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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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행성을 앞에 둔 한제의 표정은 진중했다. 오행성의 회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이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렸고 어지러웠으며 심신이 빠르게 소모됐다.
한제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의 신식은 의지와 상관없이 오행성을 관찰했다.
“저게 대체 무슨 진이지?”
곧이어 두 눈을 다시 뜬 한제의 표정은 매우 무거웠다. 보건 보지 않건, 눈을 감건 뜨건, 시선을 돌리고 무시하려 하건 그는 오행성의 회전을 계속 관찰하게 됐다. 그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미처 열을 세기도 전에 오행성의 회전이 전보다 더 빨라졌고 한제의 현기증도 더 강렬해졌다. 심신 역시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소모됐다.
한제로서는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금제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던 한제는 결심한 듯 몸을 훌쩍 날려 돌진했다.
“제아무리 기이한 수련성이라 해도 지척에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곧장 쳐들어가면 그만인 것을!”
그는 엄청난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 어마어마한 거리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한제의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고 말았다.
맹렬히 돌진했음에도 오행성과 가까워지기는커녕 제자리걸음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오행성 역시 정확히 한제가 이동한 만큼 멀어진 것만 같았다.
한제가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는 동안 또다시 아홉을 셀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진은 세 번째 전에 돌입했다. 오행성의 회전은 또다시 빨라져 한제의 눈에는 이제 흐릿해 보일 정도였다.
“고약한 진이로군.”
한제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 초조함은 마치 원래부터 느껴졌던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가 초조해하기 시작한 순간, 오행성의 회전은 또다시 빨라져 이제 거대한 회오리처럼 보일 정도였다.
몸의 안정으로 마음의 안정을 이끌다
한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치밀어 오르는 초조함은 갈수록 커졌다. 또한 오행성의 회전은 점점 빨라졌다.
“뭔가 이상해!”
한제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당장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오행성과의 거리는 그대로였다.
“제기랄! 뭐가 어찌 된 것이냐!”
기이한 상황에 한제의 심신은 마구 진동했다. 그에 비례해 초조함은 커졌다.
그때, 오행성이 다섯 번째 전에 진입했고 오행성은 더 이상 수련성이 아니라 완전한 회오리가 되어 빠르게 회전했다.
몸을 바르르 떨던 한제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초조함이 울컥 솟았으나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행성이 회전하면서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유일하게 돌지 않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었으나 이는 어떤 위안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 변화에 속하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느낌에 현기증은 더욱 심해져 당장이라도 토악질을 할 것만 같았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난 한제의 얼굴은 창백했고 두 눈에는 실핏줄이 잔뜩 드러나 있었다.
그 상태로 그는 회오리가 된 오행성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의 표정에는 초조함과 함께 광기도 엿보였다.
그러나 회오리는 또다시 콰쾅 소리와 함께 빨라졌고 이제 한제는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어느새 그는 오행성과 함께 회전하기 시작했으나, 이를 알아채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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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장삼을 입은 노인은 즐거운 듯 웃기 시작했다.
“벌써 다섯 번째 전에 이르렀는데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군. 나 역시 다섯 번째 전에 이르렀다면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을 거야. 그저 그 안에서 심신을 모두 소모한 뒤 명이 다할 때까지 빙글빙글 돌다가 숨을 거두었겠지. 분수도 모르고 오행성에 난입하려 들면 그리 되는 것이다!”
그제야 만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으나, 탑 밖의 하늘을 향한 그의 눈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구전 심륜에 대한 이해를 따지자면 당연히 금색 장삼의 노인에 비할 바가 못 됐지만 그는 일찍이 이 진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진의 무시무시함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세 번째 전에서 정신을 잃고 선조에게 구조된 뒤로는 한참이나 요양을 한 끝에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구전은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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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라 대천존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하지 않기를 잘했군. 뭐, 다섯 번째 전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하다. 조금 더 경험하도록 내버려두었다가 아홉 번째 전에 이르면 도와주어야겠군.”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는 내심 약간 실망한 상태였다. 허나 그는 자신이 대천존이 되기 전이었다면 선강 대륙 귀일종의 유명한 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자신이 저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으리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의 한제는 여섯 번째 전에 진입하기 직전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심신이 지나치게 소모된 탓이었다. 이 무렵에는 오행성을 따라 회전하던 그의 몸은 회전을 멈춘 상태였다. 물론 그가 억지로 멈춰 세운 것이었다.
