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52
붉은 원은 맹렬히 돌진하더니 칠채도인이 지하마수에게서 느낀 충격에서 막 깨어나려는 순간 폭발했다.
콰쾅!
대량의 기운이 칠채도인을 휘감았고 수련성의 대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진동했다. 수만 년간 잠들어 있던 존재의 고함이 대지 깊은 곳으로부터 먹먹하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대지를 뒤덮은 모래가 전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솟구쳤던 모래가 마치 비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장막을 형성했다. 덕분에 시야는 흐릿해졌고 광기 어린 먹먹한 포효가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수련성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했고 대지를 뒤덮은 모래가 푹 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포효는 더욱 또렷해졌고 푹 꺼진 대지 안쪽에서 검은 빛이 번득이더니 뱀 같은 흉수 한 마리가 곧장 튀어나왔다.
굵기만 1만 척에 달할 듯한 이 흉수의 몸은 온통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한 마리 거대한 미꾸라지 같은 녀석은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한 입을 쩍 벌린 채 칠채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의 두 눈은 영원히 뜨이지 않을 것처럼 꼭 감겨 있었다.
칠채도인은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힘껏 후려쳤다.
콰쾅!
일곱 색채의 빛이 흉수의 머리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꾸워어어!”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지른 흉수는 1천 척 정도 옆으로 밀려났지만 곧장 칠채도인을 향해 머리를 뒤틀면서 숨을 힘차게 들이마셨다.
그 흡입력에 칠채도인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그의 몸에서 번득이던 일곱 색채의 빛도 적지 않게 흩어지면서 연기처럼 흉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큭! 이한제!”
칠채도인은 표정이 급변했고 분노에 이를 갈았다.
한편, 세 장군 역시 놀란 얼굴로 바르르 떨었다. 그들과 장존 등은 이 흉수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목어다! 저, 저건 목어야!”
“이곳에 목어가 있을 줄이야⋯⋯. 수만 년간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자라온 목어라면⋯⋯?”
장존은 찬 숨을 헉 들이마셨다.
‘목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눈을 뜨지 않지만 소문에 의하면 목어가 눈을 뜨는 순간 온 세상의 색이 바뀌게 될 거라고 했어!’
목어를 본 순간 현무 장군의 머릿속에는 어떤 소문이 떠올랐다.
칠채겁(七彩劫)
목어는 숨을 들이마시면서 몸을 휙 틀어 또 한 번 칠채도인에게 달려들었다. 방금 전 칠채도인의 공격에 화가 잔뜩 난 듯 다시금 입을 쩍 벌려 상대를 흡수하려 했다.
아직 지면 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녀석의 일부에 불과했는데도 이미 온 세상을 다 덮을 것처럼 거대했다.
칠채도인의 두 눈이 살기로 번득이더니 목어가 달려든 순간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산을 뽑아내는 힘!”
칠채도인이 낮게 외치며 오른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일곱 색채의 팔이 하나 나타나 목어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칠채도인이 기합을 내지르자 그 팔은 목어를 힘껏 들어 올렸다.
“꾸워어!”
거대한 팔에 붙잡힌 목어가 몸부림치며 포효했지만 결국 녀석은 땅에서 완전히 뽑혀 나오고야 말았다.
흉수를 뽑아낸 거대한 팔은 녀석을 저 멀리 집어던졌고 이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련성은 수많은 균열이 일어나더니 산산조각이 나려 했다.
목어는 보라색 피를 흘렸고 그 피는 사막의 모래로 흘러 들어갔다.
“꾸우우.”
녀석은 고통에 신음하듯 구슬프게 울면서 꼭 감긴 두 눈을 뜰 것처럼 꿈지럭거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압박받고 있기라도 한 듯 끝내 눈을 뜨지는 못했다.
녀석의 울음소리가 수련성을 뒤흔들었다. 막 몸을 돌려 한제에게 달려들려던 칠채도인의 표정도 순간 급변했다.
