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56
한 줄기 금색 빛이 노인의 몸을 감쌌다. 금빛으로 덮인 그의 몸에서는 강력한 위압감이 느껴져 마치 전선(戰仙)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역마(大力魔)!”
금빛에 휩싸인 노인이 재차 외쳤다. 그러자 노인을 감싼 금빛 바깥에 검은 기운이 일어나 주위를 맴돌다가 거대한 마존(魔尊)이 되었다. 매우 험악한 모습으로 검은 안개의 갑옷을 두른 마존의 두 팔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을 듯한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한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마존의 주먹과 한제의 음도가 충돌하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데 한제의 모든 수준과 힘을 품은 음도는 마치 종잇장 자르듯 마존의 주먹을 가르고 그 팔까지 베어버렸다. 심지어 앞을 가로막는 모든 법보를 파괴하더니 이내 금빛으로 뒤덮인 노인의 몸에 닿았다.
“크헉!”
노인을 감싼 금빛은 바르르 진동했고 이어서 노인은 피를 한 움큼 토하더니 눈빛이 두려움에 휩싸였다. 마존은 이미 한제의 음도에 의해 반으로 갈라지면서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때, 오행 진신의 검이 날아들어 노인의 몸을 감싼 금빛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쨍강!
한층 격렬하게 진동하던 금빛은 거울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무너져 산산조각 나더니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그 안에 감싸여 있던 노인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이어서 노인의 시야는 곧 전광이 흐르는 음도로 가득 찼다. 천둥번개 본원 진신이 휘두른 음도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노인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고 다음 순간 잘린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노인의 원신 역시 천둥번개를 품은 칼의 일격에 그대로 소멸했다.
공겁기 대존의 죽음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허무했다.
워낙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도마종 수련자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하늘같았던 장로가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 떨어졌다.
노인이 숨을 거둔 순간,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는 창백한 얼굴로 혼비백산하여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한제가 안개로 이루어진 도마종의 보호진을 찢은 순간부터 이곳 모든 사람의 죽음은 결정된 셈이었다.
몸을 홱 돌린 한제의 두 눈이 밝은 금빛으로 번득였다. 선조의 법보였던 선극검의 조각이 깃든 그의 눈빛은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품은 채 붉은 도포의 사내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헉!’
그 눈빛에 휩쓸리자마자 붉은 도포의 사내는 자신의 심신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한 자루의 검이 두 눈을 통해 심신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에 더는 물러날 수도 없었다.
사내가 멈칫한 순간, 한제가 왼손으로 하늘을 후려쳤다. 그러자 돌연 어두워진 도마종 상공에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나더니 서서히 하강했다. 무려 아홉 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바닥이었다.
“끄아아악!”
그 손바닥을 본 순간, 붉은 도포의 사내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발휘했다.
대지의 3만여 수련자 역시 거대한 손바닥을 피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손바닥의 그늘은 이미 도마종을 거의 뒤덮은 상태였다. 더욱이 손바닥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 뒤로 두 개가 더 나타났다. 오행 진신과 천둥번개 본원의 진신이 소환한 것이었다.
세 개의 손바닥은 파멸적인 기운을 품은 채 순식간에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붉은 안개로 몸을 감싼 상태였는데 꿈틀거리던 안개는 두 개의 거대한 팔이 되어 마치 하늘을 떠받치려는 듯 위로 쭉 뻗어졌다.
칙령
붉은 안개로 이루어진 두 팔은 무너진 하늘을 떠받칠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일찍이 수많은 수련자를 살육한 이 술법은 제법 유명세를 떨친 바 있었다.
그러나 한제가 소환한 손바닥 아래 이 신통술은 마치 고목처럼 빠르게 파괴되었다.
콰르릉!
두 팔은 손바닥과 충돌하자마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첫 번째 손바닥은 붉은 도포의 사내를 에워싸고 있던 붉은 안개에 닿았다.
쏴아아!
기이한 소리와 함께 안개는 흩어졌고 중년 사내는 창백하게 변하더니 혀끝을 깨물어 피를 뿜었다. 이어서 두 팔을 들어 손바닥을 막으려 했다.
“도마혈신(道魔血身)!”
잔뜩 일그러진 사내의 얼굴이 광기로 뒤덮였다. 동시에 그의 전신 3만 6천여 개의 땀구멍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온몸을 뒤덮었다.
붉게 물든 사내의 몸에서는 순수한 도마의 기운이 일어나 주위를 맴돌았다. 이내 이 중년 사내의 왼손에는 도가 오른손에는 마가 응집됐고 그 순간 그의 두 팔과 첫 번째 손바닥이 충돌했다.
콰쾅!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손바닥이 붕괴했다.
“쿨럭!”
그 충격으로 중년 사내 역시 피를 토했지만 그 피도 즉시 그의 몸에 흡수됐다.
그때, 두 번째 손바닥이 달려들었다.
붉은 도포의 사내는 머리가 산발이 된 상태였다.
‘이대로 죽기는 싫다!’
생존욕구가 그의 모든 이성과 지성을 뒤덮은 순간, 두 다리가 급속도로 말라붙었다. 피와 살이 꿈틀거리면서 두 다리는 가죽과 뼈만 남은 해골처럼 변해갔고 그 다리에 있어야 할 피와 살, 정수는 그의 두 팔로 몰려들었다. 덕분에 두 팔은 몇 배나 굵어졌다.
한제는 대두(大頭)로부터 이와 비슷한 신통술을 본 적이 있으나 이만큼 정교하지는 않았다.
중년 사내의 두 다리에 이어 몸통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 비쩍 말라버렸다. 몸통의 있던 피와 살 역시 모두 두 팔에 집중된 순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두 번째 손바닥이 그의 코앞에 이르렀다.
