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67
그는 이 금색 액체에는 각각 결단기 수련자의 전력을 다한 일격보다도 결코 약하지 않은 영력이 함유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조나라의 결명곡에 있었을 당시 극의 경계에 의거해 영력을 응결시켜 만들어낸 구슬과 상당히 비슷했다.
단전에 맺힌 세 방울의 금색 액체를 바라보던 한제의 눈이 번득였다. 그는 두 말 않고 세 번째 병을 들었다. 그 병은 입구가 이미 열려 있었으며 안에는 30개가 넘는 검은색 단약이 들어 있었다.
이 단약의 이름은 쇄명단(鎖明丹)이었다. 모완은 이 단약의 효과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반드시 결단기에 이른 이후 복용해야 한다고 일렀다. 만약 축기 수준에서 복용을 하면 최대 하나 밖에 먹지 못하며 그보다 더 먹었을 경우에는 신체가 부풀어 오르고 영력이 혼란스러워지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한제는 침착한 얼굴로 그 단약을 집어든 뒤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삼켰다. 순간, 영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경맥 안에 갑자기 다시 실 같은 형태의 영력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 실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고신결의 작용 아래 거의 순식간에 한제 체내의 영력이 전부 회복됐다.
한제는 곧장 다시 영력을 운용해 단전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미 사라졌던 소용돌이는 다시 나타난 영력에 번쩍 밝아지더니 천천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수준의 급등 (2)
얼마나 지났을까. 한제 단전의 금색 액체는 다섯 방울로 늘어났다.
순간, 뭔가 팽창하는 듯한 느낌이 단전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한제는 마지막 두 개의 천리단을 전부 입에 털어 넣고 이를 악문 채 고신결을 운용했다.
두 개의 천리단은 세차게 일렁이는 성난 파도처럼 체내에서 포효하며 엄청난 압력을 형성했다. 이 압력은 단전에 작용하면서 다섯 개의 금색 액체에도 전달됐다.
‘펑-’
순간, 서로 떨어져 있던 다섯 개의 금색 액체는 천천히 서로에게 모여들더니 결국 한데 뭉쳐 천천히 융합됐다. 그와 동시에 천리단의 작용이 격해짐에 따라 한제의 단전에서 펑 소리가 나며 파열의 흔적이 나타났다. 그 기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결국 한제의 단전 전체를 조각조각 찢어놓았다.
이 조각들도 기세에 휘몰아치며 그 금색 액체 방울에 섞여 들어갔다. 천리단이 만들어낸 영력과 다른 물질들이 전부 그 금색 액체 방울에 융합되면서 결국 금빛이 번쩍이는 주먹만 한 크기의 금단이 한제의 뱃속에 나타났다.
이 금단에서 자라난 실처럼 얇은 수많은 촉수가 모든 경맥에 연결됐다. 그 움직임에 따라 거대한 영력이 휘몰아치며 순식간에 체내를 한 바퀴 돌았다.
한제는 번쩍 두 눈을 떴다. 그 눈에서는 직시할 수 없을 만큼 밝은 빛이 번득였다. 축기에서 결단기까지의 난관을 마침내 뛰어넘은 상태였다.
그 무렵, 모완은 이미 운천종의 장경각(藏經閣)에서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장경각을 떠나지 않고 매일 책들을 뒤지며 단봉을 여는 방법을 찾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세 가지 방법을 찾은 상태였다. 다만 그 방법들은 모두 파괴적이어서 단봉을 여는 동시에 그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을 상하게 하거나 아예 망쳐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모완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단약이 한제를 원영기에 이르게 하는 관건이라 믿었다.
손진위는 줄곧 모완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경각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이 의심스러웠다. 분명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허나 추측만으로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이한제라는 제자는 지난 한 달 동안 문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모완을 보러 온 적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준 비검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즉, 모든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손진위는 어째서인지 불안함을 느꼈다.
허나 혼인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한 달 남짓이었고 그 동안 각 종파에서 축하하기 위해 보낸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손진위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운천종의 원영기 후기 수준인 몇몇 시조들은 모완이 혼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혼인을 서두르지 않았고 그녀가 오랜 시간 장경각에 머무는 것에 대해서도 따로 묻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쉽게 열어놓지 않는 장경각 내각(內閣)의 문까지 활짝 열어 모완이 마음껏 그 안의 책을 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그것이 혼인으로 인한 모완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혼인까지 약 20일 정도 남은 어느 날, 모완은 마침내 장경각 내각에 있던 한 고서에서 훨씬 안전한 개봉 방법을 찾아냈다. 그녀는 이 방법을 이용한다면 단약의 품질을 해치지 않고 손상이 있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5할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최소한 단약을 아예 망쳐버릴 확률이 여태 찾은 것들 중 가장 적은 방법이었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얼마 없었다. 이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 방법을 채택하기로 했다.
