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85
“네 번째 층? 그게 뭐 대수라고. 게다가 첫 시도는 실패였다는데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수작 아니었겠어?”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보기에는 기껏해야 다섯 번째 궁전에 이르는 데 그칠 거야.”
천존 수련자들은 한제를 살피며 서로 신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천존이라는 수준에 이른 만큼 그런 감정이나 생각을 겉으로 쉬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죽림 천존은 멀리서 한제를 바라보다가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어느 천존 수련자도 우습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한제가 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일곱 번째 층을 통과하지 못한 자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제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대전은 9층까지만 겨우 보일 뿐 그 위로는 흐릿했다.
허나 한제는 천존열이 총 열아홉 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는 자는 선족 전체에 예순 명이 되지 않았고 이들은 천존 중에서도 강자로 꼽혔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열 번째 대전에 올라서면 약천존이 될 수 있었다.
선족을 통틀어 약천존은 마흔여덟 명뿐이었고 오랜 시간동안 마흔아홉 번째 약천존은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천존열의 열 번째 궁전을 통과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만약 열아홉 번째 층까지 통과한다면 후에 대천존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문도 있었다. 게다가 열아홉 번째 층을 통과한 약천존은 대천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현재의 약천존 중 열아홉 번째 층을 통과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기껏해야 약천존 중 명도 존만이 열여섯 번째 층에 이르러 있을 뿐이었다. 그 이후로 수만 년간 그 이상의 약천존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명도 존은 대천존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로 꼽혔고 그를 ‘선족의 여섯 번째 태양’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선황인 팔극 대천존도 그를 매우 중시해 큰 대가를 들여 자신의 휘하에 포섭한 상태였다. 다른 천존이나 약천존보다 더 후한 대접을 해주기도 했다.
‘황성에 가면 그 유명한 명도 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군. 분명 범상치 않을 터⋯⋯.’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이번에는 모두에게 뜻밖의 충격을 안겨주지! 일단 혼개를 입기 전에 내 힘만으로 몇 번째 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보자!’
그는 덤덤한 얼굴로 두 눈을 감았다가 번쩍 뜨더니 몸을 날렸다. 첫 번째 궁전으로 달려든 그는 순식간에 위로 솟구쳤다.
주위에서는 적지 않은 천존이 그런 그를 지켜보았다.
천존열 시험장에서는 이전에 통과했던 곳은 곧장 뛰어넘을 수 있었기에 한제는 순식간에 다섯 번째 궁전에 발을 들였다.
그 순간 눈앞이 흐려졌고 이전에 통과한 네 개의 궁전에 들어섰을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또렷해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텅 빈 우주였다.
“당시 네 번째 궁전에서는 서른여섯 개의 수련성이 달려들었고 그 안에는 금색 수련성도 있었지. 이번에는 금색 수련성이 몇 개나 섞여 있을지 모르겠군!”
한제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빛을 번득이고 있을 때, 전방에 돌연 마흔다섯 개의 수련성이 나타나 우렁찬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중 다섯 개는 눈부신 금빛을 발산하면서 완전한 금색 수련성으로 변해 강력한 위압감을 품은 채 다른 수련성들과 함께 돌진해왔다.
“다섯 개라⋯⋯.”
한제는 덤덤하게 중얼거리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었다.
펑! 펑!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열세 개의 신통술이 그의 주먹에 녹아들었다. 지금 그의 수준은 공겁기 초기에서 높아지는 중이었다.
“과연 몇 개의 신통술을 한 번의 주먹질에 녹여 넣을 수 있을까?”
백의백발이 광풍에 휘날리는 동안 한제의 수준은 공겁기 초기를 넘어 곧장 그의 한계인 공겁기 중기로 치달았다.
이어서 그의 오른쪽 주먹에 신통술들이 담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스물하나!
