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61
한제는 극심한 통증에도 멈추지 않았고 이내 마지막 층의 중앙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한제는 거대한 심장과 그것에 연결된 수많은 혈관이 사방으로 뻗은 채 박동에 따라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심장을 본 순간 한제의 심장 박동은 더욱 어지러워졌다.
“쿨럭!”
한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체내의 혈관도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고 그 안의 피는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흘렀다. 이 역시 심장 폭발의 전조 증상이었다.
이것은 신통술도 법술도 도술도 아니었지만 살상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도고의 육신을 가진 한제로서도 심장을 아예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 위력에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제는 창백하게 질린 채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심지어 손마저 진동하게 할 정도로 심장은 무질서하게 뛰고 있었다.
거대한 심장 위로 나타난 한제의 몸은 그 심장의 박동에 따라 비틀거리며 흔들렸다.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심장 위에 가부좌를 튼 한제는 두 눈을 감고 온 정신을 자신의 심장에 집중시켰다.
“엽막, 난 네 원신을 네 혈맥을 네 두 팔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지금 네 심장을 이어받으려 한다. 동의한다면 이 심장의 교란을 멈추고 내 심장과 박자를 맞춰라!”
한제는 거대한 심장 안으로 신식을 주입했다.
그러나 그 순간, 거대한 심장은 한제의 심장과 박자를 맞추기는커녕 더욱 격렬하게 박동했다. 또한 어마어마한 저항력을 맞닥뜨렸다.
“난 고신의 손겁 대부분을 뛰어넘었고 고조의 인정도 받았다. 그리고 네가 남긴 유산 절반 이상을 손에 넣었어. 심장까지 넘기기 싫다는 건 안다. 허나 넌 이미 죽었어! 내게 유산을 물려주면 너를 대신해 네가 완성하지 못한 과업을 달성하겠다. 선강 대륙의 네 가족들을 너 대신 잘 보살피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마. 또한 칠채선존과의 싸움에서 숨을 거둔 너를 위해 칠채의 혼과 싸울 것이다!”
그 순간, 심장은 우뚝 멈추며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내 광증을 일으키듯 다시 격렬하게 뛰려 했다. 동시에 짙은 원한을 품은 신식 한 줄기가 환각처럼 한제의 심신을 파고들었다.
“내 왼쪽 눈을 돌려줘!”
“네 왼쪽 눈도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약속하지! 이 이한제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어!”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그 순간, 거대한 심장은 바르르 진동하더니 서서히 한제의 심장과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흘러넘칠 듯 강력한 고신의 기운이 한제의 체내로 밀려들었다.
그 기운을 받은 한제의 머리카락이 마구 나부꼈다. 미간에서는 고신의 반점 여덟 개가 회전하면서 아홉 번째 반점이 생겨날 조짐을 보였다.
한제의 체내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폭픙우에 휘말린 것만 같았다.
이제 거대한 심장과 한제의 심장이 같은 박자로 울리면서 한제는 자신과 이 거대한 심장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거대한 심장이 그의 심장을 따라 뛰는 듯한 느낌은 점차 강렬해졌고 끝내 한제의 귓가에는 오직 쿵쾅대는 심장 박동 소리만 남았다. 이 소리에 한제는 더없는 편안함을 느꼈고 좀 전까지 그를 괴롭히던 심장의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이 한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심장 박동에서 기인한 깨달음이었다. 그의 심장을 금방이라도 터뜨려버릴 듯했던 그 고통을 준 것은 신통술도 법술도 도술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공격 방식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파악한 것이다.
“자신의 심장 박동으로 다른 사람의 심장 박동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그 심장을 붕괴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 상대의 심장 박동을 내게 맞춤으로써 간접적으로 살상시키는, 방어하거나 저항하기에 매우 힘든 공격! 어쩌면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신통술을 창조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한제는 심장에 남은 도고의 기운을 흡수하면서도 이 공격 방법을 연구했다.
“심장 박동 소리를 퍼뜨리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 내 본원 중 천둥 번개의 본원을 이용한다면 우렁찬 소리를 울려 퍼뜨려 비슷한 효과를 낼 수는 있을 터. 그 본원을 심장에 응집시킨다면 내 심장 박동 소리를 훨씬 더 증폭시킬 수 있겠지.”
한제의 눈이 반짝였다.
“여기에 몽도까지 더한다면 박동 소리는 상대의 귀로 흘러들면서 환각을 일으켜 상대의 심장 박동을 변화시킬 거야. 그러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한제의 눈은 점점 밝게 번득였다.
