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
한제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그릇을 제자리에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짐 주머니에서 영기 영단을 하나 꺼내 삼켰다.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도가 호흡은 한제에게 너무나 쉬운 훈련이었다. 손대주 밑에 있었던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이 과정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밤이 되자 한제는 천천히 긴 숨을 물아 쉬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영기단은 손대주의 탕약과 별 차이가 없군. 영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약초일 뿐이야. 먹으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기운이 나고 심지어 배고픈 것도 잊게 해주지. 그런데 영기를 모으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군.”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산이 3개월 만에 응기 1단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듣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 감탄했다. 역시 천부적인 자질은 선인 수련에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한제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석주가 있다. 영기를 모으는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시간…”
한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침상 아래에 있던 돌그릇을 꺼내 살폈다. 이제 액체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10번째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석주는 곧바로 밤이슬을 모은 조롱박을 가지고 와 돌그릇에 따라 부었다. 붓고 남은 이슬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호흡을 시작했다.
그때, 이전에 느껴본 적이 없었던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몸속을 타고 흐르는 것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입이 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제는 이를 악물고 일장삼단 호흡법을 이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몸속에 흐르는 뜨거운 기운이 이전과는 다르게 사라지지 않고 호흡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 순간, 체한 듯 답답한 느낌이 들더니 몸이 끝도 없이 계속 풍선처럼 부어오르는 것 같았다.
한제는 놀라 이내 호흡을 멈췄다. 하지만 체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온몸에 혈관이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흉측한 초록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듯했다.
한제가 이전까지 먹은 탕약에는 사실 영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4주간 일장삼단 호흡법으로 천지의 영기도 함께 들이마셨지만 타고난 영기가 워낙 부족해 몸속으로 들어온 영기는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매번 중요한 시기에 화령초가 이를 방해해 영기를 모으는 데 매번 실패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한제가 마신 이슬에는 탕약보다 훨씬 많은 영기가 들어있었다. 이는 영기가 사라지는 속도를 넘어서 계속 더 많은 영기를 흡수할 수 있게 했다. 이때 도가 호흡을 하지 않았더라면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도가 호흡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 같은 효과를 보였다.
한제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자꾸 부어오른 혈관만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 이를 악물고 반대로 호흡을 시작했다. 바로 일장삼단이 아닌 일단삼장으로 호흡을 시작한 것이다. 바른 호흡법이 영기를 흡수하는 것이니 반대로 호흡하면 영기를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추측이 어느 정도 맞았다. 일단삼장은 선인계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그동안 쌓은 기를 내보내고 다시 더 강한 기를 모으기 위한, 즉 재정비를 위한 준비 호흡법이었다.
일단삼장으로 호흡을 하자 영기가 천천히 그의 땀구멍으로 배출되었다. 그리고 그 영기는 침상 아래에 있는 석주로 흡수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몸의 부기가 가라앉았고 튀어나온 혈관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때 그의 몸에서 방출되는 것은 더 이상 영기가 아닌 혼탁한 기체였다. 이 나쁜 기체는 석주로 흡수되지 않고 공기 중으로 흩어져 자연히 사라졌다. 몸속에 남아있던 화령초의 기운도 함께 완전히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몸속에서 화령초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엄청난 양의 영기를 이용해 나쁜 영기와 계속 마찰을 시켜 없애버리는 방법이다. 이것은 손대주가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손대주는 그 방법이 소용이 없자 결국 낙담하고 포기했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영기를 내보내는 것. 몸속에 있는 모든 영기를 내보내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만든 다음 다시 수련을 하는 것이다.
손대주가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때 한제의 몸에 영기가 부족했고 들이마신 영기는 금방 사라져 버려 이 방법이 애초에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영기를 내보내는 과정은 하루 종일 계속 되었다. 한제는 결국 지쳐 침상에 쓰러졌다. 앞으로는 이슬을 함부로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한제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 ★ ★
한참 뒤 잠에서 깨어보니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한제는 침상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려보았으나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침상 아래의 돌그릇을 꺼내 보니 돌그릇에 담겨 있던 이슬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한데 석주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10번째 구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석주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산으로 가 샘물을 한 바가지 퍼와 그 안에 석주를 담그고 휘휘 저은 후 마셨다. 허나 전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한제는 석주를 한참 살피다가 깨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딱딱했다. 일부러 피를 내서 석주 위에 떨어트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대로였다.
10번째 구름이 생기면 석주에 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화를 참지 못하고 돌그릇으로 석주를 내리쳤다. 꽝 소리와 함께 돌그릇은 산산조각이 났다.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세게 내려쳤지만 석주는 어디하나 상처 난 흑적도 없었다.
이슬 2통을 다 써버린 것에 화가 난 한제는 석주를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허나 곧 다시 석주를 주워 자세히 살폈다. 한데 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졸음이 몰려오자 당혹스러웠다.
눈을 비비며 계속 주시했으나,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석주가 쥐어져 있었다.
