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46
노인은 의아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다가 왼손을 높이 쳐들어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그의 체내에서 세 개의 모래알이 튀어나왔다. 마치 피에 흠뻑 물든 듯한 암적색 모래알들이었다.
세 개의 모래알을 내려다보던 노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그의 가문에서 수만 년간 막대한 수고를 들인 끝에 얻어낸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흙의 본원의 힘을 품고 있는 이것은 소문에 의하면 선조(仙祖)가 첫 번째 대륙을 창조했을 당시 탄생한, 흙의 본원을 담은 아홉 개의 모래알이었다. 나머지 여섯 개 중 다섯 개는 다른 이들이 흡수해 흙의 본원이 됐고 나머지 하나는 하나의 대륙이 됐다. 그 위에 세워진 것이 중주의 황성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이 세 개의 모래알은 더없이 가치가 높은 것이다.
노인은 그중 한 알을 한제에게로 던졌다.
모래알이 체내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곧장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한제의 몸을 감싼 황토층은 빠르게 증폭해 육신을 완전히 감싸 폭이 90척에 달하는 거대한 공이 됐다.
흙으로 이루어진 공은 짙은 흙 본원의 힘을 발산했다. 그리고 9일이 지나자 빠르게 수축해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더니 한제의 체내로부터 다시 확산됐다.
이런 과정을 여덟 번이나 반복한 끝에 모래알은 서서히 효력을 잃어갔다. 그러자 제사장은 두 번째 모래알을 한제에게 내던졌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한제 주위로 일어난 흙 본원의 기운은 이전과 같은 과정을 되풀이했다.
그렇게 아홉 번째 순환이 완성되면서 한제의 체내에서는 어마어마한 흙 본원의 힘이 발산됐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아홉 번째 본원이 나타난 순간, 모래알에 담겨 있던 본원의 힘은 완전히 흩어져 버리지 않고 그 본원으로 몰려들어 진신(眞身)을 빠르게 응집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제사장은 흥분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왼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세 번째 모래알이 곧장 한제에게 달려들어 체내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흙의 본원이 콰쾅 하고 증폭하기 시작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 비쩍 말라 있던 한제의 몸을 회복시켰고 모든 상처를 아물게 했다.
한제 체내에 자리 잡은 흙의 본원 역시 곧장 증폭하기 시작하면서 세 번째 모래알에 들어 있던 본원의 힘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러자 한제의 체내에는 세 번째 본원 진신이 응집될 조짐이 보였다.
허나 그 안에 한제의 의지가 주입되지 않는 이상 진신은 완벽하게 응집될 수 없었다. 대신 한제의 원신이 천역주의 보호막을 벗어난다면 그는 단번에 흙의 본원과 천둥번개의 본원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진신을 손에 넣게 될 터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의 수준은 공령기 절정에 머물러 있더라도 그 힘은 몇 배나 증폭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 한제는 무려 아홉 개의 본원을 갖춘 상태였다. 원신이 나오기만 한다면 아홉 개의 본원을 통해 곧장 공현기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저자의 본원 중 세 개는 허상의 본원, 두 개는 특수 본원, 나머지 네 개는 실체의 본원이로군. 나로서는 특수 본원과 허상의 본원을 건드릴 수는 없지만 실체의 본원 네 개는 얼마든지 진신으로 응집할 수 있지!”
제사장은 격앙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난 몇 년간 준비해온 것을 마침내 가질 수 있게 됐구나!”
제사장은 두 눈을 번득이며 왼손을 들어 몸 곳곳을 두들겼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튀어나온 기이한 물건들이 사방으로 떠올라 눈부신 빛을 번득였다. 마치 몸을 저물대로 삼아 가문에서 지난 수만 년간 준비해둔 수많은 물건을 저장해둔 듯했다.
이 물건들은 녹마의 부활을 위해 준비해서 특수한 방식으로 역대 제사장들의 체내에 봉인해둔 것들이었다. 이렇게 봉인된 물건들은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대천존 정도의 강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다른 이가 취할 수 없었다.
“분명 도고일맥의 육신이야. 허나 도고의 육신은 단단하기는 해도 탄성은 부족하지. 9만 년 묵은 선수(仙樹)의 가지로 저 몸을 더욱 파괴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제사장은 왼손으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어 서늘한 기운을 발산하는 검은 나뭇가지를 하나 소환했다. 선강 대륙에서도 극히 드물어 노인의 가문에서 막대한 대가를 들인 끝에야 겨우 얻은 나뭇가지였다.
