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495
무봉 대천존 역시 눈을 번득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보아하니 이한제 저자 명도 존을 완전히 파괴할 생각이군!”
반면 선황은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소매를 휘둘렀다. 두 약천존의 대결 결과를 알고 싶지도 않다는 듯 몸을 홱 돌린 그는 어느 천존 수련자의 몸에 나타난 허상으로 응집되더니 이내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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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제산.
구제 대천존은 엄숙한 표정으로 낙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물이로군! 도에 대한 깨달음이 아주 높을 뿐만 아니라 전력도 뛰어나! 게다가 교활하고 영리하기까지! 이제 보니 저자는 계륵이 아니라 명도 존보다도 훨씬 뛰어난 재목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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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존열 시험장.
돌연 열일곱 번째 궁전 안에서 피 안개를 뿜어내는 인영 하나가 튀어나왔다. 두 사람이 들어간 지 겨우 셋을 셌을 때였다.
수천 척이나 밀려난 뒤에야 겨우 멈춘 인영은 검은 옷을 입은 명도 존이었다. 안색이 매우 창백한 그는 가까스로 멈춰 서더니 피를 한 움큼이나 토해내고 휘청거렸다. 두 눈은 생기를 잃은 것처럼 흐려진 상태였다. 그런 눈으로 그는 저 멀리 열일곱 번째 궁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실패… 크흐흐. 큭큭!”
그는 비참한 웃음을 흘렸다. 주위를 살피지는 않았지만 저 아래 모인 수련자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심신에 붉은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어느덧 1각이 지났다.
명도 존의 흐릿해진 눈빛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함이 느껴졌다. 그는 한제 역시 튕겨져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열일곱 번째 궁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의 흐를수록 그 기대감은 짙어졌다.
‘그래, 저자도 성공할 수 없어! 그럼 나는 진 게 아니야!’
머리가 산발이 된 명도 존은 다시 열일곱 번째 궁전을 응시했다.
또다시 1각이 지나고 이내 반 시진에 흘렀다.
지금껏 한제는 스물을 세기도 전에 관문 하나를 통과했다. 그렇기에 무려 반 시진이 지나자 명도 존은 점점 자신감과 희망을 얻게 됐다.
이 나약한 희망은 그의 거만함과 자부심의 마지막 장벽이었다. 그 장벽마저 파괴된다면 거만함과 자부심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그를 헤어날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 분명했다.
‘성공할 리 없어, 절대로 성공할 리 없어!’
도일 대천존 역시 의혹이 어린 눈길로 열일곱 번째 궁전을 바라보았다. 이 하루 동안 그는 수차례 마음이 바뀌었다. 이는 대천존에게서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오늘은 그랬다.
‘열일곱 번째 층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그 힘은 충분히 증명한 셈이지. 허나 만약 정말로 이번마저 통과한다면 구제 대천존도 달려와 쟁탈에 참여하려 할 터! 저자는 수만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인재야! 명도 존에게까지 수차례 타격을 입혔을 정도니까. 명도 존이 그 타격을 극복한다면 다행이지만 극복하지 못한다면 재기는 불가능할 터.’
곁에 있던 무봉 대천존도 복잡한 심경으로 열일곱 번째 궁전에 집중했다. 도일에 비하면 그는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난 이한제를 몇 차례 도왔다. 크건 작건 도움을 줬으니 선택에 좋은 작용을 하겠지. 도일은 아마도 그 성격 때문에 망설인 모양인데 그래서는 약해빠진 자들만 포섭할 수 있을 뿐이야. 진정한 강자에게는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법! 허나 만약 이한제가 정말로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포섭은 쉽지 않을 거야. 별문제 없는 한, 후에 대천존에 등극할 가능성이 8할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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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황성의 궁전은 적막했다. 텅 빈 공간에 있는 것이라고는 무궁무진한 분노가 담긴 묵직한 위압감뿐이었다.
대전의 용상에 앉은 선황은 전방의 장막을 통해 천존열에 있는 창백한 얼굴의 명도 존을 보며 두 눈을 기이하게 번득였다.