★ ★ ★
꿈속에서 한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곳에는 해도 달도 별도 없었고 주위에서는 엄청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심지어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대체 무슨 꿈을 꾸는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정신이 말짱했다.
다행히도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한제는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깰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 한참을 그곳을 헤맸다.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더니 갑자기 사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한제는 자신의 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크게 울부짖었다.
그 순간, 한제는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 방이었다.
한제는 이상한 꿈에서 깬 것에 안도하며 깊게 숨을 한번 내쉬고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석주를 바라보았다. 한데 석주에 나타난 변화를 본 한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갔다. 10개의 구름이 전부 사라지고 작은 글자가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아니…이건…?”
한제는 놀라 재빨리 석주를 자세히 살폈다. 비뚤비뚤하게 알아보기 힘든 글자가 쓰여 있었다. 어려서 책을 좋아했던 사람답게 한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글자를 하나하나 떠올려본 끝에 마침내 어렵게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이건 분명 심오한 뜻을 가진 글자가 아니라 숫자를 뜻하는 거야.”
한제는 석주를 쥐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방금 전 꿈이 떠올랐다.
“설마 석주랑 관련이 있는 건가?”
잠시 생각을 하던 한제는 다시 침상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문득 조금 전에 석주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을 떠올리고 이번에도 석주를 빤히 응시했다. 그러자 정말 졸음이 몰려왔고 그렇게 두 눈이 감겼다.
다시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 펼쳐졌다. 한제는 그곳에 서서 잠시 생각한 다음, 이번엔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꽤 시간이 흘렀다. 한제는 점점 높이 뛸 수 있었지만 겨우 반 장정도 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때 다시 엄청난 피로를 느끼며 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깬 한제는 곧바로 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크게 한 발짝 뛰어올랐다. 꿈에서 훈련한 것과 같은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이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방 안을 거닐며 생각했다.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한제의 얼굴에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만약 꿈속에서만 몸을 단련할 수 있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거지. 난 현실에서도 몸을 단련할 수 있어야 해. 굳이 꿈을 꿀 필요가 없게끔 해야 된다고!”
한제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니야, 구슬이 그렇게 많은 영기 액체를 흡수해서 10번째 구름이 나타났는데 쓸모없진 않을 거야. 분명 다른 작용을 할 거란 말이지. 있고말고. 그런데 그게 대체 뭐란 말이야?”
한제는 주위에 모든 신경을 끄고 구슬 생각에만 몰두했다.
“설마…”
그 순간 한제는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단서를 잡은 듯했다.
“설마… 시간?”
여기까지 생각에 이른 한제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떨며 석주를 응시했다.
“만약 진짜로 시간과 관련이 있는 거라면 자질이 부족하다 해도 분명 선인이 될 수 있을 거야!”
수련
한제는 몇 번 깊게 호흡을 하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곧바로 등불을 찾아 기름을 가득 붓고 불을 붙였다. 그 등불 옆에 앉아 석주를 한참 바라보며 속으로 시간을 계산했다.
대략 2시진이 지나자 등불이 꺼졌다. 한제는 또 다시 등불에 기름을 붓고 석주를 든 채 꿈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높이뛰기가 아닌 바닥에 앉아 묵묵히 시간을 계산했다.
반 시진, 1시진, 5시진, 10시진, 25시진!
그 순간, 몸이 찢기는 고통이 다시 느껴지더니 잠에서 깨어났다. 등불이 곧 꺼질 것 같았다.
“시간이 10배야. 꿈속의 시간이 현실보다 10배나 빨리 흐르고 있어!”
한제는 흥분해 구슬을 손에 꽉 진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으로 선인 수련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생겼다.
이때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한제는 흥분한 마음을 추스르고 석주를 짐 주머니에 넣고는 방문을 나섰다.
이 대낮에 문파에서 석주를 이용해 수련을 했다가는 다른 사람에게 들킬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석주를 지켜낼 힘이 없었기에 한동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 ★ ★
산속 샘물이 있는 곳으로 간 한제는 꽤 많은 양의 샘물을 담아 방으로 돌아와 영기 샘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한제는 방문을 걸어 닫았다. 밧줄을 이용해 한쪽은 문에다 묶고 다른 한쪽은 팔에 묶어놓았다. 문이 열리면 바로 알아차리기 위해서였다.
샘물을 몇 모금 마시니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로 구슬을 손에 쥐고 꿈속으로 들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꿈속에서 한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가 호흡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수련을 하자 쏟아지는 빛줄기 사이에서 따뜻한 빛 한 줄기가 그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그 빛줄기는 이내 반점처럼 변해 한제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한제는 전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하루쯤 지나자 한제의 몸속에 있던 샘물의 영기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몸이 예전과 다름을 느꼈다. 영기가 사라지긴 했지만 조금은 남아 있는 게 느껴졌다.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남아 있었다. 이런 현상의 이유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그저 석주가 어떤 작용을 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제는 다시 한참 도가 호흡법을 이어가다 마침내 현실 세계와 꿈에서의 세계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