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73
콰쾅! 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대지는 빠른 속도로 벌어졌고 눈 깜짝할 사이 땅 속 깊은 곳으로 질주하고 있는 구천마존의 모습이 드러났다.
구천마존은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뒤쪽의 대지가 강력한 힘에 그대로 찢겨나가고 있음을 그 너머로 한제가 자신을 죽일 듯이 응시하고 있음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이한제, 나를 죽일 생각이냐? 나와 그 정도의 원한이 있었단 말인가! 다시는 계내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맹세에 나를 놓아주지 않았더냐!”
구천마존은 심신이 요동쳤다. 한제의 강력함은 그가 알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두려워할 것 없다. 난 너를 죽이지 않아. 그저 너를 환생시키려는 것뿐이다!”
그 말을 남긴 한제는 수련성 대지를 향해 왼손을 뻗더니 그대로 허공을 찢었다.
“죽일 거면 그냥 죽여라! 환생시키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날카롭게 외친 구천마존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자신의 모든 신통술과 법보의 위력을 발휘해 저항하려 했다.
온 세상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진동하던 대지는 무너져 내리고 수련성을 뒤덮은 균열은 더욱 멀리까지 뻗어 나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초승달 모양의 이 수련성은 한제의 시천술에 두 조각으로 쪼개져 버리면서 이로 인한 충격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구천마존이 주위에 둘러놓았던 신통술과 법보의 위력은 단숨에 와해되어버렸다.
“크헉!”
왈칵 피를 토한 구천마존은 이를 악물고 다시 도망치려 했지만 어느새 앞에 나타난 한제가 오른손으로 그의 미간을 꾹 눌렀다.
“말했듯이 죽일 생각은 없다. 그저 환생시키려는 것일 뿐.”
이것은 구천마존이 들은 마지막 목소리였다. 한제의 손이 미간에 닿은 순간, 구천마존은 머릿속에서 울리는 쾅 소리와 함께 봉인되어 한제의 저물공간으로 거두어졌다.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의 구천마존을 봉인하기란 한제에게는 쉬운 일이었기에 그는 순식간에 일을 마무리한 후 서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서 그는 묘음도존의 기운이 느껴졌다.
묘음도존이 있는 곳은 아주 짙은 영기로 휩싸인 수련성이었다. 이 수련성에는 섬만 몇 개 있을 뿐, 그 외에는 온통 바다였다. 다만 바닷물은 파란색이 아니라 금색이었다.
금색 바다에 이는 파도는 매우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헤엄치며 수시로 수면에 검은 그림자를 드러내는 흉수들의 몸집은 굉장히 컸다.
묘음도존은 이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의 사방은 어둠뿐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위는 음산한 백골 천지였다. 그 대부분은 흉수의 것이었다.
선강 대륙을 뒤흔들다
묘음도존의 부상이 회복되어가면서 이 어두운 해저 깊은 곳에서는 고함이 울려 퍼지곤 했다.
“이한제, 남몽! 내 너희 둘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동자는 왜곡되어 있었고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남몽도존에게 중상을 입고 공령기까지 수준이 떨어진 그는 본래의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1백 년은 걸릴 터였다. 그저 어떻게든 그 시간을 줄여보려 몸부림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둘 다 용서치 않을 것이야!”
묘음도존이 고함을 내지르며 바닷물을 움켜쥐자 손앞에서 소용돌이가 나타났고 몸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검은 바다뱀이 말려 올라왔다.
묘음도존은 그 바다뱀의 머리를 움켜쥔 뒤 목을 깨물어 정수를 쭉 빨아들였다. 그러자 바다뱀은 백골로 변했고 묘음도존은 녀석을 휙 내던졌다.
뒤이어 막 호흡을 하려던 그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금빛 바다 상공에 왜곡이 일더니 그 안에서 한제가 걸어 나왔다. 허공에 이른 한제는 전광과 같은 눈빛을 번득이면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묘음,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너를 환생시키기 위함이다!”
★ ★ ★
해저 깊은 곳, 묘음도존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러나 바짝 졸아든 두 눈동자에서는 두려움과 충격이 가득했다.
“넌 이미 내 분신을 죽이고 취했다. 당시의 원한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느냐!”
묘음도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바닷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퍼졌다. 이에 금색 바다는 하늘에 이를 듯 높은 파도를 일으켰고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됐다. 소용돌이 안쪽으로 바닥에는 묘음도존이 있었다.
한제와 묘음도존은 하늘과 해저에서 서로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묘음도존은 구천마존처럼 도망치려 들지 않았다. 수준이 대폭 떨어진 상황에서 어차피 도망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너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생시키기 위해 온 것이다!”
한제는 다시 한번 내뱉으며 오른손을 들어 아래쪽의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 허상이 나타나 돌진하더니 바닷물을 움켜쥐었다.
“헙!”
