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2
한제는 극의 신력을 거두고 앞으로 돌진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획득한 고대 신의 유산을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재구성을 거친 자신의 몸이 대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두 개의 분신이 법보를 꺼내는 사이 한제는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속도는 너무나 빨라서 단숨에 두 개의 분신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두 손은 고대 신에게서 전승받은 결인을 그렸다.
“파괴!”
순간 기이한 추진력이 한제의 두 손으로부터 솟아올랐다. 이 추진력은 두 개의 분신이 든 법보를 뒤흔들었고 힘을 방출하려던 법보는 그 힘에 멈추고 말았다.
이어 한제의 몸이 마치 유성처럼 분신들을 향해 돌진했다. 두 개의 분신은 두 손을 움직여 같은 결인을 그렸다.
이때 한제는 이미 분신과 부딪힌 상태였다. 둘 중 족자를 쥐고 있던 분신은 한제의 돌진에 곧장 무너져 내려 돌조각으로 돌아갔다. 그 족자는 매우 신비로운 물건으로 한제는 분신이 그 힘을 사용하기를 원치 않았다.
남은 분신은 들고 있던 독검을 한제에게 던졌다. 비검이 날아든 순간 한제는 오른손으로 허공에 원을 하나 그렸다. 순간 잔영의 원 하나가 나타났다. 이 잔영의 원은 검은 빛을 번득이며 커지기 시작하더니 날아드는 독검을 막아섰다.
한제는 몸을 날려 남아 있는 분신에게 돌진했다. 그 분신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곧 한제와 추격전을 벌이게 됐다.
하지만 분신은 고대 신의 유산을 전승받아 재구성된 한제의 몸까지 복제해낼 수는 없었다. 속도로 보나 몸의 견고함으로 보나 비교가 되지 않았기에 한순간에 따라잡혔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신체와 극의 신식을 검증한 이상 더는 시간을 낭비할 마음이 없었기에 그는 번개처럼 곧장 앞으로 내달렸다.
남은 70여 리를 한제는 곧장 날았다. 그의 뒤에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그의 앞에는 여러 개의 분신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분신들은 나타나자마자 한제와 부딪히면서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멀리 있는 분신들도 그의 극의 신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번쩍 하는 붉은 번개에 모두 돌로 돌아갔다.
단 몇 초 만에 한제는 파죽지세로 내달려 쇄성란을 벗어났다.
이 돌조각으로 이루어진 고리는 신비로운 신통술로 구성되어 있으나 한제의 극의 신식을 복제해내기에는 무리였다. 만약 재구성된 몸까지 쉽게 복제해낼 수 있다면 고대 신은 그리 신비로운 존재가 되지 못할 터였다.
이 쇄성란을 구성한 수련자들의 수준이 고대 신과 비교할 수 없는데 어찌 그의 몸을 흉내 낼 수 있겠는가?
쇄성란 밖으로 나온 순간, 한제의 마음은 격동하듯 떨려왔다. 고대 신의 땅에 들어가기 전 그는 그저 결단기 중기에 불과한 수련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금제를 완벽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재구성된 몸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혼핵을 갖게 됐다. 이제 한제는 원영기 수련자와 맞붙어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원영기 초기 정도의 수련자라면 신통술과 법보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있었다.
원영기의 수련자가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원영을 생성한 뒤 체내의 영력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수련자가 가진 힘 중 한 가닥만으로도 결단기 수련자를 단박에 굴복시킬 수 있었다.
원영기 수련자가 행할 수 있는 신통술 중 가장 두드러지고 유명한 것은 바로 순간이동이었다.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신통술을 장악한 원영기 수련자 는 3성 수련국 안에서 최고의 지위에 해당함을 의미했다.
그 외에도 원영기 수련자가 행할 수 있는 법술은 매우 많았다. 심지어 같은 법술이라 해도 원영기 수련자가 낼 수 있는 위력은 결단기 수련자가 내는 위력에 수백 수천 배에 달했다.
말하자면 온 수련계의 역사를 통틀어 원영기 수련자를 이기는 결단기 수련자는 매우 적었다. 엄청난 법보를 얻었다고 해도 별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겨우 목숨을 건지는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원영기는 수련자들의 수준을 구분할 때 일종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원영기에 이르러 체내에 원영이 생성되면 진정한 강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원영기 내 단계 간 차이도 매우 커, 각 단계별로 열 배의 차이가 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즉, 같은 원영기라도 후기는 중기의 10배, 초기의 100배에 해당하는 셈이었다. 다만 여기엔 법보 따위의 외부적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원영기 수준의 수련자에 맞붙어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저 한제의 추측일 뿐, 사실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는 어쨌든 결단기 후기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대 신의 땅에서 강해진 극의 신식과 재구성된 몸, 그리고 늘어난 법보 등은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쇄성란 밖으로 빠져나와 주변을 훑어보던 한제의 눈에 전봉과 운비가 들어왔다. 그는 둘 사이의 일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지만 그 두 사람에게 듣고 싶은 것은 있었기에 담담한 말투로 느릿하게 물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성은 어디지?”
