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5
끝까지 하나하나 탐색을 한 끝에 그들의 눈은 동원에서 실종된 정영과 이동희, 두 여인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정현과 여송 같은 관련자들도 하나하나 조사했으며 한제도 그들의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원영기 수련자가 신식으로 그들의 대답에 대한 거짓 여부를 살폈지만 한제의 신식은 그 조사자보다 훨씬 크고 강했으므로 상대에게 어떤 실마리도 남기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일은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 흩어져 버렸다.
이모완은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 중년 남자 덕분이었다.
그는 아주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 일이 모완과 만났던 그 남자와 관련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상대의 신통술은 그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고 세 명의 원영기 수련자의 추격에도 여유롭게 빠져나갔다. 그렇다면 그자가 또 언제 운천종으로 들어와 자신의 목숨을 앗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한제의 생활은 평온을 되찾았다. 다만 당시 모완의 처량한 얼굴이 불쑥불쑥 떠올라, 그때마다 무언가로 찌르는 듯 마음이 아파왔다.
이런 느낌은 운천종에서 초나라 전역으로 결혼식 초청장을 발송하면서 극에 달했다. 운천종에서 세 명 뿐인 5품 연단사 중 한 명인 이모완이 두 달 뒤 외종 소속 손 장로의 자손 손진위와 혼인을 한다는 내용의 초청이었다.
한제의 분신은 조용히 방에 앉아 꼬박 하루를 보낸 뒤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방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장 남원으로 향했다.
움직임에는 막힘이 없었다. 흰 안개에 가로막혔지만 이름을 대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이모완에게 그의 방문을 알렸고 잠시 기다리자 안개가 걷히면서 통로가 드러났다.
분신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은 느렸지만 굳건했다.
모완의 누각에 도착하자 누각 안에서 모완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사부의 폐관 수련은 곧 끝날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다면 그에게 묻도록 해라. 앞으로 내가 부르지 않는 이상 찾아와서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한제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약이 필요합니다. 두 달 안에 원영기까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단약이요.”
방 안에 있던 모완은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녀가 한제를 주시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넌 누구지?”
단약
한제의 눈에는 부드러운 느낌이 어렸다. 허나 그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한제는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
“그런 단약, 있습니까?”
모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뜻밖에도 희색이 어렸다. 그녀는 한제를 한참 동안 주시하다가 꾸짖듯 물었다.
“대체 넌 누구지?”
모완은 자신의 미간에 박혀 있는 신식에 아무런 이상도 없음을 느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녀가 기대한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자 슬픔과 한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의 목소리와 표정은 분명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의 그것과 똑같았다.
한제는 모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오른손으로 저물대를 두드렸다. 순간 그의 손에 옥패가 나타났다.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던 한제가 그 옥패를 상대에게 던졌다.
모완은 그 옥패가 나타난 순간 몸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옥패를 받은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문설주에 기댄 채 옥패를 바라보았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진위를 죽이는 건 간단해. 다만 내 수준이 운천종의 모든 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 정도라야 해. 그래야 널 데리고 초나라를 종횡무진할 수 있지.”
한제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말투에는 고고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모완은 고개를 들어 한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약간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말했다.
“드⋯⋯ 들어와.”
말을 마친 그녀가 몸을 틀어 길을 내주었다.
한제는 아무 말도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향했다. 모완의 곁을 스쳐지나갈 때 그녀의 향기가 느껴졌다. 한제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모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한제는 모완의 붉어진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목까지 붉어져 있었다.
한제의 눈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모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순간 모완의 몸이 다시 스르륵 풀어지며 한제의 가슴팍에 기대왔다. 한제는 느껴지는 그녀의 빠른 심장 박동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참 뒤, 모완은 아랫입술을 깨문 채 한제를 밀어낸 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왜 이전과 모습이 달라진 거야?”
한제는 모완을 풀어준 뒤 방을 훑었다. 그리고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모완은 맑은 차를 따라준 뒤 잠자코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한제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담담하게 말했다.
“마량은 빼앗은 몸이었어. 지금 이게 본래의 내 모습이야.”
“이한제가 진짜 이름이야? 그리고 선배의 수준, 며칠 전에 내가 봤을 때는 왜 그렇게 높았던 거야?”
모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빠르게 물었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모완, 그 일은 나중에 상세하게 알려줄게. 지금은 내가 먼저 물어볼게. 축기 수준에서 두 달 만에 원영기에 오를 수 있게 하는 단약, 있어?”
