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62
두 장군은 이미 전가 노인과 어떤 협의를 했거나, 압력을 받은 것처럼 전가 노인의 명령에 복종했다. 사실 그들은 전가 노인이 결국 새로운 칠채선존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다가온 전가 노인은 소매를 휘둘러 두 개의 전(戰)자를 쏘아 보냈다. 그러자 귀일종의 두 수련자는 피를 토하며 튕겨나갔다.
전가 노인의 몸에서는 강력한 전의가 뿜어져 나왔다. 전(戰)자 족자의 창조자이자 전쟁의 본원을 가진 그는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망설이는 법이 없었다.
지금 칠채선존의 혼과 분리되면서 그 영향력을 훨씬 덜 받게 된 전가 노인은 본래의 포악함을 되찾았다.
“너희 둘은 속히 입구로 가 이한제를 죽여라!”
전가 노인이 소매를 휘두르자 두 장군은 곧장 무너진 산 아래의 입구로 밀려갔다.
일을 마친 전가 노인이 돌아섰을 때 마씨 노인이 달려들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콰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노인은 곧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한편, 남몽도존은 무척 초조했다. 그럼에도 온 정신을 칠현금에 집중시켜 칠채선존의 혼을 막아둠으로써 전가 노인에게 제약을 안겼다. 그러나 두 장군까지는 어쩔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이 한제를 추격하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당산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어떻게든 몸을 날려 두 장군을 저지하려 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세 개의 전(戰)자로 봉인돼 있던 탁삼이 낮은 기합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글자들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곧장 튀어나가 주작과 현무 장군에게 돌진했다.
그러나 탁삼은 전(戰)자 봉인으로 인해 한참 약해진 상태였고 당산은 큰 중상을 입은 상황이라 두 장군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두 장군은 무너진 산 아래의 입구로 들어섰다.
둘 중 조금 더 빨랐던 현무 장군이 30척 정도 앞서 오래된 무덤의 맨 아래층에 이르렀다. 한데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 그의 귓가에 쿵쾅, 쿵쾅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천둥처럼 울리며 심신을 파고들었다. 그의 심장은 이 우렁찬 소리에 통제되면서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심장을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 현무 장군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마치 어떤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것만 같았다.
“끄아아악!”
극심한 고통에 현무 장군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우뚝 멈춰 섰다.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때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 손이 그의 가슴팍을 꾹 눌렀다.
쾅!
“우웩!”
피를 토해낸 현무 장군은 그대로 튕겨나가 주작 장군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주작 장군이 흠칫 놀란 순간, 그도 마찬가지로 쿵쾅대는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하면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으나, 동시에 한 줄기 검은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큭!”
주작 장군은 그 인영의 정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피를 토하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검은 인영은 곧장 주작 장군을 따라가 그를 안아 들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목을 물어뜯었다.
“크아앗!”
검은 인영은 주작 장군의 피를 빨아들이자 주작 장군의 몸이 빠르게 말라붙었다. 심지어 주작 장군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검은 인영은 이내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두 발로 주작 장군의 몸을 걷어차 그를 대지로 처박으며 그 반동을 이용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바로 꼭두각시 이사였다.
이 갑작스러운 광경에 당산과 탁삼은 우뚝 멈춰 섰다. 심지어 남몽도존과 마씨 노인, 전가 노인과 칠채선존의 혼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고무선(道古無仙)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입구에서 한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찬 숨을 헉 들이마셨다. 한제의 모습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전히 백의를 입고 있었지만 옷 곳곳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이전과 같은 백발은 산발이 된 채 어깨 위로 늘어져 있었다.
한편 옷 밖으로 드러난 한제의 피부에는 놀랍게도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이 문양들은 빛을 번득이며 한제의 온몸으로부터 서늘하고 거친 기운을 발산했다.