노인이 가볍게 휘두르자 나뭇가지는 강력한 힘을 한 줄기 품은 채 한제의 육신을 향해 돌진하더니 곧장 터져버렸다.
이어서 검은 가루로 변하더니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줄기줄기 허상의 선이 되어 한제 전신의 땀구멍을 통해 스며들었다.
한제의 육신에 긴밀하게 뒤섞인 이 허상의 선은 그의 체내에 빽빽한 그물을 형성했다.
한제의 육신이 기이하게 꿈틀거리더니 강력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제 단순히 고족의 육신을 뛰어넘어 견고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탄성을 가져 더욱 파괴하기 어려운 육신이 된 것이다.
“저자의 두 눈에는 예리함이 부족해. 다른 사람을 단박에 굴복시킬 수 있는 위엄이 없지. 난 당시 선조와 싸우다가 무너져 내렸던 녹마님의 꼬리 조각으로 저 육신에 강력한 위엄을 부여할 것이다! 이제 저자는 눈만으로 다른 수련자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게 될 게야!”
제사장은 광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왼손을 휘둘러 손바닥만 한 금색 조각을 소환하더니 한제에게로 내던졌다.
이 금색 조각은 나무 같기도 금속 같기도 했고 그 위에는 어두운 색의 문양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예리하고 강력한 기운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문양들이었다. 무궁무진한 검기 같은 그 기운은 밖으로 발산되자마자 공간을 가득 채웠다.
쉬익!
순간 검기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녹색 공간을 맴돌면서 거의 모든 녹색 빛을 붕괴시켰다. 그 빛을 이루고 있던 전갈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그 금색 조각을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이내 한제에게로 향해 체내에 녹아든 금색 조각은 눈 깜짝할 사이 그 육신과 융합해 한 줄기 금색 기운이 되어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 순간, 한제의 몸에서는 돌연 강력한 위엄이 발산됐다. 이 위엄은 마치 실체를 갖춘 것처럼 강력한 압박감을 품고 있어 제사장조차 벌벌 떨었다. 한제의 육신이 원신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원신의 힘까지 더해졌다면 이 위엄은 더욱 거세고 묵직해졌을 것이다.
녹마로(綠魔爐)
노인의 뒤를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녹마사자 역시 표정이 급변했다. 한제를 향한 그들의 눈빛은 매우 진중했다.
“저자의 경맥은 고족의 것이지만 녹마님이 사용하시기에는 부족해! 아쉽게도 저자를 선고동체(仙古同體)로 만들 수는 없으나 저항력을 야기하지 않으려면 또 다른 경맥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녹마님께서 강림하셨을 때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을 테니!”
제사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소매를 휘둘러 네 개의 나뭇잎과 단약 여섯 개, 세 개의 얇고 붉은 실과 세 개의 회색 돌을 소환해 한꺼번에 한제에게 던졌다.
그중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수많은 수련자가 목숨 걸고 얻으려 할 물건들이었으나, 노인은 조금도 아까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것들은 한제의 몸에 떨어져 가루가 되더니 그 육신에 융합했다.
그중 가장 귀한 얇고 붉은 실은 선조의 머리카락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세상에서 그것을 끊어낼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었다.
한제의 체내에 녹아들어 천천히 그의 몸을 아홉 번 맴돈 이 실은 이내 처음과 끝이 맞닿았고 순식간에 두 번째 경맥을 형성했다.
이제 한제는 원신으로 육신을 통제하기만 하면 고족과 선족의 신통술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그 누구도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
한제는 예상보다 더욱 큰 행운들에 놀란 심신을 애써 진정시켰으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노인의 가문이 수만 년간 해온 준비는 실로 엄청났다.
“녹마님이 부활하시면 이 세상마저 베어버릴 수 있을 만큼 예리한 법보가 필요할 터. 외부가 아니라 내부적인 것이어야 더욱 흡족하시겠지. 수만 년간 수집해온 9만 종이 넘는 재료에다 엄청난 대가를 들여 선강 대륙에 진압된 스물아홉 혼의 일부를 뽑아내서 제련한 이 칼이면 적합할 것이다. 이 칼은 비록 선강의 영겁(靈劫)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영겁을 통과하기만 한다면 대천존이라도 두려워할 법보가 될 터!”
