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82
허나 한제에게는 오래된 무덤에서 깨달은 심장 박동 소리가 있었고 둘은 비슷한 데가 있었다.
한제는 차게 코웃음을 치더니 벌떡 일어나 한 걸음 내딛었다. 그 순간, 오래된 무덤 안에서 익힌 심장 박동을 어지럽히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쿵쾅, 쿵쾅!
심장 박동이 한제의 체내로부터 확산되며 갈수록 격렬해졌다. 이내 이 소리는 하나로 이어질 만큼 빨라져 도남술에 저항했다. 또한 우렁찬 천둥처럼 사방으로 울려 퍼짐과 동시에 갈수록 격렬해지고 또 갈수록 빨라지면서 주위에 자리한 창룡종 제자 수만 명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덕분에 한제는 도남술에 팽팽하게 맞설 수 있었다.
그때, 네 명의 장로가 동굴로 들어서려 했다. 이를 본 한제는 순식간에 동굴 밖으로 빠져나오더니 재빨리 오른손을 움켜쥐며 짧게 외쳤다.
“나와라, 지화맥의 혼!”
콰쾅!
창룡종의 땅속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대량의 화염이 솟아올라 동굴의 진을 통해 뿜어져 나왔고 그로 인해 기세는 한층 격렬해졌다.
이는 동부계에서 배웠던 추령술이었다. 산이나 수련성의 혼을 뽑았던 것처럼 땅속 지화맥의 혼을 뽑으려 한 것이다.
천우주에는 하나의 거대한 지화맥이 있었고 그 맥에서 갈라져 나온 수많은 작은 맥이 서로 어지럽게 뒤얽혀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봉인해둔 거대한 진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한제의 수준으로는 그 중심 줄기인 주맥(主脈)의 혼까지 뽑아낼 수는 없었지만 창룡종 땅속의 작은 줄기 정도는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었다.
콰르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화염이 폭발하자 창룡종 제자들의 표정이 급변했고 동굴로 달려들던 네 명의 장로 역시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저, 저게… 대체…?”
네 장로는 온몸이 화염으로 뒤덮인 채, 저 아래에서 머리통만으로도 하나의 산봉우리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용이 지면을 뚫고 나오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녀석이 화염으로 이루어진 수염을 휘날리며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강인의 동굴이 있는 산봉우리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 붕괴로 인해 돌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으나 멀리까지 날아가지는 못했다. 곧장 화염에 휩싸여 재로 변해버린 것이다.
콰르릉!
수만 명의 수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산봉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요란한 소리는 아직도 귓가에서 울리고 있었지만 거대한 산봉우리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무렵, 몸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화룡이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녀석은 실체를 갖춘 게 아니라 화염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무척 오래된 영혼의 기운을 풍겼다. 보통의 화룡이 아닌 지화맥의 영혼이었다.
이 용의 머리 위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백발을 휘날리는 그의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고 등에는 관이 하나 짊어져 있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에게서는 세상의 꼭대기에 선 듯한 위엄이 느껴졌다. 마치 아홉 대천존 중 하나라도 된 것처럼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수만 명의 창룡종 수련자가 무언가를 중얼대던 소리도 멈춰버렸다. 떨리는 심신과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네 명의 장로는 방금 전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릴 때의 충격으로 한참이나 나가떨어진 상태였다. 더욱이 지화맥 혼의 기세에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 막강한 수련자들이지만 한제와 지화맥의 혼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 보였다.
이게 바로 한제였다.
그는 동부계의 지존으로 우뚝 선 바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선강 대륙에 발을 들였을 뿐이었지만 그 기운과 기세만큼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지화맥의 화룡은 한제가 심신을 통해 내린 명에 따라 하늘로 고개를 쳐든 채 포효했다.
“쿠오오오!”
우렁찬 포효가 울려 퍼지면서 공중에 떠 있던 수만 명의 수련자는 동시에 피를 토해내며 밀려났다.
몸을 훌쩍 날린 화룡은 한제를 태운 채 수련자들 한가운데로 생겨난 길을 향해 돌진했다.