심지에 얼굴도 예외는 아니라 한제는 한층 거칠어 보였다. 그는 은빛이 번득이는, 냉혹하고 무정한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중 탁삼은 한제의 미간에서 회전하고 있는 아홉 개의 반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른쪽 눈에서 회전하는 고마의 반점도 아홉 개였다. 오직 왼쪽 눈동자 위 고요의 반점만 그대로 여덟 개였다. 그리고 그 왼쪽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뺨을 타고 흐른 피가 하얀 옷섶을 적셨다.
“여, 엽막의 모든 유산을 손에 넣었구나!”
전가 노인이 급변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는 한제를 본 순간 심신이 진동하는 강력한 위기감을 느꼈다.
한편 마씨 노인은 한제의 두 눈동자를 본 순간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은색 눈동자! 소문에 의하면 선조(仙祖)가 강림할 때 구곡삼상의 현상이 벌어질 거라 했다. 그중 하나의 상이 금빛 하늘과 검은 대지였지! 구곡삼상은 고족 중 고조가 강림했을 때 나타났다고도 했어. 삼상은 선인의, 구곡은 고족의 상징! 구곡 중에는 은색 눈과 금색 몸이 포함돼 있어! 이한제는 엽막의 유산을 전승한 것뿐인데 어찌 은색 눈을 가지게 됐단 말인가! 심지어 엽막도 가지지 못했던 것인데!’
현라 역시 격앙된 눈빛이었다. 오래된 무덤 가장 아래층에서 처음으로 은색 눈동자를 보았을 때도 그는 심신에 거친 파도가 몰아친 바 있었다. 그리고 그 은색 눈동자를 다시 보게 된 지금도 그가 느끼는 충격은 여전했다.
“고족의 혼혈이⋯⋯ 저 녀석으로 하여금 구곡 중 첫 번째 곡인 은색 눈동자를 갖게 했구나!”
그 무렵, 대지를 훑던 한제의 시선은 딱 한 번, 현라가 있는 곳에서만 살짝 멈추었다. 은색 눈동자로 무엇을 보았는지는 오직 그만 알 일이었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이른 대상은 전가 노인으로부터 분리된 칠채선존의 혼이었다.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그 혼을 가리켰다. 그 손짓에 쿵쾅, 쿵쾅 하는 심장 박동 소리가 천둥처럼 한제의 체내로부터 울려 퍼졌다.
순간 전가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곧장 달려들어 칠채선존의 혼과 융합했다.
한제는 그를 막지 않았다. 막을 필요가 없었다.
“제 발로 나타나다니, 찾아갈 수고를 덜어주는구나!”
융합을 마친 전가 노인은 허상으로 나타난 칠채선존의 혼을 뒤집어쓴 채 비릿하게 웃으며 한제에게 돌진했고 남몽도존과 마씨 노인이 그를 막아서려 했다. 그러나 한제의 차분한 목소리가 그들을 만류했다.
“두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제게 맡기고 쉬십시오.”
한제는 남몽도존과 마씨 노인 모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유산을 손에 넣은 자신의 힘을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그 순간, 한제의 체내에서 울려 퍼지던 심장 박동 소리가 더욱 크고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쿵쾅! 쿵쾅!
이 우렁찬 소리는 한제를 향해 달려들던 전가 노인의 심신을 파고들어 그의 심장에 미쳤다.
“흡!”
전가 노인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꿰뚫릴 것처럼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그의 심장은 곧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멋대로 박동했다.
“이, 이게 대체… 대체 뭐냐!”
표정이 급변한 전가 노인은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쥐며 격렬하게 뛰는 심장을 억누르려 했다.
“신과 선인의 전투로군.”
한제 체내의 수준이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본원은 수축돼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위는 짙은 도고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당시 칠채선존과 엽막의 싸움에서 엽막이 죽었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난 오늘 너를 상대로 당시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한제는 분노가 담긴 외침을 내지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움켜쥔 주먹에서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제는 두 눈으로 은빛을 번득이며 전가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심장이 쿵쾅, 쿵쾅 요란하게 뛰면서 전가 노인의 심신을 어지럽혔다. 전가 노인은 극심한 고통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하늘에서는 꼭두각시 이사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검은 안개가 돼 전가 노인에게로 돌진했다.
