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14
한제는 피를 토해냈다. 순간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그는 광인을 둘러싸고 있던 아홉 갈래 사슬을 바라보며 강한 충격을 받았다.
‘저것이 바로 선조 혈맥의 힘인가! 선황이 선택한 사람은 명도 존인가 아니면 그의 동생인 연도비인가!’
한제가 물러나던 이때, 아래 제단 위에 있던 명도 존은 상현도의 손짓에 뒤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아!”
허나 뒤로 밀려나던 명도 존은 하늘을 향해 포효했고 그러자 그의 피부는 빠른 속도로 썩어 문드러져 떨어져 나가면서 수많은 상처가 생겨났다.
이 줄기줄기의 상처에서는 금빛이 뿜어져 나와 그의 온몸을 뒤덮은 채 방금 전 한제를 압박한 금빛에 결코 뒤지지 않는 위력을 발산했다.
그 힘에 한제는 방금 전의 추측에 의혹을 품게 됐다. 지금의 그로서는 광인과 명도 존 중 대체 누가 선황의 선택을 받은 사람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한제, 그 사슬을 건드리는 바람에 선황이 알아차리게 됐다. 그는 곧 돌아올 거야. 얼른 나와 함께 명도 존을 제압해야 한다! 난 그동안 명도 존이 반조법을 통해 얻은 힘을 네게 옮겨주겠다!”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상현도가 외쳤다. 이미 결정을 잃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게 된 그의 목소리에서는 짙은 초조함이 드러났다. 한제가 부린 수작에 신경 쓸 여유도 없어 보였다.
명도 존은 온몸으로 금빛을 번득이고 있었지만 피부는 점점 더 부패해갔다. 또한 금빛은 갈수록 강렬해졌다.
피부가 조각조각 떨어져나가면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포효를 내지르는 그의 탁한 눈에는 광기만이 남아 있었다.
명도 존은 고개를 홱 쳐들더니 어떠한 신통술도 발휘하지 않고 금빛만을 뿜어네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위력이었다.
한제는 명도 존이 다가올수록 태양이 자신에게 떨어져 내리고 있는 듯한 작열감을 느꼈다.
한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혼개를 소환해 착용했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발휘하는 한편 육신의 힘까지 응집시켰다. 왼손에서는 잔야력의 위력이, 오른손에서는 도고무선의 위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두 가지 필살기가 곧장 명도 존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때, 몸을 훌쩍 날려 제단을 떠난 상현도는 허공에 떠오른 채 오른손 손바닥에서 아홉 개의 하얀 인영을 소환했다. 이 인영들은 순식간에 보통 사람 크기로 불어나 아홉 개의 손가락이 되어 명도존에게로 돌진했다.
콰쾅! 쾅!
연이은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한제의 귓가에는 분노에 찬 목소리가 꽂혔다.
“상현도! 감히 배반을 하다니!”
동시에 지하 궁전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황궁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금색 손바닥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손바닥에는 대천존의 파괴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 힘은 지하 궁전에 들어서자마자 명도 존과 광인의 체내에서 발산된 금빛을 흡수하며 더욱 위력이 증폭됐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상현도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한제, 연못으로 들어가!”
그는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몸을 훌쩍 날려 자신부터 연못으로 달려들었다.
잠시 망설이던 한제는 이를 악문 채 연못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가 연못에 들어선 순간, 상현도가 발휘한 알 수 없는 신통술로 연못의 물이 끓어오르면서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마치 그 아래에 또 다른 공간이라도 있는 곳처럼.
이곳의 하늘은 방금 전 그 연못처럼 붉은색이었다. 그 하늘에 구멍이 하나 생겨났고 한제와 상현도는 붉은 파문을 퍼뜨리고 있는 그 구멍을 통해 떨어져 내렸다.
금색 손바닥과 명도 존 역시 그들을 바짝 뒤쫓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대지에는 아홉 개의 기이한 산이 솟아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산 전체가 사람의 머리처럼 깎여 있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 머리는 선조의 것과 똑같았다.
그것은 머리로 만들어진 산이었다.
한제는 신중한 표정으로 하늘의 구멍을 통해 떨어져 내린 뒤 긴 빛을 그리며 질주하더니 이내 아홉 개의 산 중 선조의 머리로 만들어진 산의 꼭대기에 착지했다. 상현도는 거의 동시에 다른 산봉우리 꼭대기에 이르렀다.
