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14
선단이 무너지다
아홉 번째 소용돌이 안의 운공은 신중하게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소용돌이는 콰쾅 소리와 함께 응집해 눈 깜짝할 사이 그 폭이 1백만 척으로 줄었다. 드넓은 단해의 바닷물이 이 순간 폭 1백만 척의 소용돌이로 제련된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녹마주 수련자들의 표정에 흥분한 기색이 어렸다.
운공도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하늘을 향해 낮게 호통을 치는 한편 온몸의 수준을 폭발시켰다. 그의 수준은 매우 기이해, 폭발 후에도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을 뒤덮을 듯 강력한 검기가 휘몰아치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 검기는 곧 사방을 뒤덮었다.
“스승님은 내게 단해를 선단으로 응집하라 하셨다. 내 명성을 한층 더 드높여 나머지 세 천재를 능가하는 동주 최고 기재가 되게 하기 위함이지. 그 후 선족의 황성이 있는 중주로 가서 조묘(祖廟)에 진입할 자격을 얻을 것이다!”
운공이 눈을 번득이자 반경 1백만 척의 바닷물은 다시 응집해 그 폭이 50만 척으로 줄었고 또다시 수축해 이제 30만 척으로 줄어들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단해의 바닷물은 폭 30만 척의 소용돌이로 응집되었고 나머지 지역은 해초와 산호로 뒤덮인 대지를 드러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동시에 바닷속의 수많은 짐승들은 분분히 터져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단해 전역에 콰르릉 하는 거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전보다 더 진지해진 표정으로 운공은 계속해서 결인을 그렸고 그러자 바닷물은 다시 응집해 폭이 10만 척으로 줄었다.
사실 이 작업은 운공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기에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
응집된 바닷물의 폭이 10만 척으로 줄어들었을 때,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옥병을 하나 소환해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병이 깨지며 그 안에서 한 방울의 금색 액체가 튀어나왔다. 그 순간, 주위는 매우 짙은 선기로 가득 찼다.
운공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손짓을 했고 그러자 금색 액체는 곧장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바닷물로 날아들었다.
“이전에도 단해에서 선단을 제련하려 시도한 자가 있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기반이 되는 보조약이 없었기 때문이지. 이것이 바로 그 보조약이 될 것이다!”
매우 귀한 이 금색 액체는 일찍이 단해를 형성한 선단에 속해 있었다. 녹마주에서 오랜 시간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손에 넣은 이 액체를 이용해야만 단해를 선단으로 응집해낼 수 있었다. 이것 없이는 바닷물을 10만 척 아래로 응집할 수 없었다.
“난 내 손으로 직접 선단을 응집해 천우주의 장벽을 폭파시켜 선강 대륙 전역에 내 이름을 널리 알릴 것이다! 으하하핫!”
운공이 호탕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금색 액체를 흡수한 바닷물은 격렬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마치 끓어오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바닷물의 소용돌이는 처음으로 그 한계를 깨고 폭이 5만 척, 3만 척, 그리고 1만 척으로 줄어들었다.
“응집할수록 선단의 위력은 강력해지지. 1만 척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두 눈을 감은 운공은 체내로부터 발산한 검기로 소용돌이를 감싸 응집시켰다. 덕분에 그의 신식은 완전히 단해에 녹아들었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서 수만 명의 수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소용돌이는 재차 수축해 그 폭이 8천 척, 5천 척, 3천 척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폭은 1천 척을 향해 빠르게 응집되어갔다.
이제 바닷물로 이루어진 소용돌이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대신 우렁찬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선단 반 개의 형태가 어렴풋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후의 응집을 앞둔 이 선단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 자칫하면 완전히 응집되기 전에 폭발해버릴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가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결과를 맞게 될 터였다.
녹마주 수련자들이 단해 안의 천우주 수련자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처리하고 아무런 문제도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응집을 시작한 이유였다.
허나 이곳에 드리운 금제 때문에 누구도 한제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금제는 현재 한제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자신의 기운을 진 안으로 숨기고자 한다면 누구도 감지할 수 없을 터였다.
선단의 완성을 눈앞에 둔 이때, 운공으로부터 1만 리 떨어진 해저의 바짝 마른 해초 안에서 돌연 한 줄기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바로 한제였다.