“그리고 화염의 본원에 포함된 허상의 화염까지 더한다면 상대의 심장 박동에 변화를 일으켜 혼란을 야기하고 허상의 화염으로 태워버릴 수도 있을 터.”
한제는 두 눈을 감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의 곁에는 꼭두각시 이사가 꿇어앉은 채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였다. 녀석은 잔뜩 짜증이 난 듯한 거친 기색으로 포효를 내지르곤 했다.
전가 노인과의 혈투
오래된 무덤 마지막 층으로 이어지는 입구 앞에서는 사투가 한창이었다.
요란한 광풍이 불어 닥치며 당산이 무너지고 있는 대지에 처박혔다.
충격으로 일어난 부연 먼지 사이로 창백한 얼굴의 당산은 발버둥 치듯 몸을 일으켰다.
몸 곳곳의 상처에서 흐른 피와 극심한 충격에 토해낸 피까지 더해져 옷이 온통 피로 물든 그녀는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멀지 않은 곳에는 안색이 회색빛으로 변한 운일봉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않고 쓰러져 있었다. 그는 전가 노인의 손짓으로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것이다.
탁삼은 세 개의 검은색 전(戰)자로 둘러싸여 단단히 봉인된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하늘에서는 몇 개의 인영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현무 장군과 주작 장군은 오행성에서 온 두 중년 수련자와 맞서고 있었다. 갖가지 신통술을 발휘하고 있는 네 사람은 승부를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
저 멀리에서는 더없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남몽도존과 오행성 마씨 노인이 전가 노인을 협공하고 있었다.
남몽도존은 안색이 어두웠고 걸음도 약간 비틀거렸다. 그가 발휘한 신통술의 대부분은 방어용으로 전가 노인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 상태였다. 오직 마씨 노인만이 갖가지 신통술을 발휘해 저항하는 중이었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행성 귀일종 제자들을 데리고 이곳에 온 것은 현라의 명령 때문이었다. 만약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현라의 미움을 살 것이고 다시는 이 동부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전가 노인은 분노로 눈빛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이 두 사람만 아니었다면 진즉 마지막 층으로 들어가 한제를 죽이고 세 번째 주혼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한데 저들이 매우 끈질기게 따라붙으면서 부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발목을 붙잡는 바람에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남몽 도우, 내 강력한 신통술을 발휘해야겠네!”
뒤로 몇 걸음 물러난 마씨 노인이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남몽도존에게 신식을 전달했다.
그 순간, 남몽도존은 소매를 휘둘러 남색 빛으로 전가 노인이 있는 곳을 뒤덮었다.
콰쾅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사이 전가 노인은 오른손을 휘둘러 전(戰)자를 소환했다. 이 글자는 소환되자마자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면서 강력한 힘을 주위로 퍼뜨렸다.
이에 남몽도존이 발산한 남색 빛은 곧장 왜곡되고 뒤틀리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작은 한 점의 빛으로 밝은 달에 대항하려 하느냐?”
전가 노인은 차게 코웃음을 치더니 소매를 휘두르며 마씨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애초에 남몽도존에게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남몽도존은 현겁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씨 노인은 달랐다. 전가 노인으로서는 어떻게든 그를 떨쳐내야 했다.
마씨 노인은 뒤로 물러나면서 결인을 그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켜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전가 노인이 남몽도존을 지나쳐 그대로 달려드는 모습에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남몽도존은 저자를 조금도 저지하지 못하는 것인가?’
허나 그와 전가 노인이 모두 얕잡아보는 것과 달리 태고오존이 일인인 남몽도존은 아직 현겁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장존조차 두려워했을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그에게는 남다른 수단이 있었다.
그때, 남몽도존이 혀끝을 깨물어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이 피는 주위를 뒤덮었다가 무너져 내린 남색 빛에 녹아들더니 전방에 칠현금을 하나 형성했다.
아주 오래된 기운을 발산하는 이 칠현금은 평소에는 형태 없이 남몽도존의 혈액에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소환된 지금 강력한 힘을 마음껏 발산했다.
이것이야말로 남몽도존의 보물이자 장존이 그를 두려워하게 만든 필살기였다. 남몽도존이 칠현금을 사용했던 것은 평생 단 한 번뿐인데 그 한 번의 전투로 그는 태고 성신 전역에서 엄청난 유명세를 떨쳤다.
남몽도존은 현겁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현겁을 통과하는 데 들여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을 칠현금에 들였다. 게다가 이 칠현금은 비밀스러운 내력이 있는 것으로 이 동부계에 속하지 않은 기운까지 어렴풋이 풍겼다.
