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5
뭔가를 고민하던 한제는 곧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신식의 바다가 요동치더니 두 마리의 마혼이 빠져나왔다.
둘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두 번째 마혼은 숭상하는 눈빛으로 한제를 보았다. 한제가 명령만 내린다면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에게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반면 허이국 마혼은 음흉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제에게 억지로 고개를 숙이더니 아첨하듯 웃어보였다.
한제는 석실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 둘은 저 석실에서 수련해라. 내 허락 없이는 석실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와서는 안 된다. 명령을 어긴다면 곧장 소멸시키겠다.”
허이국 마혼은 흠칫 놀라며 뭔가 따지려는 듯했지만 두 번째 마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한제가 가리킨 석실로 향했다. 이에 허이국 마혼도 얼른 그 석실로 들어갔다.
두 마혼이 모두 들어가자 한제는 극의 신식을 이용해 그 석실에 약간의 신식을 남겨두었다. 이제 마혼들이 그의 명을 어기고 밖으로 나오면 극의 신식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한제는 매사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마혼이 평소 무슨 행동을 하건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나, 지금부터 그가 하려는 일에 조금의 문제도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마혼들 역시 꽁꽁 묶어둬야 했다.
모든 작업을 마친 한제는 중앙의 석실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리자 순간 일곱 빛깔 광채를 번득이는 구슬 하나가 천천히 그의 미간에서 솟아나왔다. 그 구슬은 점차 실체를 갖춰가더니 결국 석주의 형태를 드러냈다.
묵묵히 그것을 살피던 한제가 손을 휘두르자 석주가 한쪽으로 떠올랐다. 이어 한제는 저물대에서 옥으로 된 병 몇 개를 꺼내 좌우로 분리해 놓은 후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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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흘렀다. 그동안 한제는 영기가 깃든 액체를 모을 때 외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그는 체내에 남은 영기를 계속해서 압축해 세 개의 소용돌이로 만들었다. 그 소용돌이에는 천벌의 붉은색 실이 들어 있었다.
천벌의 실은 완전히 제압된 상태였으나, 한제는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그 실은 굉장히 작고 얇았지만 천벌로부터 기인한 힘을 감안하면 자칫했다가는 몸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었다. 비록 그의 몸은 한 차례의 재구성을 거친 상태였지만 한제는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는 시간은 신통술을 익혔다. 허나 이는 원영기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의 편법적인 해결일 뿐이었다.
한제는 전신전 뒷산의 동굴에서 전신전의 시조 진충이 갖은 노력 끝에 신도술에 관해 기록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한제는 그 기술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 안의 신통한 부분을 알아차렸다.
그 기술은 신기한 분신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이렇게 획득한 분신은 분신이 아닌 본체로 존재했다. 분신을 통해 동시에 수련하여 더욱 빨리 경지를 높이고 원영기에 이르는 순간 분신을 본체와 합치면 원영기에 이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공법에는 단점도 있었다. 막 만들어진 분신은 조금의 경지도 갖추지 못했고 수명도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한제가 이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그가 가진 단약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먹을 약도 충분치 않았던 때였으므로 분신에게 따로 챙겨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신통술을 이용한다면 산공을 하지 않고도 원영기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나의 분신을 30년 안에 원영기에 이르게 한 뒤 본체와 융합하면 극의 경계로 인해 결단기에 제한되어 있는 경지를 원영기로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30년 안에 분신을 어떻게 원영기로 올려놓느냐가 문제였다.
석주의 도움을 받으면 그 30년은 석주공간 내에서 18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단약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한제가 내린 답은 운천종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곳이 초나라임을 알게 된 후 폐관 수련을 할 곳을 운천종 가까운 곳에 마련한 것이다.
한제는 앞에 놓인 세 개의 백옥병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지난 1년간 모은 영기 액체가 들어 있었다. 이는 분신을 위해 준비해놓은 선물이기도 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이내 결심한 듯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한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신도술에 따라 분신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신도술은 간파만 하면 실행하기 어려운 술법은 아니었다. 개인의 자질과도 관련이 없었다. 당시 전신전에서 타고난 자질이 가장 부족했던 진충이 처음으로 신도술을 간파하여 기록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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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력(曆) 13만 4500년, 3성 수련국 초나라의 국경에 노을빛이 떠오르더니 사흘 내내 계속됐다. 초나라 각 문파에서는 제자들을 보내 이를 조사하게 했지만 버려진 동굴 하나만 발견했을 뿐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혹자는 이곳에 있던 중요한 보물을 누군가가 훔쳐갔다고 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는 수련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노을빛이 나타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문파인 운천종이 가져갔으리라 믿었다.