콰쾅!
진동하던 수련성 지면에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수련성을 뒤덮은 사막의 여덟 군데에서 산맥처럼 융기한 모래가 일제히 이쪽으로 뻗쳐왔다.
높이 솟은 모래 산맥들은 순식간에 몰려들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여덟 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제야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 모래 산맥은 실은 산이 아니라 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여덟 마리 목어가 몰려들면서 만들어진 흔적이었다.
그러니까 이 수련성에는 무려 아홉 마리의 목어가 있었던 것이다.
중상을 입은 채 멀리 쓰려져 있는 첫 번째 목어를 제외한 여덟 마리는 날카롭게 울부짖으면서 칠채도인의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려 그를 삼킬 듯 달려들었다.
땅이 진동하고 모래가 휘날리는 동안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한제는 꺼내놓았던 세 번째 주혼을 거두었다. 오른손에 활을 꼭 쥔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는 마치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다리는 중이었다. 일격을 날릴 최고의 기회를.
‘지금이다!’
여덟 마리의 목어가 칠채도인을 향해 달려든 순간, 벌떡 일어난 한제는 왼손으로 시위를 당겼다. 시위는 웅 하고 울며 팽팽하게 당겨졌고 그 위로 화살이 매겨졌다. 칠채도인을 겨누고 있는 화살에서는 파멸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시위를 당기고 있던 왼손을 놓았다.
쐐애액!
화살은 엄청난 힘을 품은 채 칠채도인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 순간,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고 구름과 바람이 몰아쳤으며 대지가 진동했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한 줄기 살기가 몰아치면서 화살을 따라 허공을 가르며 칠채도인에게 돌진했다.
한제가 화살을 쏜 시기는 절묘하고도 교묘해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칠채도인은 표정이 급변해 낮은 기합을 넣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온몸에서 일곱 색채의 빛을 번득였다.
그때, 여덟 마리의 목어와 함께 한제가 날린 이광의 화살이 그 빛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콰쾅!
우렁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면서 수련성은 산산조각이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쿨럭!”
한제도 피를 토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이광의 활만큼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세 장군과 선비 등은 피를 토하며 곧장 수련성 밖으로 나갔다.
한데 그때, 분노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 콰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사이 여덟 마리의 목어는 보라색 피로 온몸이 뒤덮인 채 모두 1만 척 뒤로 나가떨어졌고 칠채도인이 발산했던 일곱 색채의 빛은 곧장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칠채도인의 가슴팍은 화살에 꽂힌 채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만 칠채도인이 끝부분을 움켜쥔 탓에 완전히 관통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칠채도인은 창백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화살을 잡아당겨 뽑아냈다. 가슴의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한데 그 순간, 쓰러져 있던 여덟 마리의 목어가 고함을 내질렀다.
“꾸워어어!”
동시에 녀석들은 몸을 덜덜 떨면서 피에 뒤덮인 채 내내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에서는 검은 빛이 번득였고 목어들은 발광하듯 다시 칠채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들의 몸은 눈에서 발산된 검은 빛에 뒤덮여 전보다 훨씬 더 거칠고 강력해 보였다.
한제는 고민할 틈도 없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활을 왼손에 고쳐 쥐더니 두 눈에 미약한 금빛을 번득이며 다시금 시위를 당겼다. 칠채도인이 뽑아낸 화살은 사라지고 한제가 당긴 시위에 새로운 화살이 매겨졌다.
쐐액!
한제가 힘껏 당긴 시위를 놓은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번째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한편, 그 무렵 우주로 도주한 오행성의 마씨 노인 등은 멀찍이서 이 광기 어린 싸움을 지켜보다가 한제가 연달아 두 번의 화살을 쏘자 바르르 떨었다. 특히 마씨 노인의 눈동자는 바짝 졸아든 상태였다.
