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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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 제산. 구제 대천존은 저 멀리 고족 구역을 바라보며 떨리는 심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창백한 얼굴에는 충격과 의혹이 어려 있었다.
“지하 궁전에 있었을 때, 저자는 대천존 태양의 윤곽을 가지고 있었고 선조의 머리도 손에 넣었지. 저 태양이 흑, 백, 금의 세 가지 색깔 중 금색은 분명 선조의 머리를 융합한 결과일 터! 저자가 대천존이 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허나⋯⋯ 고작 1백 년 만에 선조의 머리를 융화시키다니⋯⋯.”
구제의 심신이 진동했다. 그는 선족 대천존 중 72개 주에 진압되어 있던 혼들이 돌연 난동을 피운 이유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설마 그때 그게⋯⋯ 마, 말도 안 돼!”
구제는 두려움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내뱉었다.
한편, 해자 역시 제산 귀퉁이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복잡한 표정 위로 약간의 깨달음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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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가 대천존에 등극했다는 사실은 고족 구역에도 어마어마한 여파를 미였다. 그 혼란의 중심이 된 시고 구역 원시산의 송천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한편, 도고 황성에서는 폐관수련을 하고 있던 현라가 한제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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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후군 행궁 상공. 한제가 두 손을 휘두르자 삼색 태양은 점점 흩어져 사라지고 하늘에는 잔상만 남게 됐다. 선강 대륙 대천존의 표식이었다.
세상이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주위에 드리워진 규칙의 힘도 흩어지면서 모든 것이 회복됐을 때, 행궁 안에서 몇 갈래의 빛이 훌쩍 날아올랐다. 가장 앞서서 다가오고 있는 것은 계도 황자였다.
그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1천 척 떨어진 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대천존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양아버지.”
“이존을 뵙습니다!”
계도에 이어 그의 동생과 그녀의 남편 역시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계도가 무릎을 꿇은 상황에서 그들이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이존을 뵙습니다!”
세 사람에 뒤이어 행궁을 지키던 계도의 경비병들 역시 분분히 격앙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한제를 향해 절을 올렸다. 이들의 목소리는 한데 합쳐져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한제는 허공에서 이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덤덤한 눈으로 저 멀리 우뚝 멎어 있는 고마를 바라보며 한 걸음에 다가갔다.
그는 오른손으로 고마의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고마는 고통에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녀석의 미간에서 피어오른 한 줄기 검은 기운이 바람에 실려 흩어져 사라졌다. 그제야 고마는 이성을 되찾은 듯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으나, 한제를 보더니 두려움에 떨었다. 이어서 움직임을 회복하자마자 곧장 한쪽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숙였다.
“계도 송천을 만나러 가겠다. 오너라!”
한제는 한 걸음에 고마의 정수리에 서더니 계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순간, 계도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양아버지.”
뒤이어 숨을 깊게 들이마신 계도는 몸을 훌쩍 날려 고마의 정수리 위에 이른 뒤 공손한 태도로 한제의 뒤에 섰다. 한제의 뒷모습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계도에게는 듬직한 산봉우리처럼 느껴졌다.
‘양아버지가 있는 한 나는 반드시 시고 황존에 등극할 수 있을 거야!’
한편, 거대한 고마는 한제의 분부가 떨어지기도 전에 곧장 돌아서더니 하늘의 균열을 더 벌려 그 안으로 맹렬히 달려들었다.
한제와 계도를 태운 고마가 사라지자 하늘의 균열은 점차 맞물리다가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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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황성 밖, 원시산. 한제가 고마의 미간을 건드려 그 안에 스며들어 있던 송천의 신념을 지운 순간, 송천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얼굴도 약간 창백해졌으나, 잠시 후 혈색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거대한 도끼를 쥔 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숨을 골랐다. 한제는 틀림없이 이곳으로 올 터였다.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았더라도 계도를 황존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를 찾아왔겠지.”
그는 중얼거리더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싸움에서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천존인 그가 싸우지도 않고 굴복해버릴 수는 없었다.
콰쾅!
상공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산봉우리가 흐릿한 기운으로 뒤덮였다. 흐릿한 기운 속에서 천군만마가 도사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한제 그자가 세상의 힘을 통제할 수 있다고는 해도 나 또한 원시진의 도움과 고도 대천존이 하사해주신 이 도끼가 있는 만큼 승산은 있다!”
송천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의 뒤에 선 치만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2각 후…
쩍!