콰쾅!
그들을 쫓아온 거대한 금색 손바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눈 깜짝할 사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은 금색 바다처럼 금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금색 손바닥이 떨어져 내리던 찰나, 이 공간의 대지가 바르르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선조의 머리처럼 생긴 산봉우리의 두 눈 부분으로부터 금빛이 번득이며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은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두 부분으로 나뉘더니 선조의 머리처럼 생긴 산봉우리의 두 눈에 흡수돼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 하늘 저 위쪽으로부터 분노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선황의 목소리였다. 겹겹이 싸인 공간 너머에서 시작된 듯 먹먹했던 그 소리는 점차 또렷해졌다. 선황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이쪽으로 달려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허나 그 소리는 이내 뚝 끊겼고 두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쌍자 대천존이 그를 저지한 것이다.
“이한제, 시간이 많지 않다! 일단 함께 명도 존부터 처치하자! 얼른! 명도 존을 제압하면 저자가 얻은 것을 네게 옮겨주겠다!”
창백한 얼굴의 상현도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생의 끝자락에 이른 듯 거친 숨소리였다.
그러는 사이 금색 손바닥이 사라졌던 하늘에서는 명도 존이 나타났다. 그는 이미 온몸 곳곳이 썩어 문드러져 피부와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내린 탓에 그 안으로 시커먼 뼈까지 들여다보였다. 그의 체내에서는 여전히 금빛이 발산되고 있었는데 그 빛이 그를 부패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선산(仙山)
상현도가 붉은 연못을 파괴해버렸기 때문인지 이곳의 하늘은 깨진 거울처럼 수많은 균열로 뒤덮여 있었다. 또한 그 균열들을 통해 붉은 액체가 마치 비처럼 새어 나왔다.
붉은 액체는 그 아래 아홉 개의 산과 대지에 떨어져 내리면서 빠른 속도로 쌓이기 시작했다.
쏟아붓듯 내리는 붉은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포효하던 명도 존은 이내 고개를 홱 숙였다. 살기와 광기가 가득한 탁한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던 그는 곧 날카롭게 포효하며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한제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아흔아홉 개의 잔상을 소환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명도 존은 어떠한 신통술도 발휘하지 않고 그저 몸을 던졌다.
그 충격에 땅이 진동하고 산이 흔들렸다. 허나 다른 산봉우리였다면 그대로 무너져 내렸을 정도의 충격에도 이 산은 격렬하게 진동하며 돌과 바위가 일부 떨어져 나갔을 뿐 산 자체에서는 붕괴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깊은 균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제의 수많은 잔상 중 벌써 일흔 개 이상이 명도 존과 충돌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나머지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하나로 합쳐져 본체로 돌아왔다.
냉랭한 표정의 한제는 뒤로 물러나면서 선조의 머리처럼 생긴 산봉우리를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건 무슨 산이? 여긴 또 어디야?”
상현도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선족에 전해 내려온 선산(仙山)이다. 선족을 보호하고 선족 구역에 제압된 일흔두 개의 천외 흉수 영혼을 압박하지. 뿐만 아니라 선황들이 혈맥의 힘을 이용해 팔극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지하 궁전 아래는 금궁(禁宮)으로 진정한 선조의 폐관수련 장소이기도 하지!”
이어서 상현도는 눈을 번득이며 산봉우리에서 곧장 날아올라 명도 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한제, 어서 공격해!”
상현도는 오른손을 뻗었고 그 손바닥에서는 하얗게 빛나는 소인이 소환돼 순식간에 크기가 불어나더니 명도 존에게로 돌진해 충돌했다.
콰르릉!
“크아아아!”
명도 존은 고개를 쳐들더니 광기 어린 포효를 내지르고는 상현도를 내버려둔 채 다시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모든 허무는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상현도가 소환한 하얀 인영은 몸을 훌쩍 날리며 순간 사라지더니 어느새 명도 존 앞에 나타나 상대를 향해 손짓했다. 그 손끝에 겨눠진 순간, 허공에서는 대량의 파문이 나타나 마치 밧줄처럼 이리저리 뒤틀리면서 명도 존의 몸을 칭칭 감쌌고 명도 존은 우뚝 멈췄다.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명도 존의 체내에서 발산되는 강한 금빛에 담긴 무시무시한 힘에 두려움을 느끼던 그는 상현도가 명도 존을 옭아매자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방향을 바꿔 그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한제는 오른손을 휘둘러 잔야력을 발휘했다. 대지는 바다가 되고 하늘은 어둠으로 뒤덮였으며, 그는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되어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극강의 위력을 자랑하는 신술을 발휘한 한제는 어둠을 찢어내는 빛과 융합해 파문에 뒤얽힌 명도 존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 순간, 창백한 얼굴의 상현도는 혀끝을 깨물어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생명을 품은 피를 한 움큼 뿜어냈다.