칠현금을 바라보는 남몽도존의 눈에 슬픔이 드러났다. 저물공간에 있지만 되살리지 못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남몽도존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가부좌를 틀더니 두 손을 칠현금 위에 얹고 가볍게 퉁겼다.
둥!
칠현금의 음파에 남몽도존을 지나쳐 마씨 노인에게 달려들던 전가 노인이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단숨에 옆으로 30척이나 밀려난 그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순간, 두둥 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줄기줄기 파문을 이루어 눈 깜짝할 사이 전가 노인을 에워싸더니 사방을 봉쇄했다.
마씨 노인의 두 눈이 기이하게 번득였다. 심지어 남몽도존을 보는 그의 눈빛에 두려움마저 깃들었다. 그는 상대가 소환한 칠현금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것만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칠현금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오행 금선(金仙)! 금빛 하늘로 모여라!”
순간 무궁무진한 금빛이 마씨 노인의 체내에서 발산돼 하늘로 솟구쳤다. 이에 무너져 내리던 하늘은 금빛으로 뒤덮이며 금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구곡삼상(九曲三相)처럼!
“오행 토선(土仙)! 검은 대지로 모여라!”
마씨 노인이 왼손으로 대지를 가리키며 외치자 순간 대지를 물들인 검은 빛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그 위의 모든 경물을 뒤덮었다.
연거푸 오행술을 두 번이나 발휘한 마씨 노인은 무척 지쳐 보였다. 이에 더 이상 힘을 쓰기 싫어진 그는 하늘과 땅을 가리킨 두 손을 움직였다.
그 무렵, 남몽도존이 연주하는 칠현금 소리는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한 줄기 살기가 됐다. 이 살기는 전가 노인을 단단히 봉쇄했다.
전가 노인은 눈을 번득이며 손을 크게 휘둘러 전(戰)자를 소환했다. 이 글자는 바깥으로 튀어나가며 무너져 내리더니 그를 봉인하고 있는 칠현금의 음파를 뒤흔들었다.
음파는 돌연 높아지면서 거친 파문을 일으켜 글자가 붕괴하면서 생겨난 충격에 저항했다. 동시에 마씨 노인의 신통술이 전가 노인에게 돌진했다.
이때, 금빛 하늘에서 거대한 금색 손 하나가 쑥 뻗어 나왔고 뒤이어 검은 대지에서도 같은 크기의 손 하나가 뻗어 나왔다. 한 쌍의 손은 위아래에서 일제히 전가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가 노인은 손들이 가까이 달려들자 자신의 미간을 손으로 두드렸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체내에서 흐릿한 허상 같은 혼이 발산되더니 전가 노인의 뒤로 나타났다. 허상으로 나타난 인영을 감싼 외투는 눈 아래를 가리고 있어 밖으로 드러난 것이라고는 음산한 두 눈과 긴 머리뿐이었다.
칠채선존의 혼과 전가 노인의 몸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칠채선존의 혼은 두 손으로 빠르게 십(十)자를 그렸다가 다시 두 손을 위아래로 뻗었다.
콰쾅!
금빛 하늘과 검은 대지에서 빠져나온 거대한 두 손과 칠채선존의 손이 충돌했다.
그때, 오래된 무덤 마지막 층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도고의 기운이 어렴풋이 발산되면서 쿵쾅대는, 천둥 같은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제의 심장 박동 소리였다.
두 쌍의 손이 충돌한 순간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칠채선존의 혼이 아니라 해도 전가 노인은 공겁기 초기에 거의 이르렀을 만큼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수련자였다. 그런 그가 칠채선존의 혼에 기생 대상으로 선택되면서 더욱 강력해져 지금은 칠채선존과 맞먹을 정도였다.
칠채선존의 혼이 두 팔을 휘두르자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더니 금색 하늘과 검은 대지에서 뻗어 나온 손이 격렬하게 진동하다가 무너졌다.
남몽도존이 연주한 칠현금의 음파로 이루어진 봉인 역시 강렬한 충격에 휩싸여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큭!”
남몽도존은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면서도 다시 칠현금을 퉁겨 두 갈래 힘을 칠채선존의 혼과 전가 노인에게 힘을 쏘아 보냈다.
마씨 노인 역시 수천 척이나 밀려났고 피를 왈칵 토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몸을 홱 돌리더니 다시 달려들었다.
이 무렵, 칠채선존의 혼과 분리된 전가 노인은 오행성 귀일종의 두 수련자와 싸우고 있는 현무 장군과 주작 장군 쪽으로 몸을 훌쩍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