제사장은 두 눈을 붉게 번득이며 왼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서늘한 안개가 나타나 그의 주위를 휩쓸더니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서늘한 안개 안에는 마치 굽은 척추처럼 생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칼이 숨겨져 있었다.
“이 정도 법보는 어떤 저물공간에도 담을 수 없지. 오직 몸의 일부로 융합할 수 있을 뿐. 일단 저자의 오른뼈에 심어둬야겠군. 앞으로 그 칼은 선강 대륙 곳곳에 이름을 떨칠 것이야! 으하하하!”
마치 젊음을 되찾기라도 한 듯 제사장은 이제 기침조차 멎은 상태로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질렀다.
서늘한 안개는 순식간에 한제의 체내에 녹아들어 오른손에 응집됐다. 그러자 한제의 오른손은 곧장 검게 변했고 검은 서리로 뒤덮였다. 만년이 지나도록 녹지 않을 듯 차가워 보이는 서리였다.
쩌적!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한제의 오른손에는 9척 길이의 칼 한 자루가 손바닥을 뚫고 자라났다.
칼이 나타난 순간 녹색 공간 안에는 폭풍이 일었다. 이 폭풍은 무서울 정도의 한기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퍼져 나가 공간을 얼음으로 뒤덮었으나 제사장의 도포는 이를 막아냈다.
허나 그의 뒤에 있던 두 명의 녹마사자에게는 그런 현묘한 물건이 없었는지 이들은 표정이 굳더니 순식간에 몇 걸음 물러났다. 허나 결국 얼음으로 뒤덮였고 심지어는 속눈썹까지 꽝꽝 얼어버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포효하며 온힘을 다해 한기에 저항했다.
사실 한제의 손을 뚫고 자란 칼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만약 여기에 한제의 원신이 가진 힘이 더해지고 혼개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그 위력은 더욱 증폭해 온 세상을 들썩이고 귀신조차 울부짖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사장이 그 칼을 한 번 휘두른 것만으로도 그 안에 담겨 있던 스물아홉 개의 혼까지 튀어나와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는 녹마사자들조차도 도저히 저항해낼 수 없었다. 공겁기 후기 수련자라 해도 이 칼의 위력 앞에서는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음도(陰刀)는 오직 녹마님만이 가지실 수 있지!”
녹색 도포에 가려진 노인의 얼굴은 기이한 붉은색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두 눈은 잔뜩 격앙된 채, 그는 한제의 오른손을 뚫고 나타난 음도가 천천히 수축해 손바닥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호탕하게 웃었다.
허나 웃음은 이내 뚝 끊기더니 곧 기침으로 이어졌고 머지않아 그는 기침마다 피까지 토해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생기는 마치 삶의 끝자락에서 잠시 찾아온 회광반조(回光返照)인 듯했다.
“아홉 개의 본원, 탄성을 가진 강력한 육신, 두 눈의 위엄, 선조의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경맥, 여기에 오른손의 음도까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허나 한 가지… 본원 진신은 셋뿐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진신을 응집시키겠다!”
중얼거리던 노인은 왼손을 휙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로 떠오른 여러 물건에서는 눈부신 빛이 발산됐다.
“선해혼모(仙海魂母)!”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어스름한 빛이 나타났는데 그 안에서는 한 덩이 순수한 물의 본원이 발산됐다. 그 안에 대체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매우 강력한 본원의 기운이 사방을 뒤덮고 층층이 물결을 일으켰다.
이것은 노인의 가문에서 전쟁까지 일으켜서 빼앗아온 것으로 녹마의 부활 후 부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물건이었다. 허나 지금, 제사장은 한제의 육신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범몽유수(凡夢幽水)!”
노인은 왼손을 휘두르면서 검은색의 자기병을 한제에게 던졌다. 그 안에는 단 한 방울의 물만 들어 있을 뿐이었으나, 이는 노인의 가문에서 오랜 세월 일반인들의 꿈을 수집해 물로 응집시킨 것이었다. 그렇기에 본디 허상이었으나 그 안에는 물의 본원의 힘이 담겨 있었다.