한제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한 발 앞으로 나섰고 찰나의 순간 사라졌다가 폭이 거의 1천 척으로 줄어든 소용돌이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수만 명의 눈과 신식이 한제에게 쏠렸다. 이들은 한제의 존재를 감지한 순간 경악했고 반응이 빠른 몇몇은 곧장 그에게 달려들었다.
“늦었다!”
그들은 매우 빨랐지만 한제가 좀 더 빨랐다.
다시 한번 진에 녹아든 그는 운공으로부터 1천 척 떨어진 바닷물에 나타나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려 붉은 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검이 향한 곳은 운공이 아닌 바닷물 소용돌이였다.
“멈춰!”
“그만둬!”
하늘을 뒤흔들 듯 우렁찬 고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한제를 방해하려 했다. 하지만 한제의 의지는 그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운공은 온 심신을 바닷물에 녹여 넣은 상태라 분신을 낼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절묘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동주 4대 천재의 하나인 운공이 그리 쉽게 당할 리는 없었다.
한제가 검을 휘두른 순간, 두 눈을 번쩍 뜬 그는 곧장 혀끝을 깨물어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바닷물에 녹여 넣었던 신식을 빠르게 거두었다.
운공이 뱉어낸 피는 곧장 한 자루 검영이 되어 한제가 휘두른 붉은 검과 충돌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제는 피를 토해냈고 붉은 검은 튕겨나갔다.
운공 역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그의 검영도 무너져 내렸다.
“너로구나!”
운공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외쳤다. 그는 지금 바닷물로부터 신식을 거의 다 거둔 상태로 남은 신식마저 거둔다면 자유롭게 한제와 맞설 수 있을 터였다. 아주 잠깐만 한제를 막아선다면 곧 수만 명의 수련자가 도착할 테고 그렇게 되면 상대를 저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허나 철저한 계획을 세운 한제가 운공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끌려가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예측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다가오는 적들이 이곳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계산해둔 상태였다. 또한 자신이 금제를 장악한 이상 저들은 진에 녹아들어 순간이동을 할 수도 없었다.
적들이 한제로부터 수천 척 거리에 이른 그때, 단해를 뒤덮은 금제는 작용이 반대로 바뀌었다. 즉, 본래 들어올 수는 있지만 나갈 수 없는 금제였다면 이제 나갈 수는 있지만 들어올 수는 없는 금제로 바뀐 것이다.
콰쾅!
펑!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금제에 수많은 녹마주 수련자가 충돌하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충격에 진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제가 원한 것은 저들을 완전히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잠깐의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운공의 신식이 완전히 거두어지려는 찰나, 돌연 나타난 화염 본원 진신이 뒤로 나가떨어지고 있던 붉은 검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곧장 검을 크게 휘둘렀다.
화르륵!
불바다가 일어났다. 이 불바다는 좀 전에 한제가 붉은 검을 휘둘렀을 때 발휘된 검기와 똑같은 속도와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바로 한제의 진정한 노림수였다.
불바다와 같은 검기는 순식간에 소용돌이를 그대로 관통했다.
“안 돼!”
경악과 분노로 가득한 운공의 포효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검기에 적중당한 바닷물 소용돌이는 순간 우뚝 멈췄다. 동시에 폭이 1천 척에 달하는 바닷물 소용돌이 안에서는 파멸적인 기운이 발산됐다. 온 세상을 수천 번을 파괴하고도 남을 듯 어마어마한 기운이었다.
소용돌이가 갈라지면서 파멸적인 기운이 발산된 순간, 그 안에 담긴 신식을 완전히 거둬들이지 못한 운공은 중상을 입고 피를 왈칵 토해냈다. 동시에 그는 곧장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 순간, 그는 한제에 대해서도 바닷물 소용돌이에 대해서도 생각할 틈이 없었다. 비록 이곳에 있는 것은 분신일 뿐이지만 만약 이 분신이 죽어 이를 이루고 있는 검기가 무너져 내린다면 본체 역시 회복하기 어려운 중상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상공에서 달려들던 수만 명의 수련자는 그 순간 심신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킬 듯 무시무시한 기운이 온 세상을 뒤덮고 금제마저 무시한 채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단이 폭발한다!”
