남색 빛과 함께 나타난 남몽도존이 소매를 휘둘러 천운자를 휘감았다.
천운자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낮게 외쳤다.
“너 역시 천도 아래 태어난 중생일 뿐! 한데 감히 내 앞을 막으려 드느냐!”
천운자는 남몽도존의 공격에 눈 하나 깜짝 않고 손을 매섭게 휘둘렀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남몽도존은 급변한 표정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반면 묵직한 표정의 천운자는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는 1백 척 정도로 줄어들었다.
허나 한제의 표정은 시종일관 덤덤했다. 그러다가 천운자가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그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내 몸은 여전히 내 것이다. 도여, 흩어져라.”
한제로부터 90척 떨어진 곳에 이른 천운자는 온몸을 바르르 떨었고 그 순간 그의 가슴팍에서는 문양이 하나 어스름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문양에서는 한 줄기 파문이 확산되더니 순식간에 천운자의 온몸을 뒤덮었다. 동시에 천운자가 차지한 한제의 분신 안에 남아 있던 도에 대한 깨달음이 눈 녹듯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자 한제 분신의 체내에는 더 이상 본원도 존재할 수 없게 됐다.
“헛!”
천운자가 경악성을 내뱉는 순간, 왼쪽 눈에 들어 있던 화염의 본원이 그대로 사라졌다. 오른쪽 눈에서 천둥번개의 본원도 흩어졌다.
미간에서는 살육, 삶과 죽음,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의 본원도 와해됐다. 뒤이어 두 눈동자의 실핏줄에 담긴 금제의 본원 역시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 천운자가 차지한 한제 분신 안에는 어떠한 본원도 남지 않게 됐다.
육신을 물통으로 본원을 그 안의 물이라 한다면 도에 대한 깨달음은 물통을 물샐 틈 없이 견고하게 만드는 작용을 했다. 그런 도에 대한 깨달음이 흩어지면 물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
천운자는 넋이 나가버렸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그였다. 이전까지 각성과 흡수를 이어오는 동안 비슷한 일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신이여, 흩어져라.”
한제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천운자 체내에 존재하는, 그의 분신 3천 개와 융합된 한제의 원신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빛으로 흩어지면서 체내에서 확산되어 온 우주를 뒤덮었다.
원신이 없는 수련자의 육신은 일반인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반인의 육신이 천운자의 3천 분신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원신이 흩어져 사라지자 천운자의 몸은 펑, 펑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으윽.”
천운자의 눈에 담긴 두려움의 빛이 절정에 달했다. 그는 하늘을 땅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수많은 것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었지만 오직 한제만은 예측할 수 없었다. 그것도 벌써 두 번째였다.
한제가 자신의 본체를 찾아낼 것이라고는, 한제의 분신이 아직도 상대의 통제하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것을 이미 자신의 통제하에 두었고 자신은 이미 독립적인 존재가 됐다 여긴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한제가 아직도 이 육신을 통제할 수 있는 거지? 어째서 이한제가 도를 흩어버리고 원신을 흩어버릴 수 있느냔 말이다!’
천운자가 두려움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한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혼이여, 흩어져라.”
그 순간, 천운자의 몸은 지금까지보다 더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차지한 이 육신에서 3천 분신의 혼과 융합한 한제의 혼이 흩어지기 시작했음을 똑똑히 느꼈다. 3천 혼과의 융합은 완전한 상태라 분리될 수 없었지만 한제의 혼이 흩어지자 그 완전했던 융합에 흠이 생겨난 것이다.
콰쾅!
천운자의 몸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며 피범벅이 되어 터져나갔고 나머지 2999개의 혼 역시 폭발했다.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어째서 네가 아직도 이 몸을 통제할 수 있단 말이냐! 이건 천도의 규칙에 부합하지 않아! 이 동부계의 법칙에 어긋난단 말이다! 내가 천도다! 모든 것은 내 결정에 따르게 되어 있어! 난 네 기억도 다 알고 있다! 네가 삼명술을 발휘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네가 1천 번 죽는다 해도 나는 죽지 않아!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너, 넌 대체 누구냐!”
2999개의 혼은 무너진 육신 밖으로 폭발한 뒤 한 덩이 흐릿한 안개가 됐다. 이 안개에 담겨 있는, 천운자가 아흔 번이 넘는 각성을 반복하며 삼켰던 모든 중생이 입을 모아 포효하고 있었다.
“넌 대체 누구냐! 칠채선존의 삼백칠혼도 아닌, 그저 동부의 일개 수련자에 불과한 네가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어!”
“너는 그저 천도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천도의 주인이지.”
한제는 자신을 향해 포효하는 2999개의 혼백을 가만히 응시했다. 모든 혼백은 광기와 혼란, 답을 찾지 못한 데에 따르는 고통과 불신의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제는 조용히 왼손을 들어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흩어져 사라지고 그 대신 회전하는 회오리가 나타났다. 회오리 안에서는 서늘하고 거친 기운이 발산됐다.
동시에 한제는 오른손을 들었고 그러자 미간으로부터 한 줄기 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은 나타나자마자 부풀더니 눈 깜짝할 사이 거대한 흉수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마수였다.
지하마수는 멍한 상태였다. 이곳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녀석도 크게 겁을 집어먹지는 않은 듯했다.
녀석은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다가 천운자의 혼 2999개로 이루어진 안개를 보더니 시선을 빼앗긴 듯했다. 부지불식간에 살짝 벌어진 녀석의 입에서는 폭포 같은 침이 주르륵 흘렀다.
녀석은 망설이는 듯한, 동시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혼백으로 이루어진 안개가 녀석에게는 퍽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천도의 주인? 저 지하마수는… 설마 당시 나와 분리된 안개 덩어리로 이루어진 존재인가!”
천운자의 혼들은 흠칫 놀라 충격에 휩싸인 눈으로 지하마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당연히 지하마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연도비의 신식이 자폭하면서 분열되어 천운자가 된 그는 그때 분리됐던 또 하나의 분신과의 연계를 일찍이 잃었다. 때문에 그 존재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흔아홉 번의 각성을 완성해 윤회를 새롭게 장악하려 하는 대신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인 분리된 안개 덩어리를 찾으려 했을 터였다.
“이제 끝났다, 천운자.”
한제는 침착하게 입을 열며 손에 쥐고 있던 반 토막 난 나침반을 던졌다. 나침반 조각은 곧장 지하마수의 벌어진 입안으로 들어갔다.
“크아아아! 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천운자의 혼들은 바르르 떨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남몽도존 등도 당장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한제가 그들을 저지하고는 가만히 지하마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 거대한 흉수는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한참 뒤에야 멍한 눈빛이 무정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저들을 삼켜라. 그러면 넌 완전해질 거야.”
한제는 약간 피로감이 느껴지는 얼굴로 지하마수의 등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지하마수는 입을 크게 벌리며 몸을 날렸다. 그 입이 벌어진 순간, 도망치던 천운자의 혼들이 전부 끌려오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흡입력에 휩싸인 그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하나둘 지하마수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