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02
청천봉 안. 한제가 장혼각 6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올린 순간, 청우 진인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아직 마음에 드는 공법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가? 6층에는 공겁기 수준의 의지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하지만 저자라면 6층에 이를 수 있을지도⋯⋯. 그렇다 해도 6층이 한계겠지. 7층 이상에 들어선 이는 대혼문 역사를 통틀어 다섯 명도 안 되니까. 더욱이 마지막 층인 9층에는 나 이외의 누구도 발을 들인 적이 없고. 당시 1대 선조의 예측에 따르면 이한제는 3백 년 후에나 9층에 들어설 수 있을 게야.”
청우 진인은 씨익 웃더니 눈을 감았다.
한편, 그 무렵 5층과 6층 사이의 계단에 서 있던 한제는 두 눈을 밝게 번득였다.
“강력한 환술이었다.”
짧은 순간에 수많은 환술 세계를 경험한 그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실제로는 1각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수백 년처럼 느껴졌다.
환술에서 깨어난 한제는 두 눈을 번득이며 한 칸을 더 올랐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다시 울렸지만 한제는 멈추지 않고 연달아 일곱 계단을 올라갔다. 한 칸을 오를 때마다 심신이 울리면서 그를 계단에서 밀어내려는 듯 강력한 압력이 생겨났다.
“겨우 이 정도 금제로는 나를 막지 못해!”
한제의 미간과 두 눈에서 고신의 반점과 고요, 고마의 반점이 떠올랐다. 그는 그대로 강력한 육신의 힘을 이용해 압력에 저항하며 다섯 계단을 더 올라갔다. 6층까지는 이제 여덟 칸만을 앞둔 상태였다.
“난 공겁기 수련자와도 싸운 적이 있다. 이 금제는 공겁기 수준 수련자의 의지를 흉내 낸 것일 뿐. 이 이한제의 의지는 동부계에서 태어나 선강 대륙에 이르는 데 성공했으며 선조와 고조의 본원과 같은 방식으로 태어난 분신을 형성했을 만큼 강력하다! 이 따위 금제는 아무것도 아니야!”
한제의 체내에서 순간 강력한 의지가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또다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순식간에 일곱 계단을 더 오른 한제가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돌연 눈앞이 이지러졌다.
잠시 후 또렷해진 시야에 비친 것은 벼랑 끝이었다.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면 그대로 추락할 터였다.
벼랑 아래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참한 원혼들이 마치 연기처럼 피어올라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사방을 관찰했다.
계단에 배치된 금제는 무척 간단해 충분한 의지만 있다면 원혼이든 벼랑이든 얼마든지 무시하고 나아갈 수 있을 터였다.
“흠… 허나 무언가 이상하군”
벼랑 아래에서 솟아오른 원혼 중 절반 이상이 1천 척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르더니 순식간에 1백 척까지 접근해왔다.
“교묘한 환술이군.”
한제는 피식 냉소하더니 몸을 날려 벼랑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발아래에 파문이 일어더니 그의 몸과 함께 사라졌다. 이어서 환각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장혼각 6층 입구. 한제는 마지막 계단을 건너뛰어 곧장 6층에 발을 디뎠다.
그 순간, 한제의 머릿속에서는 또다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순식간에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
★ ★ ★
청천봉의 동굴. 청우 진인은 감탄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과연 1대 선조가 예측한 사람답군. 그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단숨에 6층에 진입하다니, 훌륭해!”
★ ★ ★
“용케 올라왔구나!”
장혼각 6층. 염란이 가늘게 뜬 눈으로 방금 들어선 한제를 바라보았다.
“네가 올라올 수 있는 곳에 내가 어찌 올라오지 못하겠느냐.”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 만약 방금 전 마지막 계단을 밟았더라면 그의 모든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갔을 것이다. 계단에 배치된 금제는 무척 교묘해 마지막 계단을 밟아서는 안 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흥! 누군가가 미리 방법을 알려줬겠지!”
염란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한제는 그녀를 힐끗 살피고는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신식을 펼쳐 6층을 관찰했다. 이 층에 떠 있는 혼의 수는 6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든 혼이 극강의 기운을 풍기고 있어 오직 공겁기 수준에 이른 수련자만이 그 신통술들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염란과 한제 사이의 공기는 차가웠으나, 장혼각 안에서는 싸움이 금지되어 있어 장로인 그들도 규칙을 어길 수는 없었다. 이곳은 오직 공법을 선택하는 데 사용되는 공간이자 대혼문의 성지였다. 이곳에 상상을 초월하는 비밀들이 얼마나 많이 숨겨져 있을지, 염란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한제는 60여 개의 혼들을 살펴보았다. 그중에는 다중환술도 있고 이전에 염란이 발휘했던 혼환귀술도 있었다. 염란의 정수리 위에 떠 있는 혼이 바로 한제가 찾던 혼환귀술을 가지고 있는 혼이었다.
한제는 발을 뻗어 6층에 완전히 올라섰다. 나무로 이루어진 바닥이 걸을 때마다 삐걱거렸다. 워낙 조용한 공간이라 그 소리는 유난히 더 귀에 거슬렸다.