“심동(心動), 천둥처럼 울려라!”
한제가 덤덤하게 외친 순간, 심장 박동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며 온 세상을 뒤흔들었고 갈수록 빠르게 울렸다.
“크윽!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겠다!”
전가 노인은 심장의 고통을 억누르며 마주 몸을 날렸다.
“심란(心亂), 한 발짝에 무너질 지어다!”
한제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포효했다. 순간 사방에서 울린 심장 박동 소리가 모두 전가 노인의 몸에 집중됐다. 요란한 박동 소리는 전가 노인의 심장을 어지럽히고 그를 무너뜨리려 했다.
전가 노인은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의 가슴팍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함몰됐다.
한제는 도고의 기운을 오른쪽 주먹에 집중시켰다. 미간의 아홉 개 반점과 두 눈에서는 총 열일곱 개의 반점이 모두 번득이며 회전했다. 어느덧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도고의 주먹이 된 그의 주먹이 전가 노인을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진동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대지가 갈라졌다. 종말이 온 것 같은 광경이었다.
전가 노인은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전방의 허공에 무려 일곱 개의 전(戰)자를 연달아 적더니 한제의 주먹에 맞섰다.
콰쾅! 쾅!
연이어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여섯 개의 글자가 무너져 내렸다. 허나 한제의 주먹 역시 무너졌다.
전가 노인은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났는데 남은 하나의 전(戰)자는 쉭 하고 한제에게로 달려들더니 그의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이 폭발로 인한 어마어마한 충격이 한제의 몸을 덮쳐들었다.
“큭!”
한제는 낮은 신음과 함께 피를 토하더니 뒤로 물러나면서도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이때 꼭두각시 이사는 전가 노인 근처에 이르러 검은 안개로 상대를 휘감은 채 뒤얽힌 상태였다.
‘칠채도인을 흡수한 뒤 훨씬 강력해졌어. 내가 엽막의 왼쪽 눈마저 찾아내 모든 유산을 다 손에 넣는다 해도 저자의 적수가 되지는 못할 거야. 허나 승패는 상관없다.’
한제는 머릿속으로 이번에 얻은 유산 중 엽막의 최강 술법을 떠올렸다. 엽막이 도고 일족 신전에서 배운 이 술법은 도고 일족의 비밀스러운 신통술 중 하나였다.
한제는 일찍이 이 오래된 무덤에서 전승을 받던 당시 환각에 침잠된 상태에서 이 신통술의 변화를 직접 본 적 있다. 그때부터 한순간도 잊지 못한 신통술이었다.
한제는 주먹을 뻗어 허공을 강타했다. 그의 미간에서 아홉 개의 반점이 회전하면서 그 주먹에 녹아들었다.
“신진!”
당시 환각에서 엽막 앞에 나타났던 수많은 선인 병사들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는 신통술의 위력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순간 무너져 내리던 세상이 격하게 진동하더니 마치 한제의 주먹에 빨려 들어가듯 왜곡됐다.
한제의 주먹이 세상의 중심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붕괴하던 세상은 그 주먹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빙빙 돌았다. 그 가운데 오직 한제만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광경에 꼭두각시 이사와 싸우고 있던 전가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엄청난 위기감에 몸을 날리며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었다. 거대한 입 모양을 이룬 피는 꼭두각시 이사를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이에 이사가 잠시 뒤로 물러난 순간, 전가 노인은 한제에게 돌진했다.
전가 노인이 채 다가오기도 전에 한제는 대지를 향했던 주먹을 뒤로 당기며 활짝 펼쳤다. 그리고 손바닥을 앞으로 살짝 휘둘렀다. 왼쪽 눈에서 고요의 반점 여덟 개가 회전하면서 손바닥에 녹아들었다.
“요술, 봉화성산!”
회전하며 왜곡되던 세상에 줄기줄기 봉화가 나타나더니 한제를 에워싼 여덟 개의 연기 기둥을 형성했다. 그 안을 맴돌던 요기가 울부짖으며 사방을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