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49
칠채도인이 저 멀리 회오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제를 가리켰다.
칠채도인은 겉보기에는 덤덤해 보였지만 사실 무척 당황한 상태였다. 방금 전 한제가 쏘아 보낸 검광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칠채도련의 잎을 한꺼번에 두 개나 잃은 그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일까? 회오리를 가리키는 그의 손끝에서는 살기등등한 위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칠채도인의 손짓에 연꽃의 남은 꽃잎 다섯 개가 그대로 떨어지더니 다섯 가지 색채의 빛이 되어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당장 그를 봉인하고 죽일 듯한 기세였다.
뒤이어 몸을 날린 칠채도인은 다섯 색채의 빛을 뒤쫓아 엄청난 속도로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이때 한제의 몸은 회오리에 융합된 상태로 금방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듯했다. 하지만 칠채도인의 공격에 세 번째 수련성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겁기 수준의 힘이 실린 충격을 일으켰고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다섯 개의 꽃잎에 담긴 위력은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한제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신중한 그는 다섯 개의 꽃잎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 왼손으로 허공을 움켜쥐면서 불바다로 온몸을 감쌌다. 불바다는 눈 깜짝할 사이 거대한 화염 우산이 됐다.
분계고산이었다. 평소와 달리 평범한 우산 크기였다.
분계고산은 금제를 통해 소환되는 술법인 만큼 준비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이런 갑작스런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잔계의 힘을 빌려 칼을 응집해낼 때부터 이미 퇴로를 생각해둔 한제는 몰래 왼손으로 결인을 그려 일찍이 이 우산을 소환해놓은 상태였다. 비록 약간의 생기를 소모하더라도 이 위기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우산이 펼쳐진 순간, 화염이 일어나 다섯 개의 꽃잎을 막아섰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꽃잎이 우산에 떨어질 때마다 한제의 심신은 강렬하게 진동했지만 그 반동을 이용해 연달아 세 번이나 물러날 수 있었다.
그때, 분노에 찬 칠채도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다섯 개의 꽃잎을 뒤쫓아 한제가 소환한 회오리로 돌진해온 칠채도인은 오른손으로 일곱 색채의 눈부신 빛을 소환했다. 그러자 일곱 빛깔로 번득이는 손바닥이 나타나 회오리를 뚫고 들어와 한제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그 손바닥은 허공을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한제는 이미 떠난 상태였다.
“그래, 도망쳐봐라!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주마!”
음침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칠채도인은 곧장 몸을 훌쩍 날려 회오리 안으로 쫓아 들어갔다.
한제와 칠채도인이 떠난 뒤 세 번째 수련성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잔계 내의 모든 것이 파괴된 순간, 백호 장군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의 맹세는 이미 효력을 발휘한 상태였고 한제는 떠나기 전 신식을 통해 그에게 명령을 내린 바 있었다. 그로서는 그 명령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탐탁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안색이 창백해진 오행성 귀일종의 중년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저자를 잡아두어라!”
이것이 바로 한제가 떠나기 직전 백호 장군에게 내린 명이었다.
3백 개의 잔계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3백 개가 채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소멸하거나 파괴된 곳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중 어느 잔계에 회오리가 일어나더니 그 안에서 나타난 회오리가 완전히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여유로운 표정의 한제가 나타났다.
그는 회오리에서 나오자마자 몸을 홱 돌려, 들어 올린 손에 엽막 오른팔의 힘을 응집시더니 시천술을 발휘해 허공을 냅다 찢어냈다. 그러자 후방에 거대한 균열 이 생겨났다. 벌어진 균열은 순식간에 회오리를 무너뜨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는 곧장 시천술로 찢어낸 균열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순간, 서늘한 코웃음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쾅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린 회오리 안에서 칠채도인이 걸어 나왔다.
만약 한제가 시천술로 회오리의 흔적을 없애지 않았더라면 회오리를 망가뜨림으로써 칠채도인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늦추지 않았더라면 이 잔계에서 빠져나가기는커녕 곧장 칠채도인에게 따라잡혔을 것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됐다. 한제는 온갖 신통술을 발휘하며 하나하나의 잔계를 관통했고 칠채도인은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듯 끊임없이 뒤쫓았다. 만약 한제가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곧장 붙잡힐 상황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3백 개의 잔계에 흩어져 있던 다른 사람들은 점차 그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 줄기줄기 신식이 일제히 칠채도인의 뒤에 붙어 함께 따라오기 시작했다.
‘얼른 저자를 떨어뜨려야 해. 그러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될 거야. 전가 노인까지 따라붙는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리면서 회오리를 통해 또 다른 잔계에 진입했다.
한데 곧장 또다시 떠나려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이 잔계는 지금까지의 잔계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놀라운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느 흉수의 기운인 것 같았다. 그 느낌이 희미한 것을 보면 흉수는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순간 한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으나 그는 이곳에 머물지 않고 위치만을 잘 기억한 채 곧장 떠났다.