수만 명의 수련자는 하나같이 혼비백산해 반사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에 녹아들어 순간이동을 하려 했지만 한제가 장악한 금제는 그들을 방해했다.
몸을 홱 튼 한제는 곧장 천우주 쪽으로 한 걸음 내딛어 발아래 나타난 파문과 함께 사라지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갈라진 바닷물 소용돌이에서 온 세상을 뒤흔들 법한 소리가 울렸다. 천우주와 녹마주에까지 울려 퍼질 만큼 우렁찬 소리였다.
콰르릉!
단해 상공의 수많은 수련자는 피를 토해냈고 고막이 터질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운공은 절망감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절대 네놈을 살려두지 않겠다!”
그가 목청이 터져라 외친 순간, 바닷물 소용돌이가 폭발했다.
퍼펑!
하늘은 왜곡됐고 대지는 진동했으며,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파멸적인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선단이 완성되기 전에 폭발해버린 것이다.
본디 천우주 근처에서 터져 장벽을 무너뜨리고 천우주의 대지를 뒤흔드는 것이 계획이었다. 허나 선단은 단해 정중앙에서 폭발했고 이로 인해 천우주뿐만 아니라 녹마주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선단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운공은 그 파멸적인 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한제는 갑자기 덮쳐온 파멸적인 힘에 휩쓸리기 직전에 가까스로 축지성촌을 발휘해 사라질 수 있었다.
파멸적인 힘이 휩쓸고 간 대지는 층층이 와해되고 터지면서 그 아래 어두컴컴한 우주 같은 허무를 드러냈다.
파멸적인 힘은 계속해 몰아쳐 눈 깜짝할 사이 온 단해를 뒤덮었다. 단해는 순식간에 세상에서 사라졌고 거의 동시에 천우주와 녹마주의 대륙에도 파멸적인 힘의 영향이 미쳤다.
콰콰쾅!
천우주 전역이 바르르 진동했고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천우주의 장벽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녹마주 역시 우렁찬 소리와 함께 대지가 벌어지고 산봉우리가 무너져 내렸다.
이때, 천우주에서는 거대한 소의 허상이 나타나 녹마주 쪽을 향해 소리 없이 포효했다. 그러자 녹마주에서는 녹마주 전체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녹색 전갈의 허상이 나타나 거대한 소에 대적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혼일령(魂一令)
단해로 만든 선단과 너무 가까이 있었던 운공의 분신은 가장 먼저 와해되었고 그의 검기 역시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심지어 단해 자체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단해의 녹마주 수련자 중 1만여 명이 죽었다.
나머지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들의 죽음 직전 하늘에 거대한 허상이 나타났다. 인간의 형태였으나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허상은 소매를 크게 휘둘러 아직 남아 있는 녹마주 수련자들을 그 안으로 거둬들였다. 뒤이어 빠르게 뒤로 물러나 가까스로 파멸적인 폭발의 힘에서 벗어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사라지는 순간 부상을 입는 것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단해는 허무가 되어 버렸고 그 근처의 천우주 일부도 무너져 내렸다.
폭발로 인한 충격이 천우주를 휩쓸었고 몇 시진 동안이나 모래 폭풍이 하늘을 뒤덮었다. 선단이 단해 중앙에서 폭발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천우주 근처에서 폭발했다면 천우주는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터였다.
녹마주도 마찬가지였다. 육지는 무너졌고 흙먼지가 안개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를 통해 선단의 비범함과 그 내력의 비밀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선단의 폭발로 형성된 파멸적인 힘은 사흘 뒤에야 서서히 약해져 절반 정도가 사라졌다. 그러나 두 주의 경계를 뒤덮은 모래 폭풍은 여전했다.
한편 녹마주는 이 사흘 동안 침묵했으나 천우주 침략 계획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연합한 3대 종파 제자들로 이루어진 7만 대군은 장로들의 통솔에 따라 다시 출격했다. 이들은 단해에 생겨난 문을 통해 천우주로 돌진했다.
공겁기에 이른 이들이 앞장섰다. 이번 전쟁의 첫 번째 살육자가 될 예정인 이들은 전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세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