“도심융액(道心融液)! 수선지혈(水仙之血)! 천지수원(天地水源)!”
제사장의 외침에 따라 주위에 떠 있던 물건들이 하나둘 한제에게 날아가다가 폭발해 체내로 스며들면서 이미 굳어버린 혈액에 짙은 물 본원의 힘을 부여했다. 그러자 한제의 물 본원은 폭발적으로 증폭하기 시작했다. 허상의 동림지에서나 느껴보았던 어마어마한 수준의 증폭이었다.
한제는 물의 본원이 기이한 방식으로 진신을 응집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사용된 물건들은 하나같이 매우 귀한 것들이었다. 만약 한제가 직접 그런 물건을 얻으려 했다면 수천 년은 걸렸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제의 물 본원으로 형성된 진신은 점차 또렷해져갔다. 완전한 진신으로 응집되기까지는 아직 한참 부족해 보였으나 제사장은 진신이 완성될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는 돌연 혀끝을 깨물어 한 움큼의 피를 뱉어냈다. 동시에 녹색 도포에 가려진 그의 육신은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내뱉은 피 안에는 그의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힘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한 움큼의 피에는 그의 수명 중 8년에 해당하는 생기가 담겨 있었다.
이 피는 곧 안개로 확산돼 한제의 온몸을 뒤덮었다.
제사장은 이어서 또 한 번 혀끝을 깨물어 피를 내뱉었다. 그 피에도 마찬가지로 8년의 수명에 해당하는 생기가 담겨 있었다.
제사장의 가문 대대로 전해 내려온 힘과 생기가 담긴 피가 체내로 스며든 순간, 한제는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동시에 그의 체내 물 본원은 더욱 빠르게 응집하면서 피가 더 빨리 돌게 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한제의 체내로부터 하늘을 뒤흔들 듯 어마어마한 물 본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응집하더니 네 번째 진신을 완성해냈다.
진신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안에 누구의 의지도 깃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원하기만 한다면 한제는 당장이라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제는 또 참고 기다렸다.
‘긴 싸움, 이제 약간의 승리를 거두었다. 허나 완벽한 승리까지는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제사장 가문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물건의 절반 이상은 한제의 체내로 흡수된 상태로 남은 것은 네다섯 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편, 제사장은 마치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15년도 채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이 들인 어마어마한 대가 그리고 짙은 피로 따위는 잊은 듯 흥분해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녹마의 강림과 부활을 곧 목격하게 되리라는 강한 확신과 희망뿐이었다.
“저 육신은 이제 완전해졌다. 녹마님이 강림하시면 기뻐하실 게야. 이제 남은 것은 저 육신을 잘 제련해 녹마님께 적합한 전갈로 바꾸는 것뿐.”
제사장이 왼손을 휘두르자 그의 주위에 떠올라 있던 남은 물건들이 모두 돌진해 가루가 되어 한제를 에워쌌다.
콰르릉!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물러나 있던 수많은 전갈은 일제히 비명을 내지르며 녹색 빛으로 무너져 내려 한제 주위를 에워쌌다. 이어서 공간 자체가 수축하더니 곧 한제를 감싼 거대한 녹색 단로가 되었다.
폭이 무려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녹색 단로 안에서는 녹색 전갈의 기운이 짙게 느껴졌다. 노인의 주위에 남아 있던 희귀한 물건들 역시 하나로 응집해 한제의 몸을 변화시킬 녹마로(綠魔爐)를 형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녹마사자! 너희의 수준으로 불을 피워라!”
제사장이 기침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격앙된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이에 두 명의 녹마사자는 즉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녹마로 옆에 가부좌를 틀었다. 뒤이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그들의 정수리로 원신이 나타나더니 녹마로를 향해 대량의 원신의 기운을 뿜어냈다. 이 기운은 화염이 되어 단로를 데우기 시작했다.
한편, 한제의 육신은 녹마로에 담긴 순간 바르르 경련을 일으켰고 체내에서는 타다닥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단로 안에서는 녹색 연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라 사방에서 한제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이 연기에는 순수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고족의 기운도 선족의 기운도 아닌 이 세상 자체의 힘이었다. 이 힘은 녹색 마갈에게 속한 것이지만 동시에 한제에게 속한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