‘공겁기 초기에는 아홉 개의 신통술 녹여 넣을 수 있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중기에 이른 지금은 그 두 배인 열여덟 개가 한계여야 해. 허나 금속과 나무의 본원이 늘어난 덕분에 네 개를 더 응집할 수 있다. 그것까지 더하면 총 스물둘!’
그 무렵, 마흔다섯 개의 수련성은 점점 그를 압박해왔다.
“스물두 번째!”
한제는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스물두 번째 신통술이 응집되는 것을 느꼈다.
순간 주먹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힘 한이 발산됐다. 마치 이 주먹으로는 공간 자체를 깨부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응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제는 날아드는 수련성을 피해 튀어 올랐다. 그러는 사이 그의 오른팔에서는 핏줄이 불끈 돋아났다. 마치 엄청난 힘이 피 대신 오른팔과 주먹에 응집된 것만 같았다. 연이어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던 한제는 스물세 번째 신통술이 주먹에 응집되는 것을 느꼈다.
“하나 더 늘어난 건 동림지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나머지 본원들이 조금씩 강화된 덕인가? 아무튼 스물세 개가 지금으로서는 한계다!”
그때, 마흔다섯 개의 수련성은 아래에서부터 솟아올랐고 다섯 개의 금색 수련성은 더욱 묵직해진 위압감을 발산했다.
“진신 하나를 내어야겠군!”
한제는 눈 깜짝할 사이 오행 진신을 소환하며 두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본신과 진신의 주먹에 담긴 총 마흔여섯 개의 신통술이 마흔다섯 개의 수련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르릉! 콰쾅!
격렬한 소리가 울리면서 허공이 무너져 내렸고 무궁무진한 금빛이 천존열의 다섯 번째 궁전으로부터 빠르게 확산돼 온 천존열을 뒤덮었다. 이에 궁전 앞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수백 명의 천존이 분분히 고개를 들었다.
뜻밖의 충격 (2)
금빛이 천존열 시험장을 뒤덮고 대지를 물들였지만 마치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고개도 들지 않고 좌선에 집중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섯 번째 궁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정도로는 별다른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죽림 천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만의 세상에 침잠된 채 어떻게 해야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을지 그것만을 고민했다. 응당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임에도 그는 여전히 그곳에 멈춰 있는 상태였다.
“백발천존의 소문이 좀 과장됐나?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 걸?”
“보통 저 정도는 하지. 저래서야 정말 별 관심을 받지는 못하겠어.”
“이번에는 여섯 번째 궁전에도 도전하려나? 그래봐야 여섯 번째 궁전을 통과하지는 못할…⋯.”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천존들은 저마다 떠들기에 바빴다. 더러는 실망하기도 했다. 한제가 첫 번째부터 네 번째 궁전까지 단숨에 통과한 것을 직접 보거나 소문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고작 다섯 번째 궁전에 도전한 천존에게 이 정도의 관심을 쏟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늘의 다섯 번째 궁전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사이, 그 안에서 한제가 휙 튀어나왔다. 그는 아래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여섯 번째 궁전을 바라보다가 눈을 번득이더니 달려들었다.
그의 행동에 몇몇 천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여섯 번째 층을 통과할 생각인가? 난 여섯 번째 층에서 막혀버리고 말았지. 한데 다섯 번째 궁전조차도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통과한 자가 여섯 번째 층을 통과하겠다고?”
“재미있군. 저자가 여섯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친분을 맺어놓을 필요가 있겠어.”
이들 중 한제가 여섯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섯 번째 궁전을 통과하는 데 들인 시간이 짧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전까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던 천존들 중에도 한제가 여섯 번째 층으로 향하자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죽림 천존 역시 눈을 살짝 떴으나, 이내 관심을 접고 다시 눈을 감으려 했다. 한데 돌연 그의 두 눈 안에 한 줄기의 눈부신 금빛이 들어왔고 그 순간 죽림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 여섯 번째 궁전을 바라보던 모든 천존은 그 금빛을 볼 수 있었다. 이 금빛은 여섯 번째 궁전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다섯 번째 궁전의 금빛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금빛이 나타난 것이다.