뒤이어 이곳에 나타난 칠채도인의 안색도 어두웠다. 그 역시 이곳에 존재하는 흉수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마저 두렵게 만드는 기운인 만큼 칠채도인은 한제가 흉수를 깨워 난리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한제는 그러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두고 떠난 것이냐?’
의심이 들었지만 지금은 고민이나 할 때가 아니었기에 칠채도인은 곧장 추격을 재개했다.
계략
한제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다. 벌써 수십 개의 잔계를 지나쳤지만 그의 이동 방향은 일관적이었다. 이 잔계들은 마치 줄줄이 늘어선 거울과 같았고 한제는 그중 하나의 거울 안팎만을 오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때문에 한 번 이동할 때마다 다른 잔계에 이르긴 했지만 그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었다.
한제는 3백 개의 잔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 3백 개의 잔계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존재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동부계 핵심에서 보았던 거대한 노란색 꽃 덕분이었다. 3백 개의 잔계는 그 꽃의 양분을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꽃은 칠채선존이 선계에서 얻은 기이한 보물이었다. 공격 능력은 없지만 놀랄 만한 생기로 충만한 이 꽃으로 상처를 치료한다면 어지간한 부상은 본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시간에 회복할 수 있다. 만약 당시 연도비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지 않았더라면 칠채선존도 그런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터였다.
온전한 기억을 갖지 못한 칠채도인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리는 없었다. 선비와 4대 장군도 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을 터였다.
한제는 끊임없이 이리저리 오갔고 그로 인해 그가 반복해 관통하고 있는 잔계와 잔계 사이의 장벽은 점차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린 칠채도인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냉소했다.
‘얕은 수작을 부리려고? 하나의 장벽을 오가다가 무너뜨려 그 충격으로 나를 막고 부상까지 입힐 작정이겠지! 허나 내게 들켜버렸군!’
칠채도인은 눈을 번득이며 한제를 뒤쫓는 와중 오른손을 들었다. 그가 피워올린 일곱 색채의 빛이 잔계와 잔계 사이의 장벽을 공고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수준이라면 단숨에 강화할 수도 있지만 칠채도인은 이를 몰래 진행하기로 했다. 일곱 색채의 빛도 잠깐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교활한 녀석, 내가 자신의 계획을 간파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다른 수작을 부리려 하겠지. 녀석의 계획이 문제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게 해야겠어!’
칠채도인은 씩 웃으며 여유롭게 한제를 뒤쫓았다.
한편, 현라 대천존은 두 사람의 추격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한제를 도와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건 시험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해. 만약 녀석이 내 존재를 알아차린다면 그때는 도와주지. 이게 마지막 시험이 될 터. 이한제,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마라.’
현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제와 칠채도인의 행적을 내내 지켜본 그는 당연히 두 사람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장벽이 무너져 내린다면 이한제는 도망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미 상대에게 계략을 간파당했다. 과연 어떻게 대응하려나⋯⋯.’
현라는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한제는 잔계 사이의 장벽이 곧 무너지려는 것을 느꼈으나 침착함을 유지한 채 다시 한번 회오리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몰래 귀면기를 꺼내 온몸을 감쌌다.
다시 회오리 밖으로 나왔을 때, 귀면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누구도 회오리 안에서 있었던 일을 눈치채지 못했다. 더욱이 칠채도인의 정신은 온통 잔계 사이의 장벽에 집중돼 있었다.
순식간에 1각이 지났다. 그 사이 1백여 개의 잔계를 관통한 한제는 이번에는 회오리를 통해 잔계 밖 우주로 나왔다. 칠채도인에게 쫓기기 시작한 이래 다른 잔계로 곧장 넘어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몸을 날려 순식간에 1만 리 밖에 이른 한제는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그의 몸은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왜곡됐고 다음 순간 그 앞에 거대한 허상이 나타났다. 마치 한제는 이미 사라지고 그 대신 평범한 수련성이 하나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한제가 수련성이 된 순간, 방금 전 그가 이 성역으로 이동할 때 관통했던 회오리 안에서 일곱 색채의 빛과 함께 칠채도인이 걸어 나왔다. 그는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몸을 돌려 방금 전 빠져나왔던 회오리 안으로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현라 대천존의 눈빛이 변했다. 수련성이 된 한제를 바라보던 그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실로 교묘하군!’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던 현라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칠채도인이 떠나고 뒤를 이어 몇 사람이 더 나타났으나 그들 역시 멈추지 않고 곧장 되돌아가며 속속들이 떠났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수련성이 된 한제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렀을 때, 한제가 관통해 나온 회오리가 사라진 곳에서 전가 노인이 나타났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어떤 기운도 드러내지 않은 그는 냉소하며 곧장 이 성역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제야 수련성으로 변했던 한제가 움직였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한제는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옆에 새롭게 만들어낸 회오리로 들어갔다. 방금 전 많은 사람이 나타났던 곳과는 반대편이었다. 게다가 워낙 신중하게 움직인 탓에 누구도 그의 행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회오리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네 개의 잔계를 그대로 관통한 한제는 다섯 번째 잔계에 이른 뒤에야 이동을 멈추었다. 흉수의 기운이 느껴지던 바로 그 잔계였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간 한제는 어느 수련성에 다다랐다. 사막으로 뒤덮인 이 수련성에는 지대의 고저도 산봉우리나 골짜기도 없이 그저 적막한 사막뿐이었다.
