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55
마갈 사당에서 겪은 고통들도 떠올랐다. 도마종 종주가 자신을 붙잡아 넘겼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도마종의 그 누구도 단 한 명도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도마종 소속임을 원망하며 죽어가라!”
한제는 차게 내뱉으며 오른손을 뻗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불바다가 일며 99마리의 화룡이 되더니 도마종을 에워싼 채 층층이 봉쇄했다.
뒤이어 나타난 천둥번개가 하나로 연결돼 그물을 형성하더니 불바다에 녹아들면서 봉쇄선을 더욱 삼엄하고 빽빽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대규모의 금제였다. 금제는 화염과 천둥번개를 연결하고 긴밀하게 융합시키며 강력한 위압감을 발산했다.
작업을 마친 한제는 도마종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갔다. 걸음마다 콰쾅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고 그의 체내에서 발산된 강력한 살기들이 도마종으로 돌진했다.
한 걸음에 수천 척씩 나아간 한제는 순식간에 도마종을 뒤덮은 안개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저 깊은 곳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콰쾅!
좌선을 하고 있던 3만여 명의 도마종 수련자는 이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나더니 분분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뒤덮은 안개가 격렬하게 꿈틀거리더니 그 안에서 열여덟 개의 거대한 허상이 나타나 한 사람을 에워싸고 공격했다.
“적이다! 모두 진을 배치하라!”
초조한 기색이 어린 목소리가 도마종 북쪽 산봉우리에서 울려 퍼지더니 붉은 구름 한 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 안에는 붉은 도포를 입은 한 중년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를 감싸고 있던 붉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안개를 향해 돌진했다.
도마종 안에서는 수십 갈래의 긴 빛이 튀어나왔다. 도마종에 남은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로 이들은 모두 진중한 표정으로 안개에 녹아들었다.
잠시 후, 도마종 서쪽에서 한 줄기 금색 빛이 다가왔다. 붉은 도포를 입은 사내 곁에 이른 금색 빛은 이내 한 노인으로 변했다. 안색이 매우 어두운 노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뒤덮은 안개를 바라보았다.
“감히 우리 도마종의 보호진에 난입하다니. 대체 어떤 자이기에 이렇게 방만하게 구는 것인지 봐야겠군!”
말을 마친 그는 안개를 향해 몸을 훌쩍 날렸다.
두 주에서의 결전
한편, 한제는 온몸을 하얀 도포로 감춘 채 차분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안개로 이루어진 열여덟 개의 허상이 그를 에워싼 채 포효하며 무시무시한 기운과 함께 달려들었다.
한제는 도포에 가려진 눈을 서늘하게 번득이며 오른손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시천!”
한제의 외침과 함께 안개로 뒤덮여 있던 도마종 상공에서는 콰쾅하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한 줄기 큼지막한 균열이 일더니 그 안에서 몇 채의 산봉우리를 엮은 것처럼 거대한 두 팔이 쑥 빠져나왔다. 이 팔은 도마종을 뒤덮고 있는 안개를 향해 아래로 내려왔다.
이 거대한 두 팔은 놀랍게도 안개를 거머쥐더니, 곧장 그 안개를 바깥쪽으로 확 찢어냈다.
콰르릉!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도마종 상공의 안개는 두 갈래로 갈라져 버렸다. 그리고 안개의 보호를 잃은 도마종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광경에 도마종 수련자 3만여 명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충격에 영혼까지 기겁했을 정도였다.
도마종의 보호진이 형성된 이래 지금껏 누구의 침입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충격적인 방식으로 파괴된 적은 없었다.
안개 진이 거대한 두 팔에 의해 그대로 찢겨나간 찰나, 갈라진 안개 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그 안개에 녹아들었던 세 번째 단계 수련자 수십 명이 다급하게 빠져나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피를 토하고 있었고 몇몇은 안개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그대로 터져나가기도 했다. 두 팔이 안개에 가한 어마어마한 힘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금색 도포의 노인도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허겁지겁 그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두 눈에서 깊은 두려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진은 금존의 전력을 다한 공격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허나 지금 단숨에 둘로 갈라져 파괴됐다.
“대,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기에…?”
환히 드러난 도마종의 상공. 한제는 말없이 서늘한 눈빛으로 충격에 빠진 3만여 명의 수련자들을 내려다보았다.
“누구십니까? 우리 도마종을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금색 도포의 노인이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도마종의 누군가에게 원한이라도 품으신 겁니까!”
노인뿐만 아니라 붉은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 역시 심신이 떨려왔다. 그는 공겁기 후기 수준이었지만 자신은 도마종의 보호진을 방금 전 본 것과 같은 방식으로 파괴할 수는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이러할 정도이니 요행히 살아남은 다른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이 어떤 심정일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제를 향한 이들의 눈에는 짙은 두려움이 어려 있었다.
“나를 잊은 모양이지? 허나 나는 너희들을 기억하고 있다.”
상공에서 이들을 슥 훑어보던 한제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이른 곳은 멀리 떨어진 호수 안의 작은 섬이었다.
한제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도포를 거뒀다. 햇빛 아래 숨 막힐 듯 서늘한 표정으로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1백 년 전, 맹토주와의 경계에서 있었던 살육을 기억하느냐!”
한제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금색 도포 노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는!”
“이, 이한제!”