모완은 아름다운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몇몇 고대 서적에 굉장히 희귀한 단약에 대한 언급이 있긴 해. 그 제조 방법은 잊히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그 단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멸종되어 버렸어. 대체할 약초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한제의 표정은 침착했지만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만약 그런 단약이 없다면 두 달 안에 원영기에 오를 계획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모완은 예쁜 눈썹을 구긴 채 한제 옆에 앉아 자세히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한제는 그런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잠자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2백 년이 넘는 세월은 그녀에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점에 대해 한제는 정말 의아했다.
모완의 외모는 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몸짓 하나하나에도 우아한 기품이 넘쳤다. 인적 드문 골짜기에 피어난 난초처럼 고아한 느낌도 풍겨났다.
모완은 머릿속으로 각종 서적에 나와 있는 단약과 그 약효 등을 떠올렸다. 한참 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면서 희색을 띤 얼굴로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 단약은 없지만 방법은 있어. 일단 축기에서 결단기로 올리는 문제부터 해결하고 다시 원영기로 올리면 돼!”
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완이 화사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아름다운 눈망울을 깜빡이며 그녀가 말했다.
“빨리 결단기에 오르게 하는 단약은 적지 않게 가지고 있어. 마⋯⋯ 아니, 한제 선배, 이전에 어떤 단약을 먹었어?”
한제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 몸은 분신이야. 축기단 외에 다른 단약은 한 번도 먹지 않았지.”
“축기단?”
모완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일반적인 단약이라면 그런 단약은 초심자들이 파악해야할 초급 단약의 일종이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 축기단은 1품 영기단인데 그걸 직접 만든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흐흥, 기억났다. 사형의 사부 주림은 지금 폐관 수련 중이고 난 사형의 스승이라는 사실 말이야.”
한제는 그답지 않게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가 얼른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축기단은 내가 만든 거야. 하지만 그 안에 내가 이전에 너에게 줬던 영기 액체를 섞었지.”
모완은 놀란 기색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 액체, 아직도 가지고 있어?”
한제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완의 가슴이 들쑥날쑥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기쁜 말투로 말했다.
“선배, 그 액체 얼마나 더 가지고 있어? 많아?”
한제가 저물대에서 백옥병 하나를 꺼낸 뒤 그것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모완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한 병 밖에 안 남았구나. 그럴 만도 하지. 이렇게 희귀한 보물이라면 애초에 많지 않았을 테니.”
하지만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제는 또 하나의 병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또 한 병, 그 뒤를 이어서 또 한 병. 결국 총 여덟 개의 병이 일렬로 탁자 위에 놓였다.
모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여덟 개의 병과 한제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러더니 물었다.
“선배, 이거 전부 다 그 액체야? 아니면 희석한 거야?”
한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희석하지 않았어. 너에게 준 그것과 같아. 부족하다면 더 있어.”
모완은 순간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멍하니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있다고?”
한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모완의 가슴이 빠르게 들썩거렸다. 그녀는 탁자에 놓인 병들 중 하나를 집어 마개를 연 뒤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제를 바라본 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한 마디 뱉어냈다.
“이 액체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고 있어?”
“난 줄곧 단약 대신 수준을 높이는 데 써왔어. 그러다 최근에 이 액체가 단약 제조의 성공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한제는 숨김없이 말했다.
모완은 다시 한참이나 멍하니 한제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선배는 정말⋯⋯ 물건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는구나. 이 영기 액체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선배가 액체를 줬을 때 나는 한참 동안 연구해 효능을 알아냈어.
이 영기 액체로 단약을 만들면 성공률도 높여주지만 직접 복용하면 얼굴을 늙지 않게 해주고 많이 마시면 수명을 연장시켜줘. 무엇보다 이 액체에는 강력한 영력이 함유되어 있지.
단순히 재료로 사용해 만들어낸 단약을 먹으면 그냥 단약을 먹을 때의 몇 배에 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 액체는 한 방울 한 방울이 아주 귀한 보물이야. 열 방울만 넘어가도 이 신선계에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물건이 될 거라고.”
한제는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럼 내 수준을 원영기에 이를 수 있게 하는 단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아진 거네?”
모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이 영기 액체가 있다면 두 달 안에 원영기에 이를 확률을 3할 정도는 보장할 수 있어!”
“3할이라⋯⋯.”
한제가 미간을 살짝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그 안에서 단로 하나가 나왔다. 운비에게서 얻은 그 단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