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85
“현라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지. 지금껏 동부계에서 선강 대륙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게다가 난 환생을 통해 이곳에 태어난 존재도 아니야. 선강 대륙은 내게 위험한 곳이 아니라 보물 창고인 셈이지!”
한제의 두 눈이 한층 밝게 번득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갔고 이내 다른 산맥에 이르렀다.
비취색의 산에서는 지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제는 화염의 본원을 통한 감응으로 이 산맥 아래에 거대한 화룡 한 마리가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음을 간파했다.
한제의 시선이 닿은 순간, 화룡은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 녀석은 불바다가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대지와 산맥 너머로 한제를 응시했다.
“크오오오!”
녀석이 우렁차게 포효하자 대지가 진동하고 산봉우리가 흔들렸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이고 수련자라 해도 그 소리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오직 상대와 다른 화염의 본원을 가진 한제만이 저항력이 담긴 화룡의 포효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한제는 두 눈을 번득이며 차게 코웃음을 쳤다.
“작은 지맥(地脈)의 혼 주제에 감히 내게 맞서다니, 담이 크구나!”
놀란 두청
몸을 날려 순식간에 산봉우리에 이른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나와라, 지화맥의 혼!”
허공을 움켜쥔 오른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요란한 콰쾅 소리와 함께 지면 곳곳에서 불바다가 뿜어져 나왔다. 한제가 착지한 산봉우리 역시 격렬하게 진동하다가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머리통만 해도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화룡이 튀어나왔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하늘은 붉게 물들었고 대지는 쩌적 소리와 함께 줄기줄기 균열을 드러냈다. 그 아래에서는 용암이 흘러넘쳤다.
한제가 삼켰던 화룡보다 조금 더 큰 녀석이 온몸으로 발산하는 화염의 힘은 공령기 수련자의 전력을 다한 일격에 비할 만했다.
화룡은 포효하며 거대한 머리로 돌진해왔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 같은 어마어마한 기세였다.
허나 한제는 덤덤했다. 그는 화룡이 달려든 순간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한제는 살짝 휘청거렸으나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반면 화룡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고 뭉개진 머리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곧이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화룡의 머리는 불바다가 되더니 다시 응집될 조짐을 보였다. 심지어 그 불바다에서 가장 먼저 응집된 용의 두 눈에는 격렬한 분노의 빛이 번득였다.
“지화맥의 혼, 아직도 네 주제를 모르는구나!”
한제는 버럭 호통을 치며 앞으로 튀어나갔고 동시에 왼쪽 눈동자를 번득였다. 눈동자에서 튀어나온 주작은 힘차게 숨을 들이마셨다.
“크오오오!”
화룡은 바르르 경련했고 불바다로 무너져 내린 머리는 왜곡되면서 주작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작은 이 어마어마한 흡입력으로 끝내 화룡의 몸통까지 삼켜버렸다.
지화맥의 혼을 두 개나 흡수한 주작의 몸집은 더욱 부풀어 올라 수십만 척에 달했다. 허공에 떠오르자 하늘을 가릴 정도였다.
“캬오오오!”
이글거리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주작은 우렁차게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는 층층의 파문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한제가 머리 위에 서자 주작을 이루고 있는 화염이 그를 감쌌다.
주작은 울부짖으며 질주했다. 멀리서 보면 꼭 불로 이루어진 구름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화염의 본원이 또 한 번 강력해졌음을 느낀 한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화염의 본원은 동부계에서는 이미 변화와 성장을 멈춘 상태였다. 이에 화염의 본원이 완성된 거라 여겼고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끝내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동부계 핵심의 오화팔문에서 동림지에 들어선 후에야 한제는 화염의 본원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당시 본원들이 인간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그 강력한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런 변화를 보일 경우 그가 신통술을 발휘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 중첩되어 발휘될 것이고 위력 또한 훨씬 더 강력할 터였다. 그전까지는 그런 변화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선강 대륙에 이르러 화염의 본원을 연거푸 성장시킨 한제는 이 본원이 인간 형태로 나타나게 될 날이 멀지않았음을 확신했다.
수많은 강자가 득실대는 낯선 땅에서 그에게는 수준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한제는 거대한 주작에 올라탄 채 또 다른 지화맥을 찾기 위해 신식을 펼쳤다.
★ ★ ★
한제가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 저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날아들었다. 그 빛 안에는 두청이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든 두청의 표정은 어두웠고 충격의 빛도 어려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 한두 차례 지화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다지만 이번이 세 번째 아닌가! 분명 의도적인 행동이야. 하지만 대체 왜?”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두청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신식을 펼쳐 곳곳을 살폈다. 땅속을 뒤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돌연 찬 숨을 헉 들이마시며 경악했다.
