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87
음도를 한 번 휘두르자 아흔두 개의 검기가 발산됐다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온 우주를 휩쓸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아흔아홉 개의 수련성 중 아흔두 개가 그대로 폭발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완전히 무너지자마자 한제의 몸에서 튀어나온 오행 진신과 천둥번개 진신이 남아 있는 일곱 개의 금빛 수련성을 향해 돌진했다.
오행진신은 몸을 훌쩍 날리며 물의 본원, 화염의 본원, 그리고 흙의 본원 진신으로 분리되더니 각각 다른 수련성에 달려들었다.
꽈르릉!
우렁찬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근처에 있던 천둥번개 진신이 강력한 기세의 천둥번개를 발산했다. 이 천둥번개는 나머지 네 개의 수련성을 뒤덮어 단숨에 무너뜨렸다.
아흔아홉 개의 수련성이 파괴된 시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실상 동시에 무너진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그 차이는 적었다.
콰쾅!
그 순간, 발산된 한 줄기 금빛이 거친 파도처럼 사방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존열 시험장의 모든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금빛을 발한 적 없는 아홉 번째 궁전으로 향했다.
“아,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했어! 천존 중 최고로 손꼽히는 존재라는 뜻 아닌가!”
“아주 조금만 더 나아가면 약천존에 등극할 수도 있어. 모든 선족이 오랫동안 고대해온 마흔아홉 번째 약천존이 될 수 있다고!”
“모든 대천존이 이곳에 집중하고 있겠군!”
죽림 천존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 도우,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것을 정말 축하하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그곳에 모인 모든 수련자는 하늘을 향해 절을 올렸다.
“범상치 않은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1백 년도 안 돼서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할 줄이야! 포섭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 지난번에는 거절당했지만 이번에는 내 분신으로 찾아가야겠어!”
도일 대천존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중얼거렸다. 얼굴에 어린 미소는 더욱 짙어져 있었다.
★ ★ ★
북주 빙산의 무봉 대천존은 전방의 허상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산해의 시험을 치르고 아홉 번째 궁전까지 통과했다면 약천존에 가깝다는 뜻. 도일이 먼저 눈여겨본 자를 선수 칠 수는 없으나 도일은 고집스럽고 거만하니 분명 기껏해야 분신을 보내 포섭하려 하겠지. 허나 나는 직접 가서 저자에게 누가 더 자신을 중히 여기는지 보여줄 것이다.”
★ ★ ★
제산. 아름다운 여인은 기쁜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제가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것이 무척 기쁜 듯했다.
허나 곁의 노인은 낙엽을 힐끗 보기만 할 뿐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고작 아홉 번째 궁전에 불과하지 않느냐. 열 번째 궁전까지 통과한다면 약천존에 등극할 수는 있겠지. 그래봐야 약천존 중 가장 약한 축이지. 명도 존과는 차이가 커.”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스승님!”
아름다운 여인이 노인을 돌아보며 간청하듯 외치자 노인은 쓰게 웃었다.
“그래, 알겠다. 만약 저자가 열 번째 궁전마저 통과한다면 내 한번 포섭에 나서보마. 너도 알다시피 천존과 약천존을 가르는 분계선인 열 번째 궁전 이후, 열한 번째 궁전부터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 도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도 필요하지. 마지막 아홉 개의 난관에서는 하나를 통과할 때마다 행운을 얻게 될 터. 이한제 저자는 어떻게…?”
노인은 제자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반면 해자 천존은 흥분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곧 눈을 감고는 신식을 하늘 위로 쏘아 보냈다.
★ ★ ★
중주 황성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전. 한제가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하는 장면이 허공의 장막에 드리운 순간, 서늘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핫! 저자가 바로 연도비가 잊지 못하는 사람인가? 내가 저자를 과소평가했군.”