돌연 원시산 상공에 거대한 균열이 일더니 검은 기운과 함께 거대한 고마가 빠져나왔다. 녀석의 정수리에는 한제와 계도가 서 있었다.
송천의 시선이 한제에게로 향했고 동시에 치만의 눈은 계도에게로 향했다.
“이한제!”
송천이 소매를 휘두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게 되어 반갑군, 송존.”
한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했다.
“쓸데없는 말은 마라. 네가 온 목적을 알고 있다. 네가 나를 이긴다면 1백 년 후 계도를 황존으로 임명하도록 하지.”
송천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이길 경우의 조건은 말조차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가 승부에 자신감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송천이 왼손을 쭉 뻗자 원시산을 뒤덮은 흐릿한 기운 안에서 천군만마가 날카로운 고함을 내지르며 먹먹한 안개가 되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송천은 이어서 도끼를 힘껏 휘둘렀다.
그의 수준은 도일보다 약간 높고 무봉과 비슷했다. 1백 년 전이었다면 한제는 그와의 승부를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고 허무에 있는 분신의 힘까지 끌어모아야만 겨우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제는 귀찮은 파리를 쫓듯 손을 들어 가볍게 세 번 휘둘렀다.
첫 번째 손짓에 그에게 달려들던 천군만마는 1천 척 떨어진 곳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기포가 되어 사라졌다. 계도와 치만에게는 천군만마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보였지만 송천은 한제의 손짓에 세상의 규칙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한제의 두 번째 손짓은 원시산에 드리워진 흐릿한 진의 위력을 와장창 깨뜨려버렸다. 그 여파에 원시산이 진동했고 진을 이루고 있던 시고 일맥의 강자들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송천 역시 머리가 저릿해졌지만 애써 참아내며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때, 한제의 세 번째 손짓으로 인한 허상의 주먹이 송천 앞에 나타났다. 세상의 규칙이 응집된 수없이 많은 선으로 이루어진 주먹은 그대로 송천의 도끼와 충돌했다.
콰쾅!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르르 진동하던 도끼는 단번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제의 주먹 역시 경련하다가 둘로 나뉘었다.
“큭!”
송천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무려 1천 척이나 밀려난 후에야 원시산에 착지했다. 그 충격에 원시산은 또다시 진동했고 줄기줄기 균열이 일어났다.
한제의 오른손 손가락에도 하얗게 긁힌 듯한 흔적이 나타났지만 피부까지 갈라지지는 않았다.
“규칙의 힘을 품은 도끼로군.”
한제는 산산조각 난 도끼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더니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부서진 도끼의 파편들이 끌려와 응집해 다시 완전한 도끼의 모습이 됐다.
“더 해볼 텐가?”
한제의 덤덤한 시선으로 송천을 바라보았다.
“당연한 소리! 나는 송천 대천존이다! 으하하하!”
송천은 호탕하게 웃으며 떠오르더니 아래쪽의 원시산을 향해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원시산은 격렬하게 진동하다가 마치 대지로부터 그대로 뽑혀 나온 것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서 수많은 빛이 원시산에서 튀어나왔고 심지어 시고 황궁에서도 대량의 빛이 튀어나와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광경이었다.
송천 대천존이 대지에 박혀 있던 원시산을 그대로 뽑아내는 것을 대지를 진동시키며 산봉우리 아래로부터 검은 빛을 피어오르게 하는 것을 지켜보는 한제의 표정은 덤덤했다.
둥둥 떠오르던 산봉우리가 완전히 위로 솟구쳐 올라 상공에 멈추었을 때, 송천은 한제를 응시하며 산봉우리를 떠받치듯 오른팔을 들었다.
“이한제, 네가 이 원시산의 힘을 감당할 수 있다면 나의 패배를 인정하마!”
큰소리로 외친 송천은 오른손을 앞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원시산이 그대로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이 산에 원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시고 구역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산이기 때문이다. 수만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 크기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이 산에서 난 도를 완성해 대천존으로 거듭났다. 또한 역대 시고 일맥의 대천존이 그러했듯, 나 또한 이 산을 제련해왔다. 자 이한제! 내 공격을 받아라!”
콰르릉!
원시산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제의 위에서부터 내리 떨어졌다.
한제는 그 산의 기이함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산이 떨어져 내리는 동안 세상 모든 규칙으로 이루어진 가느다란 선들이 기이한 힘에 밀려나고 있었다. 마치 이 산과 세상의 규칙이 서로를 강하게 배척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완벽한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