“그때 국사의 말에 따라 이한제를 죽였어야 했어. 사소한 일로 요란 떠는 거라 생각했건만 그게 저자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게지. 어떻게 성장하든 황성에 오기만 하면 저자의 이성을 지우고 국사에게 보낼 생각이었는데…
한데 벌써 저 정도 수준에 이른 데다가 나머지 대천존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니! 심지어 엄청난 대가를 들여 포섭한 명도까지 파괴하고 있어.”
허나 허상의 장막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선황의 입꼬리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만약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분명 구제 대천존의 시선까지 사로잡겠지. 그가 구제 대천존에게 포섭된다면⋯⋯.”
말을 잇던 선황은 두 눈을 감았다.
“시간이 이 정도로 흘렀으니 어쩌면 통과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허나 저 관문을 통과하여 명도에게 큰 타격을 입혔으면 좋겠군.”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뜬 선황의 기이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명도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내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주었는데⋯⋯ 이제 이한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기까지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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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제산.
구제 대천존은 어째서인지 다른 대천존들이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한 가지 문제를 찾아냈다.
“이한제 저자가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한다면 대천존 아래 최강자로 꼽힐 만해. 대천존이라도 저자를 처리하기란 쉽지 않겠지. 저런 인물을 포섭하려면 어느 정도의 대가를 들여야 할까? 차라리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하지 못했으면 좋겠는데…”
구제의 눈에 처음으로 복잡한 빛과 고민이 드러났다.
봤느냐
기대와 불안함 속에서 또다시 1각이 흘렀다.
명도 존은 어느새 혈색을 되찾은 상태였다. 희망과 자신감이 절정에 이르러 타격을 입었던 자부심도 거의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한데 바로 그 순간, 그는 번개에 맞은 듯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 열일곱 번째 궁전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발산된 금빛이 모든 사람의 시야를 채운 가운데 그 안에서 백의백발의 인영이 나타났다.
천천히 걸어 나온 한제는 명도 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쳐갔다.
철저한 무시! 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는 명도 존에게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히기 위함이었다.
열여덟 번째 궁전으로 향하지 않고 그는 지면으로 하강해 도일과 무봉 대천존 앞에 서더니 포권을 했다. 뒤이어 무봉 대천존을 한 번 쳐다보더니 긴 빛을 그리며 오래된 전송진을 통해 천존열 시험장을 떠나갔다.
떠나기 직전 고개를 돌린 한제의 눈에 해자 천존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 열일곱 번째 궁전 통과⋯⋯. 우욱! 쿨럭!”
중얼거리던 명도 존은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원신의 정기로 이루어진 피였다. 이곳에 있는 것은 그의 육신이 아니라 신식이기 때문이다.
원신의 정기를 토해낸 순간, 명도 존은 생기를 잃은 듯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그의 거만함과 자부심은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도념을 파괴당한 그는 비참하게 웃으며 조용히 그곳에서 떠나갔다. 허나 그런 그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이들은 한 사람으로 인해 요동치는 중이었다.
“대천존 아래 최강자! 이한제!”
“약천존의 순위가 변했군! 우리 선족의 강자가 또 한 명 늘어난 거야!”
“선족의 여섯 번째 태양이 될 사람! 다음 대천존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수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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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는 떠났지만 천존열 시험장의 열기는 가실 줄을 몰랐다. 또한 이들의 마음에는 한제의 이름이 명도 존을 대체하는 대천존 아래 최강자로 새롭게 새겨지기도 했다.
백발 약천존!
이제 누구도 혼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혼개가 있다 해도 절대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하지는 못하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도일 대천존은 덤덤한 얼굴로 이곳을 떠나갔다. 조금이라도 빨리 한제의 소재를 찾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무봉 대천존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제가 열일곱 번째 궁전을 통과한 순간, 그를 포섭하는 일은 당시의 명도 존을 포섭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와 좋은 연을 맺어놓아서 다행이야. 포섭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에 다른 대천존들보다는 저자와 더 친밀한 관계일 테니까.’
생각에 잠긴 채 무봉 대천존 역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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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주 황성, 황궁.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용상이 선황의 주먹질에 산산조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