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39
사실 신식 상태인 한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 그는 신식의 각 부분이 수만 마리의 벌레들에 의해 뜯어 먹히는 듯한 고통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당초 처음으로 그에게 기억의 유산이 융합됐을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점점 그의 신식은 주체할 수 없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 줄의 긴 실 형태를 이룬 신식은 가지런히 회수되어 타원형의 고치를 형성했다.
신식으로 조성된 고치의 겉면은 옅은 푸른색으로 보기에는 얼음 결정과 별 차이가 없어 마치 조금 더 커진 얼음 결정 같았다.
이 과정에서 한제의 정신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기억의 유산을 전승받았을 때 이미 겪어본 적이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졸졸 흐르는 실개천과 같았다면 지금은 콸콸 흐르는 강 같았다.
한제는 지금 마치 그 강 한가운데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강물을 따라 굽이치고 있었다. 강물이 한 번 요동칠 때마다 그가 느끼는 고통은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이어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광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허무의 공간이었다. 수많은 별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한제는 이 광경을 보자마자 뭔가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뼛속 깊이 박혀 있던 것 같았던 고통은 마치 애초에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이어서 저릿저릿한 느낌이 신식의 곳곳으로부터 끊임없이 느껴졌다. 그의 신식에서 흐르던 하나하나의 주문과 결인, 기억의 조각들이 마침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하더니 신식 안에 녹아들었다.
한제는 자신의 신식이 끊임없이 앞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나하나의 빛들이 점점 커지더니 나중에는 거대한 별로 변했다. 그리고 곧이어 그는 다시 그 거대한 몸집의 고대 신을 보게 됐다.
이때 한제는 자신이 전에 봤던 그 갓난아이가 고대 신 서사였음을 그리고 지금 눈앞의 이 별처럼 거대한 거인은 성인이 된 서사임을 알게 됐다.
서사의 얼굴은 평범했지만 미간에는 원을 이루고 있는 여덟 개의 반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피부는 굉장히 거칠었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옅은 주름이 가득했다.
서사는 형형한 눈빛으로 먼 곳에 있는 별 하나를 바라보며 고민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큰 손을 가볍게 움켜쥐었고 순간 그의 눈길이 닿았던 별이 펑 하고 깨져 회색 먼지 안개로 변했다.
이 먼지 안개는 허무의 공간으로 퍼져나갔고 그 안에 돌연 한 줄기 금빛이 나타났다. 서사가 뻗은 손을 쥐자 그 금색 빛은 방향을 바꾸어 그의 손으로 떨어져 금 조각으로 바뀌었다.
일종의 연기(煉器)용 재료 같았다. 금 같기도 돌 같기도 한 그것의 표면에는 옅은 금색 선이 몇 줄 있었다. 그것을 쥔 서사는 다시 손을 뻗어 꽉 쥐었다. 멀리 떨어진 또 하나의 별이 터져버렸다.
콰- 쾅!
이렇게 해서 서른 개가 넘는 별이 파괴됐고 서사의 손에 들린 재료가 늘어갔다. 각각의 재료는 다양한 색을 띄고 있었다.
뒤이어 서사는 두 손을 움직여 이 재료들을 전부 하나로 뭉친 뒤 정신을 집중해 몇 개의 결인을 그렸다. 그 결인은 재료들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감았던 눈을 뜬 그 순간, 그의 미간에 있던 여덟 개의 반점이 마치 살아난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여덟 갈래의 빛을 쏘아냈다. 그 빛 역시 재료들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육체의 재구성
한참 뒤, 일곱 빛깔을 번쩍이는 사각형 모양의 솥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솥에서는 흘러넘치는 듯한 위압감과 온 세상을 파멸시킬 듯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심지어 작은 소용돌이도 나타났다.
한제의 신식은 그 솥이 나타난 순간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그것을 주시했다.
서사 역시 그것을 한동안 보고 있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솥을 내던졌고 그것은 순간 어느 별에 떨어져 자취를 감추었다.
서사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훌쩍 날려 몇 걸음 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한제는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서사는 분명 도구를 단련하고 있었다. 서른 개가 넘는 별의 재료를 이용해 사각형의 솥을 정련해냈다. 한제가 보기에 그 솥은 전설적인 법보에 가까웠으나, 서사는 만족하지 못하고 내던졌다.
그런 법보가 어느 수련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분명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터였다. 한제는 그 법보가 떨어진 별을 주시하며 속으로 탄식했다.
서사가 연기를 하던 그 모든 과정을 한제는 마음에 새겨두었다. 그가 사용한 재료들에 대해서도 서사가 연기를 할 때 그었던 결인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지만 한제는 기억의 유산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얼음 결정들을 흡수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서사가 사라진 뒤 한제는 그의 신식이 천천히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의 신식은 의식과 함께 허무의 땅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때, 기억의 유산이 놓여있는 곳에는 93개의 얼음 결정 외에도 타원형의 고치가 하나 있었다. 돌연 그 고치에 균열 하나가 생겨나더니 점점 커졌고 결국 고치는 수없이 많은 균열로 뒤덮였다.
