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86
“과연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을까?”
천존들은 한제가 이번 난관을 통과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한제가 여덟 번째 궁전에 발을 들이고 고작 셋까지 셌을 때, 그 안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헛!”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했어!”
아주 오랜만에 여덟 번째 궁전에서 터져 나온 금빛은 이전 층들에서 발산된 빛과 함께 천존열 시험장은 물론 이곳의 모든 천존을 감쌌다.
죽림 천존은 창백한 얼굴에 충격과 더불어 복잡한 빛이 담긴 눈으로 잠시 넋을 잃었다. 자신이 수차례 실패한 그곳을 누군가가 이렇게 빨리 통과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고개를 번쩍 쳐든 죽림 천존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 다른 천존들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들 대부분은 한제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그저 백발천존이라는 별칭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한제라고 하네!”
여덟 번째 궁전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에 휩싸인 한제는 죽림 천존에게 덤덤하게 답했다. 그리고는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흐릿하게 보이는 아홉 번째 궁전을 올려다보았다.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하는 사람은 천존 중 최고로 손꼽히고 선족 구역 전역에 그 이름을 떨칠 수 있었으며 약천존에 가까운 것으로 인정받았다.
선강 대륙에 이른 지 수백 년 만에 이 정도 수준에 이르렀으나, 한제는 조금도 격앙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천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지난 수만 년간 한 번도 빛을 발한 적 없는 아홉 번째 궁전으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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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도일종(道一宗).
남주의 최고 종파로 유명한 이곳은 선족 구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었다. 이 종파에서 배출한 도일 대천존의 존재 덕분이었다.
뒷산 어느 폭포에서 콸콸 쏟아진 물이 튀면서 물안개가 자욱하게 꼈다.
폭포수가 모여 이루어진 연못 옆에는 도포 차림의 청년이 마치 낚시를 하듯 버드나무 가지를 연못 위로 드리운 채 덤덤하게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한데 어느 순간, 청년은 돌연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하늘 어딘가를 올려다보았다. 표정은 여전히 덤덤하고 침착했다.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했군.”
청년은 미소를 짓더니 들고 있던 버드나무 가지로 수면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수면에는 곧장 물결이 퍼져 나가더니 그 안으로 천존열 시험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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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주. 사방이 얼음으로 꽁꽁 뒤덮인 이곳은 언제나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쳤다. 눈발을 날리는 바람소리는 꼭 귀신이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해, 이곳을 처음 찾은 수련자들은 심신이 진동하곤 했다.
이런 북주의 최북단에는 산맥이 하나 있었다. 수만 년간 한 번도 녹지 않은 거대한 빙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의 봉우리는 하나하나가 하늘을 뚫을 듯 삐죽삐죽 솟아올라 있었다. 서늘한 빛으로 번득이는, 날카로운 검 같은 봉우리들이었다.
이곳은 북주 무봉 대천존의 영역이었다.
빙산 아래, 몸집이 큰 대머리 중년 사내가 가부좌를 튼 채 빙산에서 반사된 빛이 모여 형성된 천존열 시험장의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덤덤한 표정으로 아홉 번째 궁전으로 몸을 날리는 수련자를 바라보며 날카롭게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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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중주 제산에서는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흩날리는 붉은 낙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떠 있는 낙엽에는 천존열 시험장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인 곁에는 기력이 쇠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게으르고 무기력해 보이는 노인은 낙엽에 드러난 천존열 시험장의 광경을 보고도 시큰둥했다. 아무런 흥미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스승님, 저자가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포섭하실 겁니까?”
아름다운 여인이 낙엽을 응시하며 조용히 물었다.
노인은 졸음기 가득한 눈을 떠 낙엽을 한 번 더 힐끔거렸다.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천존을 죄다 포섭하려 했다면 제산은 시끌벅적했겠지. 대천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력을 불려야 할 도일과 무봉은 관심을 갖겠지만 내게는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천존도 그저 천존 중 하나일 뿐이다. 개중에 조금 더 강한 존재에 불과하지. 저자가 명도 존처럼 열다섯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모를까.”