이곳에 가부좌를 튼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살기를 드러냈다.
‘이제 반격을 할 시간이다. 삼명술로 얻어낸 세 개의 목숨 중 하나를 사용해서라도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그들에게 따끔한 교훈을 안겨주겠다. 칠채도인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터. 덫을 놓기에는 충분해!’
한제는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었다. 일찍이 3백 개의 잔계가 있는 이곳에 들어설 때부터 추격자들이 따라붙을 경우 따돌릴 방법까지 생각해둔 터였다. 그 방법은 바로 이중 계략이었다.
이중 계략의 시작은 잔계와 잔계를 잇는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허나 이 정도로는 칠채도인이나 전가 노인을 속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이 계략을 알아채기를 바랐다.
그렇게 된다면 두 번째 계략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귀면기로 환각을 일으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의 계략을 간파했다고 생각해 방심한 적들을 환각에 빠뜨리는 것이 두 번째 계략이었다.
허나 이 계략의 핵심은 장벽의 붕괴도 환술도 아니었다. 잔계를 수도 없이 반복해 관통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이었다. 여러 번 반복할수록 추격자들은 그런 상황에 습관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환각에 빠뜨릴 수 있을 터였다.
선강 대륙에는 목어(目魚)라는 흉수가 있다. 머리에서 입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고 몸길이가 1만 척에 달하는 물뱀 같은 생김새였다. 진흙을 무척 좋아하는 이 흉수는 대지의 정수를 취해 육신을 세상의 영기를 흡수해 영혼을 자양했다.
어린 목어는 보통 강바닥 진흙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성체가 되고 몸길이가 1만 척에 이르면 강바닥의 진흙을 뚫고 땅속으로 파고들어 주위의 선산에서 잠을 자곤 했다.
선강 대륙에서 목어는 대부분 종파를 지키는 흉수로 봉인되는데 수련자들은 녀석들을 꺼렸다. 이 흉수는 산에 스며드는데 그렇게 되면 그 산에는 영혼을 주입해봐야 오래지 않아 사막으로 변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목어에게 선기를 빼앗기는 셈이니 녀석들을 속박하려 들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선강 대륙에서는 발견된 목어 대부분이 즉시 봉인됐다.
한제가 이 수련성 사막에 가부좌를 틀었을 때, 사방에서는 바람이 휘몰아치며 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폭풍은 거칠게 몰아치면서 온 세상을 뒤덮고 시야를 가렸다.
한제는 세 번째 주혼을 통해 목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칠채선존은 당시 어린 목어 한 마리를 3백 개의 잔계 중 하나에 집어넣은 바 있었다. 원래는 당분간 기르다가 꺼낼 생각이었지만 그전에 자신이 죽임을 당해 흩어지면서 결국 목어는 잔계에 머물게 된 것이다.
노란 모래를 매만지고 있노라니 그 안에서 영기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한제는 신식을 뻗어 그 흉수의 기운이 이 수련성 내부로부터 전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은 채 오랜 세월 살아온 목어라⋯⋯. 분명 기이한 변화를 겪었겠지. 이 잔계에 남은 수련성은 이것 하나뿐이다. 나머지 수련성은 이미 목어가 전부 흡수한 모양이군.’
한제는 뻗었던 신식을 천천히 거두었다. 이 수련성 곳곳의 광경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곳에 덫을 놓아도 되겠어!’
두 눈을 서늘하게 번득인 한제는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수많은 금제가 허상으로 나타나 중첩되면서 분계고산을 형성했고 이 우산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 열기와 기세에 구름이 흩어졌다.
하늘에 떠오른 채 펼쳐진 우산의 천 부분은 하늘과 융합했다. 우산살은 마치 하늘과 연결된 기둥처럼 보였다.
한제는 고개를 들어 우산의 천 덕분에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혀끝을 깨물어 피를 한 움큼 뱉어냈다. 피는 순간 타오르면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 요란한 소리를 울렸다. 그러자 분계고산으로 소환된 우산은 천천히 숨겨졌다. 심지어 거대한 우산살 역시 점차 투명해져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분계고산은 허공에 섞여 든 상태였다. 이후로 이 수련성에 발을 들이는 모든 사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 우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게 나의 첫 번째 덫이다.’
한제는 약간 가빠진 호흡을 골랐다. 공령기 후기에 이르렀음에도 분계고산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았다.
‘위력을 조금 더 강화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왼쪽 눈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왼쪽 눈동자에서 화염의 본원이 나타나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바깥으로 튀어나와 거대한 주작으로 변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