오색찬란한 광채가 그 균열로부터 새어나왔다. 균열이 늘어남에 따라 발산되는 빛 역시 점점 더 밝아지더니 결국 쩌적 소리와 함께 고치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 고치 안에서 나온 것은 오색찬란한 광채를 내뿜는 반투명한 한제의 몸이었다.
두 눈을 번쩍 뜬 한제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보았다. 이어 그는 그 얼음 결정을 흡수한 뒤 머릿속에 어떤 기억이 늘어난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신식이 거의 투명했던 상태에서 지금의 상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신식을 움직였다. 순간 온몸이 곧장 무너져 내려 다시 투명한 상태로 돌아오더니 사방으로 천천히 뻗어나갔다.
하지만 한제는 신식을 곧장 다시 회수됐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반투명한 상태를 다시 갖추었다. 한제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눈을 번득이더니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손바닥에 얼음 결정으로 만들어진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한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눈에서는 전에 없던 빛이 비추고 있었다. 한제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반투명한 인영이었다. 그 얼굴은 비록 반투명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분명 어떤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마량처럼 수려하지도 않았고 평범한 얼굴이었다.
한제는 멍하니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복잡한 감정들이 뒤얽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언젠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등화원에게 육신의 죽음을 맞은 뒤부터 지금까지 몇 년이 지났는지 한제는 정확하게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주신 이 얼굴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매번 자신의 원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등화원에 대한 깊은 분노가 차올랐다.
한참 뒤, 한제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뒤이어 그는 신식으로 이루어진 몸을 날려 다른 얼음 결정을 감쌌다.
이전에 느꼈던 강렬한 고통이 다시 한 번 몰아쳤다.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번에는 한결 견딜 만했다. 그는 신식으로 밀려들어오는 기억을 훑었다.
뒤이어 그의 신식으로 이루어진 몸은 이 거대한 기억의 정보를 감당할 수 없다는 듯 붕괴되어 가느다란 촉수가 됐다. 이 촉수들은 그를 감싸고 다시 한 번 타원형의 고치를 만들었다.
별이 가득 떠 있는 허무의 공간이 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에 그는 고대 신이 단약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됐다. 서사는 수많은 별들의 영력을 모아 단약 한 알을 만들어냈다.
그 단약은 마치 한 덩이의 거대한 진흙뭉치처럼 조잡해 보였다. 만약 그 안에서 무서울 정도로 가득 흘러넘치는 영력의 파동이 없었다면 그것이 단약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터였다.
그 약을 먹은 서사의 피부에 난 주름은 전보다 훨씬 세밀해졌다. 그 주름 사이에는 신비로운 기운이 숨겨진 것 같았다. 서사가 이동함에 따라 그 주름에서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풍겨났다.
거대한 고치가 다시 깨졌을 때 그 안에서 나타난 한제의 몸은 전보다 훨씬 더 실체를 갖춘 상태였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렀고 고대 신 서사의 기억 전승은 계속됐다. 한제는 얼음 결정을 하나씩 흡수하고 소화해나갔다.
34번째 얼음 결정을 흡수했을 때, 그는 신식으로 이루어진 몸이 이미 완전히 실체를 갖췄음을 깨달았다. 이제 진정한 육신과의 차이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다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하얀색이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정신을 집중한 뒤 다시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폈다. 이 몸은 촉감으로 보나 시각, 후각, 청각 등의 다른 감각으로 보나 모두 진정한 육신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한제는 점차 의심스러워졌다. 고대 신의 기억의 유산을 전승받은 것만으로 어떻게 몸을 갖추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몸은 금단이 없다는 점만을 제외하면 일반인의 것과 거의 똑같았다.
한제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왼손으로 팔뚝을 그어보았다. 순간 상처가 났고 그 안에서 선홍빛 피가 흘렀다. 한제는 마침내 지금 자신은 이전의 육신을 되찾은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두 눈을 감고 신식으로 훑어보던 그는 자신의 신식에 어떤 변화도 없음을 확인했다.
신식의 바다 안에서 극의 신식으로 만들어진 붉은 번개는 탄혼의 혼핵을 감싸고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으며,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신식의 바다에는 거대한 파도가 일어 사방에 몰아쳤다.
온 신식의 바다, 석주와 극의 신식까지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신식으로 이루어진 몸에 한제는 금방 익숙해졌다. 원래 자신의 것이었던 이 몸으로 주먹을 불끈 쥐자 마음속에서는 호방한 기운이 불쑥 일었다.
한제는 고개를 들고 두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등화원, 넌 내 육신을 소멸시켰지만 지금 난 그 몸을 다시 구성했다. 나 이한제는 너와 네 일족을 소멸시킬 것이다. 이 한은 오직 너희 가문의 피와 혼으로만 풀 수 있다.”