“이, 이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라는 자들도 있었다.
“일곱! 단 일곱을 셀 시간밖에 되지 않았건만!”
“불과 십여 년 전에는 다섯 번째 궁전 앞에서 멈췄던 자가 어떻게… 정말 범상치 않은 자로군!”
“여섯 번째 궁전을 통과했다는 건 적어도 쉰 개 이상의 신통술을 체내에 녹여 넣었다는 뜻! 모든 천존을 통틀어도 그 정도 능력을 갖춘 자는 4백 명이 채 안 된다고!”
이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천존열 여섯 번째 층을 통과했다는 것은 천존 수련자 중에서도 강자의 반열에 속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죽림 천존의 표정은 진중했다.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상대가 지난번에 연달아 네 번째 궁전까지 통과하면서 시선을 끌더니 이제 단숨에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층까지 돌파한 것이다.
“이제 일곱 번째 층을 통과하려 하고 있어! 허나 일곱 번째 층을 통과한 사람은 2백 명도 채 안 되지. 결코 쉽지 않을 걸?”
“어쩌면 통과할지도 모르지!”
흥분한 천존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여섯 번째 궁전의 번득이는 금빛을 뚫고 나온 한제는 곧장 일곱 번째 궁전으로 향했다.
천존열의 거의 모든 천존이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기대하는 자도 의심하는 자도 있었고 심지어 불만을 품은 자도 있었다. 감정이야 어떻건 대부분은 한제가 일곱 번째 층까지 통과할 수는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죽림 천존도 진중한 얼굴로 일곱 번째 궁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한제가 일곱 번째 층마저 통과한다면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 된다. 겨우 두 번째로 천존열에 방문한 자가 그 정도 실력을 갖추었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한제가 일곱 번째 궁전으로 들어가고 다섯을 셌을 때였다.
번쩍!
일곱 번째 궁전에서 눈부신 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궁전의 빛과 하나로 합쳐져 마치 태양처럼 천존열 전역을 환하게 밝혔다.
일곱 번째 궁전에서 걸어 나온 인영은 그 빛에 휩싸여 있었다. 보고 있는 이들로서는 순간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기세가 느껴졌다.
“다… 다섯… 들어본 적도 없는 속도야.”
“여섯 번째 궁전보다 빨리 통과했어!! 대체 어떻게…?”
수백 명의 천존은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제 한제를 향한 그들의 눈빛에는 오로지 존경심과 약간의 두려움만이 남아 있었다.
천존 수련자 사이에서도 강자와 약자의 차이는 매우 컸다. 그중 특히 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한 천존은 존중받아 마땅했다. 죽림 천존이 그토록 고고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천존이 그를 존경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곱 번째⋯⋯.”
죽림 천존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여덟 번째 궁전에도 들어갈 것인가?”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금빛에 휩싸여 있었다. 사실 그는 천둥번개 진신과 오행 진신을 동원해 일곱 번째 궁전에서 빠져나왔다.
‘여덟 번째 층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제는 궁금증을 느끼고는 몸을 훌쩍 날려 여덟 번째 궁전으로 향했다.
그는 오로지 천존열의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만 집중했기에 저 아래 수백 명의 천존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여덟 번째 궁전에 들어갔어! 거침없군.”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한 사람은 150명도 되지 않지. 듣기로는 누군가 저 관문에 들어가는 순간, 대천존들이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던데…”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 궁전까지 연달아 돌파한 한제의 모습에 거의 모든 천존은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죽림 천존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덟 번째 궁전을 죽일 듯 노려보다가 훌쩍 몸을 날렸다. 자신이 번번이 실패를 맛본 여덟 번째 궁전을 눈앞에서 누군가가 돌파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참기 힘들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