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566
시고 황성의 하늘. 현라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어서 그는 가부좌를 틀고는 다시 제자를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도고 일맥을 수호해야 하는 의무보다도 제자가 분신을 진행하는 동안 그를 보호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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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3년이 흘렀다.
시고 황성 고조 조각상 위로 떠오른 열여덟 개의 빛 고리는 이미 황성과 하나로 융합되어 있었고 시고 일맥 사람들은 그 빛 고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조묘 안에 있는 그 존재가 두 번째 분신에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또다시 3년이 흘렀다.
장장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조 조각상에 떠오른 열여덟 개의 빛 고리에는 변함이 없었고 덕분에 황성의 하늘은 밤에도 낮과 다르지 않았다. 어두운 밤이라도 빛 고리에서 발산된 빛이 황성을 환히 밝혔기 때문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두 번째 분신이 시작된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하늘이 항상 밝은 것을 당연하게 여길 정도였다.
두 번째 분신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점차 고족 구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도고 일맥과 극고 일맥에서도 그 광경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을 정도였다.
그 무렵, 한제의 정수리 위에 떠 있던 원신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한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다.
원신의 파편들은 천천히 바스러지는 중이었다. 원신이 다시 한번 완전히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노쇠한 시고 황존은 고조 조각상에 떠오른 빛 고리도 살피지 않은 채 계도를 지도하고 그에게 황위를 물려줄 준비에만 몰두했다. 이제 계도가 황위에 오를 날까지는 앞으로 40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또다시 3년이 흘렀다. 한제가 두 번째 분신에 돌입한 지 벌써 13년째였다.
반년 전, 한 줄기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돌연 조묘 안에서 발산돼 주위를 뒤덮고 한 줄기 기이한 힘이 조묘 주위를 맴돌며 이곳으로 향하는 모든 신식조차 차단하기 시작했다.
현라는 걱정 어린 눈으로 조묘와 그 주위를 에워싼 기이한 힘을 바라보았다. 그의 신식 역시 그 힘을 파고들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직접 찾아가더라도 그 힘 앞에 가로막힐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고조의 혼혈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묘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송천 역시 두 눈을 번쩍 떴다. 조묘 쪽을 내다보는 그의 두 눈에는 충격과 의혹이 가득했다.
한제가 두 번째 분신에 돌입한 지 열네 번째 해에 접어들었다.
기이한 힘으로 뒤덮인 조묘 안에서 한제의 기운은 이미 흩어진 상태라 더 이상 그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심지어 첫 번째 분신이 진행될 때와 달리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제가 죽지 않았다는 유일한 증거는 고조 조각상 주위를 맴도는 열여덟 개의 빛 고리뿐이었다.
조묘 안에 흩어져 있던, 보이지 않는 한제의 원신 조각들이 이미 완전히 가루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분열 이후로도 그것들은 융합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반년 동안 어마어마한 의지를 활용해 몇 차례나 융합을 시도해보았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그런 몇 차례의 시도와 실패에 따라 한제의 의지는 점차 줄어들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해진 상태였다. 생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의 체내에는 얼마 남지 않은 의지가 여전히 힘겹게 융합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그의 위로 천천히 응집된 대량의 빛들은 인영의 윤곽을 형성하는 듯하다가도 금세 불안정한 기색을 보이면서 무너져 내려 사방으로 흩어지곤 했다. 흩어진 빛들은 어두워지다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벌써 열세 번째 시도였다.
지능도 의식도 없는 한제는 많지 않은 의지만으로 열네 번째 시도에 나섰다. 그렇게 그의 위로 다시금 대량의 빛이 모여들었을 때, 열네 번째 해가 천천히 흘러갔다.
그렇게 열다섯 번째 해에 접어든 어느 날, 고조 조각상 주위를 맴돌던 열여덟 개의 빛 고리는 또 한 번의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이에 그 일에 별 관심조차 두지 않던 시고 황존마저 침궁에서 헐레벌떡 뛰쳐나와 저 멀리 조각상을 바라보며 찬 숨을 들이마셨다.
허공에 떠오른 채 조묘의 빛 고리에 집중하고 있는 계도 황자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송천도 원시산의 소뿔 같은 산의 정상에 서서 황궁 쪽을 빤히 응시했다.
그때, 고조 조각상을 맴돌던 열여덟 개의 빛 고리 중 하나가 급속도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각 뒤…
콰쾅!
굉음과 함께 그 빛 고리는 무너져 내리며 흩어져 사라졌다. 이제 조각상 주위에는 열일곱 개의 빛 고리만 남게 됐다.
“분신의 빛 고리가 파괴됐어. 왜지?”
“설마 두 번째 분신에 실패해 죽은 건가? 그러지 않고서야 빛 고리가 파괴되어 흩어질 일은 없는데!”
“고도삼분신의 각 분신에는 시간제한이 있다고 했어. 혹시 그 제한을 넘겨버린 건 아닐까?”