노인의 대답에 여인은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낙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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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황성.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전은 텅 비어 있었다. 허공에 뜬 물의 장막에 천존열 안 한제의 모습이 비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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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9종 13문 중 최고로 손꼽히는 자양종의 금지에 마련된 어느 석실. 보라색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거대한 거울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천존열 안의 상황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허나 지금 천존열은 금빛으로 가득 뒤덮여 있어 분간할 수 있는 것은 흐릿한 인영 하나에 불과했다.
중년 사내 곁에는 각각 붉은색과 보라색 옷을 입은 소녀 둘이 앉아 있었다. 일고여덟 살 정도의 두 소녀는 매우 귀엽고 예뻤다.
붉은색 옷의 소녀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하품을 했다. 아마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상황이 지겨운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보라색 옷의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두 소녀는 모두 입을 비죽였다.
보라색 옷의 소녀 곁에는 한 명이 더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꿇어앉은 그의 목에는 사슬이 걸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애처로운 표정이었고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뜻밖의 충격 (3)
“얘, 랑아. 표정이 그게 뭐니?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지.”
보라색 옷의 소녀는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의 그 수련자에게 핀잔을 주며 머리를 몇 번 두들겼다. 한 번 맞을 때마다 수련자의 고개는 숙여졌고 눈에는 점점 많은 눈물이 고였다.
“언제나 놀 생각뿐이시군요. 저 사람은 어떻습니까? 제가 조사해보니 동주 출신으로 지금은 천존열 시험장의 여덟 번째 궁전을 통과했답니다.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하든 하지 못하든 포섭해도 좋겠어요.”
중년 사내가 씁쓸한 얼굴로 두 소녀에게 말했다.
“네가 알아서 해. 하영, 이 말 안 듣는 랑이를 제대로 교육해야겠어. 구음지(九陰池)에 던져버릴까? 지난번에 던져놨더니 며칠 만에 고분고분해졌잖아. 게다가 그 재미있는 방울까지 찾아왔고.”
붉은 옷의 소녀는 중년 사내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보라색 옷의 소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둘이 함께 랑이라는 수련자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중년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두어 번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소녀에게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쌍자 대천존!”
허나 두 소녀는 랑이라 불린 수련자의 머리만 신나게 때리고 있었다. 수련자의 눈에서는 마침내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 아가! 얘 우나 봐!”
“연기하는 거야. 랑이는 언제나 말을 잘 듣지 않잖아. 분명 연기야!”
“쌍자 대천존!”
중년 사내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온 세상이 뒤흔들릴 듯 우렁찬 소리에 두 소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고애, 너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아가라 불린 소녀가 미간을 팩 찌푸리며 중년 수련자를 노려보았다.
“쌍자 대천존, 저자를 포섭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년 수련자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가서 데려와. 네가 데려오면 되잖아.”
하영이라 불린 소녀는 그렇게 대충 대꾸하며 손을 휘둘러 불쌍한 수련자를 잡아채더니 붉은 옷의 소녀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석실에 홀로 남은 중년 수련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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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존열 시험장. 한제는 안개와 구름에 휩싸인 아홉 번째 궁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곧장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순간, 죽림을 포함한 모든 천존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보았다.
‘일곱 번째 궁전에서는 예순세 개의 수련성이, 여덟 번째 궁전에서는 여든한 개의 수련성이 달려들었다. 아홉 번째 궁전은 천존 중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인 만큼 아흔아홉 개의 수련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한제는 눈앞에 펼쳐진 우주를 침착하게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 적막하던 우주에서 돌연 아흔아홉 개의 수련성이 나타나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중 눈부신 금빛을 발산하고 있는 수련성은 아홉 개였다.
두 눈을 번득이던 한제는 즉시 오행 진신과 천둥번개 진신을 소환했고 체내의 세 갈래 허상의 본원도 가동했다. 덕분에 그는 본체에 녹아든 스물세 개의 신통술을 발휘함과 동시에 본원과 진신의 위력까지 더해 총 아흔두 개의 신통술을 소환할 수 있었다. 이는 혼개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한계로 아흔두 개의 신통술 덕분에 그는 약천존의 수준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이어서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극심한 고통과 함께 음도까지 소환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달리 달려드는 수련성들을 그대로 베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