이 피는 곧장 한데 응집해 한 명의 혈인(血人)이 되어 날카롭게 포효하며 명도 존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와 상현도 모두 각자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발휘한 것이다.
현재 명도 존은 그리 강력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그의 체내에서 발산되는 금빛은 거의 무적에 가까워 모든 신통술과 법보를 대체할 수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기세 앞에 누구도 감히 그에게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상현도의 혈인과 한제의 잔야력이 명도 존 근처에 이르렀을 때, 하늘을 향해 포효하던 명도 존이 느끼는 고통은 극에 달해 있었다. 뒤이어 살점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그의 몸은 바르르 경련하다가 결국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 격한 붕괴에 명도 존의 몸에 남아 있던 절반가량의 살점마저 사방으로 터져나가면서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다.
상현도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고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 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런 상현도의 모습을 본 한제는 이를 악물더니 천우 혼개의 힘을 남김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도고의 힘과 수준의 위력까지 더한 그는 곧장 명도 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일격이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사이 아흔아홉 개의 허상이 나타나 하나로 응집하더니 천우의 진신이 되어 명도 존에게로 돌진했다.
그 무렵, 몸을 덜덜 떨고 있던 명도 존은 거의 해골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한 번 더 폭발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얼마 안 되는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이에 명도 존은 완전한 해골이 되어 버렸다.
그 뼈는 칠흑처럼 검었는데 안쪽에서는 주먹만 한 금색 빛 덩어리 하나가 무궁무진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선조로부터 전승받은 것이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살점도 상현도의 생명으로 응집되어 형성된 혈인과 한제의 신통술로 나타난 천우를 막지는 못했다.
콰쾅! 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아하니 명도 존의 고통은 그야말로 극에 달한 것 같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영혼 속까지 파고들 듯 날카로운 목소리가 명도 존의 해골 안에서 울려 퍼졌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동시에 명도 존의 텅 빈 눈구멍에서 두 개의 금빛 화염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허나 그 화염은 곧 꺼질 조짐을 보였다. 이어서 균열이 일어나는가 싶던 명도 존의 뼈는 곧 가루가 되어 부서지기 시작했다.
온몸의 뼈가 무너져 내리려던 찰나,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사방으로 확산됐다. 그 어마어마한 충격에 한제는 급기야 생명의 위기까지 느꼈다.
상현도의 어두운 두 눈에서는 격앙된 감정의 빛이 살짝 드러났다. 마지막 생명까지 쏟아부은 그는 자신의 맹세대로 콰쾅 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에 그의 몸이 가루처럼 흩어지면서 한 줄기 어스름한 빛이 그 안에서 튀어나와 명도 존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명도 존의 뼈가 붕괴하면서 일으킨 충격은 대부분은 한제에게로 몰려들었고 멀리서 보면 부서진 뼈로 이루어진 폭풍이 거대한 아가리처럼 한제를 집어삼키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선조의 힘이 깃든 이 충격에 죽음의 위기를 느낀 한제는 피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단호한 눈빛으로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낮게 기합을 넣었다.
“무너져라, 천우의 혼!”
그러자 몇 년 동안 한제와 함께 했던 천우 혼개가 순간 무너져 내렸고 그로 인한 충격이 사방을 휩쓰는 회오리가 되어 한제의 주위를 에워쌌다. 동시에 거대한 천우의 진신이 나타나기도 했다.
콰쾅!
강력한 충격이 명도 존의 뼈가 부서지면서 발생한 힘과 충돌했다.
“큭!”
한제는 피를 왈칵 토하며 뒤로 밀려났고 거대한 천우 역시 흩어질 조짐을 보였다.
그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득이며 명도 존의 몸이 흩어졌던 전방을 바라보았다. 주먹만 한 금색 빛 덩어리가 반짝이면서 그 안에서는 누군가의 인영이 빠른 속도로 응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