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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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의 포효는 파문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그 파문에는 그의 광기와 도고 황존을 죽이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리고 한제 체내의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어려 있었다.
포효로 일어난 파문에 한제가 깔고 앉아 있던 나무 침상은 그대로 무너져 내려 재로 변했고 나무 의자와 책상, 심지어 오두막 자체도 와해되어 흩어졌다. 이 파문이 일으킨 강력한 힘은 곧 거대한 폭풍이 됐다.
폭풍에 휩쓸려 산골짜기 안의 나무와 풀, 멀지 않은 곳의 석재 탁자와 개울까지 모두 가루가 되어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그 가루들은 폭풍에 휘말린 채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이 폭풍의 중심에는 한제가 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 있었고 시뻘건 두 눈은 어마어마한 살기와 광기로 뒤덮여 있었다. 이 정도의 광기를 보인 것도 이렇게까지 심장을 칼로 에는 듯한 고통을 느낀 것도 처음이었다.
그의 앞에서 오행 본원의 진신으로 둘러싸여 있던 금속 본원의 빛 덩어리는 이 광기와 분노에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폭발했고 그 안에서 응결된 금속 본원의 진신이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낸 금속 본원의 진신이 몸을 날리자 나머지 진신들도 몸을 날려 한제 앞에서 하나로 응집됐다. 완전하고 완벽한 오행 진신이 형성된 것이다.
오행 진신은 다섯 색채의 빛으로 둘러싸인 채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 눈에도 광기가 어려 있었다.
한제는 훌쩍 뛰어올라 오행 진신을 향해 뻗은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오행 진신은 즉각 돌진해 오더니 한제와 융합됐다. 동시에 한제는 다시 한번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
그 포효와 함께 그의 수준은 급격히 상승해 공겁기 후기를 넘어 절정에 이르렀다. 한제의 추측과 분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허나 지금의 한제는 수준의 상승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현재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당장 황궁으로 쳐들어가 도고 황존을 죽이고 모완을 되찾아오는 것뿐이었다.
광기 어린 포악한 기운을 풍기며 한제는 다시 손을 들어 올려 산골짜기의 대지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그 손짓에 대지와 함께 도고산이 진동했다. 지하 동굴의 대천존 태양과 선조의 머리 역시 바르르 떨렸다.
이어서 지하 동굴의 천장에 한 줄기의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대천존의 태양과 선조의 머리가 그 균열을 따라 떠올랐다.
그때, 도고전에서 아홉 강자가 아홉 갈래의 빛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미 폐허가 된 산골짜기와 그곳을 휩쓸고 있는 폭풍, 진동하는 대지에 일어난 균열, 그리고 폭풍 속에서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한제였다. 심지어 한제에게서는 어마어마한 살기까지 느껴졌다.
“소존!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부디 진정하시지요!”
“저희는 현존의 명을 받들어 소존께서 이러시는 이유를 묻기 위해 왔습니다!”
아홉 강자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한제를 향해 포권을 하면서도 연달아 입을 열었다.
폭풍 속 한제의 두 눈에서는 서늘한 빛이 번득이고 있었다.
대지를 향해 내리쳤던 오른손을 꽉 움켜쥐자 콰쾅 하고 갈라진 땅 안에서 흑백의 빛 한 덩어리가 튀어나와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그와 융합됐다. 이 빛 덩어리와 함께 딸려 나온 선조의 머리 역시 한 줄기 금빛이 되어 저물공간으로 거두어졌다.
할 일을 마친 뒤 홱 돌아선 한제는 도고 황성 쪽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엽도!”
이를 악문 한제는 자신을 찾아온 아홉 사람을 본 척도 않고 몸을 날렸다. 어찌나 빠른지 그의 움직임은 마치 내리 떨어지는 천둥 같았다.
하지만 아홉 강자는 허상으로 한제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다. 일곱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도고전으로부터 푸른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 올렸는데 하늘과 땅을 이을 듯 짙게 피어오른 연기는 거대한 진을 형성했다. 도고전의 진을 가동해 한제의 걸음을 저지하려는 것이었다.
우뚝 멈춰 서서 고개를 번쩍 쳐든 한제는 시뻘건 두 눈으로 광기와 살기를 번득였다.
“감히 내 앞을 막아서느냐!”
“제발 진정하십시오. 저희는 현존의 명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현존께서 오실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홉 강자 중 수준이 가장 높은 노인이 포권을 했다.
“현라 스승님⋯⋯.”
그 이름에 한제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현라가 도고 일맥의 수호자라는 것을 현재 도고 황존을 황존으로 임명한 것도 현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 물러나라!”
한제는 단호한 눈빛으로 외쳤다. 현라가 오기 전에 도고 황존을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스승도 그나마 덜 난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지금의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제의 고함에 아홉 사람의 표정이 또다시 급변했다. 그리고 그때, 한제의 뒤에 대천존의 태양이 나타났다.
이전에 도고산에서 나타났을 때보다 윤곽이 더 선명해진 이 태양이 나타난 순간, 한제를 막아섰던 아홉 강자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대천존!”
“저건 대천존의 태양 아닌가!”
이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절규하고 있는 사이 한제가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온 세상이 콰쾅 하고 울렸고 도고전에서 피어오른 푸른 연기로 형성된 진 역시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광기 어린 강력한 힘의 충격에 아홉 강자는 성난 바다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피를 토해내며 나가떨어졌다.
