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51
크게 한 걸음 나선 칠채도인이 수련성 상공에 나타났다.
전가 노인도 거의 동시에 수련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에서 망설이고 있던 몇몇 수련자도 분분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 수련성에 발을 들인 것은 사실 세 번째 주혼을 쟁탈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좋은 구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룡과 현무, 주작이 이들 중 가장 앞서서 수련성 상공에 이르렀다.
한편, 한제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속에서는 이미 피가 끓어올랐다.
두 눈 가득 전의를 담은 그는 이광의 활을 더욱 꽉 쥔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콰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기세에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제의 시야에는 칠채도인과 그 뒤를 이어 온 전가 노인 그리고 몇몇 수련자들이 들어왔다.
“첫 번째 덫, 분계고산!”
한제는 그들이 수련성에 발을 들인 순간 결인을 그린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온 세상이 바르르 진동하면서 하늘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피와 같은 붉은색이 아니라 불빛의 붉은색으로 물든 하늘은 이내 불바다로 뒤덮였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겹겹의 파문이 일며 거대한 불의 우산이 나타났다.
하늘을 대체한 우산으로 인해 이 수련성에 발을 들인 이들은 퇴로가 그대로 막혀 버렸다.
남몽도존은 분계고산에서 발산되는 강력한 힘에 그 밖으로 밀려났다. 한제로서는 이번 사냥에서 남몽도존에게 신경 써줄 수가 없었기에 애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련성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덫에 걸리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미 수련성에 들어와 있던 수련자들은 퇴로가 막히자 표정이 급변했다.
칠채도인과 전가 노인 역시 표정이 살짝 굳었으나 깊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온 하늘을 뒤덮은 거친 화염이 이글거리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분계고산은 본래 동부계에 속한 신통술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제는 전력을 다해 발휘한 데다가 화염의 본원까지 동원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이 수련성에 들어온 수련자들의 심신은 허상의 화염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신통술을 가르쳐준 광인은 우산을 펼쳤다가 접으면 적들이 죽게 될 거라고 말한 바 있었다.
“3할!”
어두운 표정의 한제가 낮게 외치며 하늘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콰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상의 거대한 우산이 접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펼쳐졌던 우산이 빠른 속도로 좁혀질수록 그 안에서 넘실대는 화염은 더욱 증폭됐고 열기는 무서울 정도에 이르렀다.
단 3할만 접혔는데도 칠도종의 제자 중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세 명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재로 변해 버렸다.
“6할!”
뒤이어 다시 한번 외친 한제의 얼굴에 푸른 핏줄이 돋아났다. 이제 우산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접혔고 그 안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세 명의 장군 역시 표정이 급변한 상태였다. 그들은 한제가 선강 대륙에서도 보기 드문 강력한 신통술을 발휘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8할!”
이제 한제의 한계치였다. 외침이 터져 나온 순간 그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체내의 생기가 흘러나가면서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늙어버렸다.
동시에 분계고산은 콰쾅 소리를 울리며 빠른 속도로 접혔다. 그 안에 갇힌 사람 중 몇 명이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찢어질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윽!”
세 장군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피를 토하는 한편 자신들의 모든 힘을 발휘해 분계고산의 위력에 저항했다. 또한 그들은 최대한 빠르게 몸을 날려 그들을 휘감은 분계고산으로부터 빠져나가려 했다.
칠채도인과 전가 노인도 한층 신중해진 상태였다. 사방을 뒤덮은 불바다에 그들도 신통술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수준이 높다고는 해도 고족만큼 강건한 육신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칠채도인은 칠채선존의 신통술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신통술 중에는 분계고산도 있었다.
한제가 발휘한 것과 똑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분계고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앗!”
그는 낮은 기합과 함께 몸을 훌쩍 날려 불바다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왔고 짙은 살기를 품은 채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의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이 우산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지만 이 상태에서의 우산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칠채도인이 빠져나온 순간 왼손을 크게 휘둘렀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대지가 진동했고 한제의 옆에서는 일곱 색채의 빛이 빠르게 나타나 번득였다. 대지에서 뿜어져 나온 이 빛은 곧장 하늘로 솟구치면서 칠채도인과 연결됐다. 분간할 수 없는 일곱 색채의 빛이 하늘과 땅을 모두 뒤덮었다.
뒤이어 일곱 색채의 창이 대지에서 튀어나오더니 한 마리 용처럼 포효하며 칠채도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헛!”
갑작스러운 상황에 칠채도인은 흠칫 놀라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두 개의 꽃잎을 잃은 연꽃이 나타나 그를 감쌌다.
하지만 이 연꽃은 칠채창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칠채창은 분계고산과 마찬가지로 이 동부계에 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꽝!
창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연꽃과 닿은 순간, 남은 다섯 개의 꽃잎이 순식간에 가루로 부서져 흩어졌다.
“이… 네놈이…”
연꽃에 싸여 있던 칠채도인은 분노로 바르르 몸을 떨더니, 곧장 오른손을 휘둘러 한제의 것과 똑같은 칠채창을 소환했다.
콰콰쾅!
두 창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 한제의 세 번째 덫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상으로 나타난 한제 본체의 미간과 두 눈의 반점이 회전하면서 그 뒤로 도고의 허상까지 드러났다.