한제의 얼굴에는 푸른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광기와 초조함이 가득한 눈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오행성을 바라보았다.
‘보건 보지 않건 다를 것 없다.’
또한 그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건 생각하지 않건 그 결과 역시 똑같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만약 자신의 몸도 함께 회전한다면 오행성이 자신의 심신을 다 흡수해 버리리라는 것도 그리고 그 심신이 완전히 흡수되는 순간 자신은 죽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홉을 셀 때마다 회전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은 한제는 현기증과 고통을 참아내 침착하게 생각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또한… 회전은 내가 초조해할 때마다 급격히 빨라졌다. 광기가 차오를 때도 마찬가지고⋯⋯.”
한제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회전은 점점 빨라지면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그의 시선은 회오리가 된 오행성에 고정되었다. 평정심을 찾기 힘들수록 그는 더욱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상황의 이유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 사이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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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일종 탑 안. 금색 장삼의 노인은 소매를 휘두르며 껄껄 웃더니 만표를 데리고 탑 밖의 허공에 섰다.
“저자는 아홉 번째 전에서 죽게 되어 있다! 나와 함께 가서 녀석의 시체를 거두어 오자꾸나! 크하하!”
한데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려던 노인은 돌연 웃음을 뚝 그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느려졌어. 회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말도 안 돼! 아홉 번째 전에서⋯⋯ 어떻게…?”
노인의 뒤를 따르던 만표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한편,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실망을 억누르던 현라 대천존은 막 한제를 도우려 하던 것을 멈추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순간, 오랫동안 요동친 적 없던 그의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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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전이 막 시작되려던 순간, 한제는 두 눈을 감았다.
“마음⋯⋯ 마음이구나! 내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심신이, 혼이, 몸이 불안해짐에 따라 오행성도 움직이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내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야!”
한제의 두 눈에서 섰던 핏발은 사라졌다. 광기도 조급함도 가라앉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잔물결조차 없는 오래된 우물과 같은 침착함뿐이었다.
한제는 두 눈을 감고 진실과 거짓의 본원을 소환해보려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본원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진실도 거짓도 모두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제의 마음이 그 본원으로 인해 움직이게 된다면 진은 다시 회전하게 될 것이다.
마음이 침착하면 세상도 침착해지지만 이 침착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초조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지금 한제도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히 평온해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그저 육신의 안정을 찾은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오행성의 회전도 한층 느려졌다.
오행성은 여전히 회오리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한제가 느끼는 현기증도 구역질도 많이 가라앉았다. 마치 한여름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그의 마음 역시 점차 완전한 안정을 찾아갔다.
허나 그보다 먼저 침착함을 되찾은 것은 혼이었다. 그리고 혼이 침착해지자 오행성의 회전은 또 한 번 크게 느려졌다. 여전히 회오리였지만 그 사이로 수련성이 언뜻 비치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현기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 순간, 심신도 안정됐다. 원신과 심신이 평정을 되찾자 한제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느꼈다. 창백했던 안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행성의 회전 역시 또 한층 느려졌다. 이제는 더 이상 회오리로 보이지도 않았다. 여전히 그 모습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육안으로 따라잡을 수는 있는 속도였다.
그런 오행성을 바라보며 한제는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는 한없이 평화로울 뿐 격한 감정은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을 관철한 이의 여유마저 느껴졌다.
다시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때, 오행성은 죽은 듯 적막해졌다. 모든 귀일종 수련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형용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금색 장삼의 노인은 하얗게 질린 채 끊임없이 중얼댔다.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애초에 이 상황은 그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동부계가 아닌 선강 대륙 귀일종의 수련자였다. 구전 심륜이 얼마나 강력하고 무시무시한지, 이 진이 선강 대륙에서도 얼마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부계의 수련자가 이렇게 금세 이 진을 간파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돼! 진의 변화를 깨달았다 해도 벌써 아홉 번째 전이었는데 어떻게…?’
금색 장삼의 노인은 주먹을 바르쥔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표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 역시 한제에게 일어난 변화를 눈치챈 상태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음속에서는 거친 파도가 일고 있었고 한제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갔다.
한편, 현라 대천존은 기이한 눈빛으로 한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점점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