그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기에 한제는 이 틈에 한 줄기 빛을 그리며 순식간에 도고전이 자리한 산에서 벗어났다. 뒤이어 한 줄기 붉은 빛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황궁으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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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구역의 수도.
허공에 떠 있는 하늘의 도시는 시끌벅적했다. 환하게 밝혀진 빛 아래 한데 뒤섞인 여러 소리로 평화롭고 즐거워 보였다. 황성이 워낙 드넓은 데다가 도고전이 있는 산의 특수성으로 인해 한제의 포효는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상태였다.
도고 황존의 혼례를 하루 앞둔 이 날, 고도 일맥 구역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즐겁게 축제를 즐기고 있던 그때였다. 하늘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본 이들은 그 순간 심신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흥겹게 울려 퍼지던 악기 소리도 뚝 끊겼다.
콰쾅!
세상을 파괴할 듯 격렬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는 유성과 같은 한 줄기 붉은 빛이 날아들었다.
이 우렁찬 소리에 대지는 진동했고 층층의 파문이 물결처럼 퍼져 나가면서 하늘은 금방이라도 둘로 갈라져 버릴 것 같았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살기가 내려왔다.
그 살기를 느낀 고족 사람들은 예외 없이 몸을 덜덜 떨었다. 그제야 이들은 도고 황성에서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든 한제는 흥겨운 분위기에 휩싸인 황궁을 노려보았다.
축지성촌을 발휘한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이곳까지 돌진해왔으나, 황궁은 금제로 둘러싸여 있어 단숨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황궁을 내려다보던 한제의 눈앞에 모완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심장을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을 느낀 그는 포효를 내지르며 황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황궁으로부터 1백 리 떨어진 곳에 이른 순간, 허공에서 수백 개의 허상이 연기처럼 스르륵 나타나더니 갑옷을 입은 고도 황궁 경비병으로 변했다.
뒤이어 대지에서는 천군만마가 달려오듯 부연 흙먼지가 일더니 1만 명에 달하는 도고 일맥 사람들이 나타났다.
끝이 아니었다. 저 멀리서는 수천 명이 몰려와 한제를 완전히 포위하려 들었다.
극도의 분노 (3)
“이한제님이셨군요.”
하늘에 나타난 여러 사람 중 한 노인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그의 눈은 음침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아까 떠나시지 않았습니까? 한데 어찌 이렇게 멋대로 난입하려 드시는지요. 이러한 행동은 곧 죽음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모르⋯⋯.”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제가 낮게 외쳤다.
“꺼져라! 날 막으면 죽는다!”
동시에 그는 성난 흉수처럼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굉음과 함께 그의 앞을 막은 이들 중 수십 명이 바르르 경련하다가 폭발하듯 터져 버렸다.
이 피가 후두둑 떨어져 내리며 살육의 서막을 열었다.
그때, 아홉 갈래의 빛이 한제의 뒤에서 날아들었다. 현라 휘하의 아홉 강자였다. 이들은 한제가 수십 명의 도고 황궁 경비병을 죽인 것을 보자마자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어서 황존께 알려! 이한제가⋯⋯ 황존을 시해하려 한다!”
아홉 명 중 수준이 가장 높은 노인은 현라를 따르고 있기는 했지만 황권에 대한 열망과 충성이 뼛속 깊이 배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로서는 이런 광경을 목격한 이상 일을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현라의 말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에 사방에 있던 1만여 명의 황궁 경비병은 표정이 급변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제는 맹렬히 질주하며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이들의 육신을 무너뜨려 끔찍한 죽음을 맞게 했다.
현라 휘하의 아홉 사람은 이를 악문 채 한제를 뒤쫓았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신통술을 발휘해 한제의 전방에 나타나 말없이 공격에 나섰다. 현라와 황권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황권을 택할 이들이었다.
“죽으려고 환장을 하는구나!”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몇 차례나 반복해서 자신을 막아서자 한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살기를 번득였다.
이어서 아홉 사람이 앞에 나타난 순간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났다. 역령인이었다.
이어서 아흔아홉 개의 허상도 나타났다. 이 허상들은 몸을 훌쩍 날리며 눈 깜짝할 사이 백스물한 개로 늘어났다가 한데 응집됐고 이에 따라 역령인에는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그리고 열 번째 손가락이 나타났다.
열 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바닥이 달려들자 아홉 사람은 이를 악물고 고족의 힘을 뿜어내 허상을 소환하더니 맹렬히 저항했다.
꽝!
순간 우렁찬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역령인과 충돌한 아홉 사람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숨을 거뒀다.
역령인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수많은 황궁 경비병들을 처리했다. 이제 주변에서는 짙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만약 이곳이 선족 황성이었다면 사람들은 도망치기에 바빴을 터였다. 승산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지 않는 것이 그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허나 그 무엇보다 황권을 귀하게 여기는 고족 황궁 경비병들은 한제의 거칠고 포악한 행태에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한편, 이런 끔찍한 살육과 비참한 비명 속에서도 1백 리 떨어진 황궁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담소를 나누었고 도고 황존에게 축하 인사를 올렸다.
시종일관 미소를 띠고 있는 황존은 이따금 호탕하게 웃으며 잔을 들었고 그 곁의 송세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