순식간에 1만 척으로 불어나면서 뒤편의 허상과 융합된 한제의 본체는 칠채창이 무너져 내린 순간 손에 개천부를 힘차게 휘둘렀다. 도끼 날은 칠채도인을 노리고 있었다.
그때, 칠채도인의 뒤쪽 불바다에서 전가 노인이 튀어나왔다. 그는 한제와 칠채도인이 맞붙은 틈을 타 탐욕에 가득한 눈빛으로 순식간에 한제의 분신이 앞쪽에 띄워놓은 세 번째 주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제가 미리 설치해둔 덫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전가 노인이 1천 척 안쪽으로 들어온 순간, 한제가 결인을 그린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귀면기!”
순간 전가 노인은 우뚝 멈췄고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뒤이어 웅웅 소리와 함께 노인 앞에 붉은 안개가 나타났다. 이 안개는 꾸물거리다가 거대한 붉은 귀신 얼굴이 되더니 단숨에 전가 노인을 집어삼켰다.
칠채도인마저 잠시 넋을 잃게 했던 이 환술에서 전가 노인은 도망칠 수 없었다. 그는 귀신 얼굴에 삼켜진 순간 곧장 가부좌를 틀었고 그러는 사이에도 표정이 계속해서 변했다.
꽈르릉!
개천부가 칠채도인에게로 떨어지면서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순한 본체의 힘만으로는 칠채도인을 다치게 할 수 없음을 한제 역시 알고 있었기에 그가 노리는 것은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쾅!
순간 개천부는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그 충격에 한제의 본체 역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도고의 불멸체 덕분에 본체는 죽음을 피했고 이내 가부좌를 틀고 있던 분신과 융합되면서 완전히 회복됐다.
“쿨럭!”
한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턱을 타고 흐른 피가 한제의 백의를 물들였다.
그때, 머리가 산발이 된 칠채도인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불바다 안에서 세 장군과 장존 등이 하나둘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곧장 넋이 나간 듯 우뚝 멈춰 섰다. 그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가 노인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붉은 안개에 뒤덮인 채 한제로부터 1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칠채도인의 모습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특히 칠채도인과 전가 노인의 수준을 잘 알고 있던 장존은 그들이 이토록 힘겨워하는 모습에 심신이 진동했다.
다른 두 장군이 두려움에 떨고 이곳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는 동안 주작 장군은 다소 복잡한 심경으로 눈앞의 광경을 보며 애써 충격을 억눌렀다.
한편, 가까스로 불바다에서 빠져나왔으나 내상을 입은 여섯 번째 선비는 다시금 한제에 대한 두려움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 무렵, 한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준비한 일곱 개의 덫 중 다섯 개를 이미 사용했고 분신과 본체 모두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진즉 의식을 잃었을 터였다.
‘심혈을 기울여 덫을 팠음에도 이 정도라니… 칠채도인은 정말 얼마나 강력한 자란 말인가!’
한제의 저항이 격렬할수록 그에 대한 칠채도인의 살기는 더욱 커졌다. 그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세 번째 주혼도 무시한 채 한제를 죽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허나 한제는 비록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음에도 두 눈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는 칠채도인이 달려든 순간 오른손으로 이광의 활을 꽉 쥔 채 왼손으로 상대를 가리켰다.
“천도 지하마수!”
꽈광!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칠채도인의 전방에 균열이 하나 나타났다. 거대한 입과 같은 균열이었다.
“흠!”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지하마수는 냉혹하고도 무정한 눈빛을 번득이며 칠채도인을 삼키려 했다.
지하마수가 입을 벌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원고 선역 칠도종의 제자들이 불바다 안에서 힘겹게 튀어나왔다.
허나 이들은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지하마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하마수는 심지어 하늘을 뒤덮은 불바다 역시 일부 삼켜버렸다.
“꺄아악!”
온 힘을 동원해 강력한 흡입력에 저항하는 세 장군과 달리 여섯 번째 선비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힘없이 끌려 들어갔다.
멍하니 서서 지하마수를 보고 있던 장존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주인이 지하마수에게 삼켜졌던 당시의 광경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지하마수가 잔뜩 겁을 집어먹었고 아둔해 보였던 까닭에 그저 의심에 그쳤지만 지금 저 냉혹하고도 무정한 표정을 본 순간 그의 모든 추측과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칠채도인 역시 급변한 얼굴로 우뚝 서서 지하마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도 놀라운 충격이 드러났다.
“처… 천도!”
지하마수는 아직 완벽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칠채도인까지 삼킬 수는 없었다.
한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지하마수를 다섯 번째 덫으로 삼은 것은 칠채도인을 충격에 빠뜨리기 위해서였다. 그로서는 반작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칠채도인을 상대로 정신술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효과를 얻기 위해 지하마수를 덫으로 사용한 것이다.
“여섯 번째 덫!”
한제는 왼손으로 대지를 후려치며 2대 주작으로부터 배운 통제술을 발휘했다. 이 힘은 겹겹의 진동으로 땅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면서 그 안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목어를 자극했다.
한제가 미리 그려놓은 피의 원도 둥실 떠올랐다. 제압하고 있던 금제가 흩어져 사라지자 이 원으로부터 피비린내와 원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