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6
본체가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분신은 운천종 산자락에 있는 마을에서 몇 개월 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운천종에서 제자 모집을 한다는 소식에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한제는 원래 영기 액체를 거의 다 써갈 때쯤 직접 운천종의 제자를 찾아 그를 통해 운천종에서 단약을 훔쳐낼 생각이었다.
한데 마침 운천종에서 제자를 모집한다고 하니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제자로 받아들여지기만 하면 누군가에게 번거로운 술법을 걸 필요도 없었다.
운천종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 수련자들은 모두 배정받은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열흘 뒤에 모든 지원자가 도착하면 한꺼번에 선발할 예정이었다.
예의 소녀는 운천종 대문에 들어선 뒤 한제를 몇 번 힐끔거리더니 오빠 뒤를 따랐다.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다. 수준은 바닥이었지만 경험은 본체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그 청년의 수준은 결단기에 이르지 못했다. 많아봐야 축기 후기일 것이었다. 그 정도 수준의 수련자라면 한제의 본체는 마음만 먹어도 손가락질 한 번에 끝장낼 수 있었다.
운천종에 들어온 며칠 뒤, 하늘에 떠있던 세 개의 글자가 천천히 흩어져 사라졌다. 이는 운천종의 제자 모집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이제 앞으로 열흘 동안 모든 지원자 중 최대 열 명이 선발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하산하게 될 터였다.
운천종 산봉우리의 거대한 대(臺) 위에 수천에 달하는 지원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얌전히 시험을 기다렸다. 이들 중에는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으며, 노인도 있었고 어린 사람도 있었다. 가장 높게는 이미 결단기까지 이른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낮게는 한제와 비슷한 응기 2, 3단계에 불과한 사람도 있었다.
이 대의 사방에는 수십 명의 하얀 옷을 입은 운천종 제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냉담했고 약간의 고고한 기운도 풍겨났다. 그들은 이미 운천종의 일원이 된 사람으로 지원자들보다야 높은 신분이니 고고한 기운을 풍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매에 세 개의 단정(丹鼎)이 새겨진 하얀색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천천히 운천종 상공에서 나타났다. 허공에 뜬 그는 지원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운천종에 들어오면 10등급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에 불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떠나거라.”
그 말에 일어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굳은 결심이 어린 눈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원자 틈에 섞여 있는 몇몇 결단기 수련자는 중년 남자의 말이 자신들을 향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한참 침묵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오른손을 휘젓자 돌로 된 대에서 힘이 솟아났고 그 위에 있던 지원자들이 분분히 밀려났다. 이에 대 위에는 1백 척이 조금 넘는 거대한 빈 공간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시커먼 안개 기둥이 갑자기 그 안에서 솟아올랐다. 그 두껍고 검은 안개 기둥은 하늘을 떠받친 팔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떤 방식을 써서든 이 기둥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낸다면 합격이다. 여섯 시진을 주겠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러 퍼졌다. 말을 마친 그는 옆으로 물러나 잠자코 검은 안개 기둥을 바라보았다.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침착하게 검은 구름 기둥을 바라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는 분신인데다가 분신을 만들어낼 때 본체의 신식과 수련의 경지는 분신에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는 본체가 가지고 있는 나머지 법술과 고대 신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한제의 분신은 눈을 살짝 빛내며 끊임없이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그의 눈에 웃음기가 담겼다. 이 기둥은 분명 금제였고 이는 관찰자들에게 모종의 제한을 거는 작용을 하고 있었다. 운천종은 이런 방식으로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모양이었다.
한제 분신은 이 금제가 보통 수련자들로서는 절대 제거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이 대 위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 중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으리라.
한데 문득 의문이 생겼다. 운천종은 대체 어떤 제자를 골라내려는 걸까?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금제를 풀어 운천종의 시선을 끌었다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 같았다.
한제 분신은 곧장 금제를 풀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그가 보기에 운천종이 이토록 요란하게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한 명의 합격자도 없다고 할 리는 없었다. 만약 그의 생각이 옳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위해 이 의문에 대한 답을 가져다줄 사람이 나올 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 시진이 지났다. 대 위의 사람들 중 몇몇은 신식을 통해 살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들의 신식은 검은 안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왔다. 어떤 방법을 써도 신식을 통한 방법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그중 한 사람은 저물대 안에서 나무 조각상 하나를 꺼내더니 주문을 중얼중얼 외운 뒤 곧장 그 검은 안개 기둥을 향해 던져 넣었다. 한데 제자 모집을 담당하는 중년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제 분신은 중년 남자의 여유로운 표정과 달리 사방에 있는 운천종 제자들 중 몇몇의 눈빛이 달라졌음을 확인했다.