같은 해에 운천종에서는 천손단(天損丹)을 한 알 만들어냈는데 품질이 5품 초급에 달하는 이 단약은 육신이 흩어진 원영기 이상 수련자의 육신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 단약을 먹으면 다른 사람의 몸을 빼앗지 않고도 자신의 몸을 되찾을 수 있는 셈이었다.
이 단약 덕에 원래도 높았던 운천종의 명망은 더욱 높아졌다. 주위의 모든 3성 수련국들은 운천종을 질시했다. 결국 비밀리에 운천종과 협의를 한 4성 수련국 거마족은 그 단약을 손에 넣은 뒤 떠나기 전 운천종이 자리한 산에 진을 하나 배치해 놓았다. 이 진은 위력이 너무나 강해서 일반적인 4성 수련국도 이 진을 억지로 뚫고 들어오기가 힘들었다.
같은 해 말, 운천종은 30년에 한 번 열리는 제자 모집을 시작했다. 초나라의 각 수련자 가문에서는 자손들을 보내 한 명이라도 운천종의 일원이 되어 조상과 가문을 빛내주기를 바랐다.
운천종은 제자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매우 특이해, 다른 문파와 달리 천부적인 자질을 따지지 않았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인연이었다.
때문에 제자를 30년에 한 번밖에 모집하지 않음에도 한 번에 최대 열 명 정도만 받아들였다. 매번 몰려드는 지원자가 수천 명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였다. 이는 운천종의 명망과 더불어 많은 사람이 운천종에 들어가기를 갈망하게 만들었다.
운천산맥의 가장 높은 곳에는 조각된 난간과 옥으로 만든 계단, 신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전각이 있었다. 이곳은 운천종의 대문이 있는 곳으로 사실 운천종의 일부에 불과했다. 더욱 많은 누각이 신비로운 술법에 의해 모습을 숨기고 있어 멀리서 보면 울창한 숲과 같았다.
신비로운 술법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세 개의 거대한 푸른색 글자가 꼼짝도 하지 않고 누각 꼭대기 위의 허공에 떠 있었다.
운천종
제자 모집이 시작됐을 때 하늘에 나타난 이 세 글자는 제자 모집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졌다.
초나라의 수련자들과 그들의 가문은 이 글자가 나타나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가 그 글자가 사라지면 빠져나갔다.
이른 아침, 구름 한 점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에 몇 줄기 검광이 운천종을 향해 질주했다. 그 검광들은 운천종으로부터 1천 리 정도에 이르자 땅으로 착지했다. 이들은 수려하고 아름다운 남녀 수련자들로 나이는 많지 않았다. 자신의 비검을 타고 오거나 윗사람의 검광을 얻어 타고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운천종에 대한 예를 표하기 위해 1천 리 밖에서 비행을 멈춘 그들은 그곳에서부터는 두 발로 걸어 들어갔다. 이들만이 아니라 운천종을 중심으로 반경 1천 리 안에 점점 많은 수련자가 모여들었다.
운천종(雲天宗) (1)
운천종 대문 밖에는 젊은 수련자 세 명이 입문을 원하는 지원자들을 맞아 안내하고 있었다.
이때 운천종 대문에서 5백 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한 쌍의 남녀 수련자가 다가왔다. 20대 후반의 남자는 차분한 모습에 눈빛이 침착했고 옷깃에는 보라색 비검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이는 그가 이미 검기종(劍氣宗)의 정식제자라는 뜻이었다.
갓 스물쯤 되어 보이는 곁의 여성은 보라색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같은 색 허리띠가 매여 있어 몸의 굴곡이 드러났다. 이는 달과 꽃을 부끄럽게 할 만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썩 잘 어울렸다.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뒤틀던 소녀가 다리를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오빠, 운천종이 뭐가 좋다고 날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난 단약 만드는 거 싫어. 검기종이 좋다고!”
남자는 소녀를 힐끗 보더니 그녀의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검기종에서는 살육이 빈번하게 일어나 너한테는 맞지 않아. 운천종은 초나라의 최고 문파 중 하나 아니냐. 초나라에 위험이 닥쳐온다 해도 운천종에까지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거야. 만약 네가 운천종에 들어간다면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고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도 분명 좋아하셨을 거야.”