콰쾅!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행 진신이 소환한 이 두 번째 손바닥은 곧장 무너져 내렸고 온몸을 바르르 떨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던 중년 사내의 왼팔은 피 안개로 터져버렸다.
사내의 눈이 절망으로 물든 순간, 세 번째 손바닥이 다가왔다.
“으아아아!”
붉은 도포의 사내는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맞서볼 생각이었다.
그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려 세 번째 손바닥을 향해 솟구쳐 오르면서 영혼을 불태웠다. 그의 원신에서는 파멸적인 기운이 풍겼다. 생명을 불태워 순간적으로 수준을 증폭시킨 것이었다.
덕분에 세 번째 손바닥이 가까워졌을 무렵 그의 수준은 금존에 이르러 있었다.
꽈르릉!
충돌의 순간, 세 번째 손바닥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 안에 담긴 것은 살육의 천둥번개가 아니라 일반적인 천둥번개에 불과했다.
손바닥을 흩어버린 중년 사내의 얼굴은 한층 더 일그러졌다. 온몸은 잔뜩 뭉그러진 상태였지만 목숨은 부지하고 있었다.
“크아아!”
하늘을 향해 낮게 포효하며 한제를 노려보는 사내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잠시 후에는 상대가 공격하지 않아도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을 대가로 얻은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한제만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사내는 곧장 한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죽어!”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에는 짙은 살기가 어려 있었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너 정도라면 내 힘의 7할 정도는 사용해도 되겠구나!”
조용히 중얼거린 한제는 사내가 1천 척도 안 된 거리에 이르자 오른손을 들었다. 뒤이어 손바닥을 뚫고 자라난 음도를 거두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두 눈을 번득이며 오행 진신, 천둥번개의 진신과 융합해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공겁기 수준을 도고의 힘과 섞은 뒤 선조의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경맥에 담긴 선기를 7할 가량 발휘한 힘을 담은 주먹이었다.
그 순간,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고 창공이 진동하더니 두 사람 사이의 허공이 밀려나면서 주름 같은 파문이 일어났다. 이 파문 아래 시공을 뛰어넘은 듯한 한제의 주먹은 단숨에 붉은 도포 사내의 가슴에 떨어졌다.
꽝!
금존에 이른 중년 사내는 허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온몸은 살점으로 뭉그러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게 금존인가?”
한제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득였다. 단 7할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으나 금존의 강대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한편, 3만여 명의 도마종 제자와 수십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은 겁에 질려 다급하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나 이미 한제가 사방을 봉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도망치기란 불가능했다.
허공에 선 한제는 서늘한 빛이 담긴 눈으로 도마종 중앙의 호수와 그 안의 작은 섬을 바라보았다.
“이래도 나타나지 않을 셈인가!”
한제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지만 호수 안의 섬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돌파하려는 건가? 좋아, 기회를 주지!”
소매를 휘두르며 몸을 훌쩍 날린 한제는 도망치고 있던 어느 세 번째 단계 수련자 곁에 나타났다. 겁에 질려 달아나고 있던 이 수련자의 머리는 한제의 손짓 한 번에 잘려나갔다.
“도마종에 들어오지 말았어야지.”
뒤이어 돌아선 한제는 또 다른 세 번째 단계 수련자 곁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상대의 비명을 들으며 손가락으로 그 미간을 꿰뚫었다.
콰르릉!
도마종을 봉인하고 있던 고리 형태의 진이 빠르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한제로부터 달아나다가 이 진과 접촉한 자들은 즉시 죽음을 맞았다. 도마종을 철저히 소멸시키겠다는 한제의 의지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한제는 싸늘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며 수십 명의 세 번째 단계 수련자들을 하나하나 죽인 후, 호수 밖 허공에 서서 섬을 내려다보았다. 귓가에는 처연한 절규가 맴돌고 있었다. 수축하는 진에 접촉한 도마종 수련자들이 죽어가는 소리였다.
절규는 호수 안의 섬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던 도마종 종주의 심신에도 전달됐다.
이에 도마종 종주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두 눈은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허나 그럼에도 그는 분노를 참아냈다. 한제가 금색 도포의 노인과 생명을 불태워 금존에 이른 붉은 도포의 중년 사내를 죽이는 모습을 본 그로서는 도저히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숨에 금존을 죽인 주먹질 앞에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을 계산해보았으나, 1천 번의 예측 중 절반은 자신의 죽음이었다. 더욱이 한제가 전력을 다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뻔했다.
“게다가 저자에게는 혼개도 있다! 절대 나가서는 안 돼! 비술을 통해 선조께 상황을 알렸으니 그분께서 곧장 와주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밖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에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곧 냉정함을 되찾았다.
“모두가 죽는다 해도 내가 살아 있다면 도마종은 재건할 수 있다! 게다가 저들이 많이 죽어가고 도마종이 심각하게 파괴될수록 선조께서는 더욱 격노하실 터! 또한 내게는 다른 계획도 있다. 대혼문 청우 선조와의 약속에 따라 그곳의 전투는 가장 치열한 상태일 터!”
사실 천우주와 녹마주는 이런 관계를 수만 년간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1백 년은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키기까지 했으니 모두가 속아 넘어갔겠지. 이제 황족의 시선도 끌게 될 거야! 1백 년 전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온 선황도 이 상황을 지켜보았을 테니 곧 칙령을 내리겠지!”
그때, 한제는 호수 안에서 유유히 유영하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무렵, 급속도로 수축하면서 이미 절반 이상의 건물과 수많은 도마종 수련자들을 죽인 고리 형태의 진은 중앙 호수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