그 나무 조각상은 곧장 커지더니 거대한 금 조각상이 되어 검은 안개 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안개 기둥 안에서 커다란 손이 쑥 빠져나오더니 금 조각상을 쥐고 안개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운천종(雲天宗) (2)
나무 조각상을 던진 제자는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운천종의 그 중년 남자를 향해 말했다.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법보만 돌려주십시오. 저것은 저희 가문의 보물입니다, 선배님!”
중년 남자는 그를 힐끗 보며 느릿하게 말했다.
“금으로 된 무늬가 그려진 나무 조각상, 공손 가문의 가보(家寶)이니 우리 운천종이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 포기했으니 잠시 기다려라. 시험이 끝나는 대로 돌려주겠다.”
그 제자는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 대 아래로 내려갔다.
“앞서 얘기했다. 모든 방법을 다 써도 상관없다. 그저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뭔지 확인하기만 한다면 통과다.”
중년 남자가 다시 강조했다.
“헌데 만약 그것을 확인하여 말해버린다면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때 대 위에 있던 한 소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럴 리가! 만약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뭔지 확인한다면 이곳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중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검은 안개 깊은 속에서 커다란 손이 나온 순간, 한제 분신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줄곧 그 금제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 커다란 손이 나타난 순간, 그 안에 작은 틈이 드러났는데 신식의 눈으로 그 안을 들여다본 한제는 수많은 단약들이 부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제는 변함없는 표정이었지만 심장은 쿵쾅댔다. 그러나 그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이때, 돌로 된 대 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분분히 법보를 꺼내들고 그 검은 안개를 흩어보려 애썼다. 허나 기둥 안의 커다란 손은 번번이 그 법보들을 잡아채었다.
만약 중년 남자의 말이 없었다면 지원자들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법보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운천종에서 시험을 포기한다면 돌아가기 전에 법보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원자들에게 거리낄 것은 없었다. 이에 각종 법보들이 허공으로 날아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제 분신은 그 법보들이 안개에 닿을 때마다 금제를 간파할 수 있는 신식의 눈으로 그 안에 있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그 안에는 총 11개의 단약과 11개의 옥패, 그리고 11개의 단로가 새겨진 영패가 있었다. 그 세 종류의 물건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때, 검은 안개에서 금색 빛이 번쩍이며 그 안에서 튀어나오더니 허공을 한 바퀴 휙 돈 뒤 옥패 하나로 변했다. 그 옥패는 질주하듯 내달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소녀의 손에 떨어졌다.
이때 운천종의 중년 남자가 두 눈을 빛내며 빠르게 앞으로 몸을 날려 그 소녀의 곁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린 옥패를 보고 웃었다.
“통과했구나!”
말을 마친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운천종의 제자 하나가 다가왔다.
“데리고 올라가도록!”
중년 남자는 소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휘둘러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통과자를 기다렸다.
그 소녀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얼떨떨한 상태로 운천종의 제자와 함께 산 위로 향했다.
통과자가 나타나자 지원자들은 분분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운천종의 제자들은 여전히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제 분신의 눈은 번득였다. 방금 그 소녀가 검은 안개를 간파한 것이 아니라 검은 안개 속 그 옥패가 알아서 그 소녀를 선택했음을 똑똑히 확인했다.
그 중년 남자는 소녀의 손에 옥패가 떨어졌을 때 곧장 통과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옥패를 확인한 뒤에야 통과를 선언했다. 한제 분신은 그 중년 남자가 옥패가 그 소녀를 선택한 것이 맞는지 확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그가 경거망동했다면 분명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으리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한제 분신은 냉소했다. 운천종의 제자 모집은 정말이지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바로 그때, 검은 안개에서 다시 금빛이 번쩍였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으로는 몰래 금제를 하나 만들어냈다. 지금 그의 체내에 있는 영력으로는 간단한 금제만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잔영의 원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파악하고 있는 금제는 상고 시대에서 전해온 것이기에 그 신통함이 보통 수련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법보들을 끝없이 내던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제가 금제를 거는 것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금제가 검은 안개 기둥에 닿은 순간, 한제는 그 안에 옥패 하나가 금빛을 번쩍이며 천천히 바깥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금제를 그 옥패에 찍었다. 순간 옥패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한제는 다시 한 번 금제를 쏘았다. 그러자 금제는 검은 안개 속 단약 한 알에 찍혔다. 그 단약은 검은 안개에서 튀어나와 한 줄기 금색 빛이 되더니 돌로 된 대 위에 있던 한 소년의 손에 들어갔다.
소년은 깜짝 놀랐다가 광기어린 희색을 띄며 외쳤다.
“이건⋯⋯ 나⋯⋯ 나도 통과했다.”
이때, 운천종의 중년 남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단약을 바라보더니 몸을 훌쩍 날려 그 소년의 앞에 당도했다.