★ ★ ★
동주 자양종. 석실에 홀로 남은 중년 수련자는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형형한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저자를 포섭해야 해! 대천존님이 환생 과정에서 둘로 분리된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서 신망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천존과 약천존도 대부분 떠났지. 또 한 번의 환생을 앞둔 지금, 반드시 저자를 끌어들여 대천존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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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한제를 향해 절을 올린 천존들 중 백여 명은 곧장 신식을 육신에 되돌려 그곳을 떠나갔다. 그리고 방금 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보다 많은 천존 수련자들이 천존열로 모여들었다. 누군가가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하는 것은 천존들 사이에서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금빛을 번득이는 아홉 번째 궁전에서 걸어 나온 한제는 허공에 가부좌를 틀었다. 곧장 열 번째 궁전으로 돌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헐레벌떡 천존열로 들어온 천존 수련자들은 이곳에 이르자마자 강력한 금빛과 함께 아홉 번째 궁전 밖에 가부좌를 튼 인영을 보게 됐다. 그들의 표정에는 진지함과 기대감이 함께 어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천존열을 찾는 수련자는 점점 늘어, 잠시 후 7백 명에 이르렀다. 선족 천존의 7할에 달하는 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천존이 모여드는 중이었다.
“반향이 상당하군. 이렇게까지 모일 줄이야…”
“약천존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한데 듣기로는 열 번째 궁전은 이전의 아홉 층을 합친 것보다도 어려운 관문이라던데… 하긴, 그러니 수만 년간 마흔아홉 번째 약천존이 등장하지 않은 거겠지.”
“당연히 어렵겠지. 아홉 번째 궁전을 통과한 천존이 비록 적긴 해도 없었던 건 아닌데 그중 열 번째 궁전을 통과한 이는 수만 년간 없었으니까.”
천존열에 모인 7백여 명의 천존 대부분이 흥분한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몇몇은 덤덤했다. 또한 이들은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주위의 다른 천존들로부터 매우 공손한 대접을 받았다.
수십여 명에 불과한 이들은 모두 아홉 번째 궁전은 통과했지만 열 번째 궁전에서 막힌 자들이었다.
“조 형이 보기에는 저자가 열 번째 궁전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어렵다고 봐야지. 그자도 그걸 아니까 저렇게 좌선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1각이 더 흘렀다. 이제 천존열 시험장에 모인 수련자는 8백 명에 달했다. 그만큼 열 번째 궁전은 이들에게 큰 의미였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존재 자체로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아름다운 해자 천존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접 이곳을 찾아 금빛에 휩싸인 한제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산해에서 헤어진 이후 소식도 들을 수 없더니 갑자기 나타나 이렇게 놀라운 모습을 보일 줄이야!”
그때, 돌연 저 멀리 전송진이 연거푸 깜빡이더니 백의의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단숨에 다가오더니 다른 이들에게도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허공으로 몸을 훌쩍 날려 한제를 바라보았다.
“설우 약천존!”
“뿐만 아니야. 보게, 도륜 약천존도 왔어!”
약천존의 등장에 주위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깜빡이기 시작한 전송진에서는 또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허공으로 날린 이 노인은 백의의 사내 맞은편에 서더니 서로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맹쌍 약천존이다!”
“저기 자망 약천존도 있어! 언제나 동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자! 소문에 의하면 열두 번째 궁전을 통과했대!”
8백여 명의 천존이 신식을 통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이 오래된 전송진에서 나타난 네 명의 약천존은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였다. 사방이 돌연 고요해졌다. 한제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이곳에 모인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제는 수많은 인파를 힐끗 쳐다보더니 내심 흡족해했다. 사람들에게 뜻밖의 충격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중 네 사람이 특히 한제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약천존들이었다. 한제와 그들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을 뿐, 감정적 동요는 없었다.
뜻밖의 충격 (4)
다시 시선을 거둔 한제는 고개를 들어 열 번째 궁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벼락같이 열 번째 궁전에 진입했다.
“들어갔다!”
“등용문이라고도 불리는 열 번째 궁전! 저자가 저곳을 통과하면 우리 선족의 마흔아홉 번째 약천존이 탄생하는 거야!”
모든 수련자는 작은 것 하나 놓치기 싫다는 듯 집중했다.
이는 대천존들 역시 마찬가지라 각자의 처소에서 한제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자양종의 중년 사내도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거울을 응시했다.
“과연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