부모님에 대한 말이 나오자 소녀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리고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 오빠를 향해 종달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만약 내가 운천종에 들어간다면 꼭 오빠를 위해서 특별한 단약을 만들어줄게. 나중에 오빠 수준이 높아지면 우리 집으로 돌아가서 그 사람들에게 오빠가 아주 본때를 보여줘.”
남자는 소녀의 말에 서늘한 빛이 어린 두 눈을 옆으로 돌렸다. 그는 동생이 받을 충격이 두려워 당시의 일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했다.
“오빠, 저 사람 좀 봐, 이상한 옷을 입고 있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앞쪽에 있는 소년 을 바라본 그녀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2천 척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거친 무명천으로 된 옷을 입은 소년이 걸어가고 있었다. 운천종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수련자 가문 소속일 터였다. 이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저 소년과 같은 차림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저런 옷은 흔한 산골 소년이 입을 만한 것이었다.
소녀의 목소리를 들은 듯 소년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힐끗 보았다. 그러더니 금세 시선을 거두고 다시 묵묵히 걸었다.
남자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 소년을 살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마주친 모든 사람이 저도 모르게 여동생을 힐끔거렸고 운천종으로부터 1천 리 안에 들어온 후부터는 거의 모든 수련자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은 사람은 저 소년뿐이었다.
남자는 신식으로 소년의 수준을 살폈다. 응기 2, 3단계에 불과했다. 그는 소년을 잠시 살피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소년을 향한 소녀의 눈에는 흥미가 어려 있었다. 그녀는 얼른 걸음을 옮기며 소년을 향해 소리쳤다.
“얘, 너도 운천종에 가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소년은 그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걸었다.
가볍게 콧방귀를 뀐 소녀가 몸을 훌쩍 날려 소년의 앞을 막고 서더니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벙어리야? 물어봤잖아. 너도 운천종에 가느냐고…”
소년은 소녀를 힐끗 보더니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별 쓸데없는 질문을 다 하는군.”
말을 마친 소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녀를 스쳐지나갔다.
소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려본 그녀는 분명 쓸데없는 말이긴 했다. 이미 이곳에 와 있는 상대에게 운천종에 가느냐는 질문을 하다니.
소녀의 오라비는 빙긋 웃었다. 소년의 답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여동생이 그런 질문을 했을 때 그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소녀는 발을 살짝 굴러 소년의 뒤를 쫓았다. 이번에는 소년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녀가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왜 쓸데없는 말이야? 네 옷은 아무리 봐도 운천종에 가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할 때 입을 옷은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을 좀 보라고. 어떤 사람이 너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느냔 말이야. 운천종의 제자 모집은⋯⋯.”
소년은 다시 미간을 구기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재잘대는 소녀는 그가 보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계집애였다. 그것도 굉장히 짜증나는…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일찍이 소매를 휘둘러 저 멀리 떠나갔을 것이다.
어느덧 오후가 됐다. 하늘에 걸린 해가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소년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그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보통 사람처럼 이렇게 숨이 가빠오는 느낌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바로 그때, 곁에 있던 소녀가 오른손을 휘둘러 저물대에서 포도 몇 알을 꺼냈다. 껍질을 까 오물거리던 그녀는 소년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먹을래?”
소년은 본 척도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만 나아갔다.
소녀는 콧방귀를 뀌더니 그에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제 오라비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포도를 전부 오라비의 손에 넘겼다.
두 시진 뒤, 운천종의 대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소년은 감개무량한 눈으로 웅장한 누각을 바라보았다. 저도 모르게 대산파가 떠올랐다.
소년은 바로 한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제의 분신이었다. 그는 신도술로 본체로부터 분신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이 분신은 본체와 마찬가지로 살도 피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 분신이 살 수 있는 기한은 단 30년이었다.
허나 이것이 그가 떠올려낸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직 이 방법을 통해서만 산공을 통해 그간의 수련 경지를 포기하지 않고도 원영기에 이를 수 있었다. 본체는 운천종 부근의 모처에 숨어 있었다.
당시 그가 폐관 수련을 했던 동굴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분신이 나타난 순간 발생한 노을빛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동굴을 버리고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폐관 수련을 할 곳을 찾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