“도망치게 둬서는 안 돼! 선조께서 곧 돌아오신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조 장로가 거친 목소리로 외치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나머지 세 장로도 이를 악물며 몸을 날렸다. 지금 상황도 두렵기는 했지만 선조의 분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금 창룡종은 거의 괴멸한 상태였다. 선조의 분노가 어느 정도일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한제는 네 사람이 자신을 쫓는 모습을 덤덤하게 지켜보다가 몸을 훌쩍 날려 곧장 화룡에 녹아들더니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자 화룡은 포효를 내지르며 자신을 쫓는 네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하늘로 돌진했다.
네 장로 중 가장 빠른 조 장로가 화룡의 앞에 나타나 결인을 그린 두 손을 쭉 뻗으며 푸른 핏줄이 돋아난 얼굴로 낮게 기합을 넣었다.
“하앗!”
뒤이어 그 뒤로 나타난 여장천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혀끝을 깨물어 정혈을 뿜어냈다. 이 피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피 안개가 됐는데 그 안에서는 악귀가 나타나더니 화룡을 가로막았다.
나머지 두 장로도 곧 나타나 두 마리 거대한 용으로 변해 화룡의 퇴로를 봉쇄했다.
“겨우 반딧불이의 꽁지로 달빛에 대항하려 하느냐!”
화룡은 서늘하게 외치며 곧장 조 장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조 장로의 온몸을 두르고 있던 수증기는 순식간에 증발해버렸고 그의 머리카락은 불타올랐으며, 피부 곳곳이 벌겋게 변했다.
훅 끼쳐온 열기는 그의 육신만이 아니라 원신과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보통의 지화가 아닌 지화의 혼이, 더욱이 한제와 합쳐진 상태로 발휘한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이 위력 앞에 조 장로는 잠시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뜨거운 용광로에 빠진 듯한 충격과 함께 피를 토하며 수백 척이나 밀려났다.
“우웩!”
그의 두 팔은 화룡과 닿은 순간 재로 변해 흩어졌다.
여장천이 뱉어낸 정혈의 피 안개 역시 화룡의 위력에 무너져 내렸다. 이에 여장천 역시 뒤로 한참을 밀려났고 체내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바르르 떨리다가 산산조각이 났다. 가까스로 육신에서 빠져나온 원신은 감히 상대를 막아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저물공간의 문제
거대한 용으로 변한 두 장로 또한 화룡의 위력에 무너져 내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피를 토해낸 이들 또한 육신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고 그 안에서 겨우 빠져나온 원신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이를 지켜보던 창룡종 제자들은 죽음과 같은 적막에 빠져들었다.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는 화룡 위에 허상으로 나타난 한제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난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오늘의 이 재난은 너희 종파에서 나를 꼭두각시로 제련하려다가 생긴 일일 뿐. 그러니 더는 화를 자초하지 마라!”
서늘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긴 한제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수만 명을 뒤로한 채 지화맥의 혼과 함께 멀어져 가다가 이내 사라졌다.
한제가 사라진 후 2각쯤 지났을 때, 노기를 띤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이 나타난 순간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했고 지면을 불사르던 화염은 사그라들더니 순식간에 꺼졌다. 이제 지면에서는 검은 연기만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덜덜 떨며 고개를 든 네 장로의 눈에 하늘 저쪽에서 다가오는 두 갈래의 빛이 들어왔다. 그중 하나는 세상을 쪼개버릴 듯한 기세를 발산했다.
그 빛 안에 있는 것은 한 소년이었다.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 날렵한 눈썹과 반짝이는 눈까지, 매우 준수한 얼굴이었다. 허나 그 준수한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창룡종 상공에 이른 그는 거의 폐허가 된 광경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허나 그 침묵은 네 장로에게 어마어마한 압박과 두려움을 안겼다.