묘음도존은 표정이 급변하더니 한제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러나 환생이라는 말에 한제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 구마천존과 달리 묘음도존은 한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디로 환생시키겠다는 것이냐!”
거대한 손이 자신을 움켜쥐려는 찰나, 묘음도존이 외쳤다.
“선강 대륙!”
한제의 대답과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이 바다의 소용돌이를 지나 묘음도존을 움켜쥐었다.
묘음도존은 심신이 바르르 진동했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체의 반항을 포기한 채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봉인되어 한제의 저물공간에 거두어진 묘음도존은 그 안에 들어 있던 자신의 분신과 하나로 합쳐졌다.
잠시 후 해수면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졌다.
“허신천존이 남았군!”
몸을 돌려 우주로 나온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나아갔다. 신식을 통해 이미 허신천존이 있는 곳을 찾아두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당시 한제에게 분신을 살해당하고 본체에도 중상을 입은 허신천존은 이후 계내에 그림자도 드러내지 않았다. 허나 그를 그대로 남겨둔다면 후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한제는 남몽도존과 남운자가 남아 있을 이 동부계에 어떤 위험도 없기를 바랐다.
★ ★ ★
태고 성신 남부. 부서지고 쪼개진 돌 조각으로 가득한 이 구역에는 일찍이 수련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수련성이 무너져 내린 이후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이곳은 죽음의 땅으로 바뀐 상태였다.
허신천존은 이곳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에게는 더 이상 계내로 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이미 쟁탈에 대한 욕심도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의 그런 결심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영원할지 알 수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계내로 쳐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제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돌조각 위에 가부좌를 튼 채 끊임없이 호흡하며 우주의 힘을 흡수해 자양하는 한편 별의 변화를 깨달아가고 있었다.
아무런 방해만 없다면 이런 상태를 수천 년이나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수준을 완벽히 회복할 때까지, 그 수준을 한층 더 높일 때까지,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 동부계를 쥐고 흔들 수 있게 될 때까지… 그는 누군가가 방해하지 않는 한 언젠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방해한다 해도 상대가 한제만 아니라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대부분 현실은 이상과 달리 가혹한 법. 이날, 별의 변화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지만 돌 조각으로 가득한 이 구역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강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불안정해진 이 공간의 돌조각들이 붕괴하여 가루로 흩어졌다. 별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허신천존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씁쓸하게 웃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마치 악몽처럼 허신천존의 심신을 진동시켰다.
‘결국 저자가 왔군.’
가까이 다가오는 한제를 바라보는 허신천존의 눈이 허탈하게 변해갔다.
“이한제, 당시 나는 네 몸을 빼앗으려 했고 너를 죽이려고도 했다. 허나 그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내 분신까지 잃게 됐지. 또한 네가 원하는 대로 계내에 발조차 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지금껏 그 맹세를 지켜왔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나?”
허신천존은 어느덧 한제에게 포권을 하고 있었다.
허신천존으로부터 1천 척 정도 떨어진 돌 조각에 이른 한제는 그 위에 서서 상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난 이곳을 떠나 선강 대륙으로 갈 것이다. 이미 많은 이가 그곳에서 환생하기로 결정했지. 너도 함께해라. 그리 해야만 내가 안심할 수 있다.”
“너⋯⋯.”
허신천존의 표정이 급변했다.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으나, 결국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날 남겨두고 떠나기에는 불안한가? 그렇다면 네가 이곳을 떠나 있는 동안 계외 태고 성신에 수많은 강자들이 태어날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 하나 떠난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텐데? 그렇다면 이곳에 남은 모두를 소멸시키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럴 생각은 없다. 다만 계외 태고 성신 각 종파의 모든 세 번째 단계 수련자를 환생시킬 수는 있지. 거절한다면 죽음뿐이다.”
한제는 섬뜩한 이야기를 덤덤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허신천존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허나 한제를 향한 두 눈에 담긴 두려움은 지울 수 없었다.
‘미쳤군! 저자는 미쳤어! 작정하고 협박하는데 내가 무엇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허신천존은 비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저항을 포기한 듯 두 눈을 감았다.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허신천존을 저물공간에 거둔 뒤 곧장 떠나갔다.
★ ★ ★
계외 태고 성신 부족 중 하나인 창몽족(倉獴族)은 일찍이 계내와 계외의 전쟁에도 참여했다. 이 부족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선조가 한 명 있어 세력은 만만치 않았다. 전쟁 당시 형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이 선조는 곧장 물러나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주 공간에 나타난 한제가 창몽족 휘하 수백 개의 수련성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우렁찬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창몽족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가 순식간에 들어선 수련성은 바르르 진동했다.
그 수련성 어느 산봉우리에는 대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한 중년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사내는 한제가 수련성에 발을 들인 순간 눈을 번쩍 뜨더니 두려움이 어린 눈빛으로 부르르 떨었다.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이내 우뚝 멈춰 섰다. 어느새 허공에서 나타난 손이 가볍게 그의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