결단을 내린 모완은 그 방법을 얼른 탁본한 뒤 곧장 장경각을 떠나지 않고 또 다른 책들을 한나절 정도 찾아본 다음 몇 가지 정보들을 더 탁본한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사실 장경각에서 보낸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는 거의 매일 적지 않은 정보들을 탁본했다. 게다가 그녀가 여태까지 본 내용도 단봉을 여는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굉장히 번잡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태생적으로 현명하고 기민한 그녀는 많은 일을 겪으면서 단련된 상태였다. 이렇게 철저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여인의 몸으로 이 잔혹한 신선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사실 그녀의 신중함은 한제와도 연관이 있었다. 그녀의 신중함은 수마해에서 한제와 함께 지낸 기간동안 천천히 길러진 습관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런 신중함때문에 그녀는 한제와 헤어진 뒤에도 몇 번이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운천종 사람들, 특히 손진위가 오랜 시간 동안 장경각에 박혀 있던 자신을 의심하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 그들은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이 뭔지 알아내려 할 터였다.
허나 신중하게 행동한 결과로 누군가가 찾아본다 해도 그녀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단봉술은 그녀가 찾아본 방대한 정보 중 미미한 부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장경각을 떠나고 얼마 후 장경각에 도착한 손진위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에 보라색과 금색이 섞인 영패가 하나 나타났다. 그 영패에는 ‘운(雲)’자가 쓰여 있었다.
그 영패가 나타나자마자 그의 앞쪽으로 30척 정도 떨어진 공간에 왜곡이 생기더니 회색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 영패를 보고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공손하게 말했다.
“외종 제자 운천종의 영패를 뵈옵니다.”
“이 장경각은 줄곧 우리 외종 제자들이 보살펴왔고 너희 둘은 지난 한 달 동안 계속 이 장로를 감시해왔다. 무슨 발견이라도 했나?”
손진위의 안색은 온화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음산한 빛이 드리워져 있었다.
회색 옷을 입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얼른 공손하게 답했다.
“이 장로님이 본 책들의 내용은 너무 잡다하고 방대합니다. 단약 제조 방법부터 단약의 성질까지 보지 않은 책이 없을 정도니까요.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없었습니다.”
손진위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는 모완이 이런 시기에 겨우 그런 것들을 살피기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소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탁본을 떠간 것들은 있겠지?”
방금 대답한 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있습니다. 허나 탁본을 떠간 것들의 내용 역시 복잡합니다. 마치 따로 찾는 정보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손진위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말해봐.”
회색 옷을 입은 사람은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장로님은 굉장히 총명하고 또 신중한 분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꾀를 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열람하여 진정한 목적을 감춘 거겠지요. 그런 거라면 성공하신 셈입니다.”
손진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도 짐작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제 겨우 20일 남짓 남은 시간 동안 모완이 무슨 일을 꾸밀 수 있겠는가?
게다가 예전의 그자에 대해서도 손진위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혼인은 여러 시조들이 정한 일이었다. 만약 그자가 나타나 혼인을 방해한다면 원영기 후기 수준의 여러 시조들이 그를 막아낼 것이다.
★ ★ ★
한제는 결단기에 이른 뒤에도 계속해서 남은 단약들을 복용했고 이를 고신결로 흡수하면서 그의 수준은 훌쩍 높아져 이제 결단기 중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후유증은 생각지 않고 계속해서 단약을 복용했다. 다만 복용한 단약의 수가 많아질수록 단약의 효과가 점점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모완은 일찍이 그에게 알려준 적이 있었다. 일종의 관성이었다. 복용한 약의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몸에 기이한 변화가 발생하는데 단약이 함유한 영력은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몸에 나타난 변화 때문에 약효가 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다. 체장(體障)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이는 항시 단약을 복용하는 수련자들이라면 종종 겪게 되는 문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진귀한 약을 먹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발생한 체장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라지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많은 단약을 복용한 한제의 체내에는 체장이 나타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 복용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모완은 체장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한 대응 방법 역시 미리 일러주었다.