시고 황성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만약 열여덟 개의 빛 고리가 모두 흩어져 사라지기 전까지 융합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이한제는 그대로 소멸되고 말 거야!”
송천은 무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현라 역시 표정이 급변해 조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송천은 그런 현라의 행동에 잠시 망설였지만 저지하지는 않았다.
현라는 조묘 근처에 이르자마자 곧장 그 안으로 향했지만 그 순간 막강한 한 줄기의 힘에 그대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현라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조 조각상 위의 빛 고리는 하나씩 무너져 내려 어느덧 일곱 개만 남게 됐다.
고조 조각상 근처에 남은 일곱 개의 빛 고리는 부드러운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그중 또 하나가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다. 언제든 흩어져 사라질 듯했다.
“이한제!”
현라는 초조한 얼굴로 조묘를 향해 한 줄기 신식을 쏘아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로서도 한제가 자신의 신식에 담긴 목소리를 들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현라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을 몸에서 피워올리며 조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허나 굉음과 함께 일어난 강렬한 기세에 그는 또다시 나가떨어졌다.
현라가 끊임없이 조묘로 들어서려 시도하는 동안, 조묘 깊은 곳에서는 해골처럼 비쩍 말라버린 한제 또한 끊임없이 융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는 한 줄기의 빛조차 없었다. 의지 역시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수많은 시도가 전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의지 역시 점점 바스러져갔고 한제는 눈을 감은 채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넋을 놓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이한제!”
“이한제!”
“이한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한제의 해골 같던 몸에서는 붉은 빛이 번득였다. 체내의 혼혈이었다.
깜빡이는 그 빛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조묘 안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고조 조각상 근처에 남은 빛 고리 중 네 개가 또 사라져 이제 남은 것은 세 개뿐이었다.
주위를 뒤덮은 빛도 적지 않게 약해지면서 13년 만에 시고 황성에는 어둑한 밤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 밤에도 시고 황성의 모든 사람은 숨조차 죽인 채 고조 조각상에 집중했다.
그때, 남은 세 개의 빛 고리 중 또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휘청거리다가 꺼져버렸다. 그러자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찬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때, 남은 두 개의 빛 고리 중 또 하나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야!”
누군가가 안타까운 듯 외쳤다. 심지어 마지막 빛 고리 마저도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제야! 일어나라!”
현라는 조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우렁차게 외쳤다. 그 고함은 시고 황성 전역에 천둥처럼 울려 퍼지다가 조묘로 몰려들었다. 동시에 현라는 다시 한 번 몸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강력한 힘에 튕겨나가 몇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고도삼분신을 경험해본 그는 이 과정에서 빛 고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은 생기가 없더라도 의식이 없더라도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잠들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혼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영혼을 잠에서 깨울 수만 있다면 빛 고리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기만 하다면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빛 고리가 완전히 사라지면 영혼의 잠은 진정한 죽음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한제야, 난 네 스승 현라다! 얼른 일어나거라!”
현라는 자신의 목소리가 조묘 안의 한제에게 닿길 바라며 우렁차게 외쳤다.
한데 그의 목소리가 시고 구역에 울려 퍼지자 시고 황성의 수많은 이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들 대부분은 그간 조묘에서 고도삼분신을 진행 중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한제! 1백여 년 전 도고 황존을 죽인 자!”
“이미 선강 대륙의 열 번째 태양이 됐다던 그 사람인가!”
현라의 초조한 외침과 시고 황성에서의 환호가 울려 퍼지는 사이, 고조 조각상 근처에 남아 있던 유일한 빛 고리는 갈수록 어두워졌다. 당장이라도 흩어져 사라질 듯한 기세였다.
한편, 한제의 몸에서 번득이는 붉은 빛은 점점 격렬해지고 있었다.
“날 부르는 자는 누구인가?”
한제는 기이한 공간에서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흐릿하고 모호한 이곳에서 멍하니 한참을 걷던 그는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그는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해서 귀를 기울일라치면 사라져버리곤 했다.
세 번째 분신
“난 어찌 이곳에 이른 것인가?”
한제는 멍한 상태로 계속해서 걸었다. 이곳의 하늘은 어둑했고 대지는 흐릿했으며 온 세상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 멀리 떨어진 곳은 내다볼 수도 없었다.
이곳은 폐허였다.
대지에서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 버려진 땅인 듯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산봉우리는 초록이 아니라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나는 또 누구인가?”
한제의 눈에 담긴 혼란의 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는 많은 기억을 잃은 듯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여기가 어디인지 떠올리지 못했다.
“일어나⋯⋯. 일어나라⋯⋯.”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또다시 어렴풋이 울려 퍼졌고 한제는 우뚝 멈춰 섰다.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한제는 멍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고개를 돌리려는 그 순간, 전방을 뒤덮은 안개 사이로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곱 색채의 눈이 내리고 있는 산은 너무도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