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09
여인의 몇 번이나 나침반을 살피다가 돌연 어떤 하얀 빛 위에 시선을 우뚝 멈추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빛이었으나, 여인의 눈에는 무언가 달라 보였다.
“모든 하얀 빛은 천우주를 향해 이동하고 있건만 이 빛만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일찍이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여인의 눈에서 살기가 번득였다.
“동쪽 9천 7백만 리, 녹마주 서른 조 출⋯⋯.”
그러나 여인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돌연 나침반 속에서 그 빛이 그대로 사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여인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한편, 지난 며칠 동안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흡수했음에도 물의 본원을 응집하지 못하고 있던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며 두 눈을 번쩍 떴다.
“물의 본원! 물의 본원이 느껴진다!”
이어서 그는 벌떡 일어나 한 걸음 내딛었고 발아래 일어난 파문에 녹아들면서 그대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검게 물든 바다에 이르러 있었다. 이 검은 바닷물 속에서 온 육신을 부식시키고 원신까지 그대로 녹여버릴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물의 본원의 또 다른 위력이로군!”
허나 한제는 물의 본원을 아홉 번째 순환시키는 중이었고 때문에 검은 바닷물에 대해서도 보통의 수련자들보다 훨씬 더 잘 저항해낼 수 있었다. 덕분에 그 무시무시한 힘도 한제의 육신을 부패시키지는 못했다. 게다가 그 안에는 한제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물의 본원이 깃들어 있었다.
한제는 망설임 없이 가부좌를 틀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전신의 3만 6천 개 땀구멍을 열어 검은 바닷물을 빨아들였다.
“음…”
한제는 온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동시에 심신에서 피어오르는 편안함도 느껴졌다. 온몸이 자양되면서 아홉 번째 순환이 천천히 완성되려 하는 것 같았다.
★ ★ ★
한제로부터 멀리 떨어진 녹마주 근처의 바다 역시 검게 변해 있었다. 이때 하늘을 뚫을 듯 높이 솟은 세 개의 깃발 아래 선 여인의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었다.
나침반 속 검게 변한 바다가 빠르게 흩어져 사라져갔다. 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여인은 찬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
“이건⋯⋯?”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나침반 안의 검게 변한 바다 한가운데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하얀 빛 하나를 발견했다. 크지는 않지만 검게 변한 바닷속에 남은 유일한 하얀 빛이었다.
“그자다!”
여인은 짙은 살기를 번득이며 왼손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녹마위 쉰 조, 출동!”
그녀의 손짓에 사방을 둘러싼 수천 명의 수련자 중 절반 정도가 줄기줄기 빛을 그리며 사라졌다. 동시에 나침반 속, 한제를 상징하는 하얀 빛 주위로 돌연 대량의 녹색 빛이 나타나 포위했다.
한편, 한제는 검은 바닷물을 급속도로 흡수하면서 빠르게 회복해갔다. 비쩍 말랐던 두 손은 튼튼해지고 온몸의 피와 살도 꿈틀거리면서 원상태로 돌아왔다. 머리카락 역시 검은 바닷물 속의 본원을 흡수하면서 윤기와 생기를 되찾았다.
검은 바닷물에서 물의 본원을 흡수함에 따라 물의 본원도 아홉 번째 순환을 시작했다. 덕분에 단해의 검은 바닷물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고 잠시 후 한제의 물의 본원은 아홉 번째 순환을 완벽하게 마쳤다.
그 순간, 한제는 가부좌를 튼 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육신도 완전히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체내에는 여덟 번째 본원, 물의 본원이 생겨났다.
그러자 한참을 머물러 있었던 한제의 수준도 돌연 높아지기 시작했다. 체내에서는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한제의 진정한 수준, 공령기 후기의 기운이었다.
한제의 머릿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속해서 높아지던 기운은 어느덧 공령기 절정에 이르러 공현기까지는 한 걸음 남은 상태였다.
체내에서도 엄청난 변화를 맞은 듯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눈에서는 물과 같은 맑은 빛이 흘러나왔다.
“물의 본원, 내 온몸의 핏속에 응집하라! 앞으로는 내 피가 이 세상 오행 중 물의 본원이 될 것이다!”
한제의 물의 본원이 완성된 순간, 사방의 바닷물에서 줄기줄기 허상이 나타나더니 녹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허나 한제는 이미 이들의 등장을 알고 있었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바닷물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바닷물의 검은 액체가 그의 손에 한 방울로 응집됐다. 그렇게 응집된 검은 물방울은 바로 나침반의 여인이 사용한 만정화오액이었다.
녹색 빛을 발하는 허상들이 강력한 기운을 발휘해 일제히 달려든 순간, 한제는 만정화오액을 꽉 움켜쥐었다.
“물은 모든 기운을 단절시킨다. 불에 타지 않도록 막고 생명의 숨을 막고 세상의 색을 없앨 수도 있지.”
한제는 중얼거리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만정화오액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먹물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콰쾅!
한제에게 달려들던 1천여 개의 허상은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파도와 같은 먹물에 휩쓸려 버렸다. 이들은 순식간에 육신이 부식되고 원신은 녹아버렸다.
“크아악!”