사실 훌륭한 연단사인 모완이 곁에 있는 한 한제가 단약 때문에 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그녀가 미리 준비를 해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한제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놓인 병을 들었다. 그 병에 들어있는 단약이 체장을 해결하는 약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약의 이름은 해장단(解障丹)으로 이름만 보자면 체장을 곧장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이 약은 모완이 수많은 희귀한 약초들을 제련해 영력의 흡수를 돕도록 만들어낸 약이었다. 등급으로 따지자면 1품에 불과했지만 적합하게 사용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해장단을 복용한 뒤 한제는 곧장 다른 단약들을 입에 털어 넣었다. 순식간에 융화된 단약의 약효가 흩어지는 속도는 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해장단의 작용으로 한제의 몸이 약효를 흡수하는 속도는 분명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보다 약간 더 많은 영력을 흡수하는 데 그쳤겠지만 한제는 고신결 덕분에 약효가 흩어지기 전에 거의 대부분의 영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제는 마침내 결단기 후기에 오르게 됐다. 아직 절정에 이른 상태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거의 가까워진 상태였다. 다만 이 무렵, 모완이 준 단약이 다 떨어졌다.
석주 공간에서 눈을 뜬 한제는 허이국 마혼이 자신을 부르는 것을 느꼈다. 이 신호는 모완이 단봉을 푸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뜻이었다.
한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의 몸이 옅어지더니 순식간에 허공을 깨트리듯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북원의 처소 안, 한 조각 한 조각의 수정 같은 빛들이 허공에서 번쩍이며 한 데 모여들더니 사람 모양을 이루었다. 점차 실체를 갖춰가던 인영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더니, 이내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는 한 달 넘게 내팽개쳐진 비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그 비검은 한제의 손으로 날아왔다. 비검을 한 번 훑어본 한제는 그 안에 심어둔 금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교묘하게 설치된 상태였다. 한제가 예상한 대로 자신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였다.
한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휘둘러 그 비검을 땅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몸을 훌쩍 날려 방 밖으로 나섰다.
한데 그때, 걸음을 우뚝 멈춘 한제의 미간이 구겨졌다. 기척도 없이 열린 대문 안으로 주림이 천천히 들어서고 있었다.
주림은 한제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폐관 수련을 하기 전에 겨우 응기 3단계에 불과했던 그의 제자인 한제가 지금은 제대로 살필 수도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져 있었다. 최소한 결단기 중기 이상일 터였다.
주림은 복잡한 표정으로 쓰게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감시당하고 계셔서 직접 오실 수 없다고 널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한제는 침착한 눈빛으로 주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탈천칠정(奪天七鼎)
정원으로 들어온 주림은 대문을 닫고 다시 복잡한 눈빛으로 한제를 살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내가 널 사숙(師叔)이라고 불러야⋯⋯ 아니면⋯⋯ 그래, 넌 어쨌든 사부님의 친구이니 이 주림의 사숙인 셈이지.”
주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래대로라면 아직 폐관 수련을 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는 모완의 부름에 수련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왔다. 일찍이 고아였던 그는 모완 덕에 목숨을 구한 후로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했다.
모완의 말을 통해 그는 이미 자신의 제자가 자신의 사부인 모완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심경이 무척 복잡해졌지만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 겨우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제의 수준이 갑자기 훌쩍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로서는 한제의 수준이 원래 그 정도였는데 그전까지는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주림은 처소로 돌아온 뒤 두 손을 살짝 움직였다. 순간 한 줄기 빛의 장막이 처소 위에 펼쳐지더니 문이 저절로 안쪽을 향해 열렸다. 주림은 한제를 힐끗 돌아본 뒤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제는 신식으로 주림의 몸에 언제든 촉발시킬 수 있는 금제를 걸어둔 뒤에야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그를 따라갔다. 주림은 이전에도 그를 잘 대해주었고 모완의 제자였지만 한제의 신중함은 어느 사람이든 가리지 않았다. 절대로 방심할 수는 없었다.
문이 열린 방 역시 미리 신식으로 살핀 상태였다. 바닥에 놓인 단로에 약간의 영력이 흐르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이상은 전혀 없었다.
주림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저물대에서 세 개의 옥패를 꺼내 순서대로 단로 아래에 내려놓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난 후 한 줄기 영력을 쏘아냈다. 순간 세 개의 옥패는 푸른빛을 발산했고 동시에 단로가 부르르 진동하더니 천천히 아래쪽으로 3촌 정도 가라앉았다.
주림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앞으로 나아가 단로를 잡더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반 바퀴 돌렸다. 순간, 방의 벽에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그 빛은 마치 유영하는 용처럼 빠르게 노닐며 긴 꼬리를 뻗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진을 이루었다.
주림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 공손하게 옆으로 물러서더니 입을 열었다.
“이 진은 밀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부님이 몰래 준비하신 연단방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곳입니다. 사숙, 들어가시지요. 저는 밖에 남아 지키다가 변고가 생기거든 곧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제는 걸음을 옮기지 않고 벽에 난 진을 한참 동안 주시하다가 미간을 살짝 구긴 채 주림을 한 번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