한제가 쇄성란 밖으로 걸어 나온 순간 전봉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그런 그가 막 답을 하려던 순간, 운비가 그보다 먼저 나서서 답했다.
“선배님, 이곳에서 1만 리 반경에 성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서쪽으로 3만 리 정도 떨어진 곳에 기린성(麒麟城)이 있습니다.”
운비는 말을 하는 동안 오른손으로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동작이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런 행동은 한제의 관심을 조금도 끌지 못했다. 한제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운비는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그렇게 빼어난 편은 아닐지 몰라도 방중술(房中術)만큼은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궁의 주인을 그렇게 홀리지도 못했을 터였다.
이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한제가 쇄성란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후 그 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 추측을 한 상태였으니 그의 반응에 실망했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상대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면 마궁의 주인이 자신을 쫓아온다 해도 무사할 수 있으리라. 더욱이 이 사람이 자신을 도와 마궁의 주인을 제거해주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녀의 단꿈에 불과했다.
한제는 서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냉담하게 물었다.
“그 기린성에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도 있나?”
“없습니다. 그 기린성에는 화신기 수련자가 없습니다. 사실 수마해에서 화신기 수련자는 기린성 뿐만 아니라 10대 성을 다 뒤진다고 해도 몇 없지요.”
이번에는 전봉이 운비보다 앞서 답했다. 그는 이전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화신기 수련자가 없다?”
한제는 중얼거리며 눈을 번득였다.
“2백 년 전 수마해의 유명한 몇몇 화신기 수련자가 이 쇄성란 안으로 사라진 뒤 수마해에 남은 화신기 수련자는 많지 않게 됐습니다.”
전봉이 얼른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말을 마친 순간, 한제의 반응에 더욱 긴장한 채 식은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서늘한 눈빛으로 전봉을 바라보던 한제는 그보다 더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2백 년 전 사라졌다는 화신기 수련자들이 누구지?”
운비 역시 2백 년 전의 일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선배님,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2백 년 전, 독마궁의 궁주 맹타자 칠해의 땅의 성주 단목극, 현천종(玄天宗)의 종주(宗主) 육욕마군, 그리고 천마동(天魔洞)의 화신기 수련자 고왕까지 네 사람이 이 쇄성란 안으로 들어간 뒤 실종됐습니다.
그들의 문하에 있던 계승자들은 지난 2백 년 동안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들을 찾았지만 결국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한제는 매우 놀랐다. 2백 년⋯⋯ 고대 신의 땅에 들어간 지 벌써 2백 년이 지났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사람을 죽여 입을 막다
놀란 마음을 추스른 한제는 전봉에게 시선을 던졌다. 저자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독마궁의 제자이니 맹타자의 제자인 셈이었다.
한제의 시선을 느낀 전봉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에 철퍼덕 소리가 나도록 꿇어앉은 채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함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일 수도 없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한제는 서늘한 시선으로 전봉을 힐긋 바라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맹타자가 네 스승이렷다?”
전봉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의심은 완전히 흩어져 버렸다. 독마궁의 주인 맹타자는 수마해 안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일반적인 수련자들은 누구든 그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그를 선배님이라고 높게 칭했다.
심지어 그와 동년배인 사람들도 그를 맹 궁주(宮主)라 불렀다. 그는 수마해 안에 몇 없는 화신기 수련자이며 독을 이용한 공격으로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기도 했다.
독을 이용한 공격은 막으려야 막을 수가 없고 색도 냄새도 맛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죽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독에 목숨을 잃게 될 것임을 알게 됐다.
게다가 맹타자는 그 성격도 아주 괴벽하며 수틀리면 문파 하나를 아예 제거해버리기도 했다.
심지어 맹타자의 정체를 알지 못한 수련자 하나가 자신을 비웃었다는 이유만으로 맹타자는 홀로 그 문파를 찾아갔고 한 시진 뒤 그가 그곳을 떠났을 때 해당 문파는 소속 잡역부와 수련생, 정식 제자 심지어 원영기 후기 수련자까지 총 3456명이 모두 숨을 거두었다.