이때 또 한 갈래의 빛이 나타나더니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척 아름다운 이 여인은 아래쪽을 보고는 흠칫 놀라더니 소년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지금껏 이 두청이 남의 물건을 빼앗고 남의 종파를 파괴하는 일은 있었어도 빼앗기거나 당해본 일이 없었거늘⋯⋯.”
한참 후에야 소년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몸에서는 기이한 왜곡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왜곡과 함께 그의 몸은 점차 목각 인형처럼 변해갔다.
“여태 그 누구도 감히 이 두청의 종파를 건드리지 못했거늘! 크아아!”
소년은 곧 하늘을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콰쾅!
구름은 그대로 갈라졌고 지면에서 피어오르던 검은 연기도 흩어졌다.
“감히 내 종파를 파괴하고 내 제자를 죽이다니! 네가 누구든 내 반드시 너를 죽일 것이다! 네놈은 반드시 이 천우주에서 죽게 될 것이다! 산산조각을 내고 평생 고통에 시달리게 해주마! 수련자가 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는 소년의 체내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이 기운이 사방을 휩쓸자 근처에 있던 수천 명의 제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몸을 바르르 떨다가 죽음을 맞았다.
“너를 죽일 것이다!”
이내 몸을 홱 돌린 소년은 제자들을 향해 손을 뻗더니 움켜쥐었다. 그러자 여러 제자 중 한 청년이 겁에 질린 채 끌려가 소년의 손에 정수리를 잡혔다.
소년은 흘러넘칠 듯한 신식을 청년의 심신에 주입해 영혼을 억지로 뒤졌다. 이 청년이 자신이 세운 종파의 제자라는 사실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찢어질 듯한 비명과 경련에 이어 청년은 그대로 숨이 끊어졌고 육신은 펑 하고 폭발해 피 안개로 흩어졌다.
이때 소년의 머릿속에는 한제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서, 선조⋯⋯ 그, 그자는 이한제라는 자로… 자신은 우리 창룡종의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으며 우리 종파를 파괴한 것은 종파 내의 누군가가 그를 꼭두각시로 제련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용으로 변신했다가 육신을 잃은 한 장로가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그 옆에 있던, 두 팔을 잃은 조 장로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손몽득 저자 종파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선조의 성격을 잘 모르는군. 선조는 제자의 생사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선조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체면뿐.’
그의 예상대로 소년은 홱 돌아서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손몽득을 노려보았다.
“방금 죽은 수천 명의 제자는 그가 죽인 것이다! 또한 장로인 너는 육신을 잃은 상황이라면 남은 원신이라도 터뜨려 그를 막았어야 했어! 허나 그러지 않았으니 네놈 역시 목각 인형으로 만들어 1백 년간 봉해놓도록 하겠다!”
소년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몽득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나려다가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소년의 손으로 끌려갔다.
소년이 무슨 신통술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온몸에서 번득이던 회색 빛은 곧장 손몽득의 원신으로 녹아들었다. 그 순간 손몽득의 원신은 찢어질 듯한 절규를 내지르더니 흐릿해져 목각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소년이 쥐었던 손을 풀자 목각 인형이 된 손몽득의 몸이 대지로 떨어져 내렸고 돌연 회오리 하나가 나타나 그 목각 인형을 삼키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에 창룡종 제자들은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자를 찾아내라! 세 달을 주겠다. 세 달 안에 찾아내지 못한다면 너희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천우주 전역에 알려라. 누구든 그자를 비호하려 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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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선강 대륙 하늘을 가로지르며 신식을 펼쳐 이 낯선 땅에 적응해나갔다.
“신식을 펼치면 동부계를 거의 다 뒤덮을 수 있었건만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그 절반 정도의 범위만 겨우 뒤덮을 수 있군.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
한제가 이렇게 생각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창룡종을 빠져나온 후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도달한 신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축지성촌도 이곳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야.”
몇 차례 시도해봤으나 허공에 녹아들지 못하자 한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창룡종 선조는 칠채도인이나 전가 노인과 비슷한 공겁기 초기 수준일 터. 축지성촌을 발휘할 수 있다면 진즉 돌아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