그는 두 말 않고 손을 뻗었다. 소년의 손에 들려 있던 단약이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중년 남자는 그 단약을 한참 동안 살피더니 기쁨에 겨워 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축하한다. 우리 운천종의 정식 제자가 됐다. 올라가면 장문인께서 네게 스승을 붙여줄 것이다. 이 단약은 네가 잘 갖고 있다가 스승을 만나 첫 대면 선물로 드려라. 안타깝게도 이 단약은 불 속성이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네 사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제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감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제는 침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두근거렸다. 검은 안개 속에서 그가 보았던 물건은 단약, 옥패, 영패까지 총 세 종류였다.
이 세 개의 물건이 대표하는 바는 분명 서로 다른 것 같았다. 단약을 획득하면 곧장 제자가 될 수 있었고 옥패를 획득하면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패를 획득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한제 분신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더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굴었다. 한 번은 몰라도 계속해서 금제를 사용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면 이 모든 것은 다 수포로 돌아가 버릴 것이고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게 될 터였다.
게다가 한제 분신은 그 중년 남자의 표정을 통해 제자 모집에서 단약을 얻은 제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옥패를 얻게 되는 모양이었다.
“이제 한 시진이 남았다. 이 검은 안개 기둥 속에는 옥패와 단약, 영패, 그리고 단로가 있다. 그중 옥패를 획득한 사람은 이 관문을 통과한다. 단약을 얻은 사람은 곧장 정식 제자가 되지.
영패를 획득한 사람은 정식 제자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영패를 들고 단약을 저장하는 장단각(藏丹閣)으로 가서 3품짜리 영단(靈丹)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단로를 얻으면 우리 운천종에서 극소수인 장문 제자가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 우리 운천종의 8천 년 넘는 역사 속에서 단로를 얻은 사람은 여섯 분뿐이다.
너희 중 일곱 번째 단로 획득자가 나왔으면 좋겠구나! 장문 제자가 되면 원하는 어떤 단약이든 복용할 수 있으며 심층적인 연단술을 익힐 수 있다.”
중년 남자는 온화하고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이 나오자 대 위의 모든 지원자들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검은 안개 기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눈에 그 기둥은 일생의 부귀가 걸려 있는 존재였다.
한제 분신은 중년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여태까지 세 가지의 물건밖에 보지 못했는데⋯⋯
단로의 존재에 한참 침묵하던 그는 더는 관찰하지 않고 금제를 하나 만들어내 단약 하나를 끌어냈다.
금빛이 번쩍이더니 물처럼 푸른색의 단약이 날아들어 한제의 손에 떨어졌다.
영패를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한제는 신중한 성격상 남의 이목을 끄는 것은 원치 않았다. 만약 단약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해도 그는 영패 대신 옥패를 선택했을 터였다.
단약의 색을 확인한 중년 남자의 눈이 밝아졌다. 그는 한제의 손에 들린 단약을 보고 한제를 한 번 훑어본 뒤 웃으며 말했다.
“내 제자가 되기를 원하느냐?”
한제는 약간 두려워하면서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년 남자는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옆에 서 있거라. 모집이 다 끝나면 장문인을 뵈러 갈 테니…”
한제는 얼른 공손하게 중년 남자의 곁에 섰다. 그는 감격한 표정이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냉소하고 있었다. 좀 전에 중년 남자가 불 속성 단약을 보고 실망하는 기색을 드러낸 것에 그는 좀 더 관찰한 끝에 그가 필요로 하는 단약이 물 속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른 속성의 단약이라면 겸용해서 쓸 수라도 있었지만 불 속성과 물 속성은 아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한 시진 동안 세 사람이 선별됐다. 그중 한 사람은 일전에 한제를 귀찮게 했던 그 소녀였다. 그 소녀가 얻은 것은 옥패였다.
예정된 시간이 끝나가자 중년 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피더니 결과를 선포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검은 안개가 갑자기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하늘에 검은 구름이 나타났다. 구름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하늘을 그었다. 마치 은색 뱀이 하늘에서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검은 안개 기둥에서 우르릉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언덕 같은 단정(丹鼎)이 검은 안개 속에서 조금 드러났다. 이 단정은 옅은 보라색이었고 그 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검은 용이 새겨져 있었다. 용의 눈은 잔뜩 성이 난 듯 했는데 멀리서 보면 꼭 포효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검은 안개 기둥에서 발산되며 대 위에 있던 지원자들을 분분히 밀어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고 곧 대 위에는 꺼낸 법보 덕분에 화를 면한 중년 남자와 그의 곁에 있던 한제의 분신, 그리고 그 허약해 보이는 소년 한 명만 남게 됐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단정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제는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검은 안개 속의 단정을 주시했다. 그는 신식의 눈을 통해 그 단정이 한 층의 옅은 검은색 빛으로 감싸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정이 움직일 때마다 그 색은 더욱 짙어졌다.
“용자정(龍子鼎), 이건 용자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