금색 도포의 노인과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는 단번에 한제를 알아보았다. 1백여 년 전 맹토주와의 경계에서 있었던 일은 충격적이었다. 만약 종주가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를 사로잡지 못했을 터였다.
한제를 알아본 것은 두 명의 공겁기 수준 수련자만이 아니었다. 수십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 중 당시 그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은 모두 한제를 알아차린 상태였다.
“내가 그때 그랬지.”
한제는 호수 위의 섬으로 향했던 시선을 거둬 아래 수련자들을 내려다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극심한 고통과 함께 손바닥을 뚫고 자라난 음도에서 서늘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만약 이 이한제가 살아남는다면⋯⋯.”
빠르게 자라난 음도는 눈 깜짝할 사이 10척 이상에 달했고 계속해서 늘어났다.
“반드시 너희 종파를 멸하겠노라고!”
음도의 길이는 어느덧 30척에 이르러 한제보다 훨씬 거대했고 햇빛 아래 서늘한 빛을 번득였다. 그리고 한제 체내에서는 짙은 음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제는 곧장 아래로 돌진했다.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도마종의 모두를 도륙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사람 머리로 이루어진 탑을 쌓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금색 도포 노인의 표정은 급변했다. 허나 그는 한제에게서 풍기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또렷하게 느끼면서도 뒤로 물러나지는 못했다. 도마종 내 대존으로서 자신이 상대에게 맞서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곁에 있던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와 함께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는 혼개를 착용하지 않고도 공겁기 후기 대존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게 된 한제는 두 명의 공겁기 수련자를 향해 음도를 휘둘렀다.
“죽어라!”
그의 입에서는 하늘을 뒤흔들 듯 우렁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죽어라!”
동시에 그의 뒤에 나타난 오행 진신 역시 오른손에서 자라난 음도를 휘두르며 똑같이 포효했다.
“죽어라!”
오행 진신의 뒤에서는 천둥번개 본원의 진신도 번득이는 전광이 흐르는 음도를 휘두르며 외쳤다.
중첩된 세 개의 목소리는 우렁찬 음파가 되어 세상 모든 소리를 제압하고는 도마종 내 모든 수련자의 심신을 진동시켰다. 그들의 눈빛은 하늘에 나타난 세 개의 똑같은 인영에 집중된 상태였다.
★ ★ ★
도마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천우주와 녹마주의 교전은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1백 년이 넘도록 이어진 두 주의 전쟁이 점차 확대돼 전화로 인한 불길과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천우주의 대부분 영역에 미쳤다.
수많은 녹마주 수련자는 텅 빈 단해를 넘어 천우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중에는 녹마주 3대 종파에 속한 여러 강자는 물론이고 대존에 이른 수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녹마주 대군은 천우주의 여러 보호막을 무너뜨리고 파고들었고 둘로 나뉘어 각각 대혼문과 귀일종을 에워싼 채 마지막 공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금존에 이른 녹마주의 세 선조 중 폐관수련 중인 도마종 종주를 제외한 두 사람이 대혼문 밖에 있었고 귀일종은 여러 대존의 공격을 받는 중이었다.
1백 년이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세 번째 단계의 강자 심지어 대존도 죽었을 정도였다.
한데 이 전쟁을 계기로 별처럼 빛나며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된 이들도 있었다. 천우주의 운일봉이 그중 하나였다. 지난 1백여 년 동안 수많은 녹마주 수련자를 처리한 운일봉은 특히 팔도참신혼술(八刀斬神魂術)로 유명했다. 그는 몇 달 전에 마갈 사당을 떠나 비술을 통해 천우주로 돌아와 막바지에 이른 전쟁에 참여했다.
당지아와 변운 두 사람 역시 천우 혼개의 힘을 빌려 이 전쟁에서 명성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녹마주에도 이런 자들이 있었다. 한제에게 두 번이나 죽임을 당했던 운공 또한 그중 하나였다. 운공은 범상치 않은 검술로 이목을 사로잡았는데 그는 천우주에 본체를 두고 있기에 한제가 죽였던 것은 모두 분신에 불과했다.
그 외에 두각을 드러낸 몇몇 사람들까지 더해 열여섯 명이 이 전쟁의 주역이 된 상태였다. 마치 이 전쟁이 그들을 세상에 내보이는 무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열여섯 명은 모든 힘을 발휘해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한데 만약 이 전쟁을 처음부터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열여섯 명 외에도 한 사람의 존재를 잊지 않을 터였다. 이들의 활약조차 우습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행보를 보인 이한제였다.
한제와 그의 뒤에 나타난 진신들의 음도에서 발산된 눈부신 빛이 금색 도포의 노인과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세 인영이 순식간에 맞붙었다.
한편, 중첩된 세 목소리가 세상 모든 소리를 대체하며 3만 명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혼자서 공겁기 수준에 이른 두 대존에 맞선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비록 금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둘 모두 칠채선존보다도 훨씬 강력한 자였다.
빛을 뿜어낸 음도는 먼저 달려든 금색 도포의 노인을 향해 돌진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귓전에 울렸고 음도를 휩싸고 있던 짙은 음기가 금색 도포의 노인과 충돌했다.
“하앗!”
노인은 우렁찬 기합을 넣으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수많은 법보를 소환했다. 매우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법보가 번득이며 나타나자 노인은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어내며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신통술을 발휘했다.
“금강도(金剛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