“지화맥이 말라붙고 지화가 사라졌어! 이곳의 지화맥이 죽은 거야! 그자 지화를 흡수하고 있군! 마, 말도 안 돼! 화염의 본원을 가진 수련자라도 억지로 지화를 흡수할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체내 화염의 본원이 부작용을 일으켜 천우주 화염 전체의 배척을 받을 터. 한데 그자는 대체 어떻게, 왜 이런 짓을…?”
그는 지화맥을 흡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화염의 본원을 가진 자들은 지화의 인정을 받아야만 본원을 깨달을 수 있었기에 감히 그것을 삼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두청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쫓고 있는 자가 두려운 존재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과연 계속 상대를 쫓아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한참 뒤, 두청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붙어봐야지. 만약… 그자가 정말로 엄청난 수준에 이른 자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면 되겠지. 창룡종이 파괴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만약 그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어.”
두청은 변덕스럽고 포악했지만 똑똑하고 영리한 자이기도 했다.
생각을 정한 그는 곧장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종이학이 나타났다. 붉은색을 띤 종이학은 연기로 이루어진 한 마리 학으로 변해 날아갔고 두청은 여유롭게 그 뒤를 따랐다.
“대혼문에 부탁해서 받은 이 법보의 안내를 받는다면 곧 그자를 따라잡게 되겠지.”
★ ★ ★
콰르릉!
격렬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용이 대지를 뚫고 나와 화염으로 이루어진 주작과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발산되는 화염에 사방은 곧장 왜곡됐고 대지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쩍쩍 갈라졌다.
두 번째 지화맥의 혼을 삼킨 지 벌써 보름이 지난 상태였다. 그동안 한제는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면서 지화맥을 발견할 때마다 그 혼을 모조리 흡수했다.
그렇게 해서 보름 동안 흡수한 지화맥의 혼은 총 아홉 개였다. 거기에 이전에 삼킨 두 개까지 합하면 벌써 화룡 열한 마리의 혼을 흡수한 것이다.
한제의 화염의 본원은 동부계에서 나왔을 당시에 비해 두 배는 강력해져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변화에 한제는 두 눈을 벌겋게 뜬 채 계속해서 지화맥의 혼을 흡수해갔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도 상대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창룡종의 최강자이자 공겁기 초기의 수련자인 두청일 것이다.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이 창룡종에서 보인 강력함을 보고도 뒤쫓는 대담함과 추격의 신속함으로 미루어 창룡종의 선조인 두청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강인의 기억에 따르면 두청의 수준은 공겁기 초기지만 강인이 종파 선조의 수준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보장은 없지. 어쩌면 아직 현겁을 통과하는 와중에 불과할 수도 있어.”
한제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주작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더니 다시 몸을 날렸다. 지화맥의 혼을 흡수할수록 주작의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아직 흡혈마수의 왕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제의 속도와는 거의 비슷했다.
★ ★ ★
한제가 열한 번째 지화맥의 혼을 흡수하고 떠난 지 한나절이 지났을 때, 한 줄기 빛이 날아들었다.
꿈틀거리던 빛에서 두청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름을 쉬지 않고 추격한 끝에 한제와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두청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지난 보름 동안 무려 아홉 개의 말라붙은 지화맥을 발견했다. 상대가 계속해서 강력해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청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또! 대체 몇 개를 더 흡수해야 끝낼 생각이지?”
말라붙은 지화맥을 내려다보던 두청은 머리가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는 겨우 따라잡는다 해도 오히려 내가 당하고 말 거야. 그럼 이 천우주에서 나는 웃음거리가 되겠지.”
전부터 불쑥불쑥 떠오르던 생각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두청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낮게 기합을 넣었다. 그럼에도 계속 추격할 생각이었다. 상대의 진정한 실력과 수준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공겁기 초기에 이르러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일곱 번의 현겁을 통과했을 뿐. 허나 내게는 불로 다스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몸이 있다. 이 육신은 매우 강력해 심지어 고국 수련자와도 맞설 수 있지. 그러니 그자와 내가 수준이 비슷하다면 육신이 더 강력한 내가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어!”
두청은 애써 자신감을 보이며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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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한제를 태운 주작의 몸집은 전보다 더 불어나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지화맥의 혼을 세 개나 흡수한 덕분이었다. 이제 한제가 가진 화염의 본원은 동부계에 있었을 때보다 세 배는 강력해진 상태였다.
이제 두청은 한 시진 거리에서 한제를 추격하고 있었다. 허나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계속된 추격으로 지쳐갔고 정신적으로 괴로웠기 때문이다. 말라붙은 지화맥을 볼 때마다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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