한제는 눈을 번득였다. 그는 이곳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곳에 94개의 얼음 결정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그의 원래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그는 원래 기억의 유산을 흡수한 뒤 금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묵간석을 찾고 자신의 육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 뒤 몇 년 동안 갇혀 있었던 이 고대 신의 땅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만약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한제는 굉장히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금제에 대해서도 완벽히 파악했으며 금번을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었고 맹타자와 고왕의 저물대도 손에 넣었다.
혼원구마권과 스무 개의 최고급 영석도 빼놓을 수 없었다. 거기다 타목을 비롯한 수련자 열 명의 법보까지 더하면 그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운 수확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보물인 기억의 유산까지…
하지만 총 94개나 되는 얼음 결정을 보고 한제는 줄곧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어떤 사람도 이곳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제는 뭔가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육신을 두고 온 곳에 모든 저물대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육신은 공간의 균열 안에 있어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신식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육신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신식을 통해 새로운 육신을 갖추게 되자 마침내 마음을 푹 놓을 수 있었다.
얼음 결정을 흡수하는 속도는 갈수록 느려졌다. 57번째 얼음 결정을 흡수해 고치가 됐을 때, 한제의 미간에는 옅은 반점 하나가 나타났다.
한제는 얌전히 가부좌를 틀고 주름이 가득한 고치 안에 앉아 두 눈을 꼭 감았다. 한참 뒤 번쩍 뜬 그의 눈에서는 그윽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한제의 모습은 조나라에서 살던 그 순박한 소년과 아주 똑같았지만 그 기질로 볼 때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백발을 휘날리고 있는 한제에게서는 가까이 하기 힘든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포악한 야수처럼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한제의 미간에 자리한 별이 57번째 얼음 결정을 흡수한 뒤 반짝이던 그 때 그의 머릿속은 번개가 스쳐지나가듯 또렷해졌다.
한제는 서사의 미간에 여덟 개의 반점이 있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서사는 도구를 만들 때나 단약을 만들 때 그 반점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힘을 빌렸다.
다만 서사의 미간에 있던 반점의 색은 약간 짙은 붉은색이었는데 한제의 반점은 대략적인 윤곽만 나타났을 뿐 아무런 색도 띠지 않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는 비록 이 반점의 작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자신이 모든 얼음 결정을 흡수한 뒤에는 분명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50개가 넘는 얼음 결정을 흡수한 뒤 한제는 자신의 몸이 다시 응결된 이유를 깨달았다. 신체 단련을 중시하는 고대 신들은 획득한 영력을 대부분 몸을 견고히 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고대 신이라 하더라도 그 몸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극한에 달해 더 이상 강해지지 못했다.
이때는 몸의 확대가 필요했다. 말하자면 고대 신의 몸이 커질수록 그 안에 함유한 영력은 더욱 많아지는 셈이었다. 그리고 일정 수준에 달하면 고대 신은 자신의 몸을 재구성했다.
각각의 고대 신은 평생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몸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몸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재구성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준도 강해지고 몸도 견고해졌으며 신식은 향상됐다.
하지만 고대 신들은 기준을 나눠 수준의 단계를 구별하지는 않았다. 고대 신의 수준은 신식과 신체 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의 유산을 흡수하면서 그 안에 깃든 서사의 기억을 가지게 된 한제는 성인이 된 서사가 묵류분신술(墨流分神術)을 배우면서 죽었지만 그의 몸은 여덟 차례나 재구성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체의 재구성은 고대 신 입장에서도 뼈에 새긴 것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이는 그들이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상징이기도 했다.
이전에 한제가 가졌던 기억의 유산은 거의 1백 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나머지 얼음 결정들을 하나씩 흡수해가면서 몸의 재구성에 대한 고대 신의 기억이 차차 조립되어갔다.
한제의 몸이 재구성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신식과 기억을 통해 한제는 처음으로 몸의 재구성을 경험하게 됐는데 다른 사람이었다고 해도 기억의 유산을 얻게 된 후에는 모두 이런 경험을 하게 됐을 터였다. 다만 한제는 특이하게도 그 과정에서 이전의 몸을 되찾았을 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육신의 견고함은 일반적인 수련자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만약 한제의 몸이 여덟 차례의 재구성을 거친다면 그의 몸은 살아 있는 고대 신의 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가 될 것이다.
고대 신의 땅
한제는 서사의 미간에 있던 여덟 개의 반점과 그가 여덟 번의 재구성을 거친 것 사이에는 분명 연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의 미간에 하나의 반점이 생긴 이유도 설명 가능했다.
다만 한제는 자신의 미간에 생겨난 반점이 아무런 색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자신의 몸은 재구성이 완성되지 않았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아직 완벽한 기억을 가지기 전이니 추측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57번째 얼음 결정을 흡수했을 때 한제의 머릿속에 깨진 조각들처럼 존재하던 주문과 결인, 기억들의 일부분이 천천히 조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신식과 결합하여 분리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때때로 한제의 신식은 약간 혼잡해져서 일순 자신을 서사라고 여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