‘저자에게 이광의 활이 있다니! 이전에 오행성에 왔던 것도 천도만 믿고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인가!’
한편, 운일봉은 덤덤한 눈빛과 달리 마음속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다. 그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한제가 두 번째 화살을 쏜 순간, 선인 혈맥이 응집되면서 한제의 두 눈에 나타난 금빛은 흩어져 사라졌다. 허나 한제는 억지로 그 금빛을 다시 응집시켜 한 줄기를 남겼다.
‘이 한 줄기는 내가 가진 마지막 선인 혈맥의 힘이다.’
이 사실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한제는 곧장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이광의 화살을 한 번 더 쏠 수 있지만 그게 마지막 한 발이 될 터였다.
“큭!”
칠채도인은 짧게 신음을 토해냈다. 여덟 마리의 목어가 눈을 떴을 때 받은 충격이 한제가 두 번째 화살을 쏜 것을 본 순간 폭발하듯 커졌다. 이에 그는 가능한 한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았다.
일곱 색채의 빛이 피어올라 그의 몸을 감싸면서 서로 다른 색으로 번득이는 빛의 장막 일곱 개를 만들어냈다. 수없이 많은 문양이 새겨진 이 장막이 나타난 순간, 눈을 뜬 여덟 마리의 목어가 달려들었다.
녀석들은 칠채도인을 향해 달려드는 와중에 빠른 속도로 줄어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 검은 빛을 번득이는 여덟 개의 화살이 됐다. 이 여덟 개의 화살은 한제가 쏜 이광의 화살과 생김새는 물론 그 기운 역시 다르지 않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를 지켜보던 모든 수련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게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눈을 뜬 목어의 신통술인가!’
유일하게 덤덤한 사람은 현라 대천존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목어의 신통술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눈을 뜬 목어는 무엇으로든 변해 그 위력까지 그대로 발휘할 수 있지. 단, 목어가 눈을 뜨기란 매우 힘들다. 동부계 안에 있던 녀석들치고 특이하군.’
현라는 지금 상황에 흥미를 느낀 듯 눈을 번득였다.
한편, 총 아홉 개의 화살이 하나로 뒤섞여 칠채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칠채도인은 표정이 급변했고 그의 주위에 나타난 일곱 개의 빛의 장막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틀렸다.
꽝!
굉음과 함께 빛의 장막은 무너져 내렸고 목어의 화살 여덟 개 역시 힘을 잃고는 다시 목어로 변했다. 녀석들은 처음 나타났던 목어 근처에 모여 마지막 숨을 골랐다.
이 화살들의 위력으로 인해 일어난 충격은 시야와 신식을 차단하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두 번째 이광의 화살은 모든 장벽을 뚫고 돌진해갔다.
“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던 충격이 점차 사그라지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칠채도인은 왈칵 피를 토해냈다. 그의 가슴팍에 뚫린 주먹만 한 구멍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솟구쳤다. 이광의 화살에 관통당하면서 생긴 상처였다.
“크으… 이한제! 세 번째 주혼을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너만은 내 손으로 죽이고야 말겠다!”
칠채도인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의 눈에서는 광기 어린 살기가 번득였다.
순식간에 한제 앞에 이른 칠채도인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아홉 개의 눈부신 태양을 소환했다.
이 아홉 개의 태양은 칠채도인의 가장 강력한 신통술이었다. 그러한 신통술을 오직 한제를 죽이겠다는 일념에 발휘한 것이다.
한제는 죽음을 코앞에 둔 것처럼 창백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더니 왼손으로 활을 들고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겼다. 아마도 이광의 화살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시위가 당겨지며 다시 화살이 매겨졌다. 촉에 묻은 피가 아직 마르지 않은 이 화살은 한제가 오른손을 놓은 순간 쏘아져 나갔다.
한제는 이번에도 곧장 눈을 감아 자신의 눈동자에서 금빛이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는 사실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