맹타자는 사람을 죽이고 나서 반드시 그렇게 한 이유를 밝혔다. 그를 통해 다른 모든 수련자들에게 자신이 그 사람을 죽인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맹타자의 이름은 수마해 전역에 널리 퍼졌고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런 그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수마해에 얼마 되지 않았다. 전봉이 한제의 말을 듣고 자신의 추측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서⋯⋯ 선배님, 맹 스승님은 분명 저의 스승님이십니다.”
전봉은 감히 거짓말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른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가 한제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지 않고 얼른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소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전봉은 이전에 우연히 당시 궁주의 말을 통해 맹타자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쇄성란에 보물을 찾으러 갔다는 사실과 그가 쇄성란에 간 것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만약 언젠가 쇄성란 안에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 나타나면 그 안에서 스승님이 돌아온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가 방금 쇄성란 안에서 공간의 균열을 보았을 때 뭔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허나 공간의 균열 안에서 걸어 나온 것은 스승도 그와 함께 들어갔던 화신기 수련자들도 아닌 낯선 청년이었다.
한제는 전봉의 말을 다 듣고 잠시 고민했다. 그 사이에 전봉은 오른손을 몰래 저물대로 가져가 검은색 모래를 꺼내 뿌리고는 뒤로 빠르게 물러나 잽싸게 도망쳤다.
그 검은 모래는 악취를 풍겼다. 한제는 그것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저물대를 두드려 비검을 꺼냈다.
모습을 드러낸 독검이 하늘을 뒤덮을 듯 가득 퍼진 검은색 모래를 몇 번 휘젓자 그 검은색 모래에서 초록 불꽃이 일어나더니 안개가 되어 비검에 모조리 흡수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순간, 전봉은 온몸으로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속도를 올렸다. 그 뒷모습을 보던 한제가 오른손을 이마에 얹자 신식의 바다에 있던 혼핵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한제의 미간에서 쏘아지듯 튀어나왔다.
쉬 – 익
허이국의 마혼은 광기어린 기쁨에 사방을 한 바퀴 돌았다.
“마침내 나왔구나!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이 녀석, 도망치지 마라. 내가 맛있게 먹어줄 테니까!”
허이국의 마혼은 연기처럼 변해 전봉을 뒤쫓더니 어느새 그의 몸에 달라붙어 신식을 빨아먹었다. 그러더니 금빛으로 번쩍이는 금단과 그의 저물대를 꺼내 가져와서는 아첨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제를 쳐다보았다.
한제는 금단을 힐긋 보더니 단숨에 입에 넣고 삼켰다. 금단이 들어가자마자 체내의 고신결이 운용되며 몇 초 만에 완전히 흡수시켜버렸다.
한제는 그 금단의 8할이 분해되는 순간 흡수되고 나머지 2할은 영력 상태로 전환됐음을 똑똑히 느꼈다.
금단을 흡수한 한제는 저물대를 품에 넣고 전봉의 시체 쪽으로 손을 뻗었다. 한 덩어리의 불이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라 전봉의 시체로 튀어나가더니 순식간에 재로 만들어버렸다.
운비는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 입장에서 저 백발의 청년은 수준을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특히 그가 사용한 법보는 척 보기에도 원영기 수준은 되어야 사용할 수 있을 법했다.
사실 운비가 잘못 알아볼 만도 했다. 허이국 마혼의 신식은 본디 원영을 변화시킨 것이고 고대 신의 땅 세 번째 관문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거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혼핵의 힘이 컸다. 혼핵을 생성시키면 탄혼은 유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제가 전봉을 죽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자신이 쇄성란에서 나왔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비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은 전봉의 금단을 삼켜버리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독마궁의 궁주도 금단을 그대로 삼키지 않고 약으로 만들어 복용하는데 저 사람은…?
한제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허나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저자를 죽여주었으니 너는 무엇으로 보답을 하겠느냐?”
덜덜 떨며 고개를 든 운비는 억지로 스스로를 안정시키며 미소를 내지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떨림마저 어쩌지는 못했다.
“서⋯⋯ 선배님, 저와 전봉은 서로 알지 못합니다.”
한제는 말없이 그저 무심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운비는 그 눈빛에서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초조해졌다. 상대는 태생적으로 무정한 사람인 듯했다.
여인이라는 이유로 관용을 기대하기란 힘들 것 같았다. 만약 그를 만족시킬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녀의 앞에 놓인 것은 죽음뿐일 터였다.
운비는 총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방금 벌어졌던 일들을 통해 상대가 쇄성란 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전봉은 죽었으니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이제 그녀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