염란은 짜증난다는 듯 한제를 노려보았지만 한제는 전혀 아랑곳 않고 이중환술을 품고 있는 혼 근처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혼을 천천히 살피던 그의 미간은 곧 구겨졌다.
염란은 그런 한제의 표정을 보고 냉소했다. 한제가 왜 미간을 찌푸렸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이곳 장혼각 6층에 처음 이르렀을 때, 그 유명한 다중환술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건 대혼문의 다중환술 중 첫 번째일 뿐이다. 할 수 있다면 더 올라가. 소문에 의하면 7층에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다중환술이 있다더군. 자신 있다면 더 올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9층에는 대혼문의 완전한 다중환술을 품은 혼이 있으니까!”
한제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염란의 정수리 위에 있는 혼을 훑어보았다.
“그 혼환귀술도 완전하지는 않군. 그것 역시 7층 이상으로 가야 완전한 술법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가?”
“물론이야. 대혼문은 언제나 능력 있는 자에게만 힘을 부여하지. 네게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완전한 술법을 손에 넣을 수 있어. 7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저기 있으니 어디 한 번 시도해보시지!”
염란이 냉소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낡은 계단이 있었다.
푸른 하늘에 오르려는 욕망
장혼각은 정말로 기이한 곳이었다. 금제가 먼지까지는 막아주지 않아서인지 계단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보아하니 아주 오랫동안 그 계단에 발을 디딘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계단에 남은 발자국이 보였으나 그 위로도 먼지가 쌓여 매우 흐릿했다.
“올라갈 수 있을까?”
염란의 이죽거림에도 한제는 말없이 계단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7층은 공겁기 중기 수준의 의지가 있어야만 오를 수 있는 곳이라 한 칸을 오르는 것도 한제에게는 결코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러니 8층이나 9층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자신 없으면 까다롭게 굴지 마. 이곳의 공법만 해도 네가 평생 쓰기에 부족하지 않을 테니까.”
염란의 말투나 목소리는 그리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명확했다.
그 말에 한제는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로 향해 돌아섰다.
“내기 하나 할까. 만약 내가 7층에 올라간다면 어쩌겠는가?”
한제의 질문에 염란은 흠칫 놀라 7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힐끗 보더니 잠시 고민했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걸까? 허나 저자의 수준이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하다 해도 내가 오르지 못한 곳에 저자가 오를 수 있을 리는 없지! 내기를 하자는 것도 7층으로 올라가지 않을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일 거야. 내가 내기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7층에 오를 이유가 없어질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염란은 가볍게 휘둘러 남색 우산을 소환했다.
“네가 7층에 오른다면 내 이것을 넘기도록 하지! 너는 무엇을 걸겠느냐?”
한제는 가볍게 손을 휘둘러 혈살검을 소환했다.
“이 검이면 되겠지!”
혈살검을 훑어본 염란은 그것이 도고 일맥의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남색 우산과 비등한 보물이었다.
“좋아! 내기가 성사됐군.”
당당히 말했지만 사실 염란의 눈동자는 졸아든 상태였다. 어째서인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저런 검을 걸 정도라면 확신이 있다는 뜻인가?’
그 무렵, 한제는 어느덧 7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앞에 섰다.
계단은 총 열아홉 개였다. 단번에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계단에서 발산되는 매우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마치 한제에게 충분한 능력과 의지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듯했다.
“어때, 엄두도 안 나지?”
염란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죽거렸다.
한데 그때, 한제가 고개를 홱 돌려 염란을 빤히 바라보며 툭 내뱉었다.
“잘 봐두게.”
이어서 한제는 곧장 첫 번째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 순간, 대혼문 내 하늘과 땅의 기색은 갑작스레 변했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수백 리에 이르는 거대한 계단이 상공에 허상으로 나타났다. 밝은 빛을 뿜어내는 계단은 어두운 밤에 잠겨 있던 대혼문을 환하게 밝혔다.
콰쾅!
거대한 소리에 수많은 대혼문 제자가 폐관수련을 멈추고 신식을 펼치거나 튀어나왔다. 그들의 눈에 거대한 계단이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누군가가 장혼각 7층에 이르려 하고 있어!”
“머리가 희군. 보아하니 새로 들어온 이 장로인 것 같아!”
“이거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군. 마지막으로 7층에 이른 자가 나타난 지도 벌써 1백 년이 훌쩍 넘었지! 이 장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장혼각 7층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을 때면 항상 이러한 허상을 통해 대혼문의 모든 이들에게 그 모습이 전달됐다. 이는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큰 압력이 되기도 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실패하면 망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지켜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한제가 실패할 것이라 예측했다. 물론 청우 선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급하구나. 지금의 수준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할 텐데⋯⋯.”
속으로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대혼문의 위대함을 확실히 느끼게 되겠지!”
같은 시각, 폐관수련만을 이어오던 늙은 수련자들 몇몇 역시 눈을 뜨더니 별 같은 눈으로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재미있군. 저 정도 수준으로는 6층에 이르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7층에 오르려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