“끄아아아!”
찢어질 듯한 비명이 단해를 가득 메웠다.
녹색 도포의 수련자들은 체내의 피가 모공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온몸이 바짝 말라 시체와 같은 몰골이 되어버렸다. 원신 역시 바짝 마르다가 붕괴했다.
모든 것은 한제가 손을 꽉 움켜쥔 순간 벌어졌다.
이 끔찍한 광경의 원흉인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각 시체에서는 검은 액체가 몰려들어 그에게 흡수되었다.
일곱 걸음을 옮겼을 때, 한제는 돌연 저 먼 곳을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 너머로는 세 개의 거대한 깃발 아래 선 여인이 있는 곳이 있었다.
그 순간, 여인은 몸을 바르르 떨었고 두 눈은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나침반에서 번득이는 한제의 빛 주위에 몰려 있던 모든 녹색 빛은 꺼진 상태였고 단해를 뒤덮었던 검은 물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를 야기한 하얀 빛은 이내 이동하다가 곧 자취를 감췄다.
‘저자는 누구지? 어째서 저런 강자에 대한 정보가 없었단 말인가?’
여인이 생각을 접고 이내 이를 악물었다.
“모든 녹마위는 들어라. 만정화오액을 빼앗아간 자를 쫓아라. 절대로 놓쳐는 안 된다! 반드시 죽이고 만정화오액을 되찾아야 한다!”
말을 마친 여인은 피를 한 움큼 뱉어냈다. 그 피는 기화되더니 나침반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여인 곁에 있던 녹색 도포의 사내들이 어딘가로 돌진했다.
단해 안에 남아 있던 다른 녹마주 수련자들은 심신에 울려 퍼지는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여인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수준 때문이 아니라 나침반 덕분이었다. 이 나침반이야말로 단해에 드리워진 금제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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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제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한 걸음에 어마어마한 거리를 뛰어넘었고 심지어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이들이 어째서 단해를 봉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오는 것은 막지 않았으니 이곳의 상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일 테지.”
한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작은 사람이 하나 빠져나왔다. 한제가 혼연도를 수련해 응집한 혼이었다.
이 소인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얼른 고개를 숙이고는 한제의 손바닥에 꿇어앉아 절을 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손바닥에 닿자 한제의 머릿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
한데 한제가 막 미래를 점치려는 순간, 돌연 어디선가 한 줄기 빛이 달려들었다.
한제의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내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신통술을 노린 공격이로군.”
한제가 주먹을 꽉 움켜쥐자 소인은 손바닥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곧 큰 혼란이 따를 것 같은데⋯⋯.”
한제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발아래 일어난 파문과 함께 사라졌다.
잠시 후, 수천 개의 인영이 허상으로 나타났다. 녹색 도포를 입은 이들은 조금 전까지 한제가 있던 곳을 철저히 살피더니 이내 사라졌다.
한편, 천우주 근처 단해에 파문이 일더니 그 안에서 한제가 나타났다. 그는 마치 해수면 너머를 살피는 듯한 눈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의 금제는 축지성촌으로도 단해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군. 정말 현묘해.”
한제에게 금제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어떤 금제라도 본원을 피해갈 수는 없다. 더욱이 더 많은 금제를 보고 경험할수록 한제로서는 금제의 본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의 금제를 흡수할 수 있다면 내 금제의 본원도 크게 성장하겠군.”
그가 이전에 장혼각에서 보았던 금제들은 강자의 의지가 깃들어 있긴 했어도 현묘함이 부족했다.
한제는 가볍게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오른편에 수십 개의 불빛이 나타나 활활 타올랐다.
그 순간, 사방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녹색 도포의 수련자 십여 명의 허상이 나타났다. 그들은 검은 화염에 뒤덮인 채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살기를 연료로 삼아 타오르는 허상의 화염은 심지어 바닷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다.
사실 한제는 허상의 화염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고 선강대륙에서는 처음 발휘하는 것이었다. 한데 그 위력이 어찌나 막강한지 십여 명의 수련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숨을 거두었다.
이어서 수면 밖으로 나가 단해를 뒤덮은 금제를 관찰하려던 한제가 흠칫 놀라더니 먼 곳을 내다보았다.
“저들이 여기 있었군.”
그는 옅은 미소를 띠더니 자신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날아갔다.
★ ★ ★
대해 깊은 곳, 주작과 현무를 데리고 빠르게 도망치는 백호의 입가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렀다. 뒤에서는 전씨 청년이 입술을 핥으며 잔인한 눈빛을 번득였다.
“꽤나 강력한 육신이로군. 네놈을 꼭두각시로 삼아주마.”
“우리 무극종에 들어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죽음만은 면하게 해주겠다.”
백면 청년 또한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호는 그들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질주했다. 허나 두 추격자와의 거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때, 백면 청년이 손에 든 부채로 전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 줄기 푸른 기운이 부채에서 튀어나와 번득이는 금갑(金甲) 선인이 되더니 포효를 내지르며 백호를 향해 금색 검을 휘둘렀다.
쐐액!
백호는 곧장 몸을 틀며 호랑이의 허상을 소